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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한양 과거를 본답시고 올라가는데, 거리마다 국밥도 많고 막걸리도 흔천이오. 갖은 떡에 갖은 실과에 이것 저것 먹다보니 엽전 두 돈 오푼이 거덜이 나는구나. 문절걸식으로 과거날을 기다리니 꿈을 잘 꾸고 줄을 잘 잡아 고관대작네 행랑에 기별이 갔구나. 행랑살이 십 년 만에 네 소원이 무엇인고 물으시니, 이내 몸이 객지 와서 같은 괄세 갖은 봉욕을 다 치르고 벼슬을 한들 무엇할까. 소원은 다른게 아니고 밥 잘 먹고 똥 잘 뀌는게 소원이올시 다. 그런 소원말고 선달이 어떠하냐. 선달 선달 좋다지만 선달 벼슬 못할 내력이 있소이다. 내가 안 그래도 주야장천 서서 잘 다니는 놈이 벼슬까지 서게 되면 다리 부러질까 못하오. 그러면 급제 벼슬이 어떠한고. 급제급제 하지만 급제 벼슬 못할 내력이 있습니다. 내 성미가 급한 놈이 급제까지 해놓으면 내 칼에 내가 죽을 까 못하오. 그러면 초시 벼슬이 어떠하냐. 내가 초시 못할 내력이 있소. 우리 뒷집 자근쇠 이사간 날이 하필 윤동짓달 십이 초하룻날 이라. 내가 약은 괭이 밤눈 어둔 격으로, 무거운 것 덜하라고 촛병 하나 얹은 지게 모과나무 아래 떠억 받쳐놓고 쉴제, 깜몸이라. 초시까지 얹히면 무골육신이 되겠소. 그러면 이 사람아 더도말고 이방이 어떠한고. 그 내력 한번 들어보소. 안 그래도 내 치근이 나빠 음식 옳게 못 먹는 판에 이방을 해놓으면 이가 몽땅 빠져 못하게소." 이렇게 기나긴 사설로 꼬집는 소 학지회가 자못 흐드러져 방자한 웃음이 가득 찼다. 광대는 곧 이어서 소리로 들어가 구성 지게 한 마당을 뽑아 넘기고 나서 걷이로 들어갔다. "에라 맨입에 싱거워서 못하겠고나. 장승 앞에 용두질이지 이건 어디 제 에미 씨부랄 것 들 같으니라고. 그러게 상놈들이란 형틀에 달고 매우쳐야 돈냥이나마 나오것다. 상놈들은 모 두 물렀고 선달 급제 초시 참봉 좌수 진사 이방까지만 남았거라. 허허 이제 우리 초라니 시 주 나가신다. 저녀석 시주 나가라니 좆부리만 덜렁 내놓고 뭣하는 게냐? 무어라구, 퇴관 토 반 향족 호상 송상 강상에 사둔하고도 팔촌 막내딸을 찾는다? 그래 고년은 찾아서 무얼 할 테냐. 밭에다 씨 박고 물 준다네 허허 우리 초라니가 사추리 밑이 근질근질 몽둥이는 서당 훈장에 풍월짓으로 꺼떡꺼떡, 장가갈 때가 되었다고 저리 생지랄인데 쌀이 되나 돈이 되나 혼수좀 보태주소." 노잣돈을 거두는데 송도서 나올 때부터 놀이 기분이 그대로 남아 있었던 관중들이라 길술 깨나 들이켜고 나서 흥겹기도 하여 서슴없이 염전을 내고 길양식이나마 덜어냈다. 소리꾼이 더 한번 너스레를 떨고 나서, "자아 이만하면 마당씻개로는 족하렷다. 손님네들 그러면 이 번에는 무슨 놀이로 모시리까." 이미 어깻짓으로 신명을 달래던 한량패들 서넛이 벌건 상판을 흔들면서 고함을 질렀다. "어름이나 덜미 한판 맞추지." "늘난봉가 한 장단이 어떠하냐." "아니다, 다 그만두고 탈판에 재담이나 벌여보아라." "예예, 어름이나 덜미는 청도 없고 포장도 없으니 불가하고, 살판 검무 탈판에 재담은 가하오. 우리네 아바이 같고 주인나리 같은 손님네들 돈 내고 쌀 내고 이제 술 한잔 더 내시면 차례로 모두 보오리다. " "까짓 것, 판이 바뀔 때마다 너희 패들게 한잔씩 돌릴 터인즉 신명껏 놀아보아라." 의관 은 번듯하나 체통에 어울리지 않게 촐싹거리며 목소리도 체신없어서 어느 골 아전 같은 되 다만 양반이, 하인을 보내어 술동이를 가져오게 했다. 먼저 살판이 시작되는데 저고리 위에 꼭 끼는 개가죽 배자 입고, 팔뚝에 검은 토시 감고 행전을 단단히 친 날렵한 자가 거꾸로 서서 걷다가 몸을 뒤채며 뒷곤두치기, 한 팔로 섰다가팔바꾸기, 앉은채로 모말되기, 발 하나 로 몸을 평평히 하여 뺑뺑이치기, 온갖 각색 들짐승 날짐승 병신의 흉내내기 등등에 박장대 소가 터졌다. 살판 땅재주가 걷혀 나가고 벙거지에 철릭을 떨쳐 입은 젊은이가 칼춤을 추 며 나왔다. 살판을 하고 나온 장신의 사내가 자기네 재인 패거리들 중의 연장자인 듯한 초로의 가객에게 말하였다. "거 나루 벌이도 쏠쏠하우. 이 모양으로 노며 가노라면 해주 가서는 아예 단오까지 비럭 질 안해두 되겠네." "그나저나 어찌할 텐가." "뭣 말이우?" "저기 남장시켜놓은 아낙 말일세." "그 할미는 어쩔태여?" "까짓 거 누가 눈치나 체겠수. 묶였서 초막에 백혀 있는데. 다 건널때까지 누굴 하나 곁에 붙여 지키게 합시다." 그들이 뒷전의 도강목을 살펴보니, 포졸이나 도승까지도 모두 광대판에 정신이 팔리는 모 양이었다. 벽란정 위에서는 양반네들이 난간 가녘에서 내려다보고 있고, 나루터의 일꾼들과 관노 하인 녀석들 모두가 웃기도 하고 다릿짓으로 장단을 맞추는 꼬락서니도 보였다. 봉물짐들이 무더기로 쌓여 있고 나룻가에 부담나귀와 말이 불어나나는 것으로 미루어 곧 사람들을 실어나르게 될 모양이었다. 기찰포교가 아무리 눈썰미가 재빠르다 하지만 거듭 늘 어나는 행객들의 새새 틈틈이 가려 보기가 더욱 어려워질 모양이었다. 아예 겸인이란 자는 누각에서 내려와 구경꾼 사이를 파고 돌며 살폈으나 사람들틈에 아낙네들은 보이지 않았다. 별로 득이 되거나 손 될 리 없는 그는 드디어 뒷줄에 끼여 서서 탈판의 재담을 보다가, 어 느덧 빨려들어 껄껄거리며 웃어대고 있었다. 광대 중의 하나는 보부상 차림으로 패랭이에 태조대왕 구완하던 목화솜 두어 송이 고목에 꽃 피어난 듯 붙여놓고, 거기다 시커멓게 그을은 천하 상놈의 상판대기 탈박을 썼다. 또 하 나는 삼베로 그럴 듯이 만들어 먹물들인 정자관을 쓴 꼴인데 수염도 희고 상판도 허여 멀쑥 하여 햇빛 못 보고 글깨나 읽은 양반일시 분명하였다. 닭의똥 사위로 경쾌하고 우스꽝스런 춤이 몇바퀴 돌아간다. "샌님 샌님 큰댁 샌님, 작은댁 샌님, 샌님을 찾으려고 이리저리, 저리이리 다 다녀보아도 못 보겠더니 여기 와서 만나보니 안녕하고 절령하고 무사하고 태평하고 아래위가 빼꼼합 쇼?" "네 이놈, 양반을 만났으면 절을 하는게 아니라 뭣이 어쩌고 어째?" "예예, 절이오? 알지 요 압니다. 한양에 일러도 새절 덕절 도곡사마곡사, 물건너 봉원사 합천 해인사 염주원 염주 대 구월산 월정사, 황주에 성불사 이런 절 말씀이우?" "이놈, 누가 그런 절 말이냐?" "그럼 무슨 절이우." "절 모르느냐. 모르면 배워야지." "절도 배웁니까.? 배웁시다. " "미륵님을 가로 잡아 번쩍 들어라." "번쩍 들어라" "구부려라." "구부려라." "이놈, 몸짓으로 하랬지, 누가 입내만 내라더냐. 아하 이놈이 ....." "아하, 이놈이." "이놈을 패줄까." "이놈을 패줄까." "이놈아 그만두자 그만둬." "아이구 어려워라." "허허 그럼 초판부터 다시 하자. 내가 할 테니 따라 해라. 번쩍 들고 꾸부리고 번쩍 들고 꾸부리고....." "에헴 어어 모시고 가시고 잘 있었느냐?" "이놈, 양반의 절을 받어!" "양반에게 절을 받으면 명이 길다 합디다. 어휴 내 힘들어서 양반 안하겠수. 상놈 하겠수, 상놈." 이때에 도정이 물가에 서서 소리쳤다. "나루 건너시오, 배 났소. 배 났으니 어서들 건너시오." 정자에 앉았던 양반네들이 하인 을 찾는 소리가 시끄러웠고, 구경꾼 사이에 잠시 술렁임이 있었으니 상사람들은 오히려 강 건너는 일보다 흥 깨어지는 일만 두려워 보였다. 결국 나룻가에 모인 것은 먼길 가는 부상 들과 송도에 다녀가는 어르신네들이 대부분이고 아낙네들도 끼여섰다. 살판꾼은 그런 광경 을 보고서 패거리의 수광대에게 넌지시 말하였다. "이 틈에 먼저 건너가볼라우." "그러게, 금곡말 나귀집 앞에서 만나세." "거 장삼 춤옷이나 벗어 주소." "자신 없으면 아예 뒤쳐졌다가 밤배를 타든지. 무슨 사단이나 나면 우리 패 모두가 길 못 가고 낭팰새." "여하튼지 금곡말서 만납시다." 살판꾼은 베장삼을 뭉쳐 들고 초막이 늘어선 나루 저자 쪽으로 올라갔다. 무동이 춤을 추 던 총각 광대가 묶어서 옷을 덮어 가려놓은 노파를 지키고 있었다. "우리가 건너구 일행이 건너게 될 때까지 잘 지켜야 헌다. " "염려 말우, 나갈 때 한 주 먹을 앵기면 강 건널 사이는 푹 자겠지." "남장을 하고 있던 여인은 내외할 것도 없이 살 판꾼 사내의 저고리 자락을 부여잡으며 고개를 숙여 진정으로 감복한 마음을 드러냈다. "저를 해주까지만 데려다 주신다면 우리 두 양주가 만나는 날부터 나리의 종살이를 몇해 고 해서라도 이 하늘 같으신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은혜랄 수 없소. 오죽하면 그 몸으루 야반도주를 하였겠소. 우리가 관아에 들락거려보아 잘 알지마는, 요사이 나라에서는 면천한 사람들의 예전 문서까지 뒤져내어 다시 환천시키구 있답디다. 우리 비렁뱅이 광대들이야. 그러러니 하니까 상관 않지마는, 절대루 잡히지 마시우. 부디 쥔 만나거든 산으루 들어가 화전이나 일구며 사슈." "이렇게 고마우실 데가 ..... 나리 는 어디 사시는 뉘시여?" "허, 우리는 나리가 아니외다. 정처없이 돌아 다니는 하천 광대 들이우. 밥 주고 재워주는 데가 우리집이고 마을이지요. 겨울을 날 때엔 문화 광대산 아랫녘 에 우리가 모여 지내는 골짝이 있소이다. 이 사람으로 말하자면 해서 광대 손돌네 패거리 의 장충이라고 풍류 즐기는 한량들은 모두 압지요. 우선 이걸루 얼굴을 싸매시오. " "얼굴 을 싸매요?" 장충은 아낙네의 얼굴 반쯤을 천으로 동여맸다. 그리고 나서 화덕 아래에서 다 타버린 숯 을 골라내어 물을 끼얹고 식기를 기다렸다가 집어들었다. "얼굴이 나온 데는 이걸루 환칠을 하는 겁니다. " 구경만 하고 있던 총각 광대는 연신 옳지, 그렇지 하면서 무릎을 쳤고, 여인은 충이 하라 는 대로 수걱수걱 따라 했다. 말뚝 벙거지 쓰고 바지저고리에 얼굴 반쯤은 천으로 칭칭 감 았는데, 나머지 얼굴에는 숯으로 환칠을 해놓았으며, 붉은 띠를 벙거지 위로 늘어뜨렸으니, 광대 중에도 제일 상스런 무자리 걸립 광대 꼴인데다, 만삭의 몸을 감추려고 장삼까지 씌웠 다. 장충은 넓적하고 튼튼한 제 등판을 돌려 댔다. "자, 내등에 업히시우." 뜻밖의 말에 여인이 몹시 부끄러워하며 우물쭈물하자, 충이 싱겁게 웃으면서 아강을 달랬 다. "같은 남정네끼리 뭐가 부끄럽소. 댁네는 내 아우란 말이우." "죄송합니다." "여자를 업어본 게 한두 번이 아니우. 거사질 다니던 내력두 있으니까. 자 빨리 없히시 우.' "그럼....." 아낙이 그의 등에 구부리자 충은 깍지를 끼어 잡고 일어서며 총각 광대에게 일렀다. "인석아, 잘 티켜." "뭐, 나를 허재비루 아나." 장충은 여인을 업고 나루터를 따라 내려갔다. 춤판이 계속되고 잇는 정자 앞 뜨락에는 날 라리의 높은 가락과 장고장단 소리가 어우러져 가득 차 있었고, 구경꾼들이 신바람 나서 장 단을 맞추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장충은 놀이판 앞을 지나 도강목으로 내려갔다. 도승별자은 부담 관리가 끝나 한시름 놓았는지 대나무 평상에 앉아 병술을 마시고 있고, 포졸들도 서너 사람만 남고 나머지는 모두 구경하는 사람들 틈에 슬그머니 끼어든 모양이었 다. 기찰포교는 물가에 대어진 뱃머리 앞에 다가서서, 오르는 사람들과 특히 머리쓰개를 깊 숙이 내려쓴 아낙네에게는 까다로이 굴었다. 마침 배에 오르던 부부가 있어서 포교는 낡은 갓에 때묻은 중치막 차림인 선비에게 양해를 구하였다. "송구스럽지만 기찰할 일이 있어서 그러하니 아주머니의 쓰개를 잠깐만 벗게 해주오." 아마도 공부중인 유생으로 보이는 그 선비는 대번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턱을 떨 정도로 노 기가 솟았다. "남의 실인의 의복을 함부러 벗으라니..... 남녀가 유별한데 이러한 법이 어디에 있는가. 자네는 어느 군영의 포교인가?" 다짜고짜 반말지거리에 아니꼬웠으나, 형세가 형세인 만큼 기찰포교는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양반께 작폐가 될 줄은 아오만..... 지금 추노하는 중이라서 그러니 아량있게 생각해주시오." "망신이로고! 내 비록 가난하고 줄이 없어 관직에 현달하지는 못했으나 . 이름없는 선비라 고 업수이 여기는 자가 없었다. 네 이놈, 어느 군영에 있느냐. 내 어찌하든 통기하여 네놈의 목을 자르리라." 유생이 비록 힘이 없다 하여 붙일 순 없으되, 떨굴 수는 있음을 아는 포교인지라 마주 대 거리 못하고 우물쭈물 말하였다. "허어 ..... 추노중이라 하지 않소." "너희 눈구녁에는 남의 유부녀가 시골 토반의 천비로만 보이느냐?" 한참 그렇게 옥신각 신할 적에, 드디어 도승별장이 술잔을 쾅 내려놓고 일어났다. "용서하시오, 노기를 진정하시고 승선하십시오." "벽란도의 별장은 예서 무얼 하는가. 배천군수가 나하고 동문수학인데, 내 반드시 이 런 행패를 전하겠네." "예예, 좋도록 허우. 사공, 좋은 자리 내드려라." 하고 나서 도승은 포교에게 말하였다. "보시우. 당신 때문에 내 평판만 나빠지겠소. 기찰을 하려면 이런 폐단 없이 하오. 사전에 내 허락을 받구 나서 검색을 하든지 기찰을 하란 말요." 포교는 입맛이 쓴지 찍소리를 못 하고 섰는데, 선비는 한번 더 소리 높이 꾸짖고 배에 올랐다. 먼저 그러한 양반네들이 뱃머리의 덕판이나 이물 부근의 가로 판자에 편안히 자리를 잡았 다. 장사치들은 창막이 판자에다 봇짐을 쌓고 뱃전 가녘에 쭈그렸으며, 가로 판자가 없는 중 심부의 물속의 하인배들이 발을 담그고 앉았다. 고물 위에는 사공이 노를 잡고 섰으나 빈자 리가 많아서 아직 배가 가득 찬 것은 아니었다. 사공이 물가의 말뚝에 걸었던 바를 풀고 닻 을 건져냈는데, 장삼을 입고 축 늘어져 있는 아낙을 업은 장충이 죽는소리로 엄살을 떨면서 앞으로 나섰다. "어이구우! 우리 아우 좀 살려주. " "저리 비켜라. 아직 순서가 아니다. 네놈들 탈 자리가 어디 있단 말이냐." 사공이 힐책하 면서 삿대를 드는데, 장충은 물속으로 첨벙첨벙 걸어 들어가 뱃전을 잡았다. "사공놈이 사람 괄시를 이리하여 쓰겠느냐. 중환자가 있어서 그러니 좀 태워다우." 사공 은 어이업다는 듯 삿대를 놓고 도승의 쪽을 바라보았다. 포졸이 외쳤다. "뭐냐?" 장충은 등을 돌려 업힌 사람들을 보이면서 울상을 지었다. "예, 보시다시피 제 아우가 두창이 번져 머릿속까지 고름이 꽉 찼소이다. 바삐 강을 건너 의원께 보이지 않으면 오늘 중에 죽을지두 모릅니다." 팔짱을 끼고 그들을 이윽히 노려보던 기찰포교가 손짓하며 불렀다. "잠깐 이리 오너라. " "아닙니다요, 이 배를 놓치면 우린 언제 배를 타게요." 곁에서 포졸이 말했다. "염려마라. 배는 태워줄 테니..... 사공, 배를 대어놓게." 기찰포교가 장충의 아래위를 날카 롭게 흝어보았다. "네 행색으로 보아 광대가 분명한데 어찌 패거리와 따로 도강하려느냐." "언제 놀이판이 끝날 때를 기다리며, 언제 우리 건널 차례까지 지체 하겠습니까. 바삐 나루를 건너 연안 읍 내 의원을 뵈려 합니다." 도승도 장충의 차림새와 머리를 싸매고 죽은 듯 엎드린 광대를 바라 보는데 곁에서 포졸 이 말하였다. "저 자가 조금 전에 근두짓을 보였던 살판꾼입니다." "그러한가." 도승이 짐짓 엄한 목소리를 꾸며서 물었다. "네 이놈! 그 다친 놈이 네 아우라면, 싸움을 벌이거나 행패를 놓고 달아나 오는게 분명하 렸다." "아니올시다, 싸움이라뇨. 지난 보름날 밤에 송도서 재주를 팔고 파하여 거리로 나오다가 석전꾼들 가운데 끼여 그만 돌팔매를 맞았습니다. 길고 뾰족한 옹기 조각을 맞았는데 시방 제정신이 아닙니다요." "배에 타고 있던 양반들 중에 아까 봉변을 당한 선비가 뱃전으로 몸을 기울였다. "거 태워주세. 병이 위급하다니..... 맥을 잃기 전에 고름을 빼야 할걸." 술 취한 한량 한 사람도 그들 광대의 정상을 보고서 곧 나선다. "재인들이 무슨 작폐한 사례도 없는데, 배를 가려서 태울 거야 있소? 더구나 중환자라니 태워줍시다." 도승이 고개를 끄덕였다. "올라타거라." 장충이 뱃전을 잡고 오르려는데 기찰포교가 어깨를 탁 잡았다. "타는 건 좋은데....." "예에?" 기찰포교는 빙긋이 웃었다. "그 안면에 싸맨 베를 풀어 보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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