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것들 (2012. 2. 12) 어린 것들 키우는 이들에게. 어린 것들. 그 여린 생물(生物)들의 이름을 발음해 보게. 병아리..강아지..망아지..송아지..송사리..새순..아가.. 목소리 어디에 긴장을 싣게 되던가. 입술과 혀의 순(順)한 움직임만으로 마냥 애잔하고 부드러운 느낌이지 않은가. 품에 안아보게. 가슴 가득 담겨.. 痕迹/글 2016.06.20
장인 가시다 (2011. 10. 5) 급히 택시에서 내려 요양병원에 들어선다. 장인어른. 이서방 보고싶다 하셨다는데 이미 의식이 없다. 가끔 쉬익쉬익 들이 쉬는 숨소리만 가쁠뿐. 그마저 시나브로 옅어지고 있었다. 아, 가시려는 것이다. 삼십여분쯤 지났을까. 어느 순간. 내 두 팔에 감싸인채 장인의 숨결은 자취가 없어.. 痕迹/글 2016.06.17
우리가 물이 되어 (2014. 2. 9) 우리가 물이 되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 痕迹/글 2016.06.16
팔불출 할비 (2012. 10. 31) 아들녀석, 질투가 났을까. 비니미니를 몹시 사랑하는 즤 엄마에게 물었다. “나 아기 적에도 그렇게 사랑해 주었어?” 아내가 대답하였다. “자식하고는 다르지, 손주란 그냥 사랑만 해 주면 되거든.” 할미의 손주사랑과 어미의 자식사랑은 다른 모양이다. 아기사랑만으로 그냥 행복.. 痕迹/글 201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