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어떤 종말(4)

카지모도 2022. 3. 21.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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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4년 고교3

동아고 교지 “靑泉” 9호에 게재

 

 

<어떤 종말>

-이상헌-

 

여보게한 잔 안할텐가?”

다섯시 퇴근 종이 땡 치자마자 옆자리의 씨가 크게 소리친다.

안 할라네.”

이게 언제나 하는 선생의 대답이다.

이 사람아늙으막에 돈은 모아서 어데다 쓸텐가구두쇠짓 그만하고 한번 가세나.”

매일 듣는 말이다.

예끼이 사람말직 공무원으로 자네처럼 헤프게 썼다간 입에 거미줄치기 제 격이지.”

선생은 불끈 한마디 쏘아 본다.

무슨 재미로 사는지 모르지.”

할수없다는 듯이 씨가 돌아선다.

녀석아나는 너하고는 종류가 틀린 사람이란 말이다.”

선생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기실 선생은 선생대로의 안으로 안으로만 뭉쳐 둔 보람이 있었다.

젊었을 때부터 선생의 취미란 오직 화초가꾸기였던 것이다.

더욱이 팔년전 아내가 죽은 후로는 온통 그 곳에만 정력을 기울이고 그 곳에서만 낙을 찾고 있었고 온갖 화초도 어지간히 모아 놓았다.

좁은 뒷뜰은 물론 서너칸짜리 방에다가도 선반을 얹어 놓고 있는 형편이었다.

식구라고는 나이 찬 딸 하나와 고등학교 나와 집에서 빈둥빈둥 놀고 있는 아들 하나 뿐이었고 남들 같으면 공무원 십년이면 계장자리 하나라도 땄겠건만 무능한 탓인지 고지식한 탓인지 만년 말직으로언제나 젊은 애들 틈에서 펜을 놀리며 육천원짜리 월급을 버티고 있는 선생이기도 했다.

2년전 선생은 우연한 기회에 도시 근교에 있는 S의 땅을 보게 되었다.

그런데 그만 고 조그만 공간의 땅에 혹하고 반하게 되고 말았던 것이다.

앞을 흐르는 냇물보송보송한 흙조그만 온실 두엇은 족히 지을만한 크도 작도 않은 크기그 곳은 바로 선생이 평생 꿈꿔 오던 그런 곳이었다.

선생은 안달이 났다.

어떤 한이 있더라도 그 땅을 자기 소유로 만들어야 되겠다고 결심했다.

그래서 땅주인 씨를 어르고 얼러서 5만원에 계약을 하고 힘들게 변통한 계약금 1만원을 주어 놓았다.

그 후 그 잔금치룰 돈을 마련하기 위하여 자린고비처럼 구두쇠 짓을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잔금치룰 날이 2개월 지났으나 아직 4만원이라는 돈은 채워지지 않고 있었다.

땅주인 씨의 재촉이 불같았으나 이제 적금통장도 뿌듯해 지고 다음달 월급이면 잔금치룰 몫돈을 마련할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선생의 눈 앞에는 머리 속에서 완전히 설계되어 있는 그 그림이 선하게 떠오른다.

산자락에 위치한 S지 그 땅의 온실-

점잖은 색깔의 파자마를 입은 자신이 물뿌리게를 들고 오르내리는 모습그리고 가지런히 늘어서 있는 숱한 종류의 선인장진기한 화초들여러 색깔의 희안한 꽃나무들과 그 향기들.

정말 선생은 바로 이것 때문에 살고 있는 것이다.

 

사장은 수화기를 놓았다.

에잇바보같이어쩌다 5십만원을 날렸담.”

생각만 해도 전무가 바보 짓을 했다.

책상 위의 초인종을 누른다.

비서 양이 공송히 인사하고 들어 선다.

東洋회사에 전화해서 곧 내가 갈테니 기다려 줍시사고 사장께 전해요.”

이젠 별수없다東洋회사와 손을 잡아야지중역들 반대가 있겠지만 설득시켜야지사업가의 수완이란 이럴 때 나타나는 거니까.

사장은 문득 시계를 보았다.

4- (東洋회사에 들렀다가 요정이나 가야겠다모처럼 마담 만나 기분도 풀겸..)

 

월요일.

출근하는 선생의 발걸음은 무거웠다.

일요일이면 언제나 S가 있는 산자락으로 올라가서 그 땅위를 거닐어도 보고 손뼘으로 이리저리 칫수도 재어가면서 꿈에 젖어 지내는 버릇대로 그 곳에 갔다가 씨에게 불안한 말을 들은 것이다.

벌써 계약한 기일이 2개월이나 지났소모레까지 안된다면 계약 취소라도 해야 겠소이다.”

아찔했다.

말이 되나이 땅을 포기하다니정말 안 될말이다.

그래서 씨에게 모레까지 해주겠노라 약속을 해 버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모레까지는 7천원의 돈을 마련해야 한다그래서 잔금 4만원을 채워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월급 날은 아직 멀었다.

7천원- 7천원-

저 위에 앉아 잇는 계장의 자리를 살피고 저 쪽 과장실 창너머로 보이는 과장의 얼굴도 훔쳐 보았다가까이서는 얼굴도 바로 볼 수 없는 까마득한 위인이다.

(저런 양반이야 돈 7천원쯤은...)

새삼스레 과장의 흰 와이샤쓰가 눈 부시다.

선생은 가불할 핑계를 생각하기에 골몰하여 책상 위의 서류철을 덮어 버렸다.

 

사장은 연신 싱글벙글한다.

어제 마닐라로 상품을 수출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제 막대한 딸라가 굴러 들어 올 판이다.

봄 날씨는 한결 맑고 따스해져 있었고 마음은 그럴수없게 즐겁고 편하다.

파고대 한 개비를 피워 물었다.

-한 연기가 기분좋게 품어져 나온다.

(흐흠.. 오늘을 이대로 보내서는 안되겠다그렇지축하연이다그것도 밤중의 요정같은 답답한 곳이 아닌 봄날 확 트인 곳에서... 그럴 듯 한데.)

멋진 플랜들이 떠 오른다.

초인종을 눌렀다양이 나타난다.

가서 전무 오라고 해요.”

전무가 공손하게 들어 선다.

전무오늘은 기분좋은 날일세우리회사 담당 간부들과 이 번일에 신세 진 K部 崔과장을 초대해서 S에 소풍을 가기로 했소축하파티지.”

전무의 얼굴도 환하게 웃고 잇다.

그럼 K部 崔과장께 연락하고요리랑 차편등 준비 서둘러요기생도 몇 명 부르고..”

 

선생은 국민복 주머니를 뒤적였다.

아까 피우던 꽁초가 있을텐데..

있다파랑새 연기는 독했다머리 속이 한바퀴 회전을 한다.

에잇할 수 있나선인장을 내다 팔아야지.”

선생으로서는 큰 결심을 한 것이다.

생명같은 선인장이고 그게 그래 뵈도 매우 드문 귀한 화초다.

그렇지만 할 수 없지 않은가?

우선 땅이 문제다.

아무래도 자신의 주변으로서는 가불은 틀렸고 그렇다고 어디 가서 빚을 낼만한 주변머리는 더욱 없었다.

다시 오목하게 자리잡은 그 정겨운 땅이 떠 오른다.

(이제 내 것이지.)

어깨가 으쓱했다.

어쩌면 차라리 잘 된것인지도 몰랐다내일로서 완전한 자기 땅이 된다는 사실이 말이다.

푸릇푸릇한 꽃내음이 코를 스미는 듯 하다.

그 때 과장님이 앞을 지나간다까만 싱글양복과 금테안경이 콧수염과 썩 잘 어울렸다.

선생은 가만히 묵례를 드렸다.

 

사장은 흐르는 냇물에 발을 담구었다맥주 맛이 싸-하고 폐부를 찌르는 듯 하다.

옆에서는 기생들의 장구소리가 한창이다.

서울 근교 이런 풍광 좋은 곳에서 자연과 어울리는 맛이란 요리집과는 색다른 맛이 있다.

K部 崔과장이 맥주잔을 내민다.

사장님제 잔 받으십시오.”

사장은 호기롭게 그 잔을 받아 주욱 비우고 안주머니를 뒤졌다수표책이다.

과장이거 2십만원인데 약소하지만 받으시오이 번일은 모두 K에서 협조해 주신 덕분이오.”

과장이 다소 겸연쩍은 표정으로 수표를 받아 넣는다.

주위에서는 전무,상무,부장들이 한창 기생들과 어울려 돌아 가고 있었다.

사장은 크게 심호흡을 했다.

맑은 대기가 온통 가슴 속으로 밀려 들어오는듯 하다.

고개를 들고 주위를 휙 둘러 보았다문득 냇물 건너 편 숲을 뒤에 두고 오목히 자리잡은 평지가 눈에 들어 온다.

(좋은 장소야이런 곳에 별장이라도 하나 잇었으면....)

순간자기에게는 아직 변변한 별장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이런 큰 회사의 사장이그리고 이제 사십고개를 훨씬 넘고 있지 않은가?

이제 이런 곳에서 편히 휴양이나 하고 싶은 생각도 든다.

(저 땅은 2층 양옥 하나 짓기에는 딱 안성맞춤인걸..)

전무!”

비틀거리면서도 예의는 잃지 않는다.

사장님부르셨습니까?”

저 땅임자가 누군지 알아보고 곧 좀 만나자고 해요.”

전무는 부장을 부르고 부장은 황급히 마을 쪽으로 내려 가고 있었다.

 

선생은 시계를 처다 보았다.

2퇴근시간은 아직 멀었다초조하다.

어서 적금을 찾고 화초를 내 다 팔아야 할텐데... 조퇴라도 하고 싶었지만 십년간의 성실을 스스로 어기고 싶지 않기도 했지만 무슨 엉터리 핑게를 댈만한 주변도 없는 것이다.

이런 성실이 통하지 않는 사회에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상관없다온실만 완성되면 곧 사표를 내야지....)

이런 저런 상념에 젖어 있는데 저 쪽에서 사환아이가 닥아 온다.

전화에요.”

전화?”

(전화를 걸 사람이 누굴까내게... 혹시 씨가 아닐까?)

얼른 전화기가 놓여 잇는 계장자리로 뛰어 갔다.

여보십쇼.” 선생의 목소리가 경련을 일으킨다.

선생이오?” 과연 씨였다.

돈은 내일까지 틀림없이 됩니다믿어 주시오!”

선생은 돈재촉이라 생각하고는 다급하게 외쳤다.

아니그게 아니라... 하여튼 급히 만나야 겠소곧 이리 와 주시오.”

선생은 계장의 눈치를 흘끗 살폈다.

씨의 목소리가 계속 울려 나온다.

아 참당신 일하는 곳 과장님이란 분 있지 않소그 분이 부른다고 하고 얼른 나오시오.”

과장이 자기를 부르다니.. 이건 또 무슨 영문일까과장님은 자신의 얼굴도 잘 알지 못할텐데...

전화가 달카닥 끊겼다.

곁에서 듣고있던 계장이 이상하다는 듯 말한다.

과장님이 부르신다지웬 일일까선생도 필요할 때가 다 있었군어서 가 보시오.“

선생은 의아하게 처다보고 있는 계장을 뒤에 두고 모자를 집어 썼다.

 

씨의 말을 어떻게 들었는지도 몰랐다.

혼란한 정신수습할 길 없는 분노의 감정이런 것들이 터질 듯 가슴 속을 맴돌고 있었다.

(안돼지안돼내 땅을 누가안돼!)

씨가 곁에서 다시 말한다.

잔금치룰 기간은 벌써 지났고법적으로도 어쩔수 없는 노릇이지만 그 분이 글쎄 계약금은 도로 돌려 주겠다지 않소?”

씨 따위가 내 마음 속을 알게 무어냐그 깟 몇 푼 돈이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선인장의 마음화초의 마음같은 걸 알게 무어란 말이냐?

선생은 주위를 휘-둘러 보았다현기증이 날 것만 같다.

이런 교외의 산자락까지도 요리접시가 올라 와 있다생전 보도듣도 못했던 음식들이.

하얀 와이샤쓰들이 눈 부시다.

화사하게 웃으며 춤추고 잇는 기생들이 흥겹다.

눈 길이 앞으로 갔다.

그 곳에 자신이 일하는 곳의 과장님이 불콰한 얼굴로 앉아 있었다.

이러는 동안에 선생은 스스로의 존재가 점점 작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래서는 안된다고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고 가슴을 펴 본다.

과장이 친히 말을 걸었다.

선생나를 알겠지말직 공무원으로 땅까지 장만한다니 대단해요 대단해핫핫!”

과장의 목소리가 부드럽게 귓가에 맴돈다.

여기 계신 사장님께서 저 평지에다 별장을 지으신다네물론 선생이 지불한 계약금은 사장님께서 돌려 주고 말이야고맙게 생각하고 받아요.”

과장이 선생에게 말을 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다더구나 이렇게 부드러운 음성으로.

선생은 갑자기 당황해지고 황송해 지는 감정까지 느꼈다.

아니.. 저는...”

자신도 모르게 말이 더듬거려졌다.

말 할수 없는 감정이다안타깝다.

내 땅은땅말이다분노가 살짝 고개를 든다.

그 때 사장이란 분이 이 쪽을 돌아다 보았다.

훌륭한 신사다안경이 위엄있다.

한 잔 받으슈.”

선생은 오싹 한기를 느끼고 황급히 어깨를 움추렸다.

...”

땅 이야기가 목구멍에서 칵 막혀 버리고 만다.

떨리는 손으로 잔을 받았다.

사장이 점잖은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계약금은 당장 돌려 드리겠소저 곳에 온실을 짓는다고 했던가그 돈으로 딴 곳의 땅을 찾아 보도록 하시오.”

말 할 때는 지금이다나의 화초에 대한 역사와 그 땅에서의 미래를 설명해야 한다내 말을 듣고 내 마음을 조금만 헤아려 준다면 저런 양반이야 아무 곳에서나 집 한채 못 지으랴?

... 고맙습죠마는 그 땅은 말입죠제 오십평생의 희망올시다.”

그 말을 하는데도 참 떨렸다.

(왜 이럴까내 말이 왜 이렇게 공손하게 나오는 걸까저들이 지금 내 땅을 빼앗으려고 하는데 나는 왜 자꾸 떨리기만 할까?)

사장이 말을 받는다.

선생선생의 마음은 잘 알겠소그럼 내 오늘 기분이 좋으니 일만원 한 장 더 드리기로 하지이건 계약금과 관계없는 것이오내 성의로 알고 받아 두시구려.”

선생은 갑자기 자신이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으면 씨에게 걸었던 계약금도 고스란히 떼일 판에 그 두배의 돈을 받다니.

처음의 그 분노같은 것은 점점 달아나고 있었다.

파란 돈뭉치가 눈 앞에 떨어진다.

선생은 어째야 좋을지 갈피를 잡을수 없었다.

어서 가고 싶었다어서 이 곳을 벗어나서 무언가를 다시 생각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았다.

선생은 정신없이 그곳을 빠져 나왔다.

어떻게 돈을 집어 들었으며 어떻게 인사를하고 어떻게 그곳을 떠나 왔는지 기억할수 없었다.

무엇에 얻어 맞은 듯이 머리 속이 멍멍할 뿐이다.

선생은 길가에 털썩 주저 앉아 버렸다.

후딱 주머니를 뒤져 본다돈뭉치가 잡힌다.

문득 아까 그 사장의 모습이 떠 오른다과장의 콧수염이 떠 오른다기생와이샤쓰요리접시가 떠 오른다또 그 땅의 그 정겨운 모습도 떠 오른다.

그리고 술상 앞에 조그맣게 움츠려 꿇듯이 앉아있는 자신의 모습도 떠 오른다.

정말 말할수 없이 초라한 모습이다.

불쌍하다... 미웠다그런 자신의 모습이 점점 미워지기 시작했다.

에잇 못난 놈!”

그리고 갑자기 울고 싶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자기자신은 그들과 아무런 관계도 없는 사람들이었는데그들이 지배할수 없는 곳에 자신은 살고 있다는 그런 꿈을 꿀수 있었는데....

그런데 그 일생의 꿈이 그들의 한 순간의 도락에 이토록 무참하게 깨질수 있다니...

그 꿈은... 그 꿈은...

선생은 무언가를 생각하고 무언가를 계획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무엇을그렇지땅을 생각하고... 그 땅에서 가꿀 화초들을 생각하고...그런데 나 같은 바보가고지식하기만하고 융통성은 없는 미련한 바보가 어떻게....어떻게....)

가만히 생각을 따라가다 보니 어쩌면 이제 땅같은 것은 문제가 아닌둣 하였다.

바보가 살아가야 할 방법이 문제가 아닐까하는 데까지 생각이 미치자 선생은 그만 견딜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하였다.

고개를 흔들면서 선생은 길가 어떤 술집의 문을 밀치고 들어갔다.

 

-인간이란건 말이지제 분수를 알아야 하는 법이야꽃이 무어야화초가 무어야-부잣집 도락이지.”

저녁무렵 선생이 집에 들어 섰을 때 자식들은 깜짝 놀랐다.

아버지웬일이세요생전 안하시는 술을 이렇게 드시고.”

딸이 급히 어깨를 부축한다.

놔랏세상은 말이야..... 세상은 말이야......”

선생은 뜻도 모를 말을 내 뱉으면서 안주머니에서 빳빳한 돈뭉치를 꺼내 바닥에다 휙 뿌렸다.

돈이다하늘이 말이다니 애비가 똑똑해졌다고이제야 철이 들었다고 돈을 주더라.”

선생의 목소리는 울음에 잠긴 듯 하다.

선생은 어리둥절 놀라고 있는 자식들을 뒤에 두고 좁은 뒷뜰로 나선다.

저물어 가는 노을에 선인장을 비롯한 화초들이 열병하는 병정들처럼 가지런히 늘어서 있다.

선생은 매일 가꾸어 주느라 손에 익은 선인장 화분을 하나 집어 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머리 높이 들었다가 늘어서 있는 화초들 쪽으로 힘껏 내어 던져 버린다.

와삭하고 화분들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는 마치 온 미래의 절규처럼 선생의 귀를 때렸다.

-!” 갑자기 흐느낌이 새어 나온다.

선생은 생각난 듯이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선생의 눈물어린 눈에 노을 진 하늘이 서서히그리고 검게 스러져 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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