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이별의 방식. 산책하는 남자. 나의 첫사랑. 용늪 가는 길. 맨 처음 크리스마스]] (1,4,3,3,1)

카지모도 2020. 10. 1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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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이별의방식> <산책하는남자> <나의첫사랑> <용늪가는길> <맨처음크리스마스>

 

 

<이별의 방식>

-이세기 作-

 

***동우***

2016.03.01 04:23

1977년도 현대문학상 수상작, 이세기 (1940~ )의 '이별의 방식'

70년대 즈음 현대문학지에서 접하였던 여성작가 이세기.

그녀의 소설은 (현대문학 특유의) 당시 우중충한 사유의 범람 속에서 발군(拔群)이었습니다.

세련된 감각(쿨한)의 매우 현대적(당시로서) 것으로 느껴졌었지요.

격세지감, 요즘 세태의 감각으로 이 소설속 아버지의 캐릭터는 진부할테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1960-70년대의 대한국민(國民)의 의식(意識)은 과연 저러했습니다.

나남없이 미국이란 나라는 꿈의 이상향이었지요.

‘트로이 도나휴’ 나오는 청춘영화는 한반도의 청춘들에게는 그야말로 네버랜드의 그림이었어요.

그 찬란한 그림 속에다 우리의 엽전청춘(ㅎㅎ)을 대입한다는 건 정말 상상할수 없었습니다.

우물안 개구리, 궁핍에 찌든 나라 사람으로서의 열등감과 자기비하 의식.

1970년대 중반, 직장에서 상전(上典, 선주감독이나 로이드검사관)으로 접하게 된 백인들은 말할것 없거니와, 이웃 일본사람들에게마저 주눅이 들었던..

그런 시기가 우리에게 분명히 있었습니다.

 

소설 속 저 아버지.

흰둥이 상류사회(이른바 WASP 어름쯤)에 가까스로 진입한 노랭이(황인종)의 병적인 자의식이 끔찍합니다.

겨우 획득한, 꿈의 나라 상류사회의 일원이 되어 누리는 행복이 거품으로 스러질까봐 전전긍긍합니다.

그 사회에서는 55마일로 달리지 않으면 죽습니다. 

그 속도에 몸을 맡겨 허깨비처럼 행복하다고 행복하다고 뇌이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의식을 가질수가 없습니다.

 

<난 행복해, 행복해. 평생을 두고 다신 얻을 수 없는 행복이야. 왜 어디가 어때서 더 행복하라는거냐. 흠간 데 없이 행복하라고? 어디에 어떤 흠이 있기에?>

 

미국 땅으로 그 아버지를 찾아 간 딸.

이 사람이 나를 그리도 사랑하였던 그 아버지란 말인가?

그러나 현명한 저 딸은 슬플지언정 절망하지는 않습니다.

딸은 바로 작가 이세기적인 여성상입니다.

 

아버지의 부재(不在)함을 스스로 명확하게 인식하기로 합니다.

그로써 인간적 성숙을 꾀하는 겁니다.

슬프디 슬픈 자위(自慰)의 도피 영역인지는 모르겠지만.

딸은 '쿨'하게 아버지와 이별합니다.

 

사회적 존재가 의식을 지배한다고 합니다.

프롤레타리아적 삶이 프로레타리아적 의식을 만들어 낼터인데, 그 의식에는 궁핍한 자의 열등감과 가난한 자의 자기비하적 감정은 없을런지.

북한이라는 사회에 아무리 뛰어난 춤꾼 가수 싸이가 있더라도 죽었다 깨어나도 지중해 크루즈 선상에서 말춤 타임을 갖게 하지는 못할겁니다.

 

저 아버지의 의식, 미국이 아니라 작금에 이르러 자본 양극화의 이 나라에 그대로 수평이동 한건 아닐런지...

그에 대한 잡설은 그치렵니다.

 

지구촌 곳곳에 터잡아 번성하는 한국인들, 환호받는 한류, 어딜가나 당당한 코리언들...

 

오늘(병신년 3월1일 정오~~) 은비님은 파리로 향발하여 몇계절 파리지엔느로 지내실거고.

요즘 매일 카톡으로 여행사진 보내오는 고교친구 정목사도 파리 아들네에서 유유자적 할거고.

해삼(일생 몇미터 범주안에서 살다 죽는다는) 코리언은 친구들을 통한 간접나들이로나마 지구촌에 당당하리다. ㅎ

 

 

<산책하는 남자>

-김윤영 作-

 

***동우***

2016.05.10 04:29

김윤영 (女, 1971~ )의 '산책하는 남자'

다중인격의 사이코 영화를 보는듯 등에 소름이 돋습니다.

 

오래 전에 김윤영의 장편소설 '내 집 마련의 여왕'을 구입하여 읽었습니다.

부동산에 관한 소설이라길래 자칭 부동산전문가로서 소설 내용이 궁금해서 말입니다.

그 소설을 읽고서 작가가 부동산에 관하여 제법 천착한 바 있구나 하고 느꼈더랬지요.

특히 부동산 경매부분.

그 분야는 민법, 민사소송법, 민사집행법, 민사특별법과 여러 공법(公法)등 깊은 법률적 지식과 각종 공부(公簿)의 해독과 권리분석등 실제적 경험이 있어야 다룰수 있거든요.

이 소설의 남자는 '동산경매'의 입찰꾼으로 가끔 돈을 만지는데, 작가는 부동산경매와 이웃인 동산경매에 관하여도 공부가 있었겠지요.

 

정처(定處)를 갖지 못한 '실업자'이지만, 임시직과 박봉을 떠나 남자는 스스로의 시스템을 만들어 그곳에 자기자신을 고용한 것입니다.

근무지는 차(車)안, 꼬박꼬박 9시 출근하여 6시 퇴근합니다.

점심시간에는 빌딩 로비에서 티타임을 갖고 테헤란로를 규칙적으로 산책합니다.

 

가족과 친지들은 남자가 투자회사에 다니는 줄 압니다.

스스로는 실업자가 아니고 지극히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합니다만 남들에게는 사회부적응자로 여겨집니다.

평소에는 매우 가정적이지만 때로 아내를 개무시하여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폭력도 행사합니다.

급기야는 자신의 정체를 알고 주제넘게 충고하는 위층 남자(빌딩수위 백씨)를 살해하고 맙니다.

 

<이제 날이 어두워졌으니 남자는 딸아이를 데리고 집에 들어가야 한다. 아이를 씻기고 먹이고 놀아주고 늦게 돌아온 아내와 저녁준비를 하고 음식물쓰레기를 갖다 버리고 9시뉴스를 보고… 그러면서 오늘 하루는 또 지나가겠지. 이러면서 내 나이 곧 마흔이 되고 쉰이 되겠지. 그러다 문득문득 가슴이 허전해질 땐 아무라도 붙잡고 얘기하고 싶어지겠지. 자유로운 만큼 고독한. 정말 고독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지… 딸아이의 손을 잡고 놀이터를 나오면서 남자는 생각했다. 그것은, 내가 선택한 고독이다.>

 

도저히 벗어날수 없는 시스템 속. .

남자는 자아(自我)의 분열(分裂)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때로 그렇게 우리가 앓듯이.

 

<그러나 그제서야 남자에게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이건 나 개인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시스템의 문제야. 한국 사회의 경쟁원리에 불만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회의를 품은 적은 없었다. 모든 조건을 싹 바꿔 새로 태어날 수 없는 문제라면 이 경쟁원리 안에서 일생동안 챗바퀴 돌 듯 살아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는 결심했다. 그 안에서 살지 않기로. 밑천도 없으니 이민은 글렀고 그러면 지구상에 남은 길은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 땐 그것만이 살 길처럼 느껴졌다. 마음을 굳히고 어떻게 하면 넘어갈 수 있을까, 바다로? 아니면 육로로?>

 

옛날에 나도 신음한 적이 있습니다.

오로지 물화(物化)된 욕망으로 추동(推動)되고 운용되고 지배되는 자본사회의 삶의 방식.

이 시스템은 도무지 내게 맞지 않는 옷이야.. 여긴 내 별이 아니야... 하면서.

이민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적 있지만 그마저 내 능력이 닿지 않고,

그러나 상상만으로도 더욱 끔찍한 스탈린주의, 밀입북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습니다.

 

헉헉대면서도 시스템에 순치(馴致)되어 그러구러 예까지 살아 온 것입니다.

당신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ㅎ

 

 

<나의 첫사랑>

-마광수 作-

 

***동우***

2016.06.12 04:40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 즐거운 사라...

책은 읽어보지 않았더라도 연대교수 마광수(馬光洙,1951~ )라는 이름은 우리 귀에 익을듯 합니다.

 

교양성이라거나 계몽성같은.. 문학의 폼잡기를 향하여 엿먹이기.

마광수 교수에 대한 평가는 유보합니다만, 우리사회의 이중성에 대하여는 나 역시 신랄하렵니다.

 

밤(夜)문화 뿐 아니라 인터넷 영화 연극 문학등 온갖 변태적인 성적판타지가 현실화되어 공공연하게 범람하고 있는 작금의 현실. <유튜브에서 노모쑈라는 동영상(지상열 사회)을 한번 보십시오. 우리나라의 성의식 어디까지 이르렀는지 아실겁니다.>

 

그런데 섹스가 수치인양 죄악인양, 우리 사회의 엄숙주의(법률, 행정, 페미니즘 담론까지도..)는 그저 눈가리고 아웅하는 양상이 아닌가요.

 

'나의 첫사랑'

나도 마광수의 소설 몇 읽어보았습니다만 이 정도는 그야말로 조족지혈..

현실의 속사정은 이보다 몇백배나 엄청나건만, 아직까지 마광수를 금기의 영역에다 묶어 놓고 있으니.

우리 사회, 위정자나 지식인들의 위선이 끔찍합니다.

 

***하늘의소리***

2016.06.13 02:15

사람의 취향은 다양한 것.

성적인 것이라도.

그런 다양성 때문에 세상은 살맛나는 곳.

덕분에 마광수 소설도 읽어보네요.

 

내려가 만나세.

광명이와는 톤화하였네.

 

***동우***

2016.06.13 04:41

읽어주어 감사.

그래, 모처럼 회포 풀세나.

 

***teapot***

2016.06.20 04:49

쎈쎄이셔날한 글을 쓰려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나의 좁은 소견 일수도 있다 하면서 도망갈 구멍을 만들어 놓고요. ㅎㅎㅎ

 

 

<용늪 가는 길>

-김하기 作-

 

***동우***

2016.09.26 04:12

김하기(1958~ )

그는 옛날, 술먹다 울컥하여 두만강을 건너 북한에 들어간 에피소드로 유명하였지요.

별 쓸모가 없었는지 북은 그를 즉시 쫓아냈구요. ㅎ

작가적 낭만이 감행한 객기였을테지요.

 

용늪 가는 길.

 

6.25와 월남전과 광주와.

순결한 전쟁의 자리라는건 없습니다.

戰場은 부도덕과 폭력과 살육이 점철된 끔찍한 현장일 뿐입니다.

 

해준은 아직도 80년대의 악몽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리되지 못한 부당한 역사에 대한 분노와 혼돈이라기보다 불순함과 배신에 대한 것으로.

그는 인물사진을 찍지 못합니다.

사람을 향하여 셔터를 누르는 것이, 똑 총구를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 같아서.

 

6.25중 전쟁이 지겨워서 터뜨린 수류탄 파편이 목에 박힌 김교수, 군대시절 자행하였던 범죄로 인한 트라우마를 지닌 신무홍.

 

해준은 필경, 용늪을 겪으면서 화해와 안정에 이르게 된 것일까요.

처음으로, 서로 어깨를 건 그들의 사진을 찍습니다.

포연을 이겨 내고 자라난 무성한 들풀과 같은 그들을.

 

용늪에 용은 살지 않습니다.

세상에 용이란 존재는 없습니다.

자연 속에서 더불어 사는 도롱뇽, 그것으로 삶은 족합니다.

 

어제 종일 심한 배탈로 앓았습니다.

곡기를 끊고서. 하하

 

좋은 한주를.

 

 

<맨 처음 크리스마스>

-전경린 作-

 

***동우***

2016.12.24 04:35

'전경린(全鏡潾, 1963~ )'의 '맨 처음 크리스마스'

 

들판 가운데 집이 하나 있었어요. 주위에 그 집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외딴집.

 

한없이 어둡고 황량한 세월입니다.

그 세월 속에 숨어 있었던 맨 처음 크리스마스 이야기입니다.

 

<우리 가족에게 그 해의 크리스마스는 맨 처음 크리스마스였어요. 그 후 오랫동안 엄마는 크리스마스가 오는지 가는지 모르는채 지친 얼굴로 늙어갔어요. 우리는 먼 소문처럼 크리스마스가 왔다가 가는 것을 언뜻언뜻 보았을 뿐이지요. 크리스마스, 그건 내가 가질 수 없었던 모든 것이 차곡차곡 들어 있는 환하게 불켜진 방이예요.... 어딘가에 갇혀서 이십 년이 지나도 세상을 알아볼 수 있을까..., 열두 살 땐 그게 궁금했었죠. 이제 난 알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세상은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게 더 많거든요. 종전 혹은 통일 같은 거, 크리스마스 같은 거, 영화 같은 거, 털실 스웨터나 흰 눈 같은 거, 꽃들과 고양이와 처녀들과 기차 같은 거, 그리고 겨울과 가난, 그리움과 삼키는 울음, 섬 같은 거, 그리고 아직도 성당의 방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는 늙은 엘리자 이모...>

 

크리스마스는 거기 그렇게 있었었던가 봅니다.

 

입힐 인형은 없더라도 울긋불긋한 인형옷 천조각에.

보석같이 푸른 고양이의 눈 속에.

엘리자 이모의 뜨개질하는 손길에.

빈 스크린 같은 아버지의 어깨 쭉지에.

불나가는 순간 문득 허공에 떠올랐다 사라지는 가난하지만 슬프고 감동적인 엄마의 얼굴에.

크리스마스 카드 건내주는 남자애의 손등에도.

 

<먼 곳에서 짐을 풀면 그곳도 마찬가지야. 어디나 차가운 바닷속인걸.>

 

알 수 없는 서러움이 목 밑에 차올라 왼쪽 가슴께가 뻐근했던게 바로 크리스마스였던가 봅니다.

 

바그다드 카페.

사막 한가운데에서 노래소리 들립니다.

I am calling you~

 

기쁜 크리스마스를.

 

체홉...가엾은 처녀 아뉴타도, 아홉살 짜리 소년 빈카도. 자식잃은 요나영감님도. 

초원사진관의 한석규도. 

유리동물원 로라도. 

김첨지도. 월선이도. 하대치도, 

갇힌 이도, 아픈 이도, 

낮에 보았던 그 행려자도, 

최순실도, 박대통령도, 우병우도, 특검도, 헌재도, 

트럼프도, 토끼도 고양이도 뱀도 바퀴벌레도...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

 

산다는건 애긍한 것.

그리하여 하나님께 어여쁜 것들이여.

모두 모두 메리 크리스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