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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9권 (11)

카지모도 2025. 4. 16. 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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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어둠의 마지막 문

 

낙의 극. 극락. 극락국토, 극락계.

번민의 껍질을 다 벗어 버린 즐거움만 그윽 미묘하여 더없이 안락한 곳,

북과의 정토, 불도를 깊이 수행하여 깨친 보살들이 살고 있는 나라.

부처에 버금가는 성인, 보리살타들의 청정 정토인 '일체락장엄국'에서는 밥

먹을 때가 되면, 일곱 가지 보배인 금, 은, 유리, 파리(수정), 마노(옥돌)와

인도양 깊은 바닷속에 사는 큰 조개 굴의 일종으로, 커다란 것은 물경 오

백근이나 나가는 데 오색 광채 진주빛 나는 조가비를 곱게 갈아 다듬어 칠

보의 하나로 만든 거거와, 산호로 빚은 바리때 묘발이 각기 보살들 앞앞에

놓인다. 그 밥그릇에는 향내 좋은 밥이 가득 차서, 누구나 제 양껏 먹고 싶

은대로 먹지마는 인에 다함이 없고, 과 또한 다함이 없어, 오직 네 가지

이로움만 있으니.

"그 첫째는, 이 밥이 먹는 자의 뜻에 저절로 맞아서 굶주림과 목마름이 홀

연 해소되는 것이오. 둘째는, 몸이 바라는 바 원하는 것과 잘 조화되어 아

무 거스름이 없는 것이오. 셋째는, 먹은 뒤에 바로 모두 소화 흡수되어 남

은 찌꺼기가 없는 것이며, 넷째는, 맛에 집착을 내지 않아서 도의 뜻이 증

장되는 것이다."

라고 '무아의 소'에는 씌어 있다.

그리하여 이 밥을 먹는 사람의 털구멍에서는 다 미묘한 향내가 일어, 그들

은 마치 불보살 정토인 중향국의 여러 신비로운 나무들과 같았다고 한다.

여기 함께 앉아 식사를 끝낸 유마힐 거사가 향내의 나라 중향국에서 온 보

살들과 문답을 나누면서 물었다.

"중향국의 향적 여래는 어떠한 설법을 하십니까?"

이에 그들은 대답하였다.

"향적 부처님은 문자나 언설로 설법을 하지 않고, 다만 향내로써 법문을

삼기에, 사람들은 이 향내를 맡고 율행에 들어가며, 보살들은 덕장삼매를

얻습니다."

"덕장삼매란 무엇이오?"

"향내를 맡으면 곧 마음이 한 곳으로 모여 머물며 고요히 흐트러지지 않으

니 정에 이르고, 향내를 통하여 사리를 환하게 밝히는 분별의 혜를 얻습니

다. 이 정과 혜의 삼매는 원과 중, 즉 큰 정이어서 일체의 법을 충만토록

갖추고 있지요. 그러니 보살의 온갖 공덕이 두루 갖추어져 족하지 않음이

있겠습니까?"

"하오면 중향국의 향은 계, 정, 혜 삼학을 갖추었다 하겠군요."

삼학이란 불교의 진리를 배워 도를 깨치려는 이가 반드시 닦아야 할 세 가

지 정진 공부, 즉 계학, 정학, 혜학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을 말이 아니라 오로지 향으로 하나니, 칠보 발우에 향밥을 먹

고, 먹은 밥은 향이 되며, 향 먹은 이는 곧 온몸에 향내를 이루러, 그 향기

로 담소하고, 향기로 설법하며, 향기로 깨치는 중향국.

걸음도 그림자도 향기인 곳.

아아, 아름다워라.

이번에는 중향국에서 온 보살들이 유마힐에게 물었다.

"사바세계의 교주인 석가모니 부처님은 어떠한 설법을 하십니까?"

유마힐은 대답하였다.

"사바의 중생들은 참으로 굳세고 강하여 교화하기 어렵습니다. 그러기에

향내만으로는 물론 안되고 오직 부처님의 굳세고 강한 말씀으로써 그들의

몸과 마음을 고르게 하여 온갖 악행을 제어하며, 원수와 악마를 굴복시키

고 교화합니다."

중향국에서 온 보살들은 놀라서 물었다.

"그러한 힘이 되는 말씀이라는 것은 과연 어떤 것이오?"

"부처님 설법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습니다."

첫째는, 선행과 낙과를 이르는 부드럽고 착한 말씀이 있고

둘째는, 악행과 고과를 이르는 굳세고 강한 말씀이 있고

셋째는, 선을 찬양하고 악을 꾸짖는 종합의 말씀이 있지요.

"그렇다면 그 말씀은 어둡고 밝은 곳, 착하고 악한 곳, 온 세상의 삼라만상

어디나 누구에게나 다 가서 닿습니까?"

"아니올시다."

"향내로는 안되어 굳이 말씀을 쓸진대, 향내보다 세고 강한 말씀마저도 가

닿지 못하는 곳이 있다면, 그 난처의 우인들은 가련하여 어찌하리잇까. 과

연 그토록 참혹한 곳은 어디이며, 그처럼 가여운 이들은 누구란 말입니까?"

"부처를 보지 못하고 불법을 들을 수 없는 여덟 가지 어려운 처소는, 지옥,

축생, 아귀의 삼악처와 북구로주. 장수천의 이복처와, 비록 인간으로 태어

났다 할지라도 세상 살아 나가는 지혜를 얻지 못한 사람들로, 눈 못 보고

귀 못 듣고 말 못하는 맹농아. 그리고 부처님 나시기 전 세상과 부처님 가

신 후의 세상인 불전불후, 삼처를 일컬으니, 이를 합하여 팔난이라 합니다."

"불쌍하여라."

중향국의 향기로운 보살들은 한숨 지었다.

유마힐 거사는 이어서 말했다.

사바세계 중생들에게는 몸과 입과 뜻의 세 가지 업으로 짓는 열 가지 죄악

이 있으니.

몸으로 짓는 것은 산 목숨을 죽이는 살생과 남의 물건을 몰래 훔치는 도둑

질, 그리고 남녀간에 색정 음욕을 걷잡지 못하는 사음의 죄, 곧 신업이오.

입으로 짓는 것은 거짓말과 진실이 없는 허식의 말, 그리고 두 사람 사이

에서 이간질하여 몹쓸 싸움을 붙이는 두 혓바닥, 또한 남한테 가슴찍는 악

한 말 마구 뱉는 악설 악담의 죄가 있어, 구업이오.

중생의 참된 성품을 미혹하여 더럽히는 다섯 가지, 색, 성, 향, 미, 촉의 오

욕과 오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며, 더욱더 그칠 줄 모르고 이것들을 탐내어

진흙 같은 세속의 색이나 재물에 집착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온갖 탐욕.

자기 뜻에 어긋나면 분노를 터뜨리고 노여워 성내며 이를 가는 진에, 생사

는 물론이고 앞 뒤 분별 전혀 없는, 어리석고 못나 캄캄한 무지렁이, 우치.

이 탐, 지, 치 삼구가 사람의 마음을 켜켜이 겹겹이 감고 싸서 떨어지지 않

고 눌어붙어 더럽히면서 결국은 죄악의 아가리로 거꾸러지도록 하는, 세

가지 커다란 번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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