내 것/잡설들

전략적 중간취향 (2014. 10. 8)

카지모도 2016. 6. 18. 0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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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중간취향

 

 

 

 

나는 어중간한 인간이다.

 

우리 집은 부자는 당연 아니었고 다행히 째지게 가난하지도 않은 그런대로 중간쯤은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세남매의 형제중 가운데 끼어, 중간으로 태어나 어리숙 당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일류는 감히, 그러나 똥통은 면한 중간급 학교들을 층층이 다녔다.

두자리수 아이큐는 아니었지만, 100단위의 가운데를 넘어설 정도는 물론 되지 못한 중간쯤의 두뇌.

꼬래비 성적은 아니었는데, 언감생심 1등은 까마득하여 한번도 내 것인 적은 없었으니 그 또한 중간 쯤에서 맴돌았을 것이다.

감투라면 회장짜리는 커녕 (대학서클의 어줍잖은 회장 짓거리 한번 해보았던 기억 있기는 있지만) 줄반장이나 한번 해 보았을까 모르겠다, 중간 쯤의 고만고만한 또레에 묻혀있었을 것이다.

군인노릇에 있어서도 폼잡는 장교는 좀 부러워 하였을런지, 방위는 아니었지만 고작 병장으로 제대하였으니 그 또한 중간이 아닐수 없겠다.

직장생활도 마찬가지, 임원에는 미치지 못하여 부서장 쯤에서 얼쩡거리다가 쫓겨났으니 밥벌이 노릇마저 중간에서 중동무이한 셈이다.

 

 

취향 또한 다르지 않아, 하빠리는 겨우 벗어났을랑가 럭셔리와는 더욱 거리가 멀다.

 

입거리에 있어서도 그렇고.

시장바닥 싸놓은 골라골라 입거리를 사입지는 않지만고가의 브랜드는 눈요기에 그친다.

주머니속 지갑을 매만지며 발걸음 머무는 곳은 대부분 중저가 브랜드 입성들이 진열된 앞이다.

 

먹거리에 있어서도 다름없다.

회식이라던가 무슨 리셉션이라던가 남이 사주는 것이라면 모를까(ㅎㅎ), 고급 코스요리는 처다보지도 않는다.

시장기 때문에 찾아가 시켜먹는 음식은 거의 중간치의 대중음식들이다.

 

술은 어떤가.

나는 남보다는 술을 좀 사랑하는 편인지라, 그런 평판 때문에 직장생활중 양주선물을 꽤 받았었다. (요즘 같으면 뇌물수수에 해당할랑가)

그렇지만 받아 챙기는 주제에 말을 못하여 그렇지 양주선물이 나는 자못 못마땅하였다.

명색 술꾼이라는 주제에 말이다.

스카치니 꼬냑이니하는 고급술은 전혀 내 취향의 술이 아니었던지라 이나 다른 이들에게 대부분 전교(轉交)되었다.

와인 역시 내 저급한 혀의 취향으로서는 그 깊은 맛의 가치를 알아볼리 없다.

가끔 마리아주 맞는 중국술과 청요리를 즐기기는 하지만 내 음주의 레퍼토리는 어디까지나 맥주와 소주이다.

애주가라는 녀석의 술로서는 그야말로 중간어름에도 미치지 못하는 범속한 취향이 아닐수 없다.

 

 

나는 커피를 마실줄 모른다.

그래 그런지 그나마 차()는 좀 즐기는 편이랄까.

오래 전부터 나는 새벽마다 차를 마신다.

책부족 향편님의 극진한 차사랑과 차에 관한 해박한 지식, 그리고 보도듣도 못한 차를 다루는 예술적 손놀림에 경탄한 적이 있었고, 향편님을 비롯한 몇분으로부터 선물받았던 귀한차의 추억이 있지만, 그러나 내가 마시는 차는 절대 비싸거나 귀한 차가 아니다.

보리차 종류는 아니지만 중간치도 못되는 지극히 대중적인 차다.

 

두루두루 나는 고급과는 거리가 먼 어중간치기이다.

어째서 나는 고급지향을 마다하고 늘 중간 어름에서만 서성거리는겐지 모르겠지만.

 

중간.

훈련소에서 집단으로 이동하다가 똥푸는 사역에 차출 당한 경험, 군대생활을 해 본 사람은 알터이다.

()에서 끊던지 오()에서 끊던지, 언제나 선두나 후미 또는 좌우의 가장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사역병으로 끌려나가게 마련이다.

똥냄새 묻히기 싫거들랑 여럿 가운데 파묻혀 있는게 장땡이다.

번호가 호명되어 교실에서 일으켜 세워지는 경우, 대개 끝번호가 1이거나 0, 또는 꺾어지는 5번이 걸릴 확률이 높다.

마음대로 되는게 아니지만 키 순서로 번호를 정할때(대개는) 눈어림으로라도 순서를 살펴 서있어야 중간에 파묻히기 좋은 것이다.

 

무어든 가운데 묻혀 있어야 당해(當該) 처세(處世)에서 유리한 법, 모난 돌이 정 맞는다.

여럿 가운데 익명으로 숨어있는게 안전빵, 범상함으로 한세상 마치려는 속물은 anybody가 되려하지 않고 nobody로서 자족한다.

익명의 범속함 속에 잠기겨 있는게 스스로 마음이 편편하다.

소인배의 못나빠진 세상살이의 방법론, 용기없고 진취성 없는 자의 안일한 타성이고 비겁을 위장하는 위선일터이지만 어쩌랴.

내 의식이 그러한 모양이고, 그래서 전략적 중간이라고 말 한 것이다.

 

어제 프랑스로부터 날아온 귀한 선물을 받았다.

고급취향의 선물, 그리고 나는 곰곰 생각해 본다.

나이 들수록 삶을 풍성하게 하여주는 마음 기울어 좋아하는 것들.

취향의 색감, 취향의 퀄리티에 대하여.

중간지향의 취향은 바람직한가.

경제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우선 스스로의 마음가짐에 있어서 말이다.

 

낭중지추(囊中之錐)의 송곳은 남루한 주머니를 벗어나지 못하여 불편해 하는 갇힌 자존(自尊)이다.

스스로에게 귀한 자는 스스로를 높이 세운다.

스스로를 높이지 않는 자.

한번도 Gracias a la vida를 노래하지 못한채 일생을 마감하는 자.

 

왜 스스로 고급하려 하지 않는가.

누군가 앙드레 김의 어조로 말한다.

늙을수록 엘레강스하라고.

 

원컨대 마음 속 남루를 벗어던져라.

청컨대 나로 하여금 로코코의 장식으로 날개달아 상승케 하라.

 

나도 차츰 어중간한 인간이 아니련다. ㅎ.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되고 중후하면서도 달콤한 향취.

황홀하다, 마리아쥬 프레르.

진홍의 럭셔리를 마신다.

 

고상한 기품의 선물.

이토록 기분을 고급스럽게 만들어 주시는 그 마음.

(몇번이나 퇴고하면서) 깊고 깊은 감사를 드린다.

  

***

 

홍차 라떼도 만들어 마실 생각인데, 검색하여 보니 우리나라에도 블랙티의 매니아가 제법 있구나.

 

1.

신선한 물을 100도씨로 팔팔 끓여 사용합니다.

신선한 물이란, 공기(산소)가 많이 함유된 물을 말합니다.

받은 지 오래된 물이나 너무 오래 끓인 물, 이미 한번 끓여서 식은 물은 좋지 않습니다.

또 미네랄워터 같이 경도(물 속의 마그네슘, 칼슘 등)가 높은 물도 좋지 않습니다.

신선한 샘물이 제일 좋겠지만 도시에선 구할 수 없으니, 생수나 수도물을 사용할 수 밖에요. (산골 산사에서 마시는 차가 맛있는 것 역시 물맛이 좋기 때문이죠)

보통은 생수 역시 받아 놓은지 오래된 물이라서 생수보다는 수도물을 권합니다.

수도물을 받을 때는 물을 한동안 틀어두었다가 받아서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듯 받아 기포가 생기게 받는게 좋습니다.

끓일 때도 끓기 시작하면 수도물의 나쁜 냄새가 날아가도록 주전자 뚜껑을 열어 놓고서 끓입니다.

 

2.

물의 온도가 아주 중요한 항목입니다.

홍차는 100도씨의 아주 뜨거운 물에서 폴리페놀류의 중요 향미 성분이 잘 우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물을 끓일 때 보면 물이 100도씨가 되기 전에 불에서 내려놓는 경우가 많답니다.

온도계로 온도를 재보면 물이 끓기 시작한 후 생각보다 오래 끓여야 100도씨가 되지요,

따라서 물이 끓기 시작하고 바로 불에서 내릴 경우엔 100도씨가 안 될 때가 많은 거죠.

그렇다고 너무 오래 끓이면 물 속의 산소가 없어져서 안되구요,

보통은 500원짜리 동전 크기 정도의 기포가 올라올 때 불에서 내리면 됩니다.

 

 

3.

티포트와 찻잔은 미리 덥혀 예열해 놓습니다.

홍차는 찻잎에 포함되어 있는 정유성분, 즉 아로마 성분 때문에 향긋한 향을 품게 되는데요,

이 아로마 성분이 열에 의해 휘발되면서 공기 중에 향을 퍼뜨리게 되는 것이죠.

따라서 홍차가 식으면 향기도 저절로 없어지게 되므로, 최대한 차가 천천히 식도록 뜨거운 물로 미리 다구를 덥히고,차를 우리는 동안엔 티코지를 사용해 보온시키는 게 좋습니다.

 

4.

알맞은 양의 찻잎을 넣습니다.

보통은 인원수 대로 1스푼씩 계량하는데, 영국에선 '1spoon for teapot'이라고 하여 여러 잔의 차를 우릴 때는 '티포트를 위한 한 스푼'이라 하여 한 스푼의 찻잎을 더 넣기도 합니다.

하지만 유럽보다 물의 경도가 낮은 우리나라에선 안 넣어도 되죠^^

1인분에 3g이 일반적인 양인데요, 커피스푼보다 좀 큰 스푼으로 가득 뜨면 3g이 나오고요,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스푼으로 한 스푼 정도 떠도 3g이 됩니다.

앨리스는 보통 T-sac(티필터)를 이용해 200ml 머그컵에 한잔 우릴 때는 2g정도 넣고, 340ml 포트에 우릴 때는 3g정도 넣는답니다.

 

5.

차를 우리는 시간을 지킵니다.

차를 우리는 시간은 찻잎 크기와 차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마리아쥬 프레르 (마르코 폴로) : 섭씨 95도 에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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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마리아쥬 프레르, 마르코 폴로를 흠향하는 사람이노라.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