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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7권 (42)

카지모도 2023. 6. 23.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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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이를 한번 본 적두 없구 서로 상종한 일도 없지만 만나서 이야기

하면 잘 알 겝니다.” “김서방 이름이 무어요?” “산입니다.” “김산이 김산

이.” “성명이 우습습니까? 경상도 골이냐구 조롱하는 사람두 있습니다.” “임

꺽정이가 큰아버지께 검술을 배울 때 어째 한번 보지두 못했소?” “큰아버지가

재주가 특별하니만큼 성미가 괴상해서 저의 부모가 뫼시구 지내려구 해두 말을

안 듣구 부평 요광원이란 데 가서 혼자 따루 사셨습니다. 그때 저의 집은 파주

멀원이 있었으니까 임꺽정이를 만나보지 못했습지요.” “임꺽정이 말은 뉘게

들었소?” “큰아버지가 마지막 저의 집에 다니러 왔을 때 저더러 ‘네가 이담

에 검술을 배우구 싶거든 양주 백정의 아들 임꺽정이에게 가서 배워라. 그 아이

가 내게 배웠으니까, 네가 내 조칸 줄 알면 성심껏 가르쳐 줄 게다’말해서 그

래서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청석골 화적 괴수 임꺽정이가 양주 백정의 아들

이랍디다.” “그럼 왜 임꺽정이에게 가서 검술을 배우지 않았소?” “제가 검

술을 배울 맘두 부족하구 부모가 백정의 자식에게 가지 말라구 보내주지두 않아

서 그럭저럭 못 배우구 말았습니다.” “부모는 파주서 농사를 지었소?” “네,

부모는 농군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첫번 장가 든 뒤에 처가 발련으루 작성

가서 구실을 다녔습니다.” “무슨 구실을 다녔소?” “처음에 통인으루 들어가

서 수통인으루 제색 색리루 열댓 해 동안 관가 물을 먹다가 연전에 남에게 먹혀

서 구실이 떨어지구 달골루 이사를 왔었습니다.” “세상에 공교한 일두 다 많

소.” “무슨 일이 공교합니까?” “내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청석골 임꺽정이

의 처남 되는 사람이오.” “그렇습니까? 그러세요. 그럼 잘됐습니다. 저를 데리

구 가주십시오.” “내가 김억석이란 자를 찾자면 앞으루 며칠이 걸릴는지 모르

니까 나하구 동행하기는 좀 어렵겠소.” “만나보신다는 관상쟁이나 만나보시구

곧 가시지요.” “관상쟁이를 만나본 뒤 다시 이야기합시다.” 두 사람이 걸음도

더디 걸었거니와 솔고개에 와서 늘어지게 앉아 있은 까닭에 두일 장터 못 미처

찬우물동네 가까이 왔을 때 날이 환히 밝았다.

김산이가 개울 건너 동네를 가리키며 황천왕동이더러 “저 동네에 저 친한 사

람이 있는데 그 사람에게 들어가서 조반을 얻어먹구 두일루 내려갈까요? 두일이

바로 요 아랩니다.” 하고 말하여 황천왕동이는 김산이를 따라서 찬우물동네로

들어오게 되었다. 동네 어귀에 다 왔을 때 나무 가는 초군 아이 너덧이 동네에

서 나오는데 그중의 한 아이가 황천왕동이 눈에 낯이 익어보이어서 이목구비를

자세히 보며 생각하여 보니 분명히 김억석이의 아들이라 황천왕동이가 그 아이

앞을 막아서며 “이애 나 좀 봐라. 날 알겠느냐?” 하고 물었다. 그 아이가 한번

치어다보고 놀라는 듯 입을 벌리고 한참 만에 “여기를 어째 오셨세요?”하고

말하는데 황천왕동이는 뜻밖에 만난 것을 너무도 신통하게 여겨서 “날 알지?”

하고 공연히 다져 물었다. “그럼 몰라요?” “너의 아버지가 이 동네서 사느

냐?” “아니오.” “아니라니?” “저만 이 동네 와서 있세요.” “너의 아버지

는 어디 있구?” “꽃뫼서 살아요.” “꽃뫼가 어디냐?” 김억석 아들이 대답하

기 전에 김산이가 나서서 “꽃뫼라구 이웃에 조그만 동네가 있습니다.”하고 말

한 뒤 “저애 아버지가 찾으시는 사람입니까?”하고 물어서 황천왕동이는 고개

를 끄덕이었다. “그럼 두일을 갈 것 없이 꽃뫼루 가야겠소.” “하여튼지 조반

은 여기서 잡숫구 가시지요.” “이애를 데리구 가면 좋겠는데.” “저는 꽃모

못 가요.”하고 김억석의 아들이 말하여 “왜?”하고 황천왕동이가 돌아보았다.

“주인집 나무를 가니까 어디 갈 수 있어요?” “너 이 동네 와서 머슴 사느냐?

” “녜.” 황천왕동이가 김산이를 보고 “나는 이애보구 말을 좀 물어보겠으니

그 동안에 먼저 가서 밥을 시키면 어떻겠소?”하고 말하니 김산이는 선뜻 “그

렇게 하시지요.”대답하고 나서 “집을 모르실 테니 제가 조반을 시켜놓구 다시

뫼시러 나오겠습니다.”말하고 동네로 들어갔다. “어디 가 좀 앉아서 이야기하

자.” 황천왕동이가 앉을 자리를 둘러보다가 “저기 좋겠다.”하고 길가의 편편

한 언덕을 가리키니 김억석이 아들은 동무 초군 아이들더러 “너들 먼저 가거

라. 나두 곧 갈께.”하고 말한뒤 황천왕동이의 뒤를 따라왔다. 언덕에 와서 앉은

뒤에 김억석이 아들이 비로소 “우리 누나 잘 있세요?”하고 누이의 안부를 물

었다. “너의 누님은 너를 보구 싶다구 늘 말하는데 너는 누님을 보구 싶은 생

각이 없느냐?” “누나를 찾아가 보겠다구 아버지더러 말까지 해봤세요.” “너

의 아버지가 못 가게 히든?” “그러먼요. 남들 듣는 데서는 누나 말두 하지 말

라는데요.” “이번에 나하구 같이 가자.” “아버지가 가래야 가지요.” “너의

아부지도 내가 데리구 갈테다.” “새어머니가 못 가게 할걸요.” “너의 아버지

가 여편네를 얻었느냐? 옳지, 그래서 귀여운 아들을 머슴살이를 내놨구나.” “

아버지가 지금두 저를 귀애하지만 전만은 못해요.” “새어머니가 사람이 좋으

냐?” “무당이랍니다.” “화랭이두 아닌 너의 아버지가 어째 무당 서방이 되

었어?” “처음에 조생원이, 조생원 아시지요? 관상쟁이 말씀이오?” “그래.”

“아버지를 은인이라구 붙잡구 놓지 않아서 두일 조생원 집으루 같이 왔지요.

조생원 아낙네는 우리 온 것을 좋아 안해서 우리 때메 내외가 쌈까지 했세요.

아버지가 다른 데루 가기루 작정하구 곧 떠난다구 하더니 그 집에 다니는 과부

무당하구 어떻게 이야기가 되어서 갑자기 같이 살게 되었세요. 아마 조생원이

붙여주었는 갑디다.” “그래 조생원이 꽃뫼다가 살림을 차려주었느냐?” “아

니오. 꽃뫼집이 새어머니 집이에요. 새어머니가 송도 대왕당 큰무당의 조카딸이

루 장단 관가 단골 무당의 이성사촌아라나요.” “그렇지요.” 한동안 지난 뒤

김산이가 동구 밖에 나와서 황천왕동이를 오라고 불렀다.

김산이 친한 사람의 집에서 식구들이 먹으려고 해놓은 이른 아침밥으로 먼저

손님을 대접하여 조반 요기가 별로 지체되지 않은 까닭에 황천왕동이가 김산이

와 같이 찬우물동네서 꽃뫼로 올라왔을 때 해가 아직도 늦은 아침때가 못 되었

었다. 꽃뫼 동네는 작은 동네요, 무당집은 단 한 집이라 한번 묻고 두번 물을 것

없이 바로 집을 찾았다. 삽작은 지쳐 있고 집안은 사람 없는 것같이 괴괴하였다.

황천왕동이가 삽작을 밀어젖히고 안으로 들어오며 주인을 부르니 “주인 어디

갔습니다.” 방 속에서 대답하는 사람이 있었다. “주인 없다는 사람은 누구요?

나 좀 내다보우.” 김억석이가 방에서 목을 내밀고 바라보더니 무서운 것을 본

사람처럼 눈이 휘둥그래지며 목이 자라목같이 옴츠라져 들어갔다. “여보게 억

석이.” 김억석이가 허둥지둥 나와서 황천왕동이에게 문안하고 낯모르는 김산이

에게까지 문안하였다. “자네 깊숙이 들어와서 숨어 사네 그려.” “제가 여기

와 사는 걸 어떻게?” “어떻게 알았느냔 말이지. 청석골 이목이 사방에 널려

있는데 자네가 꽃뫼 와서 무당서방 노릇하는 걸 모르겠나.” “황송하외다.” 김

억석이가 구상전을 만난 것같이 벌벌 떠느라고 말을 똑똑히 못하였다. “우선

방으루 좀 들어가세.” 황천왕동이가 김산이와 같이 김억석이를 따라서 방으로

들어왔다. 밥그릇, 물그릇, 반찬그릇 등속이 방바닥에 놓여 있는 것을 김억석이

가 부산히 치우는데 황천왕동이가 “인제 아침인가? 먹다 말았거든 마저 먹게.

”하고 말하니 김억석이는 “다 먹었습니다.”대답하고 물그릇에 담긴 물을 꿀

꺽꿀꺽 마시었다. 황천왕동이와 김산이가 앉은 뒤에 김억석이도 쭈그리고 앉았

다. 김억석이가 물을 먹고 떨리는 속이 진정되었는지 비로소 똑똑한 말로 “저

를 보시려고 전위해 오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자네를 잡으러 왔네.” “제

가 무슨 죄야 있습니까?” “다시 오지 않구 숨어 사는 것이 도중을 배반하는

것이니까 그게 죄지 무엔가?” “어찌하다가 그렇게 됐습지 제가 딸 생각을 하

기루 배반할 맘을 먹을 리야 있습니까.” “그럼 두말 말구 나하구 같이 가세.”

“오늘 가잔 말씀입니까?” “지금 곧 나서란 말일세.” “말씀하긴 황송하지만

먼저 행차하시면 저는 추후해서 가겠습니다.” “같이 가지 못할 일이 무엇인

가?” “새루 얻은 기집이란 것이 송도에 있는 저의 고모가 앓아서 어제 갔습니

다. 지금은 집이 비어 못 가겠습니다.” “대장 분부내에 자네가 무슨 핑계를 하

구 같이 오지 않으려구 하거든 자네 목을 비어 가지구 오라셨네.” “핑계가 아

니올시다.” “자네는 핑계가 아니라지만 대장께서 그렇게 아시나. 잔말 말구 같

이 가세.” “제가 가면 죄를 당하겠습니까?” “지금 나하구 같이 가면 무사할

겔세.” “다시 나오진 못하게 되겠습지요.” “자네가 여기 와서 무당의 서방

노릇하구 살구 싶다면 내가 배두령하구 상의해서 되두룩 힘써 줌세. 도록에 실

린 성명을 없애주지.” “꼭 그렇게 해주시겠습니까?” “내가 언제 자네보구

실없은 말 하든가?” “그럼 집을 비구라두 뫼시구 가겠습니다.” “집을 맡길

사람이 없나?” “이웃집 늙은이이게 부탁해 보겠습니다.” “어서 가서 부탁하

구 오게.” 황천왕동이가 김억석이를 재촉하여 꽃뫼서 별로 지체 않고 곧 떠나

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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