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5 1998. 11. 1 (일)
이렇게 참담할수 있을까.
KS동 이라는 저급의 인간에게 드잡이를 당하고 뺨을 얻어맞고.
종장에는 파출소까지.
무식함과 저열함이 복합되고 거기다 교활함이 덧씨워지면 나같은 백면서생이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일 밖에 없음을 깨닫지 못하고.
호소하고 설득하고 달래어 어떻게 보증금을 돌려 받고자 시도한 나의 순진함.
술과 고기로 극진하게 대접하며, 보증금을 돌려 달라.. 돌려줄 돈이 없으시면 임대료를 다소 낮추어 다른 사람이 쉽게 들어오도록 하자..어려운 시절이 아니냐..
요지부동인 그.
법에 호소할수 밖에 없겠다는 내 말에 그의 눈이 휙 돌아간다.
네 필적의 계약서가 있는데 무슨 개소리냐....그리고....
J 가 지적하지 않더라도 욕을 들어 싸다. 나는.
인간 일반에 대한 신뢰-배려, 온정, 인정과 같은 덕목을 기대하였다는 것은 나의 허영이고 일종의 오만이었다.
인간에도 격이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깨닫는다.
자기모멸감과 절망감.
저급한 인격에게 모욕을 당해서라기 보다.
나의 바보같음, 오십 낫살을 처먹어 가지고 이토록 세상살이가 어설프다는.
오십을 살아온 세상.. 아, 나는 아직 멀고도 멀었다.
18896 1998. 11. 2 (월)
이렇게 실패하여 낙오하는가.
나는 실패하였다고 단정하여도 좋은가.
살이의 테크닉이 이토록 부족하여.
이것으로 실존 자체의 유기를 감행하여도 좋은가.
이 자본주의의 살이에 경제적 인간으로서의 백치라는 자각.
그러하지만은 아닐 것이다.
늦지 아니하였다.
익히면 된다.
살이의 방법론을 익히면 된다.
법률과 관행과 인간일반의 속성과 그 관계라는 것을.
모자란 조건일망정, 하나님은 내게 이 살이를 살라고 목숨을 주시고 능력을 주셨다.
실패한 삶이라고 스스로 인식하여 허무하게 도태 되라고 내버려 두시지 않을 것이다.
전일의 참담함을 곱씹고 곱씹어...
그리고 징그러워 징그러워...
그 참담함의 반추, 그렇게 부대끼면서 견뎌내는 일요일 하루.
J도 분하여 어쩔줄을 몰라 하지만 어찌하랴.
18897 1998. 11. 3 (화)
하냥 참담함에 휩싸여.
J는 S민 외삼촌이 영도경찰서의 형사를 하다가 행정 무슨 사무실을 차렸다는데 거기에다 의논해 볼양으로 나간다.
폭행 당한 것은 잊자. 잊을수 밖에는 없다.
그 수모는 잊을 밖에 도리가 없다.
잊지 않으면 어쩐단 말이냐.
돈이 문제다.
전세 보증금을 돌려 받는 것이 과제다.
갑작스레 뚝 떨어진 기온.
18898 1998. 11. 4 (수)
새벽마다 기도드리는바, 은총을 구하는 그것은?
하나님의 은총은 내게 있어서 어떤 것인가.
내 외부의 변화를 간구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나 자신의 변화.
하나님께 합당한 상태의 인간으로 변화.
내면의 성화.
은총으로 획득하여 내 것으로 만드는 그 사랑과 넓음.
내면의 확장.
그리하여 긍정과 긍정, 낙관과 낙관.
내 목숨을 경히 여기지 않는.
실패한 목숨이라고 스스로 자포하지 않는.
사랑, 사랑, 오 조그만 아주 조그만 사랑.
법률 구조공단이라는 곳에 전화하여 본다.
계약이 2년이니 어쩔수 있겠느냐, 임대인의 배려를 구하라는 절망적인 답변.
18900 1998. 11. 6 (금)
열중하여 실습실의 P/C에 매달린다.
삭풍 몰아치는 벌판을 벌거벗고 헤매이는 마음밭.
늙어 더욱 외로워들 지는 이 추운 땅.
아, 주님 말씀 있어, 그 말씀 살아있어.
내 심장을 쪼개고 골수를 헤집을수 있다면.
나의 춥고 외로운 이 도정이 구안록의 일절이 될뿐이라는 확신이 있다면.
이우는 마음은 그저 춥고, 깜깜한 새벽 밖에는 바람소리 아우성친다.
18901 1998. 11. 7 (토)
내 위기감.
두려운 것은 죽음 자체가 아니다.
절망이다.
절망이라는 실체를 대면하는 그것이 두렵다.
죽음에 이른 병이 절망이 아니라, 절망 자체가 죽음보다 무서운 병이다.
내게 남은 것, 그것 하나만 있었으면.
사랑할수 잇는 능력.
주, 나의 하나님.
나를 창조하신 이여.
모든 질그릇은 뜻대로 쓰임 받으려고 만드셨으니 오물담는 오지그릇으로라도 나를 만드신 소이 계시오니, 깨달아 알게 하시어 너는 이것이다 라고 말씀 하소서.
18902 1998. 11. 8 (일)
추운 마음은 추운 영화를 본다.
임권택 '창'
산업사회, 자본의 사회가 무르익어 감에 따라 낙오된 영혼은 해체된다.
그리하여 자기방기에 이른 사람이 어찌 영화 속의 방울이 뿐일까.
고향이 있었을 터인데 갈 수 없는 곳.
창녀, 그들의 삶.
불쌍한 시대의 딸들.
나는 그 절망을 이해하는가.
그리고 소주에 취하는가.
뜻도 모를 대사를 흥얼거리면서.
..누이를 찾아서...창녀가 된 내 누이를 찾아서...뭇 남자에게 다리를 벌리고 있을 뒷골목 내 누이를 찾아서...
18903 1998. 11. 9 (월)
J와 교회 출석.
동삼교회.
그치게 하소서.
이 가슴속 울렁거림.
그것들을 잊어버리게 하소서.
포기하여
새롭게 일어서게 하소서.
오소서 내게.
예수여.
18904 1998. 11. 10 (화)
KS동 에게 당한지 열흘이 지났건만 요즘의 이 아득함은 여일하다.
어쩌려고 이러는가.
황망하고 아득하고 어지러워 울렁거린다.
멀미가 난다.
한 여자의 지아비가 되어, 두 자식의 아비가 되어, 한 가정의 가장이 되어.
이토록 살이의 테크닉이 형편없다니.
벌거벗은 나의 진면목은 이 자본의 사회에서 실로 아무 것도 아닌 허깨비일 뿐이다.
살이에 있어서, 정신의 고귀함, 성정의 우아함, 영혼의 청결함이 무슨 소용에 닿으랴.
실로 한 마리 똥개의 그것만 가지고 있으면 충분하다.
이따위 어설픈 인간이 몇 목숨을 맡아 경영한답시고.
아서라, 말어라.
18905 1998. 11. 11 (수)
우울의 늪.
벗어나려 산을 오른다.
J와 버스 흔들려 당감동으로.
당감동도 어지간히 변하였구나.
거기서 학원이라고 경영한지가 벌써 26년이 넘었으니.
옛 동양고무 자리는 간곳없고 아파트가 가득 들어찼다.
그래도 눈에 익은 옛날 학원 부근의 모습...
S곤 부부와 N영 만나 선암사로 하여 백양산 오르려다 까탈스러운 입산금지.
다시 온천장에서 차를 타고 동문에서 북문으로, 고당봉까지.
범어사로 내려오는 낯선 산길, 낙엽 수북한 오솔길을 도파 내려온다.
연산동의 고깃집.
내 보증금 반환받을 문제를 친구들에게 토로,
그들 역시 법률지식은 나와 오십보 백보일것이지만, 여기저기 알아 보아주겠다고.
18906 1998. 11. 12 (목)
아득한 공간을 부유하듯, 그런 나날.
술과 장미의 나날이란 내 생애 있어 보기나 하였던가.
부유하듯 부유하듯 그런 나날.
이제 성의도 없고 의욕도 잃은 동의공대 교육.
그곳에서 터덜터덜 내려와 버스에 오르면 버스깐에서는 쏟아지는 조름.
그러나 돌아와 자리깔고 누우면 잠은 사라지고 그때부터 밀려오는 시름의 파도.
어머니 가시고 몇달새, 나는 어머니 만큼 늙어 버렸다.
자꾸만 가까이 어른거리는 어머니...
18907 1998. 11. 13 (금)
이른 아침, N영 의 전화.
친척 변호사에게 알아본 결과를 전해주는데 그렇고 그런 얘기일 뿐 시원한 것 없다.
내가 공부하여야 겠다.
이제.
이 살이에서는 이것저것 알아야 할것이 참으로 많다.
나는 이제 쉰하나 밖에 되지 아니하였다.
내년 봄에 치르는 공인중개사 시험..
살이의 상식을 획득하기 위하여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것이라도.
18908 1998. 11. 14 (토)
도서관에서 빌린 3-D 매뉴얼대로 학교 실습실에서 작업.
멋진 애니메이션을 만든다.
서면 취업 정보센터, 공인중개사 시험자료 몇장 집고.
그 앞의 책방, 'IMPRESS' 과월호 사고.
조방 앞, 국제 호텔 용마홀.
마인드 맵의 사업설명회 두시간여 앉아 듣는다.
18909 1998. 11. 15 (일)
양정의 S곤 아파트.
모아 놓은 곗돈은 드디어 깨져서 각자 몫으로 나눈다.
돈이란 즐거운...
서면서 S규 만나 횟집.
셋이 둘러 앉아 나누는 얘기들.
진부하나, 나는 그 진부함을 다소곳이 들을줄 아는 귀를 가지고 있다.
선비연하는 N영 과 요즘 한창 삐지고 있는 H근...
오십줄 성큼 넘어 황량한 바람을 맞고 있는 초라한 사내들의 모습은.
취하여 돌아와 쓰러져 잠들었다지만.
나는 잠 들었었는지...
18910 1998. 11. 16 (월)
교회.
목사님의 설교는 달콤하고도 은혜롭다.
새신자 등록하고 호명되어 일어서 인사를 한다.
예배 마친후 목사님과 면담.
J는 나보다 몇배나 교회에 열성적이다.
드디어 그녀는 신앙인이 되려는 모양이다.
J, 며칠전의 꿈 이야기.
하나님과 예수님을 뵙고 성령의 전율을 경험하였다는.
오랜 내 기도에 이제야 응답하여 주시는 주님.
전일의 음주로 인하여 피폐한 정신일망정 어제 일요일은 은혜로운 감사한 마음에 족하다.
예배 마치고 봄처럼 따스한 태종대, 늦가을 냄새 사이를 걷고 돌아오는 가시버시.
18911 1998. 11. 17 (화)
일상의 무게에 짖눌려 귀중한 목숨을 낭비한다는 일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거리인줄 알면서도 나약한 인간은 어찌할 수가 없다.
일상으로 목숨은 소모되는 것.
그렇다고 내면의 무엇으로 목숨은 고양되는가.
그 내면이란 심층심리의 혼탁한 무의식의 어떤 동인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나의 내면보다 더 내면적인 존재.
내 자아보다 더 자아를 이루는 핵.
질그릇일 뿐임을 깨닫게 하시는 그 이.
실존의 그 분.
꿈은 난삽하고 심층심리는 불안에 날뛰지만.
오, 날 붙잡아 새롭게 하여 주시는 하나님 나의 아버지시여.
18912 1998. 11. 18 (수)
기온 뚝 떨어지다.
J는 요즘 열심히 성경을 읽는다.
한걸음 한걸음씩 걸어 가다보면 어느 날 하나님 그 분을 만나 껴안을 것이다.
영도도서관에서 빌린 '내가 만난 북녘 사람들'
홍정자라는 반미 친북 성향의 목사 부인이 쓴 수기이다.
어버이 수령님,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를 입에 달고 있다.
이런 책이 남한에서 출판될수 있다는 사실이 이상할 정도로.
그 책에 나오는 북쪽 시의 일절.
"저 맑은 하늘과 기름진 대지여.
철의 탑들과 밀림의 메아리여.
별의 오곡과 과원의 설레임이여.
초소의 밤들과 명절의 불빛이여.
아기의 웃음과 유원지의 꽃수레여.
아, 그 모든 것을 축복하노라."
18913 1998. 11. 19 (목)
매서운 날씨.
안경 렌즈 교체.
俊이 편지 받다.
어찌된 영문인지 9월달 쓴 편지가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제대 말년, 고참 병장의 여유로움이 가득 묻어있다.
아들놈이라는 존재, 이 추운 집안의 힘과 따뜻함.
단지 아들이라는 이름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J와 내가 주님께 가까이 닥아감으로, 주님께 영혼을 기울임으로.
이제 우리는 변할 것.
18914 1998. 11. 20 (금)
겨울 맛.
아무래도 여름보다는 명징한가. 정신.
피부를 자극하는 차가움은 두뇌의 내피질 어딘가에 도달하여 정신의 핵 어딘가를 또한 자극하는가.
요즘 俊이 돌아온다, 俊이 돌아온다하는 주문같은 중얼거림이 있다.
삼위일체이신 그 분.
그 분이 임재하는 삶의 양태.
스스로는 어찌해 볼수 없는 것, 믿음으로 주시는 그분의 은혜의 손길.
그것이 비록 외형적인 고난의 양태일지라도.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삶의 양태.
카르타고의 감독 키프리아누스의 말, 촌철살인.
"우리는 그것이 부조리하기 때문에 믿는다"
18915 1998. 11. 21 (토)
J, 계에서 떠나는 여행, 대전.
학교 가기전, 남편은 아내의 손에 2만원을 쥐어 준다.
아내는 만원을 도로 남편의 손에 돌려준다.
모처럼 아름다운 가시버시의 그림.
날씨는 제법 풀리고 쾌청.
가희 점포에는 신발 땡처리 장사가 들어 장사를 하고있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가.
그 점포에서 다른 사람으로부터 수익을 얻고있는 임대인이라면 당연히 보증금을 돌려 주어야하지 않는가.
법무사를 찾아가 물어 보아야 겠다.
18916 1998. 11. 22 (일)
일요일이다.
이제 우리에게는 聖日.
어제까지의 어지러웠던 일상을 털어버리고 영혼을 정결케 하는 날.
18917 1998. 11. 23 (월)
교육관.
신입 등록교인들 빙 둘러앉아서 부목사님의 인도로 교리 교육을 받는다.
내 무교회주의의 시건방짐은 모두 접자.
그간 홀로 섭렵하였던 나의 은 모두 접자.
이제 겸손하고 순정한 교회인으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18919 1998. 11. 25 (수)
CD희 교수는 종장에 접어들자 열을 내는듯.
전에 언급하였던 교육생들의 전시회다, 포트폴리오다, 동영상 제작이다 하는 얘기는 쑥 들어가고 3D교육에 열을 올린다.
18920 1998. 11. 26 (목)
늘 가던 장미미용실은 폐업하여 삼창아파트 상가 2층의 미용실에서 파마.
한 5개월 파마를 하지않은 내 돼지털의 뻣뻣한 머리카락.
이제는 예사로 머리에 무엇을 뒤집어 쓰고 여자들 틈에 앉아 있을수가 있다.
미장원 주인 왈 "음악하시는 분이시지요?"
내 인상 어느 구석 어줍잖은 예술가의 폼이 배어 나온다는겐지.
"천만에요, 노가다합니다."는 나의 대답.
부산일보의 박스기사.
예전 연극 선배, 전성환 형.
위대한 노배우 칭호를 받으며 은퇴공연으로 이윤택연출의 '리어왕' 공연.
형은 이제 위대한 노배우 운운의 경지에 들어섰구나.
18921 1998. 11. 27 (금)
법무사 사무실.
무료 법률 상담인지라 그다지 성의있는 답변은 아니지만, 전세금반환청구소로 법원에 호소하는 방법이 있다는 사실.
이광섭과 통화.
광섭이도 역시 노동부 실업자 훈련을 받고 있다.
영어관광 통역사.
박인서씨도 역시 노동부 실업자 교육.
그것은 바로 공인중개사 교육이다.
아, 이런 교육도 있었구나.
공인중개사.
내년 4월 25일 시험.
요시, 나는 한 3개월 독학이면 자신있다. 시간이 많은 이번에는.
이것은 부동산을 하고 안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살이의 상식을 획득하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오늘은 법원으로 민사조정과 인가하는 곳을 찾아가려 한다.
18922 1998. 11. 28 (토)
법원.
많은 사람들.
검찰청, 입찰법정, 재판정...
비 추적거리는데 갖가지 살이의 분쟁은 이토록 번잡하구나.
그 안에 얽힌 사연들은 오죽이나 많을까.
이 사회란 관계의 사회이고, 그 관계란 인간적 관계만이 아니다.
필경 법률적 관계로서의 살이가 더 실제적인 것이다.
물어물어 무료 법률 상담실을 찾는다.
그곳 주재 법무사와 상담.
소송의 한 형태로 민사조정이라는 것이 있음을 알았다.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 법무사 답변.
판사가 어떻게 결정할런지는 몰라도 일단 외형상, 가게를 비워 주었고, 그 가게를 다른 사람이 장사를 하고 있으니, 전세금 반환의무는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는 희망적인 얘기다.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스스로 소장을 쓰고 서류를 만들어 이 일을 진행하려고 마음 먹는다.
바보에게 주어진 아주 좋은 학습의 기회다.
그런제 그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떼어 보니까 전에는 없었던 사항이 올라있다.
올 3월에 그의 아내 YC이 이름으로 가처분이 등기되어 있는 것이다.
그 내용인즉 KS동 소유권 보전에 따른 일체의 권리, 즉 매매 전세 저당 임대차의 권리행사를 금지한다는.
이것이 무슨 말인지, 소유권자는 KS동 인데 그에게는 아무런 권리도 없다는 말인지.
18923 1998. 11. 29 (일)
H근, 뇌졸중으로 입원.
뇌졸중은 중풍이다.
S곤 의 우연한 전화로 아무도 없는 집안에 쓰러져 있는 녀석을 발견한 것이다.
S곤의 재빠르고 적절한 조치로 동의의료원 입원할수 있었다.
생명을 구한 것.
병실의 H근이.
발음이 되지 않는 언어, 오른편 팔다리 마비.
불쌍한 자식.
녀석이 울컥 가엾다.
떼어 논 아들 하나, 부정이야 다를바 있으랴.
경제력은 죄 아내가 갖고 있고.
친구들이라고 무슨 도움을 주었던가.
나 역시 반성해야 한다.
아직 젊은 나이이고 최악의 상태는 아니어서 완치될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俊이에게서 전화.
12월 3일날 말년 휴가.
12월 23일경 제대.
俊이 제대한다.
녀석이 군대가 있는 동안 참으로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이제 俊이 돌아오면 모든 것은 제자리를 찾고 ...
아니, 개선된 다른 형태로 우리는 변할 것이다.
18924 1998. 11. 30 (월)
일요일 새벽 일어났으나 머리는 납덩이처럼 무겁다.
그러나 친구들과 약속한 산행.
S규 가 몇십년만에 동행하는 산행이고, 엊그제 H근 의 상황에 관한 의논도 있어야 할것이라 빠질수가 없다.
교회는 빠질수 밖에.
이제 열심의 교회인이 된 J는 투덜거리지만.
동부시외버스 터미널에서 만나 양산 동면 초등학교에서 버스를 내린다.
몇 달전 대선팀과 올랐던 코스다.
헉헉.
초보자 WS규 는 의외로 산을 잘 오른다.
누구보다 날렵하게 산을 타는 사람은 S곤.
N영 의 느리지만 꾸준한 발걸음 역시 믿음직하다.
헉헉은 그럼 나의 것인가.
장군 1,2,3,4 봉을 넘어 너른 억새풀의 개활지에서 밥을 먹고.
넷이서 가지고 간 3병의 소주를 나누어 마신다.
다시 산길을 도파 고당봉을 오른쪽으로 저만치 놔두고 범어사로 향한 숲속 오솔길을 따라 내려온다.
범어사에 그토록 자주 갔어도 처음 들르는 범어사 위쪽의 청련암.
청동의 불상들 둥글게 늘어놓은 제법 큰 사찰이다.
탱화대신 무술그림들이 그려진걸 보니 소림사와의 무슨 관계가 있는지.
온천장, 돼지갈비, 그 다음의 정석인 노래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