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로 치고 창칼을 뿌리치고, 다시 흩어지며 무녀는 뒷전으로 물러나고 창부의 넋이 씌
운 세 사람의 광대는 곤두박질치며 차례로 빠져나가고 무악이 가라앉으면서 탈광대 하나만
남았다. 남은 광대는 신명의 극치로 황홀경에 정신을 잃고 뒤로 번듯이 쓰러졌다. 쓰러진 광
대를 이리저리로 쓰다듬으며 무녀의 넋두리가 계속 되었다.
“어떤 광대가 올라왔다. 황해도허구두 구월산 광대, 해주 송도로 한양 경성을 올라올 제,
놈틀 밭틍을 건너올 제, 돌두 굴러서 구렁 메우고 마무두 꺽어 다리를 놓고 한양 성내를 올
라왔네.
얼씨구 좋다. 절씨구나, 아니나 노지는 못하리라. 이렇게 좋은거는 처음 보것다. 세월아 네
월아 오고가지를 말아라. 장난에 호걸이 늙어나 간다. 인생 한번 늙어지면 다시나 젊지는 못
하리라. 이 때나 안놀구 언제 노나. 백설 같은 흰나비는 부모님 양친을 여의었는지, 수단장
을 곱게하고 장다리 밭으로 날아들고, 얼쑹덜쑹 호랑나비는 금잔디로만 날아든다. 황금 같은
꾀꼬리는 황의 금갑을 떨쳐 입고 양위 청산을 반겨든다. 얼씨구 좋다, 절씨구나. 앞내 버들
은 초록장이요, 뒷내 버들은 누룩장. 얼씨구 좋다, 절씨구나. 흐르느니 물결이오 솟치느니 고
기로다. 뛰느니 족족은 잉어로다. 굵은 고기는 솎아치구, 잔고기는 나우 칠 제, 얼씨구 좋다,
절씨구나. 아니 노지는 못하리라. 사람이 늙기엔 바람결 같고 인간의 세월은 흐르는 물인데
아니 놀구는 언제 노나.“
무녀의 창부거리는 청계귀를 몸에 받아들이는 공수와 창부타령에서 그 절정을 이루었다.
살 물림 치레를 바치고서 무녀가 혼절한 광대를 끌어안아 올렸다. 무녀와 광대는 일시에 한
몸이 되어 지금 막 천상을 향해 떠날듯이 살풋 발꿈치를 들어올리며 일어섰다.
“어어허... 꿋자. 창부씨스구씨가 일년 열두달에 횡액을 막아다가 어주월강에 소명하고 우
리 재인말 총총히 신사덕을 입히시고 그저 상덕 물어 도와줍시다.”
무녀가 언월도와 삼지창을 챙겅챙겅 맞부딪치며 넓은 홍철릭 자락과 색동 옷소매를 나부
끼며 원무를 하는 둘레로 깨어 일어난 탈광대가 힘차게 맴을 돌았다.
탈광대는 창부의 넋에 합쳤다가, 새로운 힘을 옮겨받고 드디어 정결한 넋으로 되살아난
것이었다. 무녀가 조밥을 한 움큼씩 쥐어다가 광대의 몸에 던졌다. 무녀는 들어가고 혼자
남은 탈광대가 좌우로 팔을 휘저으며 경쾌하게 마당을 돌았다.
탈을 쓴 길산은 폭포수를 거스러오르는 물고기처럼 어깨와 허리를 뒤틀면서 허공에 솟구
쳤다가 주저앉을 듯 땅에 구부리기도 했다. 머리를 땅에 처밖고 다리를 학의 걸음처럼 옴찟
옴찟 뛰기도 하고, 다리를 들어 행가래를 치면서 뒷걸음질치다가는 다시 솟구쳐올라 환희의
도약을 하였다. 꽹가리와 북과 징소리가 차차 빨라지면서 그의 원무는 거칠어졌다. 살과 근
육들이 뒤틀리고 헤처진 앞섶은 땀에 젖어 가슴이 번들거리는데, 길산은 피가 손가락 끝에서
온 몸으로 재빨리 흘러 불두덩께에 가서 꽉 차는 것만 같았다. 그가 모닥불을 뛰어넘고 곤
두박질로 훌쩍 공중을 날아 군중사이로 처박히면서 무악이 딱 그쳤다. 길산이는 땀으로 흠
뻑 젖어버린 바무 탈박을 벗고 헐떡이면서 잠시 앉아 았었다.
“목 축이세요.”
희고 긴 손에 잡은 표주박이 그의 얼굴 앞에 내밀어져 있었다.
그는 막걸리를 주욱 단숨에 들이켜고 나서 올려다 보았다. 묘옥이 치마 앞자락을 싸쥐고
서 있었다. 길산이는 땀에 범벅이 된 얼굴을 처들고 싱긋 웃었다.
“잘 먹었수.”
묘옥의 입가에 보일 듯 말 듯한 웃움기가 머물다가 사라졌다. 그 여자의 볼에는 모닥불의
남은 빛이 어른어른 비치고 있었다.
“한 잔 더 드릴까요?”
“더 주오. 목이 되우 마른 걸.”
모옥은 표주박에 찰찰 넘는 막걸리와 비계 몇 점을 손바닥에 가지고 왔다. 길산은 두 다
리를 주욱 펴고 벌렁 자빠진 옆에 묘옥은 쭈구리고 앉았다. 표주박을 건네주며 그 여자는
자기의 손을 폈다.
“안주두 몇점 드셔요.”
길산은 이번에는 단숨에 들이키지 않고 한모금씩 쉬었다. 그는 묘옥의 손바닥에서 비계
한 점을 집었다. 묘옥은 자기도 한 점 집어 씹으면서 말했다.
“굿이 이렇게 장한 것은 난생 처음 봤어요.”
“경비 때문에 떡은 커녕 술도 못 담그고 맨숭맨숭하게 굿을 지내다가 이번 철에는 장사
치들 덕으루 크게 벌이게 된 것이지.”
“다 끝났어요?”
“아니 아직 뒷전거리가 남았어. 그 다음엔 무갑놀이를 서야지. 그때엔 거기두 신명내서
놀아보우.”
“아이, 보기만 해두 신명이 나는 걸요.”
“어, 술맛 좋네!”
길산은 다시 안주를 집었다.
“술 더 드시구파요?”
“밤새 껏 마실텐데 뭘, 거기도 좀 드오.”
“아냐요, 제가... 드릴려구 약주 한 동이 걸러서 감춰놓았어요. 신목 뒤에 안주랑 차려서
놓을 테니 와서 드셔요.”
길산은 눈을 곱게 깔며 딴청하고는 낮게 속삭이는 묘옥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얼결에 안주
집던 짓으로 묘옥의 손가락을 더듬었다. 손가락들이 파르르 경련하더니 그의 손 아래에서
미끄러져 나갔다. 묘옥은 사내들의 술시중을 드는 아낙네들 틈으로 바삐 숨어버렸다. 길산은
잠깐 자기의 두툼한 손을 펴고 내려다보았다.
마지막 뒷전거리가 시작되는데 북두칠성은 벌써 서편으로 기울고 산 주위에 밤이슬이 촉
촉하게 내려 덮이고 있었다.
장충의 북 메기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되었고 그의 처의 뒷전 수공도 차분하게 엮여져
나왔다.
“어어... 꿋자. 부리 걸립에 신에 걸립이다. 여걸립 남걸립 아니시리. 에에... 성주 걸립에
직서 걸립에 홍수 걸립이라. 오늘 모두 신사덕 입혀 도와주고 걸립에게 놀고 나서 상덕 입
혀 도와주마. 어어... 꿋자. 여터주에 남터주라, 두령 터주에 처녀 터주 아니시리.
여터주는 여디리구, 남터주는 남디릴 적에 동에 사망 셈기시구 서에 사망 셈기시구, 동서는
사방에 재수 후여 들여먹구 남구 쓰구 남도 도와서 셈겨주자.
어어... 꿋자. 여사당에 남사당이라. 물위에 서낭에 물아래 서낭이라. 오냐, 해묵은 서낭에
달 묵운 서낭, 청색 무색에 따라 든 서낭, 홍두깨는 통비단이여, 물 아는 채단에 따라 든 서
낭 아니시리. 이번에 몸수에두 꺼린 서낭, 재수에두 범한 서낭, 문전에서 찾던 서낭, 다 제쳐
도와주고 상덕입혀 도와주시마.“
부채를 탁접고 나서 방울 든 손과 합장하여 사방에 재배 올리고서 무녀가 외쳤다.
“자아, 무감 나서라. 얼씨구씨구...”
몰려 섰던 재인말의 광대들과 아낙네에 아이들까지 당터 마당 가운데로 뛰쳐나갔다. 마을
사람들의 군무가 불빛에 뒤섞여 타오르는 들불같이 땅에 가득히 번졌다. 손과 어깨와 다리
가 모두 불꽃이 되어 너울거렸고 음률은 끈처럼 그들의 사지에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군무
는 제각기 모양은 다르되 불길이 그런 것처럼, 합쳐지자 땅에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힘의 덩
어리 인듯 했다. 이 덩어리는 땅이 그 자체에서 아름답게 피워 올린 이삭의 무리처럼 땅에
다 뿌리를 대고 있는 생명력이었다. 아까까지도 그렇게 지상에서 솟구치려던 굿춤이 어느결
에 땅에 붙어 돌아가고, 그땅을 전신으로 받아들이는 춤이 되어 있었다. 그 들의 두발은 탄
탄하게 땅을 딛고 서서 차고 비비고 끌어나갔다.
“어어 얼쑤 절쑤!”
“갠지개 잰지재, 갠지개...”
“으따, 으따, 에헤, 에요.”
길산은 중앙에서 빠져나와 한차례 바깥을 돌다가 어깨짓을 하며 팔을 엇갈려 휘날리고 다
가오는 묘옥과 마주쳤다. 묘옥은 발끝을 치마 아래로 살풋이 들고 돌아 나갔고 길산은 그
뒤를 쫒다가 옆으로 돌아 다시 마주 섰다. 묘옥은 이마에 몇가닥 늘어진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올리며 환히 웃었다. 그들의 마주선 어깨춤 동작이 잠간 계속되다가 길산이 앞서서 둘
레를 돌아 나가자, 묘옥은 몸을 빙글 돌리면서 길산의 발치께를 사뿐사뿐 따라갔다.
길산이 돌아섰다. 다시 묘옥과 마주서서 동작을 주고 받았다. 그들 가운데로 무수한 사람
들이 엇갈려 지나갔지만 동작의 교차는 그들만이 은밀하게 감지하는 갓 같았다. 갑송이의
커다란 몸집이 그들 사이를 가르고 지나가며 껄껄대었다. 이번에는 묘옥이 돌아서서 반대쪽
으로 추어 나갔고 길산은 그 주위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리저리로 돌아 나갔다. 괘앵... 하
는 징소리가 날적마다 묘옥이 빙글 돌았다. 묘옥은 차차 마당가로 빠져나갔다. 그리고 춤추
는 사람들 틈에서 완전히 빠져나오자 어깨짓으로 걸어나오는 길산을 바라보며, 소매를 들어
이마의 땀을 씻었다. 묘옥이 뒷걸음 치면서 길산이에게 재빨리 속삭였다.
“목마르지요? 저쪽으로 가셔요.”
그 여자는 총총걸음으로 앞서서 걸어갔다. 모닥불에서 벗어나자 주위가 갑자기 캄캄해진
듯했다. 묘옥은 길산의 발짝 소리를 귓전으로 들으면서 발을 재게 놀려 신목 아래로 걸었다.
묘옥은 자기의 가슴이 뛰는 소리가 너무 커서 누가 듣지나 않을까 부끄러워졌다. 묘옥은 귀
와 볼이 뜨거워져 있었고 술 몇잔을 마신뒤에 불더미 곁을 춤추며 돌아서인지 다리가 휘청
거렸고 어지러웠다. 그러나 그 어지러움은 꿈에 구름 사이를 날아가던 때처럼 몽롱한 느낌
이었다. 신목의 짙은 그늘 아래로 들어오자, 풍악 소리는 한층 멀어졌고 먼 곳에서 울고 있
는 부엉이 소리가 들려올 정도로 고즈넉했다. 신목은 어른 팔로 세아름이나 되는 거구였는
데 앙증맞게 오색 댕기를 달고 있었다. 회나무에서 떨어진 마른 잎들이 버석이는 소리를 냈
다. 뒤에는 짙은 잔솔밭이었다.
“여기예요!”
“어휴, 어두워.”
묘옥이 여인답게 손을 내밀어 길산의 옷자락을 잡아끌었다. 개다리 소반위에 제상에서 가
져온 여러 가지 안주와 술동이가 있었다. 길산이 쭈구리고서 술울 퍼서 한 잔을 걸치자 묘
옥이 말했다.
“편히 앉아서 드세요. 체하시겠어요.”
길산은 낙엽위에 털썩 앉고 말하였다.
“이거 좌우간 입으로는 들어가 주는구만.”
“춤 신명은 누구 따라갈 사람 없겠어요.”
“거기두 참 맵시있게 추던걸.”
길산은 술을 연거푸 들이켰다. 사레 들려서 기침을 요란하게 터트리자 묘옥이 그의 등을
두드려주면서 말했다.
“아이 좀 참으셔요. 누가 듣구 이리로 쫒아오겠어요.”
“오면 나눠먹지 뭘...”
“그걸 빼돌리느라고 얼마나 혼났는데... 제상 아래로 치마폭을 거머쥐구 한참이나 오르내
렸어요.”
“손돌 어른은 어디 가셨수?”
“첫거리 보시고 일찍 들어가 주무셔요. 노인넨 밤공기가 나쁘잖아요.”
“커어, 정말 술 맛이 좋군.”
“저봐요, 누가 이리루 와요.”
누군가가 아낙네와 함께 신목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빨리 저쪽으로 숨어요.”
“오면 어때. 어흠.”
“아이 참, 눈에 띄면 손가락질 받는데두요. 맛있는거 빼돌렸다구 욕해요.”
다가오는 사람들도 아마 여자가 음식을 감추어 제 서방을 먹이려는 모양이었다. 다급했던
지 묘옥이 길산의 손을 잡아끌었다.
“상 들고 오셔요.”
길산은 묘옥의 뒤를 따라 신목뒤의 잔솔밭으로 들어섰다. 머리가 밖으로 나오기 때문에
허리를 굽혀야만 했다. 솔잎에 매달렸던 찬 이슬이 어깨위로 쏟아져 내려왔다.
“이쪽으로 오셔요.”
달이 이미 서산에 기울어 숲속은 캄캄했다. 그들은 마른 잎사귀와 풀이 푹신하게 깔린 작
은 소나무 아래 앉았다. 거기서는 굿터의 소음이 아득하게 들려왔고 그쳤던 벌레 소리가 잠
시 후에는 더욱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묘옥은 두 다리를 세워 무릎앞에 두 손을 깍지
끼워서 앉아 있었으며, 길산이는 남은 술과 안주를 부지런히 먹어치웠다. 그를 지켜보던 묘
옥이 말했다.
“언제 출행 나가셔요?”
“오늘 하루는 푹쉬고 내일 아침 일찍 떠날거요.”
“가시면 오래 걸리나요?”
“별일 없으면 한 두어 달... ...서리내릴 때쯤엔 오게 될거요.”
“그렇게 오래요...?”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겨울에 양식 걱정없이 지내지.”
묘옥은 턱을 구부린 무릎위에 얹고 잠깐 생각에 잠겨 있다가 ,
“저는 겨울을 나구... 재인말을 떠날 작정이예요.”
“왜... 이 마을이 싫우?”
묘옥은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는 머리를 무릎에 묻어버렸다.
“아니예요, 여기서 아주 오래 살구 싶어요. 하지만 저는 꼭 해야 될 일이 있거든요.”
“무슨일이요?”
“누굴 찾아야 해요. 그 일만 끝나면 저는 이런 세상에 살구 싶지가 않아요. 산에 깊숙이
들어가 약초나 캐며 혼자 살래요.”
“아마 갑갑한 모양이군. 대처에서 누구 정분난 사람이 있었던 게요?”
“정말 그런게 아니예요. 어릴적에 집을 나오면서부터 결심한 일이였어요.”
“그 사연은 차차 듣기로 합시다.”
“네, 그래요.”
묘옥은 흐트러진 머리를 쓰다듬으며 길산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길산은 표주박을 동이
에 넣었다가 바닥이 완전히 들어난 것을 알았다.
“허, 어느틈에 술을 다 마셨군.”
“더 드시게요?”
“아니... 무척 많이 마셨소. 속이 제법 후끈거리는데.”
“속이 불편하진 않으셔요?”
“괜찮소.”
“많이 돌아다니셨으니 잘 아실 거예요.”
“무얼 말이요?”
“어디나 사람들의 집이 있고 논밭이 있고... 그리고 부부의 인연이 있고, 예쁜 아가들이
있지요. 어디서나 제 고장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떠돌아다니노라면 인생살이를 가
볍게 알게 되지요. 몸은 흘러다녀두 마음만은 꼭 붙잡아둘 일을 항상 생각해야 했어요.”
“우리네는 마음을 붙잡아둘 필요가 없소. 까짓, 우리의 세상두 아니니까. 그냥 한바탕 놀
려대고 떠나면 어느 고장이든 쉽게 잊어버리구 맙디다.”
“우리 세상이 아니라구요?”
“그렇지. 우리네 같은 천한 놈들의 세상이 아니요.”
묘옥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갑자기 지난 세월의 설움이 몬견디게 터져서, 역성을 들어
줄 사람을 만난 어린아이처럼 묘옥은 소리없이 물었다. 그때에, 그 여자는 어둠속에 서 있던
장승 같은 몇사람의 사내를 생각했다.
길산이 어둠속에서 더듬어 묘옥의 얼굴을 만졌다. 묘옥은 허겁지겁 길산의 우악스런 손을
맞잡아 얼굴을 부볐다.
길산이 묘옥의 작은 어깨를 끌어안으니 그 여자는 사내의 가슴팍을 파고들며 울음을 죽였다.
“저는 세상에서 제일 천하구 더러운 계집이에요.”
길산은 묘옥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며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청천 하늘엔 잔별도 많고,
우리네 살림엔 수심도 많네... 더욱 영롱해진 새벽별들이 먼 마을의 들창인 듯 가물대고 있
었다.
“꼭 않아주세요.”
묘옥이 두손을 모아 길산의 가슴에 붙여 기대면서 말했다. 그는 여자를 감싸듯 껴안았다.
먼 곳에서 울던 부엉이 소리가 끊겼다. 이어지면서 차차 가까이 들리더니 그들이 숨은 솔밭
에 날아와 오랫동안 울었다. 묘옥은 실신하듯 길산의 어깨에서 미끄러지듯이 한팔로 길산의
목을 감은 채로 젖은 풀 위에 비스듬이 누웠다. 길산이 묘옥과 함께 나란히 눕는데 묘옥은
그의 저고리 속으로 손을 넣어 가슴을 쓰다듬었고, 길산은 묘옥의 무명치마를 젖혀 올렸다.
길산이 묘옥의 속치마를 끌어내리는데 그 여자는 이마를 그의 가슴에 꼭 붙인 채로 몸을
이리 곰실 저리 곰실 뒤틀었다. 묘옥은 속바지가 끌어내려가자 속곳만 남아 두 다리의 맨살
이 드러났는데 묘옥은 길산의 목을 조여 안은채 눈을 감고 있었다. 길산은 걷잡을 수 없이
떨리는 손으로 묘옥의 옷고름을 이리 당기고 저리 푸는데 묘옥이 그의 목에 휘감았던 팔을
풀고 손을 내려 길산의 바지끈을 끌렀다. 묘옥의 저고리 자락이 활짝 젖혀졌다. 두 살이 닿
자마자 부끄러움은 어느결에 멀어지고 이제 묘옥의 손놀림이 대담해지고 익숙해지기 시작하
여 길산의 저고리를 젖히고 온몸으로 맞부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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