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를 내려 하는데 형방의 댁이 어딘가 가르쳐주오." 관노는 아직 졸음이 덜 깼는지 푸석푸석한 눈두덩을 열고 석씨의 아래위를 훑어보았다. "아직 삼현육각도 없거늘 때 아니게 무슨 원서란 말이우?" "나중에 문책받지 말구 어서 알려주오. 살변이오." 석씨의 살변이란 말에 그는 화들짝 놀랐다. "그런 변이면 길청에 오지 말구 대번에 삼문 앞으로 가서 발고하시우." "사또께 직소할 것이나, 아녀자로서 글을 아지 못하여 개청 전에 형방을 만나 원서를 써서 내려는 거예요." 석씨의 말이 그럴 듯하다 여겼는지 그가 이리저리하며 형방 집을 상세히 가르쳐주었다. 석씨는 한달음에 내달아 성내에 있는 형방의 집을 찾아갔다. 마침 그는 방금 일어나 마당에서 양치질을 하던 참이었다. 석씨가 하인을 부를 것도 없이 그대로 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