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길은 슬그머니 일어났다. 그는 혜정교에서 한구역 내려가 북으로 광화문까지 이어 있는 육조 앞길로 올라갔다. 안국방에서 내려온 길과 삼청동서 뻗은 세 갈래 골목과 사직단으로 나가는 길이 복잡하게 얽힌 쑥다리 앞에 와서 중길은 맞춤한 장소를 골라냈다. 벼슬아치들은 물론이요 한양의 일반 상놈들의 내왕이 잦은 곳이었고, 관청에서는 떨어지고 저자에는 가까워 유리한 곳이었다. 중길은 퇴로를 살피려고 쑥다리에서 안국방으로 빠져나가다 철물교로 하여 좌포청이 있는 정선방 파자교를 피하느라고 청계천 쪽으로 올라가 이교를 건너 연화방 호동에 이르는 길을 골라잡았다. 계속하여 관청 부근과 대로를 피한 셈이었다. 중길이 저녁밥을 먹고 나니 혜정교 잡전에서 옹기짐을 지고 돌아온 총각은 계원들이 연락을 받고 돌아갔음을 알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