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지모도 2016. 6. 26. 23:15
728x90




19199  1999. 9. 1 (수)


공무원 명퇴한다는 사나이, 조방앞 만난다.

경매물건을 찾고있다.

피곤한 대면.

퇴직금을 털어 투자하는 것이니 사못 꼼꼼한바는 이해못할바 아니지만.


S곤이 서면서 만나 빈대떡집에서 2병의 소주 마신다.

S곤의 충고 왈, "설득하려 하지 마라. 리드해라, 그래야 계약이 된다. 설득 당하여 계약하는 것이 아니라, 확신에 차서 따라 오도록 해야 한다."

좋은 충고다.


19201  1999. 9. 3 (금)


S곤이의 말대로 모든 초점을 계약에 맞추어야 할듯.

만나서 대화하고 설득하고 그가 완전히 이해한 다음 본격적인 계약에 이르게 하려는 나의 방법은 틀렸을 수가 있다.

설득의 과정중에 스스로 확신을 잃어버리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과대포장 하더라도 일단 제시하는 사항에 대하여는 최상의 것이라는 느낌을 받을수 있게 하여야 하고 그러기 위하여는 스스로를 속이는 한이 있더라도 내가 우선 그 것에 반한 척 하여야 한다.


그러나. 거짓으로 스스로를 오도 하여서는 아니된다.

설득은 하려하지 말라.

그러나 공감을 이끌어 내어라.

커무니케이션은 설득이 아니라 공감이다.

동의대학 그래픽과정의 마케팅론에서도 배운바 있다.


19205  1999. 9. 7 (화)


때 지난 더위가 안간힘을 쓰고 있다.

제법 볕살은 따갑지만 하늘은 높고 푸르다.

추석 무렵이라 그런가, 거리도 사무실도 어딘가 쓸쓸한 분위기.


고객이 구체적으로 계약의사를 밝힌 대연맨션 건.

돌연 사건번호 자체가 없어져 버렸다.

채권자가 취하한 모양.

경매물건은 늘 가변성을 갖고 있는 것.


19206  1999. 9. 8 (수)


잦은 비.

오전에는 궂게도 내리더니 오후 들자 푸른 하늘이 펼처진다.


오후 3시쯤 사무실 나서 영도도서관으로.

부동산관련 책 3권 대출.

국제세장 코오롱 크린스 3통.


19208  1999. 9. 10 (금)


JS부 씨 차를 타고 동부지원.

서류를 열람하고 다시 장전동 경남한신 아파트.

채무자인 소유자는 살림을 고스란히 남겨두고 잠적하였다.

동산의 처분 방법에 대하여는 내게 지식이 없다.

JS부씨는 나보다 더욱.


부동산은 살이의 하나의 메타포.


LW규 에게서 전화.

P갑 J엽 등과 동삼동 고깃집에서 만난다.

P갑이- 아내, H용이 엄마가 암이다.

난소암이 전이되어 임파선으로 번져 지금 서울 원자력병원 입원.


P갑이 오죽 하겠는가.

아내의 수발에 여념없는 지아비는 그러나 늠름하다.

'형님 부탁 하나 합시다'는 P갑.

큰 아들 H용이에게 메일을 보내어 용기를 잃지 말고 학업에 열중하라는 글을 한통 보내달라는.


아, P갑이를 어떻게 위로할수 있으랴.

암이란 그 마물이 어디 사람을 살도록 내버려 두는 놈인가.

가엾은 H용이 엄마.


19210  1999. 9. 12 (일)


그제의 폭우로 사무실에서 가차운 황령산 램프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

그러나 어제는 너무나 화창한 날씨.

더위도 만만찮고.


KI영씨나 JS부씨등의 경제적 여유는 형편이 좋은 듯 하다.

중형차를 몰고 다니며 용돈의 씀씀이도 솔찮구나.

나 들어오고나서 수입을 올리는 것은 보지 못하였는데.


명절이 닥아온다.

그 날, 아린 그날이 다가오는 것이다.


19211  1999. 9. 13 (월)


대단한 늦더위.

집안에서 종일 개기는 일요일.

안에서도 밖의 열기가 느껴진다.

열렬한 교회인이 된 J는 요즘 나를 보고 교회 가자는 소리도 아니한다.


소주마시며 죽이는 오후.

오전중에는 메모를 해가며 도서관에서 빌린 경매 책을 공부하였다.


늦은 오후가 되자 나는 이미 꼭지가 얼근하도록 술이 올라있다.

피어스 브로스넌과 우피 골드버그가 나오는 그 영화의 내용도 기억할 수가 없을 정도.


요즘 내게 감성이라는게 있었던지.

한구절이 자꾸 맴돈다.

"네 뜨락 빈 그늘에 내가 있노라."


19213  1999. 9. 15 (수)


H사장, 젊은 사람답게 저돌적인 면이 있다.

밀어 부치는 스타일.

반면 신중함이 모자른듯, 깊은 숙고와 연구가 부족한 측면이 있다.


사채나 재2금융권에는 정통한 듯 한데 부동산금융쪽에는 그 실력이 다소 어수룩하다.

대학원에서 부동산을 공부하는 서생 분위기도 어딘가 있고.


REITS- 부동산무추얼펀드를 취급한다고 전단지에 인쇄하여 광고하는 H사장.

그러나 그가 알고있는 REITS의 지식은 어딘가 잘못되어 있는 것이다.

아직 국회도 통과하지 않은 부동산무추얼펀드의 개념을 한사장은 그냥 밀어붙이고는 있으나.

어떤 수익모델을 갖고있는 것도 아니면서.


나 역시 부동산은 이제 금융을 모르고서는 안되겠다는 강한 느낌을 얻는다.


경성대학교 경매 5기 동기생 첫모임.

나는 이것저것 부담스러워 참석 않는다.


19214  1999. 9. 16 (목)


P갑 아내 H용 엄마, 원자력병원에서 방사선치료로 머리카락은 다 빠져버리고.

백혈구가 모자라...

그러나 전화 속의 P갑이 목소리는 꿋꿋하다.

그것이 고맙다.


H사장, 서울 출장.

어느 나이 많은 돈쟁이와의 통화에서 그는 제법 노숙한데 그런 노숙한 언어들이 이 바닥에서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19215  1999. 9. 17 (금)


어째서 CLOSING에는 이르지 못하는 걸까.

테크닉 부족에도 원인이 있겠으나 문제의 핵심은 나 자신 경매에 관한 지식의 깊이에 자신이 없는 까닭일 것이다.

스스로 확신없는 것을 어찌 남에게 자신있게 권하여 전적인 신뢰를 획득할수 있겠는가.

나 자신이 우선 경매의 지식을 천착하여 그 메리트에 푹 빠져야 하리라.


깊은 지식과 캐리어.

사무실에 있는 두권의 책을 공부코자 가방에 넣어 다닌다.

'보증채무 회수' '토지 건물 분쟁의 법률'


저녁, M성에게서 배 한상자 택배로 오다.

이런 선물은 부담이라기 보다는 우선 얼마나 마음이 편편치 못한 것임을 모르고..


19218  1999. 9. 20 (월)


일요일, 종일 집.

나의 일요일은 그저 일요일일 뿐.

어떤 시도도 없다.


옥영재에게서 선물 택배.

동창녀석들에게 이런 식으로 헤아림을 받고 있다는 것.

좋은 기분이 아닌데..


19219  1999. 9. 21 (화)


JS부씨 그만두다.

기장 쪽에다 사무실을 개설할 모양.


H사장 은밀하게 나를 만자자고하여 근처의 다방에서 만난다.

회사의 쇄신책을 의논한다.


조그만 사무실에서 무슨 구조조정이고 무슨 경영혁신이냐...

동기를 부여하여 매출을 높이는데 신경을 쓰시라는 나의 충고.


둘이 어울려 마신다.

아무래도 젊어 노회하지 못한 어떤 점을 나는 인생선배로써 충고를 하는데 의외로 자기고집이 강한 H사장이다.


19221  1999. 9. 23 (목)


대만에 지진.

태풍은 북상하고 대목 전의 부산함은 다만 내 집 밖의 이야기들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J는 J대로 나가버린 어둑신한 마루에 앉아 눈알 아프도록 비디오만 본다.

이광모감독의 '아름다운 시절'

소문난 떡은 소문만큼 맛이 있어야 하나.

답답할이만큼 고정된 카메라가 잡은 롱테이크의 그림은 그런대로 좋고, 에피소드도 잔잔하게 흐른다.

그런데 그것에게서 작위적 어떤 틈새를 엿보아 버리는 나의 박쥐 눈.

너무 좋은 영화지만 형편없는 녹음 때문에 다 망쳐 버렸다.


벼룩신문 광고로 몇건의 전화.

그 중에는 정보를 탐색하려는 타업체의 목소리가 있음을 느낀다.


19223  1999. 9. 25 (토)


한가위.

태풍은 비껴가고 오후들자 날이 개이다.

형네, 군대간 哲이는 빠지고.

가야숙모네.

법주에 얼근히 취한다.


사직동.

학처럼 여윈 장인.

큰 처남은 갑상선을 앓아 그도 역시 비쩍 말라 버렸구나.

맥주에 취하고.

처고종사촌과 하릴없는 음악얘기들.


어둑신해진후, 英의 차에 흔들려 돌아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