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표는 찌르는 눈빛으로 강호의 입시울을 쏘아본다. "강모 강태는 학교에 입학하려고 합니다." 강호는 마치 어른들의 속심을 읽은 사람처럼 달래는 듯한 어조로 단호히 잘라서 말했다. 그 말에 묻은 다른 상황들은 하찮게 떨어내 버리는 음성이었다. "학교?" 의외의 말에 일변 놀라고 일변 안심하는 목소리가 이기채한테서 저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거기 학교도 있단 말이냐?" "예." "무슨 학교?" "봉천 법률 전문학관이라는 학굔데요, 시칸방 근처에 있는 조선인 학관입니다. 학생수가 일학년 칠십 명, 이학년 칠십 명으로 총 백사십 명이 다니는 이년제 전문학관이지요. 그러니까 여기 조선에 전문대학 같은 학제고, 학교 분위기도 비슷해요." "그럼 거기서 그 애들이 법학을 공부하려고 한단 말이냐?" "예." "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