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드락 토드락 주거니 받거니 실없는 소리 하던 붙들이는, 일이 쉬우려고, 아닌게 아니라 방문을 나서다가 도로 들어가는 이헌의를 남겨 두고, 혼자서 고샅으로 내려가는 강호를 쫄쫄쫄 뒤따라갔다. "저어, 서방님. 새아씨께서 잠깐만 조께 뵈입자시는디요." 어느새 어둑발이 푸르게 가라앉는 고샅에 매캐한 연기가 자욱하여 집집마다 시울을 내린 처마에 감기는데, 강호는 가던 걸음을 멈춘 채 잠시 머뭇거리는 기색으로 서 있었다. 똑 연기 속에 그림자맹이로 뵈이시네. 문득 그런 생각이 들게 하는 강호가 몸을 되돌려, 오던 길로 한 걸음 한 걸음 못 이긴 듯 내딛는 등뒤로, 어둠은 성큼성큼 내려앉았다. 안채의 후원에는 강호의 등에 앉은 어둠보다 더 두터운 어둠이 벌써 짙어져, 미리 와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효원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