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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8권 (26)

카지모도 2025. 2. 22. 0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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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저항과 투항

 

삼국유사 김부대왕편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태조(왕건)의 손자 경종 주는 정승공(경순왕)의 딸을 맞이하여 왕비로 삼았는데, 이가

헌승왕후이다. 이로 인하여 경순왕을, 태자보다 위에 가는 정승공에 봉해서 아버지와 맞

잡이라는 뜻의 상부로 삼았다. 그리고 그가 태평흥국(송나라 태종의 연호) 3년 무인(978

년)에 죽으니, 시호를 경순이라고 했다.

그리고 이어서 상부로 책봉하는 글에 이르기를

(경순왕은) 비록 자신이 (신라의) 임금으로서는 무능했지마는 (고려의) 신하로서는 도리

를 다하였다. 명령하노니 관광순화 위국공신 상주국 낙랑왕 정승 식읍 팔천호 김부는, 대

대로 계림 땅에 자리를 잡아, 벼슬은 왕의 지위를 가지게 되었고, 그 영특한 기상은 높이

뛰어났으며 문장과 학식은 땅을 진동시킬 만하였다. 그의 부는 춘추를 거듭하여 오랫동안

계속되었고, 귀는 능히 모토(봉토)였으며, 육도삼략은 가슴속 깊이 들어 있는데다, 전략이

탁월하고 군기가 철저하였다.

우리 태조는 처음에 이웃과 화목하게 지내는 우호를 닦으실 때, 일찍이 (신라의) 오랜

전통과 풍도를 알아서 진즉 그대(경순왕)를 사위로 삼아 주었으니, 안으로 그대의 큰 충

절에 보답하였다.

이제 집안이나 나라가 통일을 이루게 되고, 임금과 신하가 완전히 삼한으로 합쳤으니,

그대의 아름다운 이름은 널리 퍼지며, 그대의 올바른 도덕과 규범은 빛나고 높은지라.

그대에게 상부도성령의 호를 더해 주고 추충 신의 숭덕수절 공신의 호를 주니, 훈봉은

전과 같고, 식읍은 이전 것과 합하여 일만 호로 한다.

그리고 명하였다.

추충 신의 숭덕 수절 공신 상부도성령 상주국 낙랑군 왕 식읍 일만호 김부에게 고하노

니, 위와 같은 칙명을 받들고, 부신(신표)이 도착하는 대로 봉행할지어다.

이어 사론에는 이렇게 말했다.

신라의 박씨와 석씨는 모두 알에서 나왔고, 김씨는 하늘로부터 왕금 궤 속에 들어서 내

려왔다고 하거나, 혹은 황금으로 돈 수레를 타고 왔다고도 하는데 이것은 황당하여 믿을

수가 없다. 그러나 세간에서는 이렇게 전해 내려와 사실처럼 되었다.

이제 다만 신라의 건국을 살펴보면, 윗자리에 있는 이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검소했

고, 남을 위해서는 너그러웠다. 또 관제의 설정은 간략히 했고, 그 일을 실행하는 것은

간편하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