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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 8권 (58)

카지모도 2025. 4. 3.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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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가자 따라가자, 나비 따라 날아가자, 전에 한번 본 듯하면 전생 일이 분명탄데, 저

나비는 누구이며 이 꽃들은 누구인가.

꽃을 꺾어 손에 들고 꽃노래를 지어 볼까.

하늘에는 하늘지기 강가에는 수련화, 길가에는 노변화요, 내 마음엔 심화꽃. 이 등에도

꽃천지요, 저 등에도 꽃천지라. 예쁜 입에 꽃을 물고 꽃노래가 절로 난다.

만첩 산중 두견화는 이 산 저 산 님 부르고, 이 골 저 골 도화꽃은 도원결의 재촉하네.

서러울사 할미꽃은 미리 피어 잦아지고, 소복단장 찔레꽃은 누구 몽상 입었는지. 명사십

리 해당화야 붉은 빛이 애절하다.

대실댁아 새터댁아 너의 꽃은 무엇인가.

연분홍빛 살구꽃은 강실액씨 꽃이고요, 달고 연한 참배 열릴 청초여염 이화꽃은 그 누

구의 꽃이런가. 서리 시린 오상고절 홀로 피는 국화꽃은 절개 있다 대실댁 우리 종부 꽃

이로다. 자운영은 지고 없네, 새터댁은 부용꽃.

꼿꼿하다 개화꽃은 열녀과부 꽃인데요, 알긋발긋 모과꽃은 샌둥액씨 꽃이고요, 포리족

족 가지꽃은 새암 많은 애기씨꽃, 쪼박쪼박 싸리꽃은 심술액씨 꽃이네요. 풍신스런 패랭

이꽃 울기 잘한 애기씨꽃, 달랑거린 배추꽃은 촐랑액씨 꽃이래요.

꽃을 보고 사람 보면 어찌 그리 닮았는지. 조화옹이 신기하다.

너도 나도 한 마디씩 꽃 보면서 흉도 보고.

귀품 있고 너그러워 휘황하온 목련꽃은 뉘 꽃이라 하려는가, 종부댁의 꽃이로다. 크고

넓은 천지화는 대장부의 꽃일러라. 비단 같은 난초꽃은 살림 잘 산 동서꽃, 빛깔 좋은 진

달래는 아이 동서 꽃이지야. 남원읍의 옥중화는 성춘향의 꽃 아닌가. 이몽룡의 장원 급제

꿈에 그린 어사화라.

이 꽃 저 꽃 화답하여 태평화가 내 꽃이네.

우리 여러 동류들아, 태평으로 화전하세.

화전놀이 하려거든 꽃을 많이 따서 오소.

분홍치마 벌려 들고 꽃을 따는 저 선녀야, 이 산에도 꽃을 따고 저 산에도 꽃을 따니,

꽃놀이도 좋건마는 꽃 따기가 아깝도다.

우리 액씨 거동 보소, 꽃 따다가 정신 잃고 낭군 생각 하느라고 산천만을 바라보네. 서

울 가신 그 님일랑 명년 삼월 오실란가.

다른 시누 거동 보소, 꽃은 따지 아니하고 한자리에 모여 앉아 황서방님 낭군 자랑 하

느라고, 우리 가도 모르고서 희희낙락 만면홍소.

얽은 액씨 거동 보소, 꽃 따면서 하는 말이 나도 어서 성인하야 낭군님이 생기시라. 꽃

잡은 손 모으더니 합장 기도 시늉한다.

며느님네 들어 보니 헛웃음이 절로 나제.

낭군 자랑 너무 마오, 우리들도 낭군 있소.

얼금숨숨 김서방댁, 자랑할 일 또 하나 있소.

우리 낭군 한량 낭군, 활을 잘 쏴 한량인가 돈을 잘 써 한량인가, 놀음 그리 잘하야서

서로 불러 한량인가. 어떤 양반 볼작시면 글공부를 많이 하고 좋은 말에 안장하여 과거

보러 가건마는, 운수가 비색하여 과거를 못 본다고(나라가 망했다고) 자기조차 따라 망해

기생첩에 한량일세.

어떤 양반 팔짜 좋아 남이 못한 급제하고, 금관조복 좋은 옷에 옥관자와 금관자를 망건

편자 달아 쓰고, 나주 갈까 경주 갈까 암행어사 출도할까. 이런 세상 살았으면 죽어서도

여한 없지.

다른 액씨 한탄한다.

우리 낭군 가난하야 괭이 들고 땅을 파며 무명옷을 지어 입고 짚신을랑 신었지만, 유식

개명 많이 했고 글로 보면 대학이요, 일을 하니 농부로다, 돈 없으니 허사로다. 성씨 가

문 있다마는 그 누구나 알아주리.

저 시누님 고개 들어 절레절레 흔들고는, 세상이 수선스러 망둥이가 날뛴단다. 어떤 남

자 볼작시면 속 개명은 아니하고 겉 개명만 들었더래. 아무것도 모르면서 사지 양복 쪽

빼입고, 소가죽 구두에다 금시계줄 늘이고서 밝은 눈에 안경 쓰고 저 잘난 체하건마는,

일자무식 저 양반아, 놀랍고도 괴상하나, 알고 보면 욕이로다.

아소 아소 우리 동류, 십 리 평야 앞에 놓고 녹죽장송 그늘 속에 경치도 좋거니와 흥취

도 만장한데, 남의 말은 그만두고 꽃들이나 따러 가세, 화전꽃을 따러 가세.

화전놀이 꽃싸움에 누가 지나 내기 하세. 이기며는 떡 한 도래 지고 나면 절 하기라.

동부 서부 두 패 모음 웃음 속에 내기로다. 꽃 속 싸움 놀음터에 호기 있게 다가앉아, 화

심 뽑아 고이 걸어 묘리 잇게 당겨 보세.

이기는 쪽 춤을 추고 지는 쪽이 노래하며, 산간벽촌 꽃마을의 앞뒷산도 기뻐하고, 벼슬

봉 및 송림 사이 두루미도 춤을 추리.

어화 춘풍 좋을씨고, 오늘 우리 화전이라.

동부편에 수월 숙주 다섯 명을 이겼도다. 박수 갈채 환호 속에 둔덕 형주 맞붙더니, 에

헤 좋다 장쾌로다 서부 쪽의 서광이요. 사람마다 지고 이겨 승패 가름 어려웨라. 어느 편

이 개선할지 누가 미리 짐작할꼬.

한참 동안 백병전에 동부편의 승리로다. 박장대소 승전곡에 앞뒷골이 진동할세, 어화

우리 좋을씨고 이긴 편이 춤을 덩실.

패한 편은 앉은 채로 목을 뽑아 노래하네. 풍정 있는 지당댁은 새댁 중에 호걸이요. 율

잘하는 원촌 부녀 노봉딸네 대표로다.

어화 춘풍 좋을씨고, 오늘 우리 화전이라.

밤낮으로 짜던 베틀 오늘이라 나랑 쉬고, 달밤에도 돌던 물레 오늘 낮에 잠을 자네. 쇠

털같이 많은 날에 한가한 날 없었으니. 오늘 하루 잠시 쉰들 나무랄 이 그 누구랴.

백설 같은 분가루를 말말이 내어 놓고, 조청 같은 참기름을 병병이 부어 내어, 전후 산

의 두견화를 아름마다 따 담아서, 시비 시켜 굽는구나. 노치 꽃떡 부치누나.

우리네 배운 솜씨, 꽃 따서 적은 구워 손수 한번 놀아 보세. 멥쌀 한 섬 찹쌀 한 섬 순

식간에 안칠 적에, 팥소 넣고 대추실백 꽃술 박아 꽃잎 얹고 모양 낸 후 열두 아궁 솥을

걸고 기름 닷 되 꿀 닷 되에 지글벅적 구워 내니, 향내도 나려니와 풍미가 절가하다.

이러한 좋은 음식 나만 어미 억을 건가. 상춘가절 당하여서 사향지회 간절하다. 나의

고향 사리반땅 저 하늘 아래건만, 눈에 익은 풍광 둔 채 꼬불꼬불 가마 타고 저 산길을

넘어왔네. 흐르는 물 거슬러서 다시 가지 못하듯이, 한번 온 길 되짚어서 옛날로는 못가

리라. 부모님도 내 맘 같아 사리반의 우리 부모 어린 아해 데리고서 오죽이나 심심할까.

꿈인들 오죽하며 심정인들 온전하리. 가여운 여자 인생 고향 산천 뒤로 하고, 험한 객지

먼먼 곳에 무엇 하러 여기 와서 층층시하 독수공방 외로이 사려는고.

아서라, 여자 행실 이것이 분명하다. 누구를 탓하리요.

어화지야 반갑고야, 화전 목판 들어오네.

노골노골 차노치떡 살짝 익은 꽃냄새라. 노릿노릿 익은 화전 골라 내어 따로 담아, 장

유유서 잊지 말고 고루고루 노나 주소. 실컷 먹고 남은 떡은 이긴 편에 상을 주게, 소두

뱅이(솥뚜껑) 맡은 사람 너무 세도 하지 마소.

어화 춘풍 좋은 씨고, 오늘 우리 화전이라.

시집갔다 근친 온 딸 허기병을 고쳐가고, 시집살이 하는 새댁 껄덕껄덕 체할세라. 중늙

은이 부녀들은 상기 아니 못 먹었네.

삼계석문 냇물 앞에 일자로 늘어앉아 종일토록 구운 떡을 두루두루 노눌 적에, 산채를

곁들이어 술안주가 나오누나, 꽃 꺾어 산 놓고 우리 한 잔 먹세그려.

옛사람 풍류를 미칠까, 못 미칠까.

홍조는 면면하고 취정이 도도하여, 봄빛이 물든 골을 좌우로 둘러 보니 처처이 기봉이

요, 앉고 선 것 기암바위, 춘색도 좋을씨고 심회를 둘 데 없다. 날리는 꽃 분분설인데 가

지 우에 우는 새야 이내 심사 모르리라. 꽃잎 진 가슴 자리, 눈 내린 듯 썬득코야.

만리 청천 백운간에 두리둥실 두 발 떠서, 우화 신선 되엇는가 꽃구름을 타고 놀며, 견

우직녀 은하수냐, 굽어보는 저 냇물에 은빛비늘 고기 뛰네.

가소롭다 가소롭다 남자 놀음 가소롭다. 호연지기 나만 하랴. 신을 벗어 뒤에 차고 버

선 벗어 앞에 차고, 다리 추고 물에 서서 이 돌 저 돌 둘씨면서, 고기 하나 잡아 들고 이

것 보라 으쓱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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