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프리체트]] <가정을 가진 남자>
[[팀 버튼]]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가정을 가진 남자>
-V. S. 프리체트 作-
***동우***
2013.10.23 05:30
불같은 정열과 황홀한 괘락은 잠시잠깐.
개별적으로 그토록 고유(固有)하세 사랑하였던 왕자와 공주는 어디로 갔는지.
세월 지나, 문득 왠 후줄그레한 속물 한마리 곁에 남아있기 십상입니다.
섹스는 사랑이란 당의정으로 감싸인 위선이기도 합니다.
상대를 사랑이란 이름으로 속일뿐더러 어쩌면 스스로도 그 이름에 속고 있습니다.
오로지 옥시톡신의 분비에 근거한 사랑이란 대개 그러할겝니다.
결혼에 기반한 저 질투의 당위도 아름답지 아니하고 저 남녀의 기만적 불륜 역시 추합니다.
사랑은 섹스가 아니다 섹스후 함께 잠드는 것이라고 어느 작가가 말하였는데, 이 낫살의 나로서도 알듯 모를듯. ㅎ
무슨 뜻일까요..
이문열의 해설.
++++
<결혼제도를 보는 이중적 시각>
'가정을 가진 남자'는 쓸쓸한 사랑얘기로 분류될 수도 있다. 틀림없이 베레니스와 윌리암 같은 관계는 현대에서는 드물지 않은 사랑의 양태 중의 하나가 되고, 군데군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고 있는 구절들도 절실한 공감을 자아냈다.
그러나 다 읽고 난 뒤 우리 머리속에 보다 강한 인상으로 남는 것은 파탄난 사랑이 아니라 결혼제도를 바라보는 작가의 냉철한 눈길이다.
결혼제도는 인류가 유별난 번성의 문으로 들어설 수 있게 한 열쇠중에 하나였지만 또한 끝내 잊지 못할 자연에의 향수에는 괴로운 족쇄였다. 그래서 대부분 제도로서는 따르면서도 그에 대한 찬반의 논의는 진작부터 팽팽하게 맞서왔고 키에르케고르 같은 철학자는 딜레마적 경구를 남기기도 했다.
사랑, 성, 가족제도와 관련해 결혼을 보는 작가의 눈길은 아마도 키에르케고르와 같이 차가운 이중부정의 논리에서 출발하는 듯하다.
얼핏 보면 이 작품은 결혼이 강요하는 위선과 기만을 겨낭하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베레니스의 독신주의자에도 결코 호의나 동정을 보내고 있지 않다.
결혼이 위선과 기만으로만 자유로울 수 있는 행복의 의제라면 독신주의는 허세와 과장으로 분석된 고독과 비참일 뿐이다.
하지만 사람은 성년이 되면 그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되고 우리 삶은 결국 딜레마에 빠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단순한 사랑 얘기로서보다는 성의 제도화와 관련돤 삶의 어두운 진상을 아이러니로 드러내 보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지은이 V. S. 프리체트는 장편보다 단편으로 더 많이 알려진 영국의 현대작가다, 기지와 유머가 넘쳐 흐르면서도 그뒤에 숨어있는 비극의 표정들을 하나하나 끄집어낼 줄 아는 재능으로 소설가 유도라 웰티로부터 극찬을 받았던 그는 주간지 'New Statesman'의 서평란을 담당하고 후에 편집자으로 재직하는 등 저널리스트로도 활동했다. 장편소설 '밸링클씨' 평론집 '살아있는 소설' 등을 남겼으며 자신의 삶을 기록한 '자서전- 전반생'도 있다.
++++
<굴 소년의 우울한 죽음>
-팀 버튼 作-
++++
남자는 모래 언덕에서 사랑을 고백했고 둘은 바닷가에서 결혼했습니다.
카프리 섬에서 보낸 아흐레 동안의 신혼여행.
저녁 식사는 화려한 접시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 물고기와 해산물 스프.
신랑이 수프의 맛을 보는 순간 신부는 마음속으로 소원 하나를 빌었습니다.
소원이 이루어져 - 여자는 아기를 낳았습니다.
그 아기는 사람이었을까요?
글쎄,
아마도......
열 개의 손가락과 열 개의 발가락.
먹을 수도 있었고 눈도 정상이었습니다.
듣기도 하고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면 정상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이 해괴한 탄생, 끔찍함,
어두움은 새로운 고통의 시작과 끝,
그 전부였습니다.
여자는 의사에게 달려갔습니다.
"제 아이가 아니에요.
얘에게서는 바다 내음, 해초와 소금 냄새가 나요."
"그래도 당신은 나은 편입니다. 1주일 전, 저는 귀가 셋이고 입은 부리 모양인 소녀를 치료했어요. 댁의 아들은, 절반이 굴일 뿐, 제 잘못은 아닙니다......이번 기회에 생각해보세요. 바닷가에 작은 집을 짓고 사는 것을."
어떻게 이름 붙여야 할까?
그들은 그를 그냥 샘이라 불렀습니다.
가끔씩, 때로는 '조개같은 녀석' 이라고 했지만.
모두들 궁금했지만, 아무도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어린 굴 소년이 언제쯤이면 껍질을 벗게 될지를.
그러던 어느 날, 톰슨 집안의 네 쌍둥이가 그를 보고는 '대합' 이라고 소리치며 멀리 달아나버렸습니다.
봄날 오후 샘은 남서쪽 바닷가 한귀퉁이에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소용돌이치면서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는 빗물을 보고 있었습니다.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위험한 고속도로 위를 달리던 그의 엄마는......
복받치는 슬픔과 좌절과 고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여보." 그녀가 말했습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에요. 비릿한 냄새가 나면 우리 아들 생각이 나요.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말해야겠어요. 우리 잠자리가 이렇게 된 건 저 아이 때문이에요."
남자는 연고를 바르고 크림도 발라 보았지만, 발갛게 부어오르기만 할 뿐.
마시는 약과 로션, 팅크 제도 써보았지만 통증과 가려움증, 경련과 출혈뿐.
진단을 마친 의사가 말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원인은 치료될 수 있을 겁니다. 굴이 정력을 강화시켜준다는 말이 있죠. 당신의 아들을 잡아먹으면 잠자리에서 더 오랜 시간을 버티게 될 겁니다."
그는 조용히, 몰래 다가왔습니다.
이마엔 땀방울을 매달고 입술엔 거짓말을 붙이고.
"아들아, 행복하니? 깊이 묻고 싶진 않구나. 하늘나라의 꿈을 꾸고 있는지, 죽고 싶은 적이 있었는지?"
샘은 두 번 눈을 깜박거렸지만, 대답은 하지 않았습니다.
아빠는 칼을 만지며 넥타이를 풀었고.....
아들을 들어올리자 샘은 그의 외투에 물방울을 떨구었고, 껍질이 입술에 닿자 샘은 그의 목구멍 깊숙이 미끄러져 들어갔습니다.
두 사람은 서둘러 바닷가 모래밭에 아들을 묻고는 - 한숨 섞인 기도와 눈물 섞인 울음으로 - 새벽 3시에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굴 소년의 무덤 위에는 회색빛 부목 십자가가 서 있었고 그 밑의 모래에는 예수께서 구원할 것이라는 약속의 말씀이 써 있었습니다.
그러나 샘의 기억은 밀물의 파도 속에 묻혀버렸습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자마자 남자는 여자에게 입맞춤하며 말했습니다.
"자, 한번 해봅시다"
"이번에는" 여자는 속삭였습니다.
"딸을 낳았으면......"
++++
***동우***
2014.10.24 04:47
유니크한 영화작가.
팀 버튼(Tim Burton, 1958~ )이 쓴 짧은 이야기(잔혹동화?) '굴 소년'
그가 만든 영화에 등장하는 기괴한 캐릭터들을 떠올려 보세요.
기형의 우스꽝스러움,
엽기적이라기보다 무언가 근원적인 슬픔과 외로움이 담겨져.
어딘가에서 연민이 솟아나는 팀 버튼 영화의 캐릭터들.
가위손, 유령신부, 크리스마스 악몽, 화성침공, 찰리와 초콜릿 공장 etc....
혹, 굴의 신선한 비린내 틈새로 정액냄새를 맡아본적 없으신지?
그것이 바로 굴 소년을 잡아먹은 바다냄새랍니다. ㅎ
-독서 리뷰-
[[이블린 워우]] <러브데이 씨의 짧은 외출>
[[제인스 야메]] <어머니가 울었다>
<러브데이 씨의 짧은 외출>
-이블린 워어 作-
***동우***
2015.01.09 09:51
'캐빈 코스트너'와 '윌리엄 허트'가 출연한 영화 '미스터 브룩스'를 보셨나요?
성공한 사업가, 모범적인 가장, 자상한 아버지인 '캐빈 코스트너'
그는 그러나 살인중독자, 오로지 쾌락을 위하여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마입니다.
그 피를 이어받은 그의 딸도 살인중독자이고..
종장에는 필경 아버지는 딸에게 살해되고 말지요.
유영철은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크게 틀어놓고 욕실에서 자신이 죽여버린 사체를 끔찍하게 분해하였다지요.
혹여 살인의 쾌락은 섹스의 오르가즘과 닮았을런지요.
'러브데이 씨의 짧은 외출'
Loveday?.. 사랑의 날이 살인하는 날...?
이런 류 소설.
그 느낌, 서스펜스 뿐 아닙니다.
인터넷에서 주어 온 작가소개
++++
이블린 워어(Evelyn Waugh, 1903-1966) : 영국의 작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 젊은이들의 생태를 묘사한 소설로 화려하게 등장했다. <쇠퇴와 멸망과> <천한 몸> <검은 유희> <한 줌의 먼지> 등이 대표작이다. 시니컬한 분위기가 작품의 특징이다. <러브데이 씨의 짧은 외출>은 1935년의 작품으로 <중단된 작품>이라는 작품집에 수록된 것이다. -위키백과-
++++
<어머니가 울었다>
-제인스 야메 作-
***동우***
2014.01.03 05:28
연초(年初)부터 무겁지 맙시다.
적당히 머리도 굴려가면서 가벼운 읽을거리, 그 재미라면 순수한 추리물 (요즘은 무거운 주제의 추리소설도 많더군요)이 최고지요.
'제인스 야메'의 추리소설, 어머니 시리즈中 '어머니가 울었다'를 올립니다.
이 작가는 내게 익숙치 않은 작가입니다.
으흠, 익숙치 않은게 어디 제인스 야메 뿐이리까마는.
추리물(뿐 아니라, 두루두루)에 대하여 내 책읽기의 조예(造詣)란 척박하기 짝이 없어요.
장르소설에 있어서도, 추리소설 애호가 책부족 호호야님 같은 분에 비하면 그야말로 족탈불급입지요.
제인스 야메를 검색하여 보아도 자세한 신상이력은 알수없고 다만 여성이라는 점만은 확실한듯 합니다.
그녀의 '어머니 시리즈'의 단편들을 읽었는데, 스릴과 서스펜스보다는 여성적 섬세함과 모성의 따뜻함으로 느껴지네요.
그러나 (아들로부터 전해들은)사실에 근거하여 예리한 추론에 의하여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가는 구성은 역시 오소독스한 추리소설의 기법 그대로입니다.
셜록 홈스의 과학적 귀납적 추론보다는 인생의 연륜과 여성의 직관적 감성이 작용하는 바가 두드러지지만 말입니다.
느끼건대, 우리나라 문학의 프리즘은 참 빈약하지요.
그런데 빈약한 것이 어디 장르문학 뿐인가요.
본격문학의 작가정신도 빈약합니다.
딴소리 한마디 하지요.
예술을 코에 걸고 거들먹거리는, 화천에 사는 장발의 어떤 작가.
이 시대 무슨 '삶법'의 대가인양 젊은이의 멘토 행세를 하면서 SNS에다 유치한 노가리나 씨부려대고, 컷 같은 그림을 끄적이면서 피카소인양 갖은 폼을 잡으면서 지역행사의 홍보에나 열을 올립니다.
그와 개인적으로도 인연이 없지 않습니다만..
소는 도대체 누가 키웁니까. 어차피 소 키울 재목이 되지 않지만..
소 키우는 얘기나 하지말던지.
빈약한 장르문학.
우리나라에도 일본의 미미여사 (미야베 미유키)나 미나토 가나에 정도의 여성 추리작가를 기다립니다.
참.
여성 추리작가 '도로시 세이어스'의 '의혹'
전에 포스팅 한 것 있으니 한번 읽어 보시기를.
치밀하게 장치된 복선이 심플한 문장 속에 서스펜스 스럽게(?ㅎ) 녹아 있습니다.
정말 재미있어요.
***melon***
2014.01.03 20:09
'제인스 야메' 처음 듣는 작가 입니다.
연초에 쇼겐과 이런 저런 이야기중에.... 가족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을 하는군요.
저도 그 나이엔... 그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의 말에 공감 하지만...
그래도 손녀딸 귀여워 하는 오랜 나의 친구 동우님이 부럽네요.
동우님, 새해엔 아프지 마시고, 그리고 한번쯤 다시 뵈올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해피 뉴 이어 ♡
***동우***
2014.01.04 05:30
내 오랜 지기 멜론님, 친구된지 벌써 10여년.
아드님 쇼겐, 내 아들녀석 동경에 있을적 서로 만났으면 그들도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하는 쇼겐과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녀석, 좀 괴퍅한 외톨이 성격...
그리고 위 멜론님 말씀.
아드님이 '가족을 만들지 않겠다'하는 대목에 갑자기 가슴이 시립니다.
내 아들녀석의 철학도 그런듯 하여... 아니 그 녀석도 필경 그럴겁니다.
제가 사는 제 인생, 그러려니 하고 내 버려둬야 할까하는. ..흐음.
얼마전에도 얘기했지만, 멜론님은 나이를 거꾸로 잡숫고 있어요.
그 웃음이랑 표정이랑 용모를 접하고 누가 쉰줄 어쩌구 하겠어요?
그래요, 모쪼록 그렇게 젊게 사셔야지요.
재회는 기약하는 것만으로도 설레이는 것.
언젠가 다시 만나요, 멜론상.
해피 해피 뉴 이얼~ 오랜 벗이여.
'내 것 > 잡설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동강. 장삼이사. 바보 용칠이]] (1,4,3,3,1) (0) | 2020.08.31 |
---|---|
몽십야(夢十夜) -나스메 소세키- (1,4,3,3,1) (0) | 2020.08.30 |
서유기 -고종석- (1,4,3,3,1) (0) | 2020.08.28 |
<<<누가 내 치즈를 훔쳤을까?>>> (1,4,3,3,1) (0) | 2020.08.27 |
달콤한 휴가 -윤고은- (1,4,3,3,1) (0) | 2020.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