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꽃심을 지닌 땅 (돌이킬 수 없다.) 강모는 오직 그 생각만을 골똘히 하고 있었다. 몹시 추운 겨울날, 뭉뭉한 황토흙 아랫목 잘 익어서 올라오는 구들냇내 가득히 훈김으 로 들어찬 방안에 앉아 있다가, 벌컥 문 열고 나가면서 준비없이 바깥 바람을 수욱 들이 켤 때. 날카로운 얼음칼 꼬챙이로 폐부를 꿰뚫어 찌르는 것 같던 공기. 그 공기의 비수. 그것은 급습이었다. 그럴 때면 강모는 한동안 더 숨을 들이쉬지 못한 채, 금방 삼킨 비수의 얼음이 저절로 다 녹아 온도 없는 물이 되기까지, 찬 바람에 찔린 가슴을 웅크리곤 하였다. 스르릉 미끄러지다가 덜컹, 서는 기차 칸에 앉은 강모의 심정이 꼭 그 바람칼 느닷없이 삼킨 것처럼 아프고 시리었다. 이것은 뜻밖이었다. 검은 빙괴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