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서방은 온몸에 박힌 얼음이 녹아 내리듯 걷잡을 수 없도록 흐르는 눈물을 그치지 못하는 제 아낙을 도장방 구들칸에 앉혀 놓고, 조심스럽게 강모의 거처로 건너왔다. 어려운 말 모르는 부서방은 이것이 곧 기적이라는 것인가 싶고, 또 마치 전생의 무슨 인연이 압록강 넘어 환생을 한 것인가도 싶어, 반갑고 좋기는 말로 다 할 수 없었지만 창황중에도 어리떨떨, 눈앞에 닥친 일들이 얼른 실감나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매안의 도적놈을 살려 주신 청암마님이 안 계셨더라면 아마도 그날 밤에 치도곤이 뭇매를 맞고 온 동네 회술레를 돈 후에, 죽을 지경이 되게 두들겨 맞고는 넝마 걸레가 다 된 몸을 이끌고 식구들과 함께 꼭 팔도 거러지 신세로 쫓겨났을 것을, 쌀가마니까지 지워서 아무도 모르게 집으로 돌려보내 주신 그 은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