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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 부활 (37) -톨스토이-

카지모도 2021. 8. 12. 0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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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이튿날은 일요일이었지만, 아침 5시에 여죄수 감방의 복도에서 여느 날과 같이 호각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펴지자 일찍부터 잠이 깨어 있던 코라블료바가 마슬로바를 흔들어 깨웠다.

'징역수'라는 생각에 섬뜩해 하면서 마슬로바는 눈을 비비고 아침이 되면 굉장한 악취가 풍기는 공기를 얼떨결에 깊숙이 마셨다. 또다시 잠에 빠져 망각의 세계에 잠기고 싶었지만, 이미 습관이 되어 버린 공포심 때문에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다리를 구부리고 앉아 주위를 둘러보았다. 여죄수들은 모두 잠이 깨어 일어나 있었고, 아이들만 여태 잠자고 있었다. 눈이 튀어나온, 술을 밀매하는 여자는 애들이 깰까 봐 조심하면서 애들 밑으로 겉옷을 살그머니 끄집어 냈다. 폭동죄로 투옥된 여자는 난로 옆에서 기저귀로 쓰고 있는 누더기를 펼치고 있었고 아이는 푸른 눈의 페도샤에게 안겨 시끄럽게 울어대고 있었다. 페도샤는 상냥한 목소리로 아기를 달래며 몸을 흔들흔들하고 있었다. 폐병쟁이 여자는 가슴을 움켜쥐고 빨갛게 상기된 얼굴로 연방 기침을 하고 있었는데, 기침을 멈출 때마다 거의 외치는 듯한 소리를 내며 한숨을 몰아쉬곤 하였다. 빨간머리 여자는 잠이 깨자마자 그 자리에 반듯이 누워서 굵은 다리를 꼬부리고 큰 소리로 어젯밤 꿈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고 있었다. 방화범 노파는 여전히 성상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늘상 하는 말을 중얼거리며 성호를 긋고 있었다. 교회 부집사의 딸은 꼼짝도 않고 나무 침대에 걸터앉아 아직 감기가 가시지 않은 거슴츠레한 눈으로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멋쟁이 여자는 기름을 번지르르하게 바른 뻣뻣한 검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감아올리고 있었다.

복도에서 죄수화를 질질 끄는 소리가 들리고 자물쇠를 녀는 소리가 들리더니, 짧은 웃옷에 발목에서 훨씬 올라간 깡똥한 회색 바지를 입은 변기 소제부인 두 명의 죄수가 들어왔다. 그들은 화가 난 듯 굳은 표정으로 하고 냄새나는 변기통을 막대기에 둘러꿰어 어깨에 메고는 밖으로 나갔다.

여자들은 세수를 하려고 복도의 수도가 있는 곳으로 나갔다. 수도가에서 빨간머리와 옆 감방의 여죄수 사이에 싸움이 벌어졌다. 욕지거리를 해 대고 비명을 지르고 울부짖고 야단들이었다.

"독방에 들어가고 싶어서 그래?" 간수가 소리를 지르며 빨간머리의 투실투실한 벗은 잔등을 찰싹 후려갈겼다. 그 소리가 온 복도에 울렸다.

"조용히 하지 못해!"

"아이, 영감님도 너무하네요!" 빨간머리는 그 매를 애교로 받아넘겼다.

"자, 빨리들 해! 미사드릴 준비를 해야잖아."

마슬로바가 채 머리도 빗기 전에 소장이 부하를 거느리고 왔다.

"점호!" 간수가 외쳤다.

다른 감방에서도 여죄수들이 나와서 모두 복도에 두 줄로 늘어섰고, 뒷줄의 여자는 앞줄의 여자 어깨에 두 손을 얹었다. 그리고 점호를 받았다.

점호가 끝난 뒤 여간수가 와서 여죄수들을 성당으로 데리고 갔다. 마슬로바와 페도샤는 각 감방에서 몰려나온 백 명도 넘는 행렬의 중간쯤에 섰다. 모두들 흰 목도리에 흰 웃옷과 흰 치마를 입고 있었으나, 그 중 어떤 사람은 자기 마음대로 색깔 있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그들은 남편을 따라 유형지로 가는 아이 딸린 여자들이었다. 모든 층계는 이 행렬로 메워졌다. 죄수화의 가벼운 발소리, 이야기 소리, 그리고 간간이 웃음소리도 들렸다. 마슬로바는 길모퉁이에서 앞쪽에 걸어가는 자기의 적 보치코바의 심술궂은 얼굴을 보자 그것을 페도샤에게 알려 주었다. 아래로 내려간 여죄수들은 잠잠해지고 성호를 긋거나 머리를 숙이며 텅 빈 금빛 찬란한 성당의 열려진 문 안으로 들어갔다. 자기들 자리인 우측으로 간 여죄수들은 이리저리 밀치면서 정돈했다. 여죄수들의 뒤에 이어 회색 죄수복을 입은 남자 죄수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헛기침을 해 대면서 한 무더기씩 성당의 좌측과 중앙에 자리를 잡았다. 위쪽 성가대 자리에는 먼저 인솔되어 온 자들이 서 있었다. 한쪽에는 머리를 절반쯤 깎은 징역수들이 쩔렁거리는 쇠고랑 소리를 내면서 자기들이 왔다는 것을 알리고 있었고, 또 한쪽에는 머리도 깎지 않고 쇠고랑도 차지 않은 미결수들이 서 있었다.

교도소 내의 성당은 어느 돈많은 상인이 수만 루블을 기부하여 신축하고 장식한 덕분에 밝고 찬란한 금빛으로 빛났다.

잠시 동안 성당 안에는 침묵이 흘렀다. 코를 푸는 소리, 기침 소리,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 그리고 이따금 쇠고랑 소리 외에는 별로 들리지 않았다. 이윽고 중앙에 서 있던 죄수들이 움직이더니 서로 떼밀면서 중간에 통로를 만들었다. 그러자 소장이 그 통로를 따라 들어와서는 맨 앞자리인 성당의 중앙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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