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서유기 -고종석- (1,4,3,3,1)

카지모도 2020. 8. 28.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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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서유기>

-고종석 作-

 

***동우***

2013.08.23 05:14

 

소설가로서보다 평론이나 논설, 논객으로 더 유명한 고종석(1959~ ). <나는 그가 쓴 '언문세설' '말들의 풍경'등을 읽었고 얼마전에는 소설 '해피 패밀리'를 읽었을 뿐이다.>

고종석은 여러 매체에다 많은 글을 썼고, (진중권 홍세화등과 함께) 다소 좌파적 기질의 젊은이들은 그의 글에 환호한다.

 

소설 속 화자(話者)인 '나'.

시니시즘적 캐릭터의 '한민수'는 이를테면 '자발적 망명자'.

그리고 '정태하'는 부정의하게 엄혹한 한국정부로 부터 도망쳐 나온 (세상 모든 나라에는 갈수 있어도 오직 '한국'에만은 들어갈수 없는) '강요된 망명자'

 

17년 동안이나 떠나 온 정태하는 서울이 사무치게 그립다. <예전에 '나는 파리의 택시운전사'를 읽었었는데, 정태하는 그 책을 쓴 '홍세화'씨가 모델이 아닌가 생각된다.>

 

++++

[때도 그리 좋지 않았다. 지금의 프랑스는 예전의 프랑스가 아니다. 1930년대 이래 인종주의가 최악의 기승을 부리는 사회인 것이다. 그 인종주의는 르펜이라는 자가 이끄는 극우 정당 국민전선만의 것이 아니다. 국민전선의 지지자든 아니든 반수에 가까운 토박이 프랑스인들이 적극적인 또는 소극적인 인종주의를 고백하고 있다. 침체된 경제 사정이 큰 원인이기는 하겠지만 외국인들의 체류 조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불법 체류자들은 본국으로 송환하기 위한 전세 비행기가 쉴새없이 뜨는 나라다.

그 인종주의는 또 단순한 정치적 문화적 차원의 외국인 혐오가 아니라 생물적 차원의 인종주의다. 예컨대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통해서 20세기 내내 프랑스인들이 품고 있던 독일인 혐오가 대상에 대한 두려움을 동반한 단순한 외국인 혐오였다면, 지금 프랑스에 만연하고 있는 것은 '인종은 평등하지 않다'는 유사 나치즘 교의에 기초한 진짜 인종주의인 것이다. 즉 국적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그러니 그 인종주의가 겨냥하고 있는 것은 국적 여부를 떠나서 백인 이외의 사람들이다. 프랑스에 살고 있는 외국 국적의 사람들 이상으로 귀화한 비-유럽계 프랑스인들이 그 인종주의의 먹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여론 조사 결과가 보여주고 있었다.

정태하 씨가 귀화를 한다고 해도 그가 백인이 아닌이상 진짜 프랑스인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는 단지 하나의 변경에서 또 하나의 변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인데 그 자리 옮김을 그가 후회하게 되는 건 아닐까?

나는 그 전날 파리 시내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시작돼 강베타 광장으로까지 이어진 시위에 하스나와 함께 참가했었다. 최근에 파리 제 20구에 어렵사리 설립 허가가 난 이슬람 사원을 두고 국민전선이 며칠 전부터 대대적인 반대 시위를 조직한 터여서 이에 맞서 일단의 이슬람 교도들과 인권 운동 단체들이 역시위를 조직한 것이다. 세상만사에 시큰둥한 나는 그저 하스나에 이끌려 그 시위에 참가했을 뿐인데, 시위가 끝난 뒤 몇몇 아랍계 프랑스인 친구들과 밤늦도록 가진 술자리에서도 외국계 프랑스인이 이 사회에서 맞닥뜨리는 어려움에 대한 얘기들이 나왔었다.

그러나 사려를 가장한 내 이런 생각들은 한편으로 얼마나 사려 없는 망상인가? 결국 나는 진정으로 정태하 씨를 이해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적어도 그의 처지를 내 처지로 완전히 바꿔서 생각해볼 수 있을 만큼 사려가 있는 것은 아닌 셈이다. 내게 그런 사려가 있었다면, 내가 달콤한 환상에 젖어 찾은 파리가 지난 17년 동안 그에겐 감옥과 다름없었다는 걸 실감할 만큼 사려가 있었다면, 마땅히 그가 얘기하기 전에, 한 해 전이든 두 해 전이든, 내 쪽에서 먼저 그에게 귀화를 권했어야 했을 것이다. 도대체 귀화란 게 뭐란 말인가? 종이 쪽지 몇 장 만드는 일에 불과한 일 아닌가?

"아니야, 한 형, 내가 술 탓에 괜한 소릴 한 모양이군. 귀화는 무슨 귀화야. 지금처럼 살면 되지. 아이들이야 이젠 저희들 뜻에 맡겨야겠지만 나랑 여편네랑은 이대로 살 거야."

정태하 씨가 쓸쓸하게 말했다. 그의 눈이 젖어 있었고, 그 젖은 눈이 내 입을 막았다.

짧은 겨울해가 어느새 뉘엿거렸다. 우리는 밖으로 나와 센 강을 향해 걸었다. 바람이 차가웠다.

센 강에 거의 이르렀을 때 내가 옆의 행인을 향해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저게 센 강이죠. 그렇지 않은가요?"

"물론이죠."

그 역시 호기롭게 대답했다.

"우리 강 건너서 한잔 더 하지."

시테 섬을 걸으며 정태하 씨가 말했다.

"좋죠, 뭐 밤새 마십시다."

내가 기꺼이 약을 써서 받았고, 정태하 씨가 더 큰 목소리로 맞받았다.

"하스나 좀 나오라구 해, 얼굴 본 지 오래됐어!"

생미셸 다리를 건너 카페 데파르 생미셸에 자리를 잡은 뒤 나는 집으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다섯 번 갔을 때, 내 목소리가 들렸다.

"봉주르, 주 부 르메르시 드 보트르 아펠, 레세 앵 메사주, 실 부 플레. 안녕하세요, 전화 고맙습니다. 메모를 남겨주십시오."]

++++

 

정치적 색갈의 사유, 그런 대목과 세리프들은 간과하기로 하자.

파리뿐이랴.

다른 나라 도시에 사는 외국인들, 그들은 필경 이방인일수 밖에 없다.

 

미국 호주 일본 유럽 남아프리카 중국 등등에 거주하시는 나의 여러 블친님들....

 

["사람은 누구나 외국인이야. 아니 그렇게 일반화할 수는 없겠지. 적어도 나는 어디서나 외국인이야. 이곳 경찰들한테만 외국인인 게 아니라 너한테도, 그러니까 한국인들한테도 외국인이구, 하느님한테도, 그런 게 있다면 하는 말이지만, 외국인이구, 그래, 나 자신한테도 외국인이야."]

 

어느 곳에 살던지 한살이(日生)이란 어차피 '에뜨랑제'의 삶. 이렇게 향수를 달래시라. ㅎ

 

외국에 오랜 기간 체류한 적 없는 나로서는 알리가 없지만, (소설의 배경은 1990년대 말이지만) 이방인의 삶의 의식은 시대에 따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예제서 접하는 고도(古都) '파리'.

오래 된 그 도시는 사람마다 다양하게 새롭다.

 

반년여 파리에 머물던 내 친구 은비님은 어제 파리를 떠나셨는데, 좀 슬프실 것 같다.

 

***고향***

2013.08.24 13:15

 

오랜 기간 외국에 살고있는 저로서는 이방인일수 밖에 없다는 사실, 감정보다 더 복잡한 양상으로 가슴이 더 절실히 깨달아요.

정태하의 심정이 그 장본인처럼 이해가 된답니다.

 

***동우***

2013.08.25 08:41

‘고향’이라는 닉 네임에서도 어렴풋 느껴집니다.

고향님의 가슴 속 절실한.. 복잡한 그 양상이.

 

다른나라 이방인으로 살아보지 못한 나로서는 그 양상이 어떠한 것인지...

그저 짠한 느낌입니다.

 

***eunbee***

2013.08.24 23:31

 

고종석 님이 쓰신 '고종석의 유럽통신'을 읽고 그 후에 '기자들'을 읽었어요.

유럽통신은 그런대로 잘 읽었으나 기자들은 서유기처럼 재미 없어서 억지로 읽엇는지 읽다가 그만 덮어두었는지 생각도 안나네요.

아주 오래전에 읽었으니...책꽂이에서 장정일의 '공부'와 고종석의 '기자들'을 만나면

그냥 고개 돌려요.ㅋㅋㅋ

그런데 저 윗 글도 재미 무쟈게 없어요. 죄송해요. 저 입맛이 내입맛이 아니라서..ㅋ

저 고종석 님의 파리는 내 파리가 아니예요.

동의할수 없는 부분도 많고...꼭 나처럼 이얘기 벌여놨다 저얘기 다시 벌이고...

투정부리고 가요.

오늘 심심해서 읽기공부 음악감상..별 거 다했어요.

왜냐하면 테순이가 텔레비젼을 못봤걸랑요.ㅎㅎㅎ

덕분에 쥐스킨트 아저씨가 고마웠고. 고종석 아저씨가 지루했어요.

동우님께는 늘 감사해요.

 

반년여 파리에 머물던 친구 은비님은 파리 떠날 때 슬펐고. 어제도 슬펐고 오늘도 쬐끔 슬프지만

이제 뚝!!! 여기서의 좋은 시간을 그려보고 만들 생각하려구요.

응원해 주세요. 동우 친구님!! ^^

 

***동우***

2013.08.25 08:45

 

알지요, 은비님.

고종석의 저 소설의 서사도, 소설 배경인 파리도 은비님 취향은 아닐거라는. ㅎ

 

응원없더라도 어디서나 씩씩하게 삶이 이쁜 은비님인줄 알지만.

응원하고 말구요.

파리가 아닌 분당의 내 친구 은비님. ㅎ

 

***teapot***

2013.09.01 10:53

 

이야기의 전개가 무리가 없고 외국인들의 이야기라 그런지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글쎄요~이곳에서 30여년을 살다보니 이곳도 내 고향 같답니다.

처음 고국을 방문할때 예기치 않게 비행기가 착륙할때 가슴이 뭉클했던 기억도 나는군요.

고향이 두개 일 수도 있다 하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어요.

생각이 어중간 해졌다고나 할까요? 미국 사람도 한국사람도 아닌것 같은 생각들~

17년을 살았다면 아직 초자니까 고국이 그리울 수도 있겠다 싶구요.ㅎㅎㅎ

 

***동우***

2013.09.02 05:51

 

티팟님.

한국과 미국.

동심의 추억은 없더라도 30년 살았으면 또 하나의 고향이지요.

 

생각의 어중간함이라 하시지만, 티팟님의 한국적 정서는 내게 완벽하게 느껴지는데요.ㅎ

티팟님 댁 풍경(사진과 글들)을 보면 오히려 한반도 사는 한국인보다 더 한국적 색채가 진하게 느껴지는 경우 한 둘 아니에요.

 

요즘 블벗님들 댁에는 눈팅만 하고 있어요.

조만간 흔적 남기면서 마실 다닐께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