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내는 자기를 믿어주는 것만 반가운지 산 위로 올랐다. 김기가 말득이에게 당부를 하였다. "자네는 여기서 형편을 보았다가 관군이 모두 돌아간 뒤에 조동지네 집으로 들어가 식객을 자청하게. 아마 다른 마음은 품지 못할 테니까." "젠장 나는 매일 파장이나 보구 다니라는 게로군." 투덜대는 말득이만 남겨두고 그들은 뒷산을 넘어갔다. 산을 한참이나 올라서 동현령으로 들어가니 깊은 골짜기에 찬바람이 일어나고 물이 마르지 않은 제법 큰 사내가 나왔다. 그 위에 빈터가 있었는데 다 허물어진 집 한 채가 보였다. 앞서 가던 사내가 말하였다. "바로 여기입니다. 극락사라는 절이 있던 곳입니다. 예전에 주지를 역모에 몰아 죽이고 장정들을 동원하여 불을 질러버렸지요. 그 뒤로 워낙 사연이 있는 절터라 아무도 올라오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