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56 1999. 1. 1 (금)
어제는 세밑.
1998년도의 끝자락.
J, 英이, 俊이. 나.
네식구 어머니 무덤가 둘러 선다.
신불산 자락 바람은 세차고.
바람 속에 어머니는, 시어머니는, 할머니는 있지 아니하다.
바람은 사람의 눈에 보이는 것이 아니다.
어머니도 우리의 눈에 보이는 존재가 아니다.
나는 중얼거린다.
....엄마, 우리들은 참으로 가냘픈 목숨었어. 땅에 굳건하게 뿌리를 박은 삶이 아닌...
아버지가 없어서였을까. 이제 엄마 죽었고 나는 뿌리를 내리고자 해. 하늘에서 내려다 보고 도와 주어.. 엄마...."
돌아오면서 사직동 들러 외조부모님께 俊이는 제대인사 드린다.
J는 송구영신 예배 참석.
첫날 새벽.
일찍 일어난 俊이와 컴퓨터 앞에 나란히 앉는다.
그래픽을 가르쳐 주는 작은 즐거움.
아들놈, 듬직하고 이쁘다.
올해에 나는 경건을 찾으리라는 한 줌 의지가 있다.
18957 1999. 1. 2 (토)
정초, 원단.
마지막 밀레니엄을 맞는 새해 첫날.
J는 성민네 부부와 함께 금정산 올라 고당봉 정상을 밟고 돌아왔다.
아이들과 TV.
'사운드 오브 뮤직'
진짜 감동은 單純無垢함에 있다.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소설 나유진의 '다비식'
"무엇이든 목숨가진 것으로는 태어나지 말게 해주시오.
바람이어도 좋고 물이어도 좋고 바위여도 좋지만 번뇌의 옷을 입고 생명있는 것으로는 다시 나게 하지 말아주시오."
무에 그토록 절실하여 젊은 작가는 목숨이란 번뇌 덩어리라고 사무치게 인식하였던겐지.
내 젊었을적 마냥.
관념을 가지고 놀기는 나름대로 비장하다.
18958 1999. 1. 3 (일)
S곤의 후배 PY권 씨 부탁한 옛사진 복원작업.
이북의 60여년전 어느 시골집안의 혼인때 찍은 대가족 사진이다.
커다란 초가집을 배경으로 늘어선 50여명의 남녀노소들.
옛사람들의 입성과 표정에서 나는 무엇인가를 본다.
집안 경사.
일가친척 모두 모여 사진이라는 걸 박았을 그들.
한 장의 사진 속에는 회고취미적 옛 풍경화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관계의 따뜻한 가슴들, 살이의 애환들이 그 한 장의 사진에는 녹아있다.
존재의 원동력, 관계의 따순 숨결...
이 한 장의 사진은 예술이다.
나는 1mm의 그 표정들을 살려 내기에 눈에 힘을 준다.
EBS의 음악 프로 '칼멘' 보면서 모처럼 고급예술의 기분에 젖는다.
벌써 잊지는 않았으되 나는 외면코자 하는가, 고급문화라는 물건.
살이가 이토록 번다하여, 어느세월 그 따위 부르조아의 장난감을 만지작 거릴텐가하고 지레 먹는 겁.
슬프게도 찬연하였던 그것들은.
랭보우는 노래하였다.
'오 랄라. 내 꿈꾸어 오던 찬란한 사람들아.'
18959 1999. 1. 4 (월)
나는 아무래도 교회인이 되기에는 요원한 물건인지.
이제 열성스런 교회인이 된 J로서 만족하고 교회를 빼먹는 일요일.
J의 잔소리를 짐짓 달래도 보면서.
그리고 J는 나의 무교회주의를 도저히 이해하지 못한다.
무교회주의를 표방하는 엉터리 신앙이나 게으름 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조금은 사실이기도 할 것.
영도 도서관행.
열람실 틀어박혀 민법 총칙과 부동산학 개론을 펴놓고 4시간여 집중.
영도 도서관.
나에게 이곳은 아무리 상찬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나의 공부방이기도 하려니와 훌륭한 나의 문화 공간이기도 한 곳.
하창수라는 젊은 작가의 소설도 한권 빌리고, 2층 시청각실에서 '터뷰런스'라는 스릴 넘치는 항공영화도 한편 감상한다.
교회는 나가지 않는 대신 내게는 새벽, 나만의 새벽이 있다.
성서를 읽는다.
성서는 내게 어떤 객체로서의 물건인가.
구약 39권, 신약 27권.
히브리어 아람어 헬라어로 쓰여진 책.
BC 1500년 모세로부터 AD 100년 요한때까지 여러 저자들이 쓴.
여기에는 역사,소설,산문,시,예언이 있고...
아, 여보게.
성서는 물질이 아니야.
'교만한 자는 가까이 못하나 어린이에게라도 감추어지지 않은 무엇이 있다' -어거스틴-
그것을 문자적으로 이해하려고 했을 때는 이미 성서는 죽어 있는 것.
우리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물리적 차원을 넘어선, 그리고 우리의 뇌의 작용으로 최대한 발휘한 상상력의 끝 그 너머의 무엇이.
우리가 어찌 그 의미를 통찰할수 있으리.
우리의 감관은 하나님을 파악하지 못한다네.
18960 1999. 1. 5 (화)
일거리있는 사람들은 새해의 새로운 기분을 안은채 일들을 시작한다.
도서관 휴관하는 월요일.
英이는 가르치는 아이들이 방학인지라 일찍 출근하였고, 俊이는 간밤 제 친구 천우집에서 자고 새벽 들어왔다.
미장원 앉아 머리카락 자르다.
그리고 태종대 자갈밭을 걷는다.
꿈- 3육군병원, 병동을 잇는 긴 복도, 장발장이 헤매던 파리의 하수구, 긴 통로...
길다란 통로, 이 은유는 무엇일까.
18961 1999. 1. 6 (수)
아침 8시부터 저녁 5시까지.
영도도서관 4열람실 구석의 58번 좌석에 붙박혀 있다.
어제가 말하자면 작정하고 덤벼든 공부의 첫걸음.
그리고 그것은 효과적이었다.
집중하면 된다.
민법의 법조문을 총칙, 물권, 채권의 순서로 그저 내리 읽었는데 민법 전체를 조망하는데 는 그것으로 족하다는 느낌.
열람실을 가득 메운 젊은이들의 학습 열기는 분위기로서도 공부를 하도록 만든다.
아우구스티누스 '고백'을 다시 읽는 나의 새벽.
우리의 삶은 '죽어가는 生인가, 살아있는 죽음인가'
'하나님 당신은 영원히 오늘이십니다.'
18962 1999. 1. 7 (목)
영도도서관.
오전을 학습.
부동산학 개론.
영도 도서관에는 조카 彦이도 한 칸을 차지하고 있다.
복학하여 공부를 하고 있는데 법대생인 녀석은 사법시험 공부중.
俊이에게 읽히려고 황석영 '장길산' 빌린다.
오후 돌아와 俊이와 아파트마당에 널어 두었던 점포의 카페트를 말아서 영차영차 베란다로 옮긴다.
만두구워 안방에서 소주를 마시는 오후.
18963 1999. 1. 8 (금)
낮시간 종일 영도도서관.
부동산학개론과 감정평가론을 일단 훑어, 한 과목을 마치다.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슬슬 자라는 듯 하여 나쁘지 않은 기분.
英이 잔득 감기들어 목소리가 아예 폭삭 잠겨 버렸다.
18964 1999. 1. 9 (토)
아른 아침 집을 나선다.
부산의 기온은 영하 6도.
제법 매서운 추위다.
10시가 조금 넘어서면 열람실은 그득 차버린다.
그 열기는 공부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어떤 비장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민법.
오전 4시간을 집중한다.
정오 도서관 나서서 홀로 俊이 지키고 있는 집으로.
안방에 상펴 놓고 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법원으로부터 판사의 결정문 우송되어 오다.
"피신청인은 신청인에게 1999년 4월 30일까지 지급하라, 이를 게을리 하였을 때 완제시까지 연 2할 5푼의 이자를 가산 지급하라"
18965 1999. 1. 10 (일)
영도도서관, 저 쪽 편에 진득하게 앉아서 법학서적을 펴놓고 앉아 있는 彦이는 요즘 나의 도서관 룸 메이트.
"작은 아버지는 무슨 공부를 하시는데요?"하고 묻는 녀석에게 "응. 그냥 컴퓨터 관계..."하고 얼버 무린다.
딴에는 사법고시 공부하는 조카녀석에게 공인중개사 운운이 부끄러운 작은 아비인 모양이다.
아우구스티누스.
'당신은 내가 가진 마음 속보다 더 內的이십니다.'
18966 1999. 1. 11 (월)
동삼교회.
이희윤 목사님의 설교도 좋고, 찬양대의 고운 찬송가 화음도 성스럽다.
"성령을 구하라"
성령의 역사 없이는 신앙의 회복은 있을수가 없다.
성령의 작용없이는 신앙의 오의에 도달할 수가 없다.
성령이 내게 다시 임하여 주시지 않는다면 10년 전의 그 거친 감동은 다시는 찾아와 주지 않으리라.
그리고 성령의 도움 없이는 나는 죽기전 형제를 용서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나의 간구는 성령의 임재하심이 되어야 한다.
정말 추운 날씨.
예배 마치고 함께 참석한 J와 英이와는 중리 언덕에서 헤어져 나는 영도도서관으로.
휴일에도 만원을 이룬 열람실.
총칙의 부관과 물권법을 좀 들여다 보다가.
일요일은 역시 노는 날인지라, 마음이 해이하여진다.
2층 시청각실 국산영화, 최진실 박신양주연의 '편지'
깔끔한 최루성 영화.
오십 넘은 사내가 그 유치한 장면에 웬 눈물이 그리 흐르던지.
'하나님은 파악되어 질수 없는 분이다. 그러므로 그 분에 관해 무엇을 좀 이해하였다고 생각하느니보다는 결코 그 분을 이해할수 없다는 것을 이해하는 편이 빠르다'
'네 하나님이 누구냐. 하늘이냐 땅이냐 별이냐 마음이냐 환상이냐. 내 하나님은 그런 것들이 아니다. 그런 것들을 창조하신 분이란다.'
-아우구스티누스-
18968 1999. 1. 13 (수)
이른 아침의 중리고개 바람은 참 매섭기도 하다.
장갑이라는 물건은 어느 소용 닿는것인지 모르고 살아온 몇 십년인데, 장갑 끼지 않은 손끝은 떨어져 나가는 듯 시리다.
열람실은 공부하기 딱 좋을만큼의 온도.
민법 용익물권으로 진입.
점심때 彦이를 데리고 나와 해장국 먹인다.
영선시장 입구의 버섯해장국집은 숙질 마주 앉아 먹기에는 싸고 썩 맛있어서 적당한 집이다.
彦이 녀석,장손으로서의 듬직함이 있는 녀석이다.
彦이는 용렬하지가 않다.
새벽.
고백.
'그 분은 추구되어야 하고 발견되어저야 한다. 그러므로 그 분은 숨어 계시다. 그러나 그 분은 발견되어진 분이면서도 언제나 새로이 추구되어져야 하므로 그 분은 무한하시다'
18970 1999. 1. 15 (금)
공부의 효과란 공부하는 그 시간의 집중력에 좌우된다.
이해력이 물론 선행되어야 하지만 첫째는 집중력이다.
정신이 산만하여서는 그 학습은 애초에 글러 버린 꼴.
열람실에서 공부하는 축들을 살펴 보면 여러 유형을 발견할수 있다.
뒤척뒤척, 나갔다 들어왔다하며 무언가 준비가 덜 된듯한 폼을 잡는 부류는 아예 책보따리 싸들고 그 날의 공부는 포기하는게 나을 것.
처음부터 진득하게 붙어 앉아서 삼매경에 빠진듯한 폼을 잡는 친구들은 진짜 공부꾼이다.
저 편에 앉아 있는 彦이는 후자이다.
민법 마치다.
1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하였으니 이제 9일 지났는데 부동산학개론과 민법의 두과목을 일차 마스터하였다는 사실이 자신감을 더욱 북돋아 준다.
18971 1999. 1. 16 (토)
치운 날.
일요일, S곤과 N영은 천성산 갔다 왔다고 전화로 자랑한다.
다 늙어 공부가 웬 말이냐는 핀찬은 양념으로 곁들여.
등기법을 펼친다.
俊이는 요즘 제 큰이모 논문의 영문자료 해석을 하청받아 열중하고 있다.
영어는 녀석의 장끼.
전문용어가 가득찬 논문도 俊이에게는 문제가 없다.
18973 1999. 1. 18 (월)
이희윤 목사님의 설교.
'행복한 가정'
우리 가정은 결코 행복한 가정이 되지 못한다.
목사님은 행복에 선행되는 지혜를 말씀하셨는데 우리의 지혜는 너무나 모자르다.
재치, 곤혹스러운 경우를 한마디 재치로써 은근슬쩍 넘겨버리는 재치.
유모어감각.
아내짜리인 J에게 있어서나 남편짜리인 내게 있어서 이러한 기지가 너무나 부족하다.
도서관의 공중전화로 S규의 핸드폰에다 전화를 하였더니, S규는 S곤이와 경주 남산을 한창 오르고 있는 중.
타이슨의 재기전.
제법 잘 나가는 듯 했던 보타선수, 5회에 타이슨의 짧은 스트레이트 한방에 나가 떨어져 인사불성.
과연 핵주먹 타이슨.
18974 1999. 1. 19 (화)
영도도서관 휴관일은 나의 휴일.
비디오로 '타이타닉' 빌려다 보면서 한잔 두잔 소주를 털어 넣는다.
그런데 '타이타닉'같은 영화가 오스카를 석권하다니.
'쉰들러 리스트'에게 아카데미가 기립하였듯 이런 헐리웃적 상투성을 향하여 열광하는 아카데미.
극적 감동을 자아내는 그것은 작위적이고, 내 보기에 컴퓨터그래픽의 몹신등도 허점 투성이다.
B급 헐리웃 영화일 뿐.
아카데미에 속지 말라.
18977 1999. 1. 22 (금)
온갖 갈레로 흩어지는 상념들.
그 중에는 꼭두서니 빛으로 피흘리는 조각들도 있다.
그것들 모두 거두어 하나의 빛 속으로 함몰시켜 빛으로 화하게 할수 있었으면.
오직 하나의 빛 속으로.
단순한 기쁨, 단순한 아름다움의 그 빛 속으로.
그리하여 하나의 뚜렷한 아름다움으로 내 생명을 소진시킬수 있었으면.
주님, 당신은 유일한 통일이십니다.
통일을 떠나서 잡다 속에 파묻힌 나.
기도.
주님.
도우소서, 그 빛을 믿습니다.
오직 그 빛만이 진정한 통일입니다.
죽기 며칠 전, 엄마는 "믿습니다, 믿습니다"하고 끊임없이 중얼거렸습니다.
믿음을 주십시오. 그 믿음을 믿을 능력을 주십시오.
성령의 도움심으로.
성령의 도우심이 없다면 나의 믿음도 없나이다.
이제 나는 이것을 압니다.
부동산 등기법과 지적법 일단 마스터.
오후, 2층시청각실의 영화.
'비욘드 사일런스' 해석컨데 '침묵 그너머'.
헐리웃과는 영화적 감수성의 접근 자체가 틀린 유럽영화.
독일영화다.
조용하고 안온하고 허황됨이 없는 영상.
벙어리 부모를 둔 딸, 그녀의 고모.
그 갈등구조는 따스하다. 튀지 않는 영상과 음악도 좋았다.
라스트 신의 클라리넷 오디션 장면의 잔잔한 감동.
'타이타닉'보다도 훨씬 윗길의 영화다.
18978 1999. 1. 23 (토)
요즘은 그나마 무언가 집중할 꺼리가 있다는 사실이 나를 무위로운 우울에서 구원하는가 본데.
그러나 느닷없이 밀려오는 아득한 느낌, 아픈 마음밭이야 어디로 가겠는가.
날씨는 많이 풀렸다.
PI서 씨는 강좌를 들으며 10월부터 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다.
바뀌는 법령이라던가 얻는 정보도 많을 것이다.
그에게서 최신 정보를 얻어야 한다.
18979 1999. 1. 24 (일)
토요일 저녁무렵.
비 흩뿌리는 서면 영광도서앞.
S규와 S곤 만난다, 곧이어 나타나는 N영과 H근이.
모처럼 다섯명 친구들이 모두 모인 것이다.
H근이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다소 어눌하기는 하지만 발음도 정확하고, 외관으로 보아서는 가장 건강해 보이는 불콰한 얼굴이다.
오래간만에 모였으니 취할 밖에.
낭자한 담론, 준론, 주정, 음담, 패설과....
그만 깝북 취하여 지하철을 제대로 찾지 못하여 오락가락.
겨우 돌아온 집, 경주에 학생들과 함께 가고 없는 英이의 침대에 쓰러저 잠들다.
18980 1999. 1. 25 (월)
PI서 씨에게서 전화.
그는 이 공인중개사시험을 꽤나 어려운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독학으로는 이해하기 힘들거라는 염려.
학원에라도 가기를 적극 권해 마지 않는다.
우선 내일부터 자신이 듣는 강좌를 들으라는 권유.
도강하는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18981 1999. 1. 26 (화)
부산역옆의 표준협회, 자원봉사센터등 여러 빌딩을 오르내렸으나 PI서 씨가 말한 매일경제의 강의실은 찾지를 못한다.
PI서 씨도 만나지 못한고 강의도 듣지도 못한채 하릴없이 집으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버스 차창으로 어디를 바삐 걷고 있는 J를 보았다.
가슴 속에, 사랑과 연민의 슬픈 바람이 휘익 불며 지나간다.
비디오 영화 본다.
'투영 투 다이'
줄리엣 루이스에게는 독특한 개성이 있다.
올리버 스톤 '킬러'에서의 강렬한 인상, '캘리포니아'에서는 피해망상적인 여린 여주인공 역, 이 영화에서도 그러하다.
브래드 피트의 악당 연기도 괜찮고.
18982 1999. 1. 27 (수)
세법중 양도소득세편을 마치다.
그리고 오후부터 문제집을 풀어보니까 부동산학개론이 의외로 어렵다.
천상 '부동산학개론'은 다른 교재를 구입하여야 할까 보다.
다소 일찍 돌아온 집.
'데블스 에드버킷'
알 파치노의 카리스마, 키아누 리브스는 좀 어설퍼 보인다.
법이 지배하는 사회, 그 첨단의 집단에 나타나는 적 그리스도.
참, 색다른 영화인데 메타포가 무엇인지는 아리송.
18984 1999. 1. 29 (금)
도서관은 만원, 조금만 늦어도 빈자리를 구할수가 없다.
영도 도서관.
지방자치의 가장 바람직한 덕목은 이와 같은 문화시설의 운영일것이다.
지역사회의 문화적 저력은 이런 곳에서 창출된다.
상공인과 뱃사람들이 주도하는 문화적으로 척박한 고장 영도.
이 곳에, 초고추장과 용접연기 냄새를 씻어주는 이러한 茶香과 같은 공간 있음을 나는 감사해야 한다.
잠시 도서관 빠져나와 보수동 책방골목으로 헐레벌떡 다녀 온다.
법문사의 '부동산학개론' 교재 구입.
우선은 쑤욱쑤욱 진도를 나아가자.
시간은 충분하고도 충분하다.
새벽.
기도하라.
그 분을 알려하지 말아라.
알려하지 말고 믿으려 하라.
다만 그 분안에 굳건히 서려고 하라.
그 분께 '내 영혼더러 내가 네 구원이다라고 말씀하소서'라고 기도하라.
어거스틴처럼.
하나님을 느끼는 것은 감성이지 이성이 아니다.
18985 1999. 1. 30 (토)
S규 와 통화.
부도나고 도망 내려온 S규.
대연동 사무실의 이모부 밑에서 하는 오파 그만두고 조그만 수입상 사무실을 구상한다.
오늘 오후에는 PI서 씨를 한번 만날까 어쩔까.
18986 1999. 1. 31 (일)
일요일 산에 가자고 안달하는 S곤이.
다 늙어 교회는 무에며 공부는 또 무에냐고.
그 유혹을 한사코 거절하는 것은 내 의지일까.
오후, 오랜만에 만나는 P상무와 G섭이.
괴정의 곱창집 둘러 앉은 세사람.
모처럼 지리산의 용사들은 회포를 푼다.
대선조선 상무시절의 박력과 패기와 열정은 사라지고 한낱 나이먹은 실업자의 몰골이 추연한 PI서 씨, B조선소 사장을 그만둔 JJ석 사장과 때로 바둑을 두며, 공인중개사 공부에 여념이 없으시다.
G섭이 역시 동병상련일법하지만 그는 가진 재산이 있어 아마 곧 무언가 시작할 것이다.
PI서 씨, 바뀌는 법률등의 시험정보를 그때마다 내게 제공하기로.
2차 생맥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