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이효석 <메밀꽃필무렵. 산. 장미병들다. 돼지. 풀잎. 분녀. 수탉. 도시와유령. 노령근해. 들. 하얼빈> (1,4,3,3)

카지모도 2020. 10. 16.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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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효석]]

<메밀꽃필무렵. 산. 장미병들다. 돼지. 풀잎. 분녀. 수탉. 도시와유령. 노령근해. 들. 하얼빈>

 

 

<메밀꽃 필 무렵>

-이효석 作-

 

***동우***

2012.12.18 04:49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장똘뱅이 허생원.

대화장 찾아 밤새 걷는 흐뭇진 달밤.

 

<여름 장이란 애시당초에 글러서 해는 아직 중천에 있건만. 장판은 벌써 쓸쓸하고 더운 햇발이 벌려 놓은 천 휘장 밑으로 등줄기를 훅훅 볶는다. 마을 사람들은 거의 돌아간 뒤요, 팔리지 못한 나무꾼패가 길거리에 궁싯거리고들 있으나 석유병이나 받고 고깃마리나 사면 족할 이 축들을 바라고 언제까지든지 버티고 있을 법은 없다. 칩칩스럽게 날아 드는 파리떼도 장난꾼 각다귀들도 귀찮다. 얼금뱅이요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생원은 기어이 동업의 조선달을 나꾸어 보았다.

“그만 거둘까 ? ”

"잘 생각했네. 봉평 장에서 한번이나 흐뭇하게 사본 일 있었을까. 내일 대화 장에서나 한몫 벌어야겠네."

"오늘밤은 밤을 새서 걸어야 될걸."

"달이 뜨렷다."

절렁절렁 소리를 내며 조선달이 그날 번 돈을 따지는 것을 보고, 허 생원은 말뚝에서 넓은 휘장을 걷고 벌려 놓았던 물건을 거두기 시작하였다. 무명 필과 주단바리가 두 고리짝에 꼭 찼다.>

 

<장 선 꼭 이런 날 밤이었네. 객줏집 토방이 무더워서 잠이 들어야지. 밤증은 돼서 혼자 일어나 개울가에 목욕하러 나갔지. 봉평은 지금이나 그제나 마찬가지나. 보이는 곳마다 메밀밭이어서 개울가가 어디없이 하얀 꽃이야. 돌밭에 벗어도 좋을 것을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으러 물방앗간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이상한 일도 많지. 거기서 난데없는 성서방네 처녀와 마주쳤단 말이야. 봉평서야 제일가는 일색이었지 팔자에 있었나부지."

아무렴하고 응답하면서 말머리는 아끼는 듯이 한참이나 담배를 빨 뿐이었다. 구수한 자줏빛 연기가 밤기운 속에 흘러서는 녹았다.

“날 기다린 것은 아니었으나, 그렇다고 달리 기다리는 놈팽이가 있는 것두 아니었네. 처녀는 울고 있단 말야. 짐작은 대고 있었으나. 성서방네는 한창 어려워서 들고 날 판인 때였지. 한 집안 일이니 딸에겐들 걱정이 없을리 있겠나? 좋은 데만 있으면 시집도 보내련만 시집은 죽어도 싫다지 그러나 처녀란 울때같이 정을 끄는 때가 있을까. 처음에는 놀라기도 한 눈치였으나. 걱정이 있을 때는 누그러지기도 쉬운 듯해서 이럭저럭 이야기가 되었는데 생각하면 무섭고도 기막힌 밤이었어.”

"제천인지로 줄행랑을 놓은 건 그 다음날이렷다."

"다음 장도막에는 벌써 온 집안이 사라진 뒤였네. 장판은 소문에 발끈 뒤집혀. 고작해야 술집에 팔려가기가 상수라고 처녀의 뒷공론이 자자들 하단 말이야. 제천 장판을 몇 번이나 뒤졌겠나, 하나 처녀의 꼴은 꿩 궈먹은 자리야. 첫날밤이 마지막 밤이었지. 그때부터 봉평이 마음에 든 것이 반평생을 두고 다니게 되었네. 평생인들 잊을수 있겠나."

"수 좋았지. 그렇게 신통한 일이란 쉽지 않어. 항용 못난것 얻어 새끼 낳고 걱정늘고 생각만 해두 진저리나지 그러나 늘그 막바지까지 장돌뱅이로 지내기도 힘드는 노릇 아닌가. 난 가을까지만 하구 이 생계와두 하직하려네. 대화쯤에 조그만 전방이나 하나 벌이구 식구들 을 부르겠어. 사시 장천 뚜벅뚜벅 걷기란 여간이래야지."

"옛 처녀나 만나면 같이나 살까-난 거꾸러질 때까지 이 길 걷고 저 달 볼 테야.">

 

<허생원은 젖은 옷을 웬만큼 짜서 입었다. 이가 덜덜 갈리고 가슴이 떨리며 몹시도 추웠으나. 마음은 알 수 없이 등실둥실 가벼웠다.

"주막까지 부지런히들 가세나. 뜰에 불을 피우고 훗훗이 쉬어. 나귀에겐 더운 물을 끓여주고. 내일 대화 장 보고는 제천이다."

"생원도 제천으로......"

"오래간 만에 가보고 싶어. 동행하려나, 동이?"

나귀가 걷기 시작하였을 때, 동이의 채찍은 왼손에 있었다. 오랫동안 아둑신이같이 눈이 어둡던 허생원도 요번만은 동이의 왼손잡이가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다.

걸음도 해깝고 방울 소리가 밤 벌판에 한층 청청하게 울렸다.

달이 어지간히 기울어졌다.>

 

이지러는졌으나 보름을 갓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뭇이 흘리고 있고...대화까지는 팔십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그리고 허생원처럼 왼손잡이 동이도 함께 걷는다...

 

***BooRoo/불루보트***

2012.12.18 05:06.

 

참으로 옛기억이 새록합니다

봉평....허생원...메밀....물레방아..... 동이....아들...

오랜만에 밤새워 읽던 옛기억에 스스럼 없이 웃었습니다

읽고 싶은 거 동우님 집에 오면 없는게 없어요.....ㅎ

미국에서 프랑스로 일본으로 봉평으로.....해외 싸돌아 다니는거 보다 더 실감나죠.

잘 계셨지요?

오늘 손녀가 지난 봄 보다는 조금 더 자란 거 같네요? 사실일까? 옆에 있으면 동우님 눈치보이게 만원짜리 한장이라도 손가락 사이에 끼워 주고 싶은데.....틈이 너무 커서 다행이다 싶습니다.ㅎ

또 세아랩니다.

아직도 댓발자욱 남았으니 남은 시간 못다한 것 정리하시고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내년엔 또 어떤 모습으로 뵐지....기대됩니다.ㅎ...동우님 말고 조 귀여운 아기말입니다.

오늘부터 날이 차답니다

화롯불 지펴 놓으시면 밤중에 몰래 와서 또 쬐고 가렵니다

둘게 없어 행복이나 두고 갑니다

마음편히 가지고 노십시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동우***

2012.12.19. 04:48

 

블루보트님 댁 나들이를 통 못하였어요.

세밑 핑계를 댑니다.ㅎ

근간 블루보트님댁 밀린것들 죄 섭렵하오리다.

그때 상세한 이야기 나누어요. BooRoo님.

 

 

<산>

-이효석 作-

 

***동우***

2013.08.05 05:48

 

이 효석의 1936년 발표작 '산'

용자요해(勇者樂海)요, 지자요산(智者樂山)이라 했던가.

용기(勇氣)는 사라진지 오래이나 노자지혜(老子智慧)는 요원(遼遠)하거늘 나이드니 바다보다는 山이 좋다.

자연과의 합일(合一), 어차피 돌아갈 곳은 흙이니 그 친숙함을 은유하는 낫살 탓일까.

 

산에 살리라.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시끄럽고 탐욕스런 저자거리 떠나 산에 살리라.

통나무집 지어놓고 용녀 데려다 밭매고 나무하고 아이 낳고 알공달공 산에 살리라.

하늘에서 쏟아지는 별무리 아래서 저 또한 별이 되리라.

 

산.

자연주의 심미주의(審美主義)..혹은 도피주의.

 

***eunbee***

2013.08.05 18:06

 

눈사태로 갇혔다가 봄되어 산밖으로 나올 때

품에는 삐약거리는 애기 강보에 싸안고 나오던...

그래서 내가 유쾌하게 웃던 뮤지컬영화 "7인의 신부"가 생각나요.

용녀를 산으로 데려올 꿈꾸는 저 남정네가 사랑스럽습니다.

 

***동우***

2013.08.06 04:47

 

<용녀가 만약 말을 안 들으면 밤중에 내려가 가만히 업어 올걸.>

이 한줄 대목에서 7인의 신부를 떠올리셨군요.

하하, 그 유쾌한 산골 촌놈 형제들의 색시 업어오기.

은비님의 아래 댓글 '록키에 봄이 오면'이라는 노래에서 그 뮤지컬 떠올랐는데. ㅎ

 

 

<장미 병들다>

-이효석 作-

 

***동우***

2014.05.26 04:14

 

이효석(李孝石,1907~1942)의 '장미 병들다'

그에게는 토착적 자연주의와 더불어 도회적 댄디스트의 면모와 탐미적 에로티시즘 같은게 없지 않습니다. (특히 花粉같은 소설에서..)

 

'벌레먹은 장미'

중학시절의 교실, 책상 밑으로 은밀하게 돌아다녔던 도색소설의 제목입니다. (저자가 '방인근'이었던지)

우리즈음의 또래들 안읽어 본 사람 거의 없을걸요.

당시 사춘기 짜리들의 성의식은 지금보다는 고루하였을터이지만, 성교육따위는 어디로부터도 받은바 없이 이런 류의 것들(프레이보이 허슬러 류)로 인하여 꽤 왜곡되어 있었을겁니다.

 

여자와 자궁.

정신적 고결함과 관능적 육욕을 더불어 갈망하는 남성.

女性性에 깃든 이중성은 필경 남성이 만들어 놓은 덫일겁니다.

거실에서는 숙녀 침실에서는 창녀를 원한다는, 이른바 madonna complex와 whore complex.

 

그러나 함부로 몸을 굴리는 저 벌레먹은 장미(성병까지 옮겨주는)는 좀 서글픕니다그려.

진보적 서적을 읽으면서 사회의식도 남못지 않았고, 유진 오닐의 '고래'(전에 포스팅 하였음)의 대사를 즐겨 읊는 '남죽'이었는데.

 

'샤를르 보들레르'와 검은 비너스 '잔느 뒤발'이 연상됩니다.

고양이의 관능. (까비나 까밀도 썩 관능적이지요)

 

++++

<고양이>

- 보들레르 -

 

이리 오너라, 내 예쁜 고양이야

사랑하는 내 가슴 위로

고 모진 발톱일랑 감추고

 

금속과 마노가 뒤섞인 고운 네 눈 속에

나를 푹 잠기게 해다오

 

너의 머리와 부드러운 등을 하염없이

내 손가락이 어루만질 때

 

전율하는 너의 몸을 만지는 기쁨에

내 손이 도취할 때에

 

나는 본다 그 여인을 마음 속에.

그녀의 눈매는.

사랑스런 짐승아.

너의 눈처럼 깊고도 차가워

투창처럼 찌르고 꿰뚫어

 

발끝에서 머리끝까지

미묘한 숨소리, 변덕스런 향기

그 갈색 몸뚱아리를 싸고 감도는구나.

++++

 

 

<돼지>

-이효석 作-

 

***동우***

2014.06.18 05:01

 

씨를 받는 암퇘지를 보면서 분이를 떠올리는 식이는 얼굴을 붉히지만, 그것은 자연과 교감하는 인간의 행복일겝니다.

 

순식간, 건널목 기차에 치여 사라져 버린 돼지.

이 소설, 자연(원시)의 기인 숨결을 도시문명이 찰라적 호흡으로 말살해 버리는 느낌입니다그려.

 

 

<풀잎>

-이효석 作-

 

***동우***

2018.05.07 23:21

 

이효석(1907~1942)의 '풀잎'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 詩人 월트 휘트먼을 가졌음은 인류의 행복이다 ―

휘트먼에 대한 찬미가 소설의 冒頭를 장식하는군요.

 

++++

<풀잎>

- 월트 휘트먼-

 

한 아이가 물었다, 풀잎이 뭐예요?

손안 가득 그것을 가져와 내밀면서.

내가 그 애에게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인지 그애가 알지 못하듯

나도 알지 못하는데.

 

어쩌면 그것은 푸른 실로 짜 만든 내 천성의 깃발인지도 몰라.

아니면 그것은 하느님의 손수건이리라.

어디엔가 은밀히 당신의 이름 아로새긴 향기로운 선물,

일부러 흘리시고는 우리가 그것을 주었을 때

누구의 것이냐고 묻는 것일지도 몰라.

 

아니면 풀잎 그 자체가 아이,

아니면 그것은 하나의 그림문자이리라.

넓은, 또는 좁은 곳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자라나면서,

흑인이나 백인, 캐나다 사람, 버지니아 사람, 국회의원, 노예,

그 누구도 차별하지 않고 자라나면서

똑같이 고루고루 나눠 주고 받아들인다는 뜻이리라.

무덤 위 풀은 아름답게 자란 머리카락인 듯도 하다.

 

보들보들한 풀, 나는 너를 정답게 맞으리라.

너는 많은 젊은이들의 가슴 한가운데서 힘차게 나왔을 것이며,

내가 그 젊은이들을 알았더라면 그들을 사랑했으리라.

너는 늙은이들로부터, 아니 어머니의 무릎을 금방 떠난

갓난아기로부터 나와서,

지금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풀은 할머니의 백발로부터 나왔기에는 너무도 검고,

할아버지의 수염으로부터 나왔기에는 훨씬 더 검으며,

불그스레한 입 천장에서 나왔다고 하기에는 검은 편이다.

오, 나는 그렇게 많은 이야기를 듣지만,

풀은 무의미하게 입 천장에서는 나오지 않았다.

지금은 죽고 없는 젊은 남녀들이 보내는 암시나

할아버지들과 할머니들과 그들의 무릎을 쉽게 떠난

갓난아기들이 주는 암시를 설명할 수 있었으면 좋으련만.

 

젊은이들과 할아버지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할머니들과 갓난아기들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들은 어디엔가 살아 있을 거요.

조그만 풀잎조차도 죽음은 있을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지 않소!

죽음은 있다고 해도 생명으로 인도해 갈 뿐,

생명을 삼키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 아니오.

생명이 나타나면 죽음은 사라지는 것이며,

만물은 앞으로 멀리까지 나아가고 종말은 없는 것이오.

그래서 죽음이란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더 행복한 것이오.

++++

 

***동우***

2018.05.08 21:34

 

이 소설, 작금의 시선으로 보면 얼마나 진부한지.

피차 감정과 정서가 맞고 이성으로서 서로 끌리는 중년(?)의 남녀.

남자는 자식들 있는 상처(喪妻)한 처지의 소설가이고 여자는 과거 남자관계가 복잡한 음악하는 여자입니다.

두 사람의 연애에 대하여 세간은 시끄럽습니다.

과거있는 여자, 오로지 남자에게만 정신 차리라고, 후회할 거라고.

저울에 달아 남자가 밑지는 장사란 거겠지요. ㅎ

 

열린 정신, 영혼과 육체의 자유, 개인주의에 대한 존숭, 민주주의, 평등....

월트 휘트먼이 이 소설의 내용과 합당한지 모르겠지만 당시 시대상으로서는 이런 연애는 심각한 문제였던가 봅니다.

 

어버이 날.

어떤 사람(탈북자)은 이런 날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합니다.

생일도, 명절도.

도저히 닿지 못하여 마음을 후벼파는, 그 관계라는 놈이 그리도 고통스럽다는군요.

 

 

<분녀>

-이효석 作-

 

***동우***

2018.09.30 23:54

 

이효석(李孝石,1907~1942)의 '분녀(粉女)'

 

이효석은 섹스(성의식)를 다룬 소설을 여러 편 썼지요.

'화분(花粉)' '장미 병들다'...

 

분녀, 두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10.02 09:28

 

가난한 농촌처녀 분녀의 성적 타락과정.

성적성숙은 여자가 남자보다 일찍 이루어지는데, 여자가 지니고있는 성의식은 수동적일수 밖에 없습니다.

생물학적 신체구조와 기능이 그러하고 전통적 윤리의식과 가치관이 그걸 강요하기 때문일겝니다.

공격적이고 정복지향적인 남자에게 당할수 밖에 없는.

 

노모쇼(지상열이 MC)라는 티비프로.

요즘 처녀들의 개방적이고 자유로운 성의식에 처음에는 놀랐었습니다만, 젊음의 영육(靈肉) 공히 어떤 건강함을 느낄수도 없지 않았습니다.

 

위에서 분녀의 성적 타락과정이라고 했는데 정정하겠습니다.

타락이 아니라 분녀의 성의식의 변모과정이라고.

성적 굴레에서 벗어나 비로소 자유를 획득한 건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ㅎ

 

 

<수탉>

-이효석 作-

 

***동우***

2018.10.14 23:49

 

'이효석(李孝石 1907~1942)'의 '수탉'

다분히 경향성있는 작품을 쓰던 이효석 작품세계의 전환점이 되는 소설이라고 합니다.

 

학교에서는 무기정학을 받고 사귀던 복녀에게도 버림받은 을손이.

자신의 무능에 대한 비애와 개탄, 그것은 고스란히 못난 수탉의 초상으로 투사됩니다.

허울도 변변치 못하고 거적눈에다 한 쪽 다리도 저는, 암탉에게까지 쫓겨다니는 수탉.

 

지금은 고인이 된 배우 '김인문'이 주연한 영화 '수탉'이 떠오릅니다.

사내구실 시원찮아 마누라로부터 구박받고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중년남자.

 

벼슬을 뽐내면서 꼬끼요~ 새벽을 알리는 수탉.

그러나 화려한 벼슬과 청아한 목청은 수탉의 허장성세.

정력 떨어진 수탉은 암탉들이 집단적으로 쪼아서 벼슬이 떨어져나간답니다.

 

그런데 프랑스의 國鳥는 독수리나 매처럼 늠름한 새가 아니라 왜 수탉일까요.

허긴 우리도 옛날 신라의 왕은 닭알에서 태어났다니까.. ㅎ

 

 

<도시와 유령>

-이효석 作-

 

***동우***

2018.11.01 00:21

 

'이효석'의 '도시와 유령'

작가 21세때의 작품.

아시다시피 이효석 초기 문학활동은 경향성 짙은 동반작가의 길로 시작하였습니다.

 

헐벗은 거지모자.

거대한 도시와 그 그늘에서 신음하는 프롤레타리아.

 

메트로폴리탄.

작금.

甲질하는 자 그리고 무수한 乙들...

 

***방울새***

2018.11.01 02:31

 

날씨가 많이 춥네요.

감기 걸리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잘보고 공감하고 갑니다.

제 블로그에도 공감하트 부탁드려요^^

 

 

<노령근해(露領近海)>

-이효석 作-

 

***동우***

2018.11.23 00:58

 

'이효석'의 '노령근해 (露領近海)'

 

이효석 문학의 초기, 이효석은 경향성 짙은 동반자적 작가였지요.

무대는 러시아를 향해 가는 여객선.

혁명으로 공산낙원을 이룩했다는 러시아를 향한 꿈.

 

배 안에서도 가진 자와 없는 자는 극명합니다.

1등 선실의 살롱은 선경(仙境))을 방불케 하고 3등 선실은 돈벌러가는 서민들로 가득하고 갑판에서 몇층이나 아래에 있는 기관실은 지옥의 세계입니다.

 

이효석 자신의 그 무렵, 러시아에 대한 동경도 여실하게 묻어 있는듯 합니다그려.

 

 

<들>

-이효석 作-

 

***동우***

2019.02.01 06:07

 

'들'

이효석 문학이 경향성에서 벗어난 모티프가 이 작품에 녹아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모종의 이념에 기운 사상 때문에 도회의 학교를 퇴학맞아 시골로 쫓겨 내려온 주인공 학보.

나(학보)의 영향을 받은 문수라는 시골친구 역시 나중에 불온한 독서로 학교에서 정학을 받고 어디론가 끌려갔습니다.

 

자연의 기막힌 신비.

들.

꽃다지, 길경이, 나생이, 딸장이, 먼둘네, 솔구장이, 쇠민장이, 길오장이, 달래, 무릇, 시금초, 씀바구, 돌나물, 비름, 능쟁이... 초록의 바다.

 

개울녘 풀밭에서 거리낌없이 어울리는 한 자웅의 개.

빨갛게 익은 딸기, 왕성한 식욕, 무한한 욕정.

학보와 문수가 함께 육체를 공유한 옥분이.

 

문명스러운 것, 인위적인 것, 사회적인 것, 도회적인 것...어쩌면 남성적인 것은 공포입니다.

반면에 자연과 야생과 본능적인 것 원시적 자궁공간은 근원적 기쁨이고 원시성의 아름다움...

생명의 관계, 인간의 관계에 대한 심오한 섭리가 게 있습니다그려.

 

 

<하얼빈>

-이효석 作-

 

***동우***

2019.03.12 02:53

 

'이효석(1907~1942)'의 '하얼빈'

하얼빈은 중국땅이지만 소설 속 분위기는 완연한 유럽입니다그려.

 

토착서정 가득한 '메밀꽃 필 무렵'을 쓴 이효석.

그런데 이효석의 기질은 대체로 이국취향의 도회적이었다고 합니다.

그 시절 식민지 젊은 지식인의 서구지향적 경향은 사상에서 비롯된 것만은 아니었을듯 합니다.

 

하얼빈.

엑조틱한 정서 속에 스며있는... 상실감... 노스탤지어... 허무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