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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권 (2)

카지모도 2026. 2. 3.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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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단 가는 방향에서 어째 북쪽으루 돌아왔을꼬. 더 멀리 달아날 터인데." "예, 그년이 원

래는 외거 노비로서 지아비는 시노질 다녔죠. 헌데 우리 댁네서 소송을 오래 끌다가 연놈

을 데려오게 된 겁니다. 노자가 많아서 남자를 장단 고을 이진사네루 팔아버렸읍죠. 헌데 계

집이 달아난 뒤, 득달같이 수소문하여 그자의 동무되는 조현역참의 역노를 주뢰 틀어보니

계집이 다녀갔다는 애깁니다. 지아비 되는 자가 먼저 해주나 강령 쪽으로 달아났으니 틀림

없이 만날 게란 말이죠."

"두 연놈을 다 잡을 테니 두고 보게."

"그러면야 저두 수청 잡인으루 체면두 서구요, 나리께선 스무 냥은 어김없이 받으리다."

그들은 두 잔씩 더 청해 마시고 나서 일어섰다. 겸인은 팔짱을 끼고 나각 앞 길가에 버티고

서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았고, 기찰포교는 나루로 내려갔다. 나룻가에서는 이제 부담마

들을 식기 시작하고 있었다. 짐을 내리어 싣고 나서 공간에다 말을 태우는데 뭍에서 뱃전으

로 끌어올리기가 쉽지 않아 말들이 버둥거렸고, 사공과 일꾼들은 말고삐를 쥐고 쩔쩔매고

있었다.

배가 닿는 사장 부근에는 새끼줄이 둘러쳐져 있고, 그 안에 환도를 찬 도승과 털벙거지

포졸들이 서서 나루를 관리하고 있었다. 기찰포교는 새끼줄을 타넘고 들어갔다. 포졸 하나가

그의 아래위를 흝으며 물었다.

"뭐요, 무슨 일이오?"

"수고가 많네."

포교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 앞을 지나 세립 쓰고 철릭 입은 키 큰 도승에게로 갔다.

"뭔데....."

도승은 가까이 온 의관 반듯한 사람을 힐끗 살피고 나서 포졸들에게 묻는 시늉이었고 포교

가 허리춤에서 통부를 꺼내어 쓱 내밀어 보이며 말하였다.

"송도 군영의 안포교올시다. 다름 아니라 퇴관하신 유부사 댁 사비가 도망중이라 잡으려

하오."

도승은 상을 찌푸리며 입맛을 다셨다.

"그래, 우리더러 예서 조사해달란 말이오?"

"도승별장께서 도와주셔야지."

"부장께서 직접하슈. 우리는 지금 종년 하나 잡을려구 나루를 지키는 게 아니외다. 한양으

루 올라가는 봉물 관리에두 눈코 뜰 새가 없소, 게다가... 보시우."하면서 별장은 품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어 펼쳐 보였다.

"근자에 권문 세도가나 호반가에서 의탁해온 도산 노비들의 용모파기 외다. 그 뿐인줄 아

오. 이쪽은 포청에서 내려보낸 공문 중에서 도경을 넘는다고 짐작된 범법 도적들의 것인데

모두 몇이나 되나 헤아려보오. 자그마치 삼십여 인이 넘는데, 이걸 펼쳐들고 일일이 대조하

여 도강시킨다면, 아마 배를 기다리는 자들이 저 강변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야 할걸." "허

성깔 한번 급하시군. 물론 내가 직접 기찰하겠는데, 그대신 나는 평복을 했으니 포졸 두어

사람 붙여달란 말씀이외다."

도승은 떨떠름하게 그것만은 응낙을 했고 포졸 두 사람을 불러 기찰포교의 지시를 받도록

해주었다. 이제 정자에서는 겸인이 서서 나루터의 행객들을 샅샅이 살펴보고 있고, 도선목에

는 기찰포교의 날카로운 눈이 있으니 새가 아니라면 강을 건널 수가 없을 것이었다.

나루터 초입에 초막을 친 음식장수들이 많았는데. 밀전병이라든가 죽을 팔았다. 수수에 칼

제비를 넣은 남매죽이 특히 잘 팔렸다. 모두들 안팎으로 훌훌 쩝쩝 소리가 요란한데 멍석을

세워 가려놓은 안쪽에는 주로 아녀자들이 많았고 바깥쪽엔 사내들이 모여 있었다.

작은 봇짐을 등에 지고 뒤꼭지가 떨어진 미투리를 신은 초라한 여인이 나루터에서 황급히

뛰어왔다. 그 여자는 자꾸만 뒤를 돌아보고 있었다. 붉은 흙으로 더럽혀진 복색에 머리가 흐

트러졌고, 입술은 까맣게 말라붙었으며, 자기 발끝도 볼 수 없을 정도로 만삭이 되어 누가

보기에도 몹시 애처로운 형상이었다. 여자는 두리번거리더니 초막 안으로 뛰어들었다. 죽을

푸느라고 쇠솥 위에 몸을 구부렸던 노파가 인기척에 허리를 펴다가 상을 찡그렸다. 다른 여

자들도 잠시 먹기를 멈추고 그 여자를 바라보았다.

"이그 그리 급히 들어오면 먼지 나네. 뭐 죽 사먹을라우?" "예, 한 그릇 주셔요."

"돈을 내야지."

여자가 한닢 건넸다. 여자는 연신 바깥쪽을 내다보았다. 노파는 앙금을 헤치고 국자를 푹

담가서 칼제비 건더기를 건져내어 여인에게 내밀었다.

"그 몸으루 먼길 가는가베."

"예?"

"먼길 가느냐구."

"예."

하고 나서 죽그릇을 든 채 망연히 앉았던 여인이 물었다.

"오늘은 배가 없나요?"

"왜 없어? 지천으루 깔린 게 밴데."

"그럼 어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기다리지요?"

"새해니 그렇지. 그믐에 묵었던 봉물짐들이 들이닥치니까 엽때껏 배가 쉴 틈이 없구먼. 정

월이 지나가야 좀 뜸해질걸. 게다가 그제가 보름이었으니 더 번잡스럽다구. 인제 좀 있으면

모두들 건너기 시작할 테지만 차례 기다리기가 여간 고되야지." "나루가 여기밖엔 없나

요?"

"있기야 위로 올라가면 두어 군데 있지만 배가 드물지. 죽 식겠수. 어서 들지 그래." 노

파가 주의를 주자 그제서야 여인은 먹기 시작했다. 머리를 숙였다가도 사람이 들고 나는

기척이 있을 적마다 고개를 후딱 젖혀 살피곤 하는 것이었다. 그런 양을 바라보던 노파가

나직하게 혀를 차면서 고갯짓을 하였다.

"어디까지 가우?"

"예? 관서루 갑니다."

"어이구 끔찍히 멀구먼. 해서를 넘기도 먼 길인데."

여인이 묻지도 않은 말까지 했다.

"저어.... 쥔어른이랑 온 가족이 지난 여름 역병으루 몰사하셔서...... 살 수가 있어야죠. 친

정에 돌아갑니다. "

"멀리루 시집갔었구먼."

"게서 살다가 쥔어른이 파주에 공장이 일을 얻어 이사갔지요." "에그 딱해라. 그러니 그

갈 데 없이 소년 과부에 유복자를 낳겠구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죽그릇이 비었고 주

위에 사람도 없어졌다. 노파가 국자에 건더기를 가득히 떠서 부어주면서 여인에게로 얼굴을

바짝 들이댔다.

"나두 눈치는 밝은 사람이야. 나루를 건널 테면 내 입이 무거워야 되겠네....." 여인이 죽

그릇을 떨어뜨리고 앉은걸음으로 몇발짝 뒤로 물러났다. 노파가 황급히 속삭였다.

"노잣돈 가진게 있겠지?"

여인은 여차직하면 바깥으로 몸을 빼치려고 반신을 엉거주춤 일으킨 채였다. 노파가 손목

을 잡아끌어 앉혔다. 여인이 손을 뺐다.

"무슨 말씀이온지...."

죽장수 할미는 눈을 빛내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보면 다 아네. 여염집 여인이 그 몸으루 노상에 나올 리가 없구 ,주제가 그러면서 돈 내

구 요기를 해?"

노파는 갑자기 여인의 손목을 잡아채더니 검지손가락을 살피고, 입술을 들쳐보았다. 여인

은 잡힌 손을 홱 뿌리치며 물러나 앉았고, 할미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봐, 골무에 굳은살 아닌가. 공장이 여편네가 바늘로 굳은살이 생겨? 또 그 젊은 나이에

앞니가 상할 리두 없구, 내 이빨은 빠져서 없지만, 실을 잘게 찢노라구 마를 뜯어내다 보면

그렇게 된다네."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고, 노파가 말하였다.

"다 안다니까. 안채 행랑살이가 얼마나 혹심한지..... 속량이 안되면 달아나기라두 해야지.

우리네두 면천한 사람일세."

할미의 말을 묵묵히 듣고 있던 여인이 냉정을 되찾았는지 차분하게 중얼거렸다.

"발고할 작정이세요?"

"글세..... 생각 좀 해보구. 어디서 오는 길인가?"

"송도서요."

"가깝군.....언제?"

"그제 저녁에요."

"그런 줄 알았어. 나루터에는 지금쯤 추노하는 사람들이 지키구 섰을 걸세." 여인이 갑자

기 보퉁이를 뒤지더니 헝겊에 싸고 또 싸맸던 은가락지를 꺼내어 내밀었다.

"할머니 한번만 살려주셔요. 어떻게 저를 좀 강을 건너게 가르쳐주셔요. 머리칼루 신을 삼

아드리는 한이 있더라두 꼭 보은하겠습니다."

"이 가락지 얼마나 되겠나, 마흔 푼은 되겠지. 돈은 없어? 한 냥만 내어. 우리 영감이 벽

란도 수직 사공이니 건네어줌세."

"돈이 조금 있긴 하오나, 남편을 찾기까지 걸식을 할 수도 없고, 노자를 다 내어주면 이

추운 겨울에 저는 어찌합니까?"

왁자지껄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손님이 밀어닥쳤다. 두 사람은 얘기를 끊고 있었는데 아직

타협이 끝난 것은 아니었고, 여인은 제 마음대로 자리를 뜰 수도 없었다. 죽장수 할미의 속

마음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손님들 중에 몇이 춥다고 솥을 얹은 불가에 모여들었는데, 그들

은 재인 광대 패거리였다. 노파가 농지거리를 던졌다.

"원..... 동장군 살을 맡았나, 오뉴월 복철에 학질 객사한 영산이 씌었나. 뭐가 춥다구 장부

들이 솥을 싸구 돌아, 이깟 날씨에."

"말두 마슈, 닷 발 되는 내 불알이 지금 앵도알 같수. 좀 구워야지." "할머니, 죽 한 그릇

씩 바삐 퍼주오. 이렇게 길을 가다간 방귀깨나 먹구 사는 신선 되기 꼭 알맞겠네, 펫!"

"그이들 입담 한번 요란하네. 송도 보름놀이들 갔다 오슈?" "허, 놀이를 다니다니, 에이

그게 무슨 소리요. 연년해해 날이면 날로 시시때때로, 산 높고 물 좋은 데 구름 같은 동네에

신선 같은 행장으로 거칠 데 없이, 경사난 데 기뻐하고 초상난 데 슬퍼하며 먹기는 아주

조금씩 먹고, 똥은 대자로 싼다고 남들이 모두들 수군수군대는 그런 사람들이라오.'

저희끼리는 별로 재미있어하는 기색이 없는데 노파 혼자 못 견디게 웃고 나서 죽을 푸기

시작했다. 그들의 행색은 대부분이 두건 아니면 구슬상모 털벙거지에다 통장고, 퉁소, 꽹가

리, 징에 북, 피리, 해금 등의 풍각제구들을 지녔다. 누비 저고리에 붉은 전대 둘러차고, 숫

제 넝마옷에 의관은 귀 떨어진 패랭이를 쓰고 가얏고 둘러멨으니, 얼핏보아 그들이 광대패

라는 것을 잘 알 수가 있었다. 그들 중 몇은 아직도 술이 덜 깼는지 죽사발을 앞에 놓고 눈

꺼풀이 쳐져서 꺼떡꺼떡 졸고 있었다.

"보퉁이를 내게 맡겨놓게."

그들의 행장에 적이 마음을 놓은 노파가 다시 여인에게 말했다.

"왜요?"

"글세 맡기라면 맡겨. 밤배를 타구 월강하도록 해줄 테니까." "싫어요 "

"흥..... 그러면 갈데루 가보아. 내 말 한마디면 임자는 끌려가구 마는 게야." 여인은 겁에

질려서 할미를 노려보았고, 달라는 대로 봇짐을 내어주고 말았다. 노파가 보퉁이를 빼앗더

니 초막 밖으로 나갔다. 여인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한창 죽을 퍼넣고 있는 재인 광대

패거리를 살펴보다가 한 사내에 눈이 멎었다.

"저어..... 어디까지 가시나요?"

"그건 왜 묻소? 대답혀면 뭐 죽이라두 한 그릇 더 사줄라우." 그렇게 되묻는 자는 눈이

어글어글하고 입술도 두툼한 거이 신의있고 인정스러워 보이는 사내였다. 어깨가 떡벌어진

장신 체구에다 때묻은 고의 적삼, 육승포에 왼골 전대로 허리를 질끈 동였는데, 등에 북을

걸머진 것이 수재인은 못 되어도 아주 빼놓진 못할 재인일시 분명하였다. 그는 한눈에 여

인의 부른 배와 파리한 모습을 훑어보고 나서, 농기를 싹 걷어치우고 여인의 발치에 쭈그렸

다.

"여기 계신 게 아니우?"

"죽 사먹으러 들어왔어요."

"헌데 왜 저 할미가 댁네의 봇짐은 뺏소? 내 아까부터 강을 건넌다는니 못 간다느니 소릴

듣고 이상스러웠소."

여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모두 내던지듯이 말해버렸다.

"면천 못해 남편을 찾아 달아나는 길이어요. 해주로 해서 강령으루 가볼 참입니다. 제 남

편의 동무가 해주 감영서 관노를 사는데, 거기 가서 물으면 소재를 알 듯 합니다. 나루에 추

노하는 사람들이 지키구 있어서 도강을 못하는데, 저 할머니가 기미를 알고 저를 핍박합니

다. 가진 돈이 있다면 내어주고 입을 막겠으나...."

"고이한 할머니로군. 동냥 대신 쪽박을 깨다니....." 사내는 잠깐 골똘하게 생각에 잠겼다

가 제 일행에게로 돌아가 수군대는 것이었다. 마침 할미가 돌아오자 그들은 말을 뚝 끊었

다. 역시 눈치로 늙어온 죽장수 할멈인지라, 날카로운 눈으로 여인을 노려보는데 광대 두엇

이 갑자기 달려들어 입을 막고 넘어뜨렸다.

"같은 처지에 동정은 못할망정 추노하는 놈들보다 더한 네 따위 늙은이는 죽어 마땅하다.!"

북을 짊어진 광대가 할멈의 입을 수건으로 동여놓고 끈으로 손과 발을 묶었다. 노파는 그

저 사지를 벌벌 떨고 있을 뿐이었다. 그 동안에 몇 사람이 죽을 먹겠다고 들어서려 했건만,

다 팔았다고 하여 초막 앞에서 돌려세우곤 하였다. 노파 위에 헌 삼베 가사를 덮어버리고

나서 젊은 광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이젠 됐군. 저 만삭으로는 남의 눈에 뛰어 안되겠는데." 나이 듬직한 광대가 누더기의

남복 저고리와 헌 패랭이를 내밀어주었다.

"이것 입도록 허게. 그러구 이 무명 수건으로는 얼굴을 싸매도록 하고." 재인패들은 저희

끼리 둘러앉아 의논을 하던 참이었다.

"그러니 여자는 내가 등에 업겠네."

"혈육을 찾는 사람을 다시 붙잡아 종살이시킨다는 놈들은 인두겁을 쓴 아수라 같은 놈들

이여."

"우리께 해나 없을까."

"까짓 드러나면 떼를 지어 뿌리치구 달아나지 무슨 걱정이야?" "하여간에 무사히 건너긴

건너야지."

"재담 한판 벌여서 사람들 정신을 쏙 빼놓은 틈에 건너가지." 여인이 옷을 갈아입는 듯

하더니 그들이 돌아선 사이에 변벽이 되었다.

"허허 다른 데는 다 몰라보겠지만, 배가 큰일인데....." 북을 짊어진 광대가 말하였다.

"관계없습니다. 그 아낙을 내가 둘러업을 테니까요. 예서 잠시만 기다리라 하십시오. 우리

는 나가서 한판 벌일 테니.'

광대들이 풍악을 잡히면서 행길로 쏟아져 나가는데, 땅재주를 뱅글뱅글 돌아서 근두자가

먼저 나아가고, 탈꾼들은 귀면을 쓰고 우쭐거리면서 가고, 검무자는 쾌활하고 씩씩한 동작으

로 쌍수도를 맞부딪치며 신나게 돌아갔다. 삽시에 구경꾼들이 그들의 양쪽을 따라서 모여들

었고, 그들은 차츰 나룻가로 나아가 백사장 위에서 판을 벌였다. 먼저 화랭이 출신의 광대

하나가 나가서 거리굿 재담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번 읊조리고 나서 춤추고 소리하고 또 읊

어대는데, "혹간 심심하면 소리도 한 장단 쓱 가르치고 ,장기 기박도 가르치고, 바둑도 가

르치고, 가르치다 소성하면 욕도 한마디 가르친다.

양반이라고 좋은 말만 배울 수가 있느냐. 욕을 한마디 쓱 하여도 나는 꼭 좋은 욕만 하는

데, 이런 욕을 하는구나. 어어..... 니 에미 씹을하다 좇이 부러질 놈들. 이런 욕을 한번씩 가

르치는데, 내가 사전에 나루터 행객 어르신 들께 영해를 빌겠거늘, 태곳적부터 자고이래로

삼년들이로 해 내려오는 굿이라서, 내가 말하지 않아도 어르신네들 귀가 째진 이녁이라 잘

아시지만, 이 거리는 상욕을 많이 들어야 그저 수명 장수하시고 거리귀신 만나 여로에 다복

하시고 귀인 만나 벼슬하시고 거리굿에 씹자깨나 들어 알성급제 하시고, 가만있자..... 뭐라더

라, 씹자깨나가 아니라 식자깨나로 했는데.

자아 이러니 내가 한양 과거를 안 볼 수가 있겠느냐. 보긴 봐야겠는데 유자불노동이요, 식

자 무식하니 끼니가 있겠느냐 행자가 있겠느냐. 목침 베고 누워 쉬느니 한숨인데, 마누라가

건너와서 손을 잡는구나. 깃만 남은 저고리에 다 떨어진 누비 바지 .앞만 남은 몽당치마 끄

을고 와서 하는 말이, 유자 봉양하느라고 이내 꼴이 웬말이오. 방아찧기, 의관짓기, 떡만들

기, 술거르기로 품을 팔아 서방님 글공부에 뒤를 대는데 노잣돈이 마지막이오. 우물쭈물하더

니 돈을 가져오는데 엽전 두 돈 오 푼을 내놓는구나. 하도 놀라 눈을 부릅뜨고 추궁하니 서

방님 간밤에 송도 부상이 견마 잡혀 지나다가 아랫방에 묵었는데, 서방님 모르는 새 하룻밤

밑엣품을 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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