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조롱 당한 아이> <시멘트 통 속의 편지>
<조롱 당한 아이>
-요코미쓰 리이치 作-
***동우***
2016.04.07 04:25
'요코미쓰 리이치' (橫光利一, 1898~1947)
검색하여 보니,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함께 다이쇼와 쇼와시대 일본의 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신감각파 작가로 일본 문단사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라고 합니다.
그 이름만 들어봤을 뿐 나로서는 처음 읽습니다.
일본소설 애호云云하는 내 독서력(讀書歷)의 꼬라지가 이 모냥입니다.
'조롱당한 아이' (笑はれた子)
아이 적, 꿈과 공상과 술(ㅎㅎ)을 좋아하였던 기치(吉)는 가난한 게다장이(?)가 되었습니다.
그 시절 다락방에서 만들었던 도깨비 탈은 줄곧 상인방에 걸린채 기치를 내려다 보고 있습니다.
게다짝이나 깎고 있는 자신을 비웃는듯 히죽히죽 웃는 표정으로.
탈이 조롱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좌절된 예술적 열망...
자신의 의지(意志)에 대해서일까요,
순복할수 밖에 없었던 팔자소관에 대해서일까요.
기치는 슬프기도 하고 부아가 치밉니다.
“내가 게다를 만들게 된 건 죄다 네놈 때문이야!”
기치는 탈을 끌어내려 손도끼로 두동강을 내버립니다.
잠시 후 쪼개진 탈을 바라보던 기치는 그것으로 멋진 게다를 만들수 있겠구나하고 생각합니다.
분노는 어느새 가라앉고 기치의 얼굴에는 흡족한 듯 스름스름 부드러움이 배어 나오기 시작합니다.
어린 시절 내게도 어떤 미적(美的) 오브젝트에 대한 취향과 기질, 그리고 아주 조금의 소질이 있었던 듯도 싶습니다.
그런데 무엇이 그만두게 하였는지 곰곰 생각해봅니다만...,, 으흠, 모르겠군요.
탈은 커녕 게다짝 하나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는 주제꼴인데도, 내게 멘토가 있었더라면 하고 가끔 못나빠진 뇌까림이나 주절거립니다만.ㅎ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job으로 가진 사람은 복받은 사람입니다.
그 반대급부가 풍족한 것이라면 더욱 행복하겠지요.
살아 생전 단 한 작품만을 돈으로 바꿀수 있었던 고흐와 엄청난 부(富)를 누렸던 피카소.
미술이다 피아노다 태권도다 방과 후에도 바쁜 비니미니.
피카소는 바랄수 없지만, 절대 고흐를 지향(指向)하는 바 있어서는 아니 됩니다.
게다짝을 만들지언정. ㅎㅎ
<시멘트 통 속의 편지>
-하야마 요시키 作-
***동우***
2017.02.11 00:33
하야마 요시키 (葉山嘉樹,1894~1945)는 일본 프롤레타리아 문학의 기수로 평가받는 작가입니다.
우리나라 '카프' (Korea Artista Proleta Federacio,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의 원조 격이지요.
'시멘트 통 속의 편지'
어둡고 가혹한 노동의 현장을 묘사한 그의 대표작으로 상당히 유명한 소설이라지요.
콧구멍 속의 시멘트 가루를 제거할 틈도 없는 강도 높은 노동의 현장.
일곱번째 아이를 밴 마누라, 가장은 쥐꼬리만한 노임으로는 목을 축일 여유도 없습니다.
시멘트 포대 속에서 주운 작은 상자 속의 편지에 쓰여 있는 어느 여공의 사연.
시멘트 공장에서 함께 일하는 연인이 분쇄기에 빨려 들어가 시멘트 가루와 함께 갈렸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시멘트가 사용되는 곳을 알려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무덤을 알고자 하는 간절함....
그 여공에게 시멘트가 사용된 장소를 알려주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그는 소리칩니다.
"고주망태가 되도록 술에 취했으면 좋겠구나. 그래서 다 때려 부쉈으면 좋겠어!"
칼 맑스는 공산당 선언의 말미에서 분연하게 외칩니다.
<프롤레타리아가 잃을 것이라곤 족쇄뿐이고 그들이 얻을 것은 전 세계다. 전 세계의 프롤레타리아여, 단결하라!>
그런데 작금 프롤레타리아가 있습니까.
생각건대 순결한 정치가가 없듯이 순정한 프롤레타리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의 구분도 이제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몇 부자를 뺴고는 죄, 쁘띠 부르주아로 살아갈 뿐입니다.
변증법적 유물사관은 알파고나 4차 산업혁명을 설명해 내지 못할겁니다.
그래도 이 소설 속의 절망과 분노.
1970년대 개발독재시절 내가 겪었던 노동현장의 액추어리티 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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