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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권 (4)

카지모도 2026. 2. 4. 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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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충은 가슴이 털컥했고, 엄살을 떨면서 사정하였다.

"아이구 바람이 들면 어쩌라구 그러십니까. 나리는 동기간두 없으시우." 도승은 처음부터

남의 직무에 끼여들어 이래라저래라 하는 포교가 못마땅했는데다가, 보잘 것 없는 선비의

험구도 들었고, 이제 자기가 승낙을 했는데도 가로막고 나서는 포교가 고까웠다.

"여러 말 할 거 없다. 어서 태워줘라."

"예예, 나으리가 참말 명관이십니다."

장충은 겨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올라타자 사공이 삿대로 모래를 밀어냈다. 다

른 배가 다시 와서 닿자 포교는 그쪽에 모여드는 사람들께로 눈을 팔아버렸으니, 여인네들

도 일일이 기찰하기가 어려운 판에 더구나 광대 형제에게까지 세밀히 검색할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배가 강상에 두둥실 뜨고 사공은 노를 잡아 저으면서, 고물 위에다 환자를 내려놓는

장충에게 청하였다.

"바닥의 물이나 좀 퍼주오."

"어유 발 시려워. 헌데 날 안 태웠드면 누굴 시킬려구 그리 잡아뗐수." "어찌 내 속 마음

이었겠소. 멋대루 배를 부리다간 도승의 호통이 여간 아니라오." 장충은 여인에게 잠깐 업

드려 있도록 등판을 꾹 눌러주고 나서, 바닥에서 스며드는 물을 바가지로 자꾸 퍼냈다. 배

가 강 복판에 이르자 물살이 빠르고 거세어 보였다.

"지난달에는 걸어서 건넜는데, 날씨가 조금 풀리니 벼락같이 녹네그려." "살얼음이 제일

어렵지. 조수 때문에 안 그런가."

"여보게, 자네 아우를 더 안쪽으루 앉히게. 떨어지계어." 한량들이 제법 인정있는 체를

하였다. 포창에서 나오는 돛단배들이 가득 실은 화물위에 포를 씌우고 바다를 향해 미끄

러져 나가고 있었다. 사공이 목청을 드높여 어깨를 좌우로 기우뚱대며 소리 한 자락을 뽑았

다.

어여노디엇차 어여노디어 청산 송림이 노 끝에 부서진다.

어여노디엇차 어여노디어 우리 님 나를 버려 심양으로 팔려 가네.

어여노디엇차 어여노디어 차마 죽을 망정 잊기야 하려는가.

어여노디엇차 어여노디어 나 가는 줄 알았드면 불원천리 오련마든.

어여노이엇차 어여노디어 우리님 나를 버려 심양으로 팔려 가네.

가락이 어찌나 청승맞고 애잔한지 강바람이 물을 스치고 지나는데 더욱 썰렁하였다. 여인

은 긴 장삼 소맷자락에 이마를 묻고 아무도 모르게 눈시울을 닦았다.

강을 건너자마자 강변은 갑자기 쓸쓸해진 듯하였고, 포창과 부근 도강목에만 배가 오락가

락할 뿐 넓은 들판 위로는 단정학이 날개를 펴고 날아다니고 있었다. 못자리만 남은 논바닥

과 개울가에서 학의 떼들이 끼룩끼룩 우짖으며 구부러진 노송이 위로 올랐다가 다시 잔설이

깔린 산등성이로 선회하곤 하는 것이었다.

"이제는 내리겠어요"

장충이 여인을 업고 내쳐서 걷는데, 등 뒤에서 사내의 목을 잡았던 그 여자는 수줍은 듯

이 말하였다.

"그럽시다."

그들은 먼지가풀 썩이는 들길을 따라서 시종 말없이 걷기만 했다. 여인은 뒤꼭지가 끊어

진 미투리 때문에 걷기가 불편한 모양이었고, 장충도 물에 젖은 발이 몹시 시려웠다.

"쉬어 가려오?"

"아닙니다, 갈 길이 먼데 어서 가지요."

"아무래두 뒤쳐진 사람들과 만나려면 천상 기다려야 허우." "약속한 곳에 가서 쉬지요."

그들은 역사와 마방의 기다랗고 썰렁한 집채들이 줄지어 섰는 금곡 마을로 들어섰다. 사

람의 왕래가 별로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져녁나절이나 되어야, 밤을 묵어 가는 도강객들이

있을 모양이었다. 두 사람은 주막거리의 객줏집들을 지나갔고, 약속 장소인 나귀집 앞에 이

르렀다. 해주까지 나귀를 놓는 세마 집이었다. 낮은 토담 앞에 고삐 맬 말 뚝이 여맂어 섰

고, 빤히 들여다뵈는 앞마당의 마구간에는 굴레와 안장을 벗긴 말과 나귀가 대여섯 필 여물

을 먹고 있었다. 장충은 봉놋방에 달린 길가 툇마루에 걸터 앉으며 안에다 대고 소리쳤다.

"다리쉬임 좀 하구 갑시다."

"그러시우."

안에서 말털을 빗기던 객점 마부가 돌아보지도 않고 코대답을 하였다. 이 툇마루에서 쉬

어 가는 행객들이 워낙에 흔했던 모양이었다. 나귀집 앞에 삼거리가 갈려 있는데, 위로 배천

가는 길이요, 아래로 연안 가는 길이며, 그 반대편은 송도로 가는 길목이었다. 여인이 툇마

루에 쪼그리고 가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보고서 장충은 말하였다.

"좀 누워 계시우."

"괜찮습니다."

"예서 해주까지가 대략 백오십리 길인데, 장정 혼자서 열심히 걷는다면 하루가 꼬박 걸리

지만, 일행이 있으니 이틀은 걸릴 터이오. 더구나 그런 몸으로는 하루 오십 리가 고작일 게

요."

"공연히 저 때문에 노정에 지장 되겠어요. 제게 약간의 노자가 있는데 나귀 한 마리를 세

내어도 좋습니다."

"우린 오갈 데 업이 떠도는 광대들이니 아무도 말을 세주진 않소이다."하며 장충이 아낙

을 위로 하였다.

"염려놓으슈. 내 지게나 한 짝 구해 오리다. 그게 피차에 길 가기가 좋겠구먼. 남은 눈에

도 별로 의심받지 않을 게요."

여인은 이내 대답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더니 한참 뒤에 울먹이며 말하였다.

"저같이 천한 계집이야 당장 죽어 티끌이 되는 것을 원하는 바이지만, 제 아이는 반드시

아비를 만나야만 합니다."

"그렇다면 주인이 해주 어느 어름에 있다는 거나 아시우?" "글쎄요..... 조현역참의 강모라

는 이가 그분 길 떠나던 날 밤에 났답니다. 그런데 떠나면서 제가 만약 찾아오면 해주의 수

양산에 있는 망해사에 가서 수소문을 해보라구 하더랍니다.

거기 노스님을 어릴 적부터 잘 안다면서 불목하니로 지내며 기다리다가 삼년이 차도 제가

안 오면 입산 수도하겠노라구요. 하지만 도주에 무슨 일이 있어서 관서로 계속 가셨는지두

모르지요."

"그보다도 얘기를 듣고 보니 추노하는 자들이 걱정이우. 댁네들 역으로 해마다 포를 바치

게 될 터인즉, 문서를 고치려고 도산되었음을 관에 직고하면 추쇄도감에서 전도에 영을 내

릴 거요. 얼마 전에 송도 관아에서 들으니, 오랑캐를 친다며 강화성을 새로 샇는 데 보내어,

죽을 신역을 치르게 하는 판이랍디다. 지금 삼 대 전부터 면천 속량했던 사람들도 여차직

하면 추쇄하여 대속하게라도 할 판이란 말이오. 그 역참 사람이 행방을 안다면 그리 안전하

지는 못할 거요. 도산 노비에 관련된 자는 심지어 속량된 먼 친척까지도 침해를 받는다오.

차라리 다른 사람을 보내어 저쪽 형세를 살핀 연후에 찾아가도 늦지 않을 게요. 그래야 아

이라도 온전히 기를 수 있지 않겠수."

여인은 장충의 자상하고 인정 많은 도움으로 하여 이제는 그를 대하는 마음이 마치 오라

버니를 만난 듯하였다. 드문드문 행객들이 지나기 시작하더니 연안, 배천 방향의 길을 차츰

사람의 왕래가 잦아지고 있었다. 때는 벌써 점심때가 훨씬 지난 뒤였다. 새벽길을 떠난 사

람들로 서는 나루에서 많이 지체된 셈이었다. 한두 가지씩 신변사를 얘기하던 여인은 일단

말문이 터지자 걷잡을 수가 없는것 같았다.

여인은 부고가 누구인지, 고향이 어디인지도 몰랐다. 낳자마자 비적에 올랐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가 어렴풋이 기억하고 있는 것은 적성에서 난리 전까지 살았다는 것뿐이었다. 안채

행랑에서 어머니라는 웬 젊은 여자와 함께 자던 기억이 있었다. 바깥어른이 출타하기만 하

면 안채에서 어머니를 데려다가 심하게 욕설하고 매질을 하는 것이었다.

어느 비오는 날 밤에 횃불을 밝힌 남자들이 후원의 연못물을 퍼내고 어머니의 시체를 건

졌었다. 다른 늙은 여종이 어머니 대신 여인을 길렀던 것 같았다.

여덟살 나던 해에 호란이 일어나 강원도 쪽으로 피난했는데, 전쟁이 끝난 다음에는 그 집

안이 관채로 일시에 몰락하게 되어 자신의 몸은 관아에 압수되었고, 아무개 귀인의 궁토가

있는 파주 근방 마름 밑에서 수십여 명의 노비들과 함께 농사와 길쌈 일을 했다. 거기서 그

여자는 열 다섯 살까지는 음식으로는 겨와 뜨물만 먹고 잠은 움막의 맨땅에서 자면서 밤낮

으로 무명 짜는 일에 혹사되었다. 여기서 첫 번째 남편 두남이란 사람과 알게 되었다. 두남

은 그때 이미 나이 삼십이 넘어있었고, 전란에 발을 잘려 군노질을 못하게 되어 축사의 일

을 맡은 자였다. 그들은 감관의 지시로 집단 움막을 떠나 농토를 분여받고 신공을 바치며

솔거하게 되었다. 십오세에 성혼하여 십칠세에 딸아이를 하나 낳았다. 이 년 동안 그런대로

가족들은 행복하고 평화로웠다. 을유년에 나라에 옥사가 있었고 모귀인의 궁토는 다른 부로

넘어갔는데, 노비문서의 정리 때에 그들 가족은 이 궁방전을 떠나 금교역말로 옮겨가 사내

는 역에서 말을 돌보고 여인은 표모질과 바느질품을 하며 객사 밖에 외거하여 살았다. 이때

가 가장 평화스럽던 나날이었다.

평안도에 첫 벼슬을 가는 진장 첨사가 지나다가 우연히 말이 여독에 지쳐 병들어 죽자,

그날 번이었던 역노 두남을 심히 문책하였다. 오랫동안 한량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모처럼

환로에 나선지라 공연한 까탈로 위엄을 보이고 싶었던 듯하였다. 장 오십에 북관으로 내치

게 하였는데, 두남은 백리도 못 가서 중도에서 죽고 말았다는 전갈이 왔다. 딸아이는 다섯살

이 되자마자 양주 관아를 통해 어는 권문의 혼자 남은 대부인 댁에에서 장차 사환비로 쓸겸

고적함을 달랠 겸 하여 앗아가버렸다.

추위와 굶주림과 마소 같은 학대와 가혹한 매질은 참아낼 수가 있었으나, 그같이 가족을

한꺼번에 앗기는 일을 당하자, 여자는 식음을 전폐하고 골방에 누워 죽기만을 기다렸다. 그

때에 움막을 찾아와 미음을 끓여 넣어주던 역노 보와 살게 되었는데, 보는 역노들 사이에서

도 기골이 훤칠하고 사람 됨됨이가 온후하여 은근히 존경을 받던 자였다. 원래는 신계에서

농사짓던 양인이라는데, 세사에 소흘하여 부농의 일꾼이 되었다가 불행하게 천인으로 떨어

진 사람이었다.

개성 유부사 댁과 관아 사이에 오랫동안 구채로 쟁송이 있어오더니, 작년에 문득 판결이

나기를 유부사 댁이 승소하여 남녀 노비 두 쌍과 관전 십결을 찾아가게 되었다. 남편 보는

그전부터 항상 말해오기를 만약 당신과 헤어지게 된다면 함께 월경이라도 하여 되 땅에 달

아나 살자고 여러 차례 입버릇처럼 일러왔었다. 아이를 가진 기미가 있었으나, 두 사람은

오히려 슬퍼하였다. 그들은 유부사 댁으로 가게 되었는데 남의 사삿집 행랑살이가 얼마나

고되고 가혹한지를 잘 알고 있었다. 과연 그댁에 이르자마자 남편은 장단으로 되팔려갔다.

거기까지 얘기하던 여인은 갑자기 눈에 광채가 돌면서 결연히 중얼거렸다.

"물레를 젓고 삼을 찢으며 피를 흘리고 살이 터지는 중에도 언제나 혼자서 제 몸을 만지

며 아이에게 다짐했습니다. 네가 태어나기 전까지 에미가 면천하지 못하여 아비의 얼굴마저

모르게 한다면, 차라리 낳기 전에 에미와 함께 목숨을 끊어 버리자구요. 그러면 죄 많은 에

미는 구천 지옥으루 돌아갈 테지만, 아가의 깨끗한 혼은 하늘로 올라가 후생에는 양반댁 도

련님으루 태어나지 않겠습니까. 종년이 낳은 자식은 언제나 종이 되고 또 그 자식도 종 아

닙니까. 하물며 사람의 혈육지정까지 끊게 만드는 이따위 세상을 어찌 살게 한단 말입니까."

장충은 머리를 떨구고 여인의 긴 사연을 들었다. 그리고는 아무말 없이 객점 안으로 들어가

지게 한 짝을 헐하게 사왔다. 받침목에다 거적 두어 장을 얹어 사람을 태울 만하게 만들었

다.

행객들이 몰려들어 점심상을 들여가고 내가고 하는 통에 그들이 봉노 툇마루에 앉았기가

심히 난처하게 되었을 무렵 하여, 손돌네 패거리들이 벌써 신명ㅇ르 적당히 달래놓고 피로

한 걸음걸이로 삼거리에 당도하였다. 손돌이 장충에게 걱정스러운 듯이 말했다.

"그자들 우리가 건널 적에도 기찰이 심하든데, 샛다리 가서 또 지키지 않을려나 모르겠네."

"깐놈들 속이기야 염려없지만.... 그 죽장수 할멈은 어찌했나?"총각광대가 신이 너서 떠들

었다.

"어찌하긴 뭘, 나올 때 주먹으루 뒤통수를 한 대 질러주니 얌전하게 뻗어버리더군. 지금쯤

정신이 들어 법석을 떨 게야."

"어서 여길 떠야겠네 헌데 길에서 출산하면 이 일을 어쩐다?" "자네 사람인가?..... 다 운

수에 맡기세."

하다가 손돌은 장충의 다정한 마음을 짐작하고 민망해졌다. 사당이었던 그의 어미는 충을

밭고랑에서 낳았던 것이었다. 광대란 길에서 낳아 길에서 살다가 또한 길에서 죽으면, 창부

라는 귀신이 되었다가 미친 사람에게 붙어서 텅처없이 헤매게 만드는 법이었다.

"무어가 걱정이야, 길에서 낳은 놈과 애비 모를 자식은 수광대가 된다는데." "거 무슨 말

이오?"

"어허 세상 천지가 온통 길이라네, 길이라네. 얼떨떨 떠르르거리고 길놀이를 가는구나. 자

가세들."

"예 갑시다. 주인장 내가 왔소. 내가 오니 난데없는 초상일세. 찬밥이 웬말인가. 가이 짖어

반기는데 풍류 모르는 짐승이로다. 일곱 해 왕가뭄에 뺑뺑 뺑뺑이를 돌아서 죽지 않고 내

왔소. 갑시다아."

그들은 연안을 바라고 터벅터벅 걷기 시작하였다. 장충은 지게 위에 여인을 앉히고 일행

의 가운데쯤에 끼여 걸었다. 처음에는 먼지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모이더니 겨울비가 추적추

적 내리는 것이었다. 저녁나절이 되어서는 날씨가 더욱 추워지면서 비는 진눈개비로 변하여,

젖은데다 뻣뻣이 얼어붙는 옷 속으로 한기가 뼛골에 사무치는 듯하였다. 여인이 오한에 떠

는 느낌이 지게를 진 장충의 어깨위로 전해져왔다. 해가 언제 떨어졌는지 모르게 재빨리 떨

어져버리자 바람과 진눈개비가 한층 심해졌고 여인은 지게 위에 축 늘어져서 앓는 소리만

가냘프게 내지르고 있었다.

번지항다리를 지나서부터는 신음소리를 내던 여인이 잠잠하였다. 장충은 걱정이 되어 지

게를 내리고 여인의 어깨를 흔들었다. 고개가 뒤로 축 처지는데 살펴보니 눈에 흰창이 드러

났고, 낯빛이 흑색과도 같았다.

"어이구 큰일이네! 사람 죽겠수."

일행들이 달려와 여인을 끌어내렸고 맥을 짚어보던 손돌이 고개를 저으며 말하였다.

"죽지는 않았네. 기절한 모양일세."

"어디 방에라두 들여다 눕혀야 할 텐데....."

장충은 진눈깨비가 몰아치고 있는 캄캄한 들판을 두리번거렸다.

"이 사람아, 인가엘 가야지, 여기는 냇가여."

"냇가라면 집도 있을 법허우."

장충은 지게를 버리고 이번에는 맨등판에 여인을 업었다. 따뜻한 기가 좀체로 느껴지질

않았다. 어름꾼 사내가 말하였다.

"예가 분명히 번지항다리요?"

"지나왔지."

"그러면 부근에 나허구 안면 있는 집이 있을 듯하니 성님들은 걱정마시오." "어딘데....."

"고개 하나 넘어서 냇가길루 죽 따라 올라가면 자갈목이라구 제법 큰 동네가 있습니다.

내 재작년에 거기 선다님 댁 환갑 잔치 때 놀아주구 한 열흘 묵었는데, 동네 인심이 우리

패들에게 아주 후하게 해줍디다."

"거 잘됐네."

미끄러운 고개를 넘어서자 큰 내의 지류인 작은 시내가 나왔고 옆으로 나란히 소로가 통

하여 있었다. 그들은 자갈목의 동네 불빛들이 보이는 곳에 이르자 한결 추위가 가신 듯하였

다. 마을로 옹기종기 들어가려니 어둠속에서 갑자기 장정 네댓이 내달아 길을 막으며 호통

을 쳤다.

"웬놈들이냐?"

"예..... 저....."

"예라니 거 남짓말놈들 아니냐?"

손돌이 헛기침을 하고 나서 일행의 앞으로 나섰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손에 손에 몽둥이

나 농기구들을 들고 있었으며, 아까부터 누구인가를 지키고 기다리던 모양이었다.

"우리는 송도서 해주로 가는 길이외다. 일행 중에 환자가 생겨서 하룻밤 묵어 갈까 하고

입촌하던 길입지요."

그들은 손돌네 일행을 자세히 살펴보더니 저희끼리, "아닌데 그래. 그놈들이 큰길루 버젓

이 올 리는 없잖은가." "글세..... 옳아, 재인패들이구만."

"재인패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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