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모도 2016. 6. 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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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650  1998. 3. 1 (일)


英이, 친구 J민이 결혼한 신혼집에 친구 S경 이와 하루 묵기로 하였다고 차 끌고 김해가다.

英이의 친구들은 하나 둘씩 결혼하고.


俊이에게서는 소식 한통 없다.

이제 녀석은 느긋한 군대 생활인지라 부모 형제 따위는 생각하지 않아도 좋을 만큼 고참인 모양이다.


신앙.

도그마에 사로잡히지 않는 신앙.

여호와 할머니 찾아와 한참을 전도.


18652  1998. 3. 3 (화)


포토아트 뽑아 액자에 담아 이젤에 줄줄이 세워 놓는다.


LD찬 씨와 앞의 호프집에서 생맥주.

요즘 내가 치루지 않는, 술값이란 단어는 나와는 상관이 없는 개념이다.


18654  1998. 3. 5 (목)


"이론적으로,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셨고 내 죄를 사하셨다는 것을 알려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여러문의 마음이 죄에서 온전히 해방되어야 합니다. 그 믿음이 어떤 사람에게 옵니까? 내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 사람에게는 예수님이 내 죄를 위해 죽었다는 이론은 알아도 내 마음이 죄에서 해방되었다는 그 믿음은 오지 않습니다. 내 힘으로는 죄를 지울수 없다, 내가 고백하고 자복하고 무얼해도 안된다, 이제는 주님이 구원해 주시면 구원받고 그렇지 않으면 멸망받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마음 속에 비로소 성령은 임하시는 것입니다. 그러한 사람은 자존심이 없습니다. 나는 죽을 수밖에 없는 죄인입니다. 나를 구원하여 주옵소서,  그것밖에 없습니다.  이런 생각이 마음 속에서 일어나야 합니다. 이런 사람에게 주님은 찾아가십니다." -박옥수 '죄사함의 비밀'-


어제 저녁, J에게 가희 맡기고 돌아와 삼겹살 구워 먹는다.

참기름 찍어 소주와 함께 먹었는데.

안주로서 좋을 것 같아도 실제 지글거리는 고기와 함께 마시는 소주는 상당히 맛이 없다.

소박한 안주로 약간은 고픈 듯한 위장이 받아먹는 소주가 정말 맛이 있는 술....


18655  1998. 3. 6 (금)


즐거움과 행복은 같은 것인가, 다른 것인가?

TV의 논리와 논술의 예제로 나온 문제다.


이는 물론 다르다.

나는 지금 결코 행복하지는 않지만 즐거울수는 있다.

행복은 지속적이고 즐거움은 찰나적이다.

행복 속의 즐거움은 이미 즐거움이 아니고 행복으로의 승화이지만 찰나적인 쾌락 속에 내재되어 있는 것은 파멸과 절망이다.

행복은 추구의 대상이지만 즐거움은 도피로의 대상이다.

행복과 즐거움의 개념을 이런 점으로서 구별하면 참으로 쉽다.

도피하여 찾아가는 그것이 쾌락, 즐거움이다.

궁구하여 도달할 영원한 소망, 그것이 행복이다.

행복이 아득하여, 불행이 아득하여 도망 간 도피의 성이 바로 쾌락의 영역이다.


신앙도 이와 같지 않을까.

진정한 기독교인은 행복하다.

사이비 크리스찬은 현실도피적으로 신앙을 찾는다.

그것은 쾌락에 다름 아니다.


18656  1998. 3. 7 (토)


3월들어 좀 나아지려는가.

꾸준한 매출이 있어 기쁘다.

어제 도자기서껀 사진서껀 액자서껀 팔았다.


톰스톤(TOMBSTONE).

커트러셀이 와이어트 어프역.

존 포드의 낭만의 서부는 사라지고 없다.

마카로니 웨스턴보다 몇배나 더한 갱스터 화면.

와이어트 어프는 휴머니스트도 아니고, 정의로운 법의 수호자도 아니다.

복수심에 불타는 이기적인 총잡이일뿐.

발 킬머가 분한 닥 할라데이 역시 테크니션의 건화이터일뿐.

서부의 은유는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직설의 무식한 폭력만이 난무하는 영화.


저녁.

LD찬 씨.

옆의 호프집에서 생맥주.


18657  1998. 3. 8 (일)


나에게 크나 큰 욕심이 있을수 없다.

여태 오십여년 살아오면서 큰 야망이나 주제 넘은 욕심을 가져 본적이 내게 있었던가.

스스로를 직시하여 자신의 크기를 정확하게 인식하여, 현실에 뿌리를 내리는 테크닉은 엄청 부족하여 다분히 환상과 낭만의 어줍잖은 어리석음에 흐느적거리며 살아 왔을망정 큰 욕심은 가져 본 적이 없다.

소박한 관계의 사랑- 그것 하나면 족하였고, 안온한 나의 공간에서 가장으로서의 최소한의 지붕 역할을 할수있을 만한 경제라면 자족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런 소박함을 그냥 꿈꾸기는 커녕, 오십넘어 생뚱스런 피해의식에 전전긍긍하다니.

이 무슨 망발의 정신 양태인지.

저 깊은 무의식의 묵은 무엇이 이제야 발호하는 아이러니는 무엇인지.


하나님, 잠재우소서.

나이답게 철들어, 고요 속에 살아갈수 있도록 도와 주소서.

오직 저는 죄인이오니 어찌할수 없는 죄덩어리오니 이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지우소서.

도와 주소서. 나의 하나님.


18658  1998. 3. 9 (월)


일요일.

몇사람 들렀으나 매출은 없다.


-자기에게 다만 혐오를 느낄 따름인 자와 더불어 사는 것.

-성격의 시적 조화, 성격과 능력의 조화, 모든 능력을 증가시킬 것, 모든 능력을 보존할 것.

-왜 민주주의자들이 고양이를 싫어하는지 그것은 뻔한 일이다. 고양이는 아름다우니까, 호사와 말쑥함과 일락의 포상이니까 그렇지.

-보오들레르-


그래, 고양이는 정녕 귀족이다.

보오들레르의 단디는 바로 고양이다.

뉘라서 그걸 눈치채지 못할까.


중언부언 중언부언.

술 마시는 LD찬 씨.

끊임없이 반복하는 중얼거림.

눈을 감고 잠든척하여도 그의 요령부득의 중얼거림은 멈출줄 모른다.

그 중얼거림은 말하자면 그의 외로움일 터.

나는 그것이 외로움임을 눈치 챌수 있다.

이건 아무나 눈치챌수가 없는 것.

그래서 나는 참을성있게 머리는 닫은채 귀만을 열어두고 있는 것이다.


18659  1998. 3. 10 (화)


가희의 월요일.

적요.

윈도우 밖에는 남녀 학생들 곧잘 모여들어 손가락질하며 떠들기도 하는데 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미끼가 부실한 탓일까.


'자유시대'

20세기 초반의 뉴욕.

갱스타의 탄생과 소멸의 역정.

찰리 루치아노, 프랭키 마이어, 벅시 시걸, 알 카포네..

난사하는 기관총, 벌집되어 나뒹구는 몸뚱이들.

기실 잔인하고 비정하기 이를데 없는 장면들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로맨티시즘이 배어있는 스크린이다.


'잃어버린 세계'

스티븐 스필버그의 주라기공원의 후편.

전편에 비하여 공룡의 묘사는 더욱 실감나지만 드라마는 황당하다.

마이클 클라이튼의 원작과의 괴리도 심하고.


KI용 에게서 전화.

모이자고, 한달에 한번이든 두달에 한번이든.


바람불고 음산한 날씨.


18660  1998. 3. 11 (수)


동전 한잎 아쉬운 요즘 내 주머니.

쏘주 한병을 사는데 몇백원이 부족하여 한급 아래인 독한 것을 고른다.

비참하다기 보다, 서글픔이라기 보다, 그저 아득하여 몽롱한 꿈길을 걷는듯.

내가 궁극적으로 다다를 땅은 이곳보다 더욱 척박한 땅일러니...


한 집안의 자식으로서, 형제로서, 그 관계의 恨에 내가 절망함은 나로서는 합당하나 여기에 그들로서의 나에 대한 당위성은 과연 있는가.

뉘라서 나의 소외된 피흘리는 영혼의 역정을 들여다 볼수 있었으랴.


이루어 놓은 한 집안의 남편으로서, 아비로서, 내가 절망함은 나로서는 합당하나 여기에 그들로서의 나에 대한 당위성은 있는가.

괴임받지 못하는 지아비로서, 마누라 다스리기에 실패한 자의 귀결로서 합당하나 이 차거움은 그녀로서는 과연 당위성을 획득하고 있는겐가.


휘적휘적 나를 감싸고 있는 오리무중의 안개 속.

허우적 허우적 안개를 헤친다.

좀 더 나은 어떤 영토에 도달할수 있을겐지.

더욱 척박한 어떤 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런지.


나는 하나의 피동적인 벌레, 운명이 나를 결정할 뿐이로다.

성서도 하나님도 예수도, 갈급하게 구할지라도 지금의 나를 위무하지는 못한다.

육체도 정신도 마음에도 아무런 따숨이 없다.


아아, 실로 일상 속에 죽음이 스며있다.

가까운 관계의 사람의 눈빛, 말빛, 몸빛 속에.

이토록 우울하고 우울하여 나는... 어쩌려는가.


18661  1998. 3. 12 (목)


바람불고 음산한 날씨.


세창공예 맡긴 부적의 액자.

배접하다가 붉은 물감이 번져 버려 놓았다.

변상문제...


로버트 레드포드가 연출한 '퀴즈 쇼'

참 잘 만든 영화다. 그는 감독으로서도 재능이 있다.

지성을 타락시키는 유혹, 방송.


거의 매일처럼 들이키는 술.

아마 나의 신장은 아파 아파하고 비명을 지르고 있을 것이다.


18662  1998. 3. 13 (금)


부적액자 件, J가 찾아가서 액자 값 받지 않기로 하고 잘 해결한 모양.

여자는 이래서 필요한 모양이다.


저녁답, 해운대 IT피카소의 기술실장이라는 최모씨 찾아오다.

그가 바로 IT피카소의 배후에 있었던 기술자인데 가지고 온 출력물은 참으로 훌륭하다.

오랜 얘기나누고 그가 돌아가자 해운대 IT피카소 여사장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IT피카소 K사장과의 갈등으로 그와 손잡고는 더 이상 할수 없어 최모씨와 손잡았다.

자신은 자본을 대고 그는 기술을 제공하여 그래픽 사업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생각이라는.


내게도 어떤 도움이 될 것이다.


여하튼 KS태 라는 친구는 그와 접촉한 모든 사람들에게 경원을 받는 인품이다.


18663  1998. 3. 14 (토)


모처럼 아침의 태종대를 걷는다.

겨울나무의 숲, 사슴을 방목한다는 얘기가 있더니 어디선지 짐승우리의 비린내 비슷한 냄새도 떠돈다.

전망대 공사를 한다고 산허리는 벌건 속살을 드러내고 있고.


아침의 늦은 시각이어서 사람도 별로 없는 순환도로를 나는 그저 열심히 발을 놀린다.

사고에 젖은척 하는 산책이 아니라, 그저 아무 생각없이 열심히 발만 놀릴 뿐이다.


박광수 감독 '그 섬에 가고 싶다'

안성기, 문성근 출연.

변방의 외딴 섬.

6.25의 상처와 화해.

다소 상투적인 줄거리지만, 그 여인들의 恨에서 나는 눈물이 솟아난다.


이틀째 술은 마시지 아니하다.


18664  1998. 3. 15 (일)


요즘의 나.

의자에 길게 앉는다.

그리고 잔득 빌려 놓은 비디오 영화들에 눈을 판다.

굉장히 싼 값의 대여료를 받는 곳이 시장입구에 생겼기 때문에 1000원이면 옛날 영화를 다섯편이나 빌릴수가 있는 것이다.

이런 것이 왈 장사술이다.

주위 경쟁업소들은 버티다 버티다 필경 문을 닫게 마련.

자본의 여유가 있는 놈이 이기는 것이다.

이게 자본주의의 모체이다.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호파' 잭 니콜슨, 대니 드 비토.

미국 노동계의 실존 인물, 제임스 호퍼의 전기 영화.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다는 순수한 동기는 권력화되어 필경 오염된다.

로버트 케네디와의 대결, 그런데 둘은 모두 암살당하고 마는 역사적 사실.


헨리 밀러원작의  '북회귀선'

나는 D.H 로렌스를 이해할수 없듯이 헨리 밀러를 이해할 수가 없다.

그것은 내 지적 한계의 징표로서 내 지적 피상성을 드러내는 좋은 예이다.

단답 퀴즈문제의 답변식 지식 수준으로 과연 무엇 하나 문화의 핵심, 예술의 오의를 이해할수 있을손가.


俊이에게서 전화.

시계 소포를 부탁.

이제 녀석의 군대도 10개월여 남았을 뿐이다.


18665  1998. 3. 16 (월)


꽃샘추위, 제법 쌀쌀하다.


인적 끊긴 가희.

영화를 볼 뿐이다.


'JFK'

1962년 달라스에서 암살 당한 케네디 대통령.

진상을 밝히려는 검사 짐 개리슨.

그 배후에는 보수의 집단, 군부와 군수사업자와 극우분자들이 있었다.

올리버 스톤은 언제나 새로운 영화적 테크닉을 선보인다.


아, 나는 요즘 살고 있는가.

산다는 치열함이 과연 한줌이라도 있는가.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날마다 출렁거린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머얼리 노를 저어 나가서

헤밍웨이의 바다와 노인이 되어서

중얼거리려고.

살아 온 기적이 살아 갈 기적이 된다고.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고"

-김종삼 '어부'-


그래.

살아 온 기적이 살아 갈 기적이 된다....


18666  1998. 3. 17 (화)


서늘한 가희의 하루.


어머니께 전화드릴 마음을 지그시 눌러 참은채.


서럽고 눈부셔 부끄러운 역정만이, 그 살아옴의 부정적 장면만이 파노라마처럼 스처간다.

아, 하나님이여 이 몸은 곤고한 몸이올시다.


비정상적인 성장과정...

그리고 나는 도대체가 감수성이라는 부분이 너무나 병적으로 발달하였던 거다.


그리하여 전전긍긍... 둘러 싼 친척들.

그것은 배려였던가, 참혹함이었던가...

이제 오십넘어 못난 놈은 징그러워 징그러워 이제 또 어디로 도망가려 하는지.

노여움...

부도덕, 쾌락, 자기방기....


18667  1998. 3. 18 (수)


정녕 행복한 마음으로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봄'을 들을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고급한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련만.

그저 베토벤의 소나타 한 곡 정도만을 행복하게 들을수 있는 여유.

필부로서의 작은 소망...


또한 절대적인 신의 사람으로서 독실한 신앙의 경지에 이르려는 것이 아니다.

그저 가난한 영혼을 적셔줄 그 분의 자그마한 숨결을 원할 뿐.

작게 속삭여주는 그 이의 목소리..


봄이다.

나무들은 푸른 옷을 입기 시작하고 잠들었던 목숨들이 두런두런 깨어나 기지개를 켠다.

해원은 저토록 짙푸르게 술렁거리는.

봄.


18668  1998. 3. 19 (목)


일상에 몸담고 시대의 문화를 호흡하는 외부적 요건의 인간.

또한 기억의 흔적을 간직하고, 동물의 본성을 지녔으면서도 호모 사피엔스임으로 인한 상상력으로 말미암아 더욱 죄스러운 그런 인간.

그 인간, 그 상태의 인간이 신에게 접근한다는 것은 불가하며 또한 모순이다.

인간이라는 조건에서의 일탈없이, 자아의 한계로부터의 벗어남없이 어찌 하나님을 볼수 있단 말가.


바울이 다메섹 도상에서 본 환상의 예수는 그를 인간으로서의 조건으로부터 일탈케 하셨고 그의 자아로부터 벗어나게 하셨다.

바로 선택받은자에게 베풀어 주시는 기적의 은총이다.

후에 바울이 '오, 나는 곤고한 몸이로다 누가 이 사망의 늪에서 나를 건져 주랴'고 인간 조건의 한계를 절망하는 탄식의 신음을 뱉었을지라도 이미 그는 구원을 받았다.


내게는 그런 은총의 기적을 바라서는 안되는가.

선택받지 못한 자, 예정에서 벗어난 자일까. 나는.

'오, 나는 곤고한 몸이로다'하는 나의 탄식은 결국 하락의 골짜기에서 허우적거리다가 멸망하는 자의 탄식일까.

일탈, 나로부터 벗어남.

뒤집힘, 철저히 부숴짐.


18669  1998. 3. 20 (금)


바람불고 비 내리다.

멀리 바다에는 흰 포말이는 음습한 날씨.

홀로 지키는 가희.


영화 '벅시'

워렌 비티가 호연하는 벤자민 시걸.

몽상가, 낭만가인 갱스타.

그가 지금의 라스 베가스의 기초를 만들었다고 한다.

찰리 루치아노, 마이어 란스키, 프랭키 같은 기라성같은 갱의 이야기는 나의 흥미를 돋운다.

왕년의 엘리오트 굴드가 해리라는 단역으로 나왔고 아네트 배닝은 인형처럼 예쁘지만 창부적인 포즈로서는 모자르다.


18670  1998. 3. 21 (토)


俊에게서 전화.

아비와의 모처럼 통화에서도 녀석은 말을 아낀다.

아비에게 확 시원스레 털어놓는 법 없이.


꽃샘추위.

부산 특히 영도의 봄은 며칠 반짝 봄기운을 뽐내다가는 이내 흐리고 바람불어 한겨울의 쌈박한 추위보다 오히려 더욱 스산한 계절이다.


가희는 조용하다.

'미시시피 버닝'

알란 파커 감독.

1960년대 중반 미국 남부.

20세기 후반이라는 현대의 미국.

문명이 가장 발달하였다는 세께 최첨단의 국가.

그런 나라에 이토록 미개하고 잔혹한 불평등이 엄연한 사회적 컨센서스 하에 존재하고 있다니.

미국-어쩌면 가장 미개한 원시의 땅인지 모른다.


18672  1998. 3. 23 (월)


일요일.

행인도 한적한 싸늘한 날씨.

적막한 가희의 하루.


'매버릭'

미국식 유모어라지만 나는 하나도 우습지 않다.

멜 깁슨, 조디 포스터, 제임스 가너가 나오는 도박사 얘기.


'터미널 스피드'

찰리 쉰은 그렇다 치고, '테스'의 그 어여쁘고 슬펐던 나스타샤 킨스키까지도 버려 놓았구나.


18673  1998. 3. 24 (화)


'허영의 불꽃'

톰 행크스, 부루스 윌리스, 멜라니 그리피스, 모건 프리만...

뉴욕 브롱크스 할렘가, 흑인 강도를 피하려다 그중 한명에게 뇌사상태를 입힌다.

그는 이른바 전형적인 여피, 그를 옭아 넣기 위하여 출세 야욕의 지방검사, 조작 선동하는 흑인 목사, 신문기자, 이기적이고 쾌락적인 情婦, 체면중시자인 아내.

그는 파멸하고 그것을 센세이셔널한 사건으로 만든 신문기자는 출세한다.


18675  1998. 3. 26 (목)


가희 적요하다.

J, 내게 허리 신장약 지어주다.

俊 소식없다.


"사랑하는 이여

나는 그대의 영혼이 평안함 같이

그대에게 모든 일이 잘되고

그대가 건강하기를 빕니다."

-요한3서-


18676  1998. 3. 27 (금)


부슬부슬 봄비.

가희 모처럼 주문 받다.

해양대학의 여학생 둘 찾아와 카니발 초청장 주문.

사진들을 넣고 멋지게 만들어야지...


PI서 씨에게서 전화.

그도 놀고 있고 LG섭 도 놀고 있다.

서정엽과 통화하니까, 대선조선도 조를 짜서 교대로 무급휴가 중.


18677  1998. 3. 28 (토)


이 수상스럽고 어지러운 시대.

경제가 모든걸 좌지우지하는 세상.

그런데 그 경제가 곤두박질하고 있다는 이 시대.


어찌하든 경제를 터득하고, 경제적인 두뇌를 짜고, 경제적인 행위를 영위하여야 할 생활이라는 것.

이것이 내게 이토록 요원하여도 좋단 말가.

가희, 여기서 망연히 앉아있어도 좋단 말가.

어지럽고 어지럽다.

살이가 스산스러워...

나의 넋까지도 이토록 스산하다.


18678  1998. 3. 29 (일)


토요일.

화사한 봄날이다.


S곤 오기로 하여 기다리고 있자니 가희의 문을 밀고 형이 들어선다.

형도 회사를 결국 그만두다.


동삼교회 옆 보신탕 집 마주 앉다.

초량에서 주니어 옷가게를 형수가 인수하여 4월말 쯤 개업한다는.

나의 힘든 상황을 형에게 호소하여 자그마한 도움을 요청하였으나 묵묵부답인 형.


아, 봄이 오듯이.

그렇게 나의 마음자락의 관계에도 다사로움이 있었으면.


18679  1998. 3. 30 (월)


일요일.

가희.

LW규 씨 찾아와 한담.

S곤 과 H근 찾아오다.

산에 간다고 도시락까지 싸들고.

바둑을 두고 세명은 가희 뒤편에서 소주를 마신다.


형, 어머니. 침대를 싣고 갔다고.


18680  1998. 3. 31 (화)


田川建三 '예수라는 사나이' 꺼내 읽다.

역사적인 인물로서 체제의 모순에 저항한 반항인으로서 파악한 예수.

마가복음의 아무리 과학적인 근거에 의한 것이라도 그것은 잘못된 예수다.


분석이나 논리나 과학이 아니라, 심령이 파악하는 예수야 말로 진정한 예수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