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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7권 (43, 完)

카지모도 2023. 6. 24.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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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재 윗고개 길로 고량진까지 나오는 데는 김억석이와 김산이가 길라잡이 노

릇을 하였고 고량진서 점심 요기하고 장단을 지나 송도까지 오는 데는 황천왕동

이가 앞서 오며 뒤의 사람을 재촉하였다. 황천왕동이는 노량으로 걸었지만 김억

석이와 김산이는 따라오느라고 죽을 애들을 썼다. 점심 위에 팔십 리 길을 오고

보니 삼사월 긴긴 해도 벌써 다 지고 달빛이 생기었다. 세 사람이 달을 보고 청

교를 지나올 때 황천왕동이가 뒤를 돌아보며 “시장들 하지. 우리 어디 가서 술

잔이나 먹구 가세.”하고 말하니 김억석이가 풀기 없는 말소리로 “송도서 주무

시지 않구 바루 나가실랍니까?”하고 물었다. “그럼 밤에 나가지 이삼십 리 남

겨놓구 잔단 말인가?” “저는 발병이 나서 십리두 더 못 갈 것 같습니다.” “

밤중에 들어갈 작정하구 찬찬히 걸어가세.” “제 처의 고모가 검은학골서 사니

거기 가서 하룻밤 주무시구 가시지요.” “자네 여편네가 검은학골 와서 있나?

” “어제 당일은 못 왔을 게구 오늘 왔습지요.” “그래 여편네를 보구 갈 생

각인가?” “집을 비워놓구 왔으니까 얼른 가라구 말을 이르구 갔으면 좋겠습니

다.” 황천왕동이가 김산이를 돌아보며 “어떻게 할까?”하고 의향을 물으니 김

산이도 다리가 아파서 밤길 걸을 덧정이 없는 판이라 “검은학골 가서 주무시구

가는 게 어차피 좋을 것 같습니다.”하고 대답하였다. 황천왕동이가 고집을 세우

지 않고 “셋동행에 둘의 말을 안 좇을 수 있나.”하고 말한 뒤에 김억석이를

앞세우고 검은학골로 올라왔다. 무당의 집 앞에 와서 김억석이가 잠시 서 있으

라고 말하고 집안으로 들어가더니 한동안 착실히 지나도 나오지 아니하여 “잠

깐 섰으라구 하구 들어간 사람은 꿩 구어먹은 소식이니 웬일일까?” “집을 비

어놓고 왔다구 여편네가 사살낱이나 하는가 봅니다.” “아지미집두 남의 집인

데 손들을 끌구 왔다구 좋아 않는지 모르지.” “글쎄요. 그럼 어디 다른 데 가

서 주무시지요.” “요기들이나 하구 그대루 가는게 좋은 걸 공연히 왔어.” 황

천왕동이와 김산이가 서로 보고 지껄이는 중에 김억석이가 여편네를 데리고 나

왔다. 여편네가 걸음걸이는 멋들어 보이고 허리는 늘씬하고 얼굴은 말상이었다.

“이게 제 처올시다.” 김억석이 말끝에 여편네는 황천왕동이와 김산이를 향하

고 긴 허리를 굽실굽실하였다. 황천왕동이가 여편네더러 “이렇게 우들 와서 미

안하우.”하고 말하니 여편네는 “천만에 이렇게 밖에 오래 서 기시게 해서 지

가 미안합지요.”대답하고 말하기 어려워하는 모양을 보이면서 “제 고모가 대

단히 앓아서 지금 경황들이 없습니다.”하고 말을 내었다. 황천왕동이가 김억석

이를 보고 “우리 가는 게 좋겠네.”하고 말하자, 여편네가 선뜻 “이런 미안하

고 황송할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사정이 난처한 것을 통촉하셔서 용서하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김억석이는 말할 것 없고 김산이와 황천왕동이도 검은학골서 자려고 장을 대

고 갔다가 자지 못하고 도로 큰길로 내려오는 중에 술 파는 집을 찾아들어가서

술잔으로 요기들 하고 청석골로 나오는데, 김억석이와 김산이가 모두 걸음을 못

걸어서 황천왕동이는 갑갑한 것을 참다 못하여 마침내 탑고개 동네에 와서 그날

밤 쉬고 이튿날 식전에 산속으로 들어왔다.

황천왕동이가 찾아러 간 김억석이 외에 김산이까지 새로 데리고 온 것을 여러

두령들이 모두 좋아하는 중에 꺽정이는 옛날 검술선생의 생각으로 그 조카를 못

내 반겨하였다. 나중에 김산이는 꺽정이의 특별한 대접으로 청석골서 두령이 되

고 김억석이는 황천왕동이의 주선으로 꽃뫼 가서 무당 서방 노릇하고 살게 되었

다.

 

 

7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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