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섣달의 노래 (외할미와 외할머님)

카지모도 2016. 6. 18. 02:57
728x90

 

섣달의 노래

 

-외할미와 외할머님-

 

 

다섯살의 외손녀

손톱만 한 입에 넣자고

콩자반 한 알 혀로 토막을 친다

반 토막에 어린 것은 생글거리고

할미 입 속도 제법 맛있고 달달하다

고것이 맛있고 달달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되우 불룩한 것이 사나흘 굶어도 너끈할 것 같다

 

한국사 재앙 6.25 동란 이후

타관바치 일색인 수도 서울

대대손손 뼛속까지 서울 본토박이라

조석으로 뇌이시던 허세의 당신 가당찮은 우쭐

챙챙 동여맨 지전의 괴춤 목숨처럼 부여잡고

한평생 기세등등 모질고 인색하셨던 외할머님

우리 눈깔만 한 노란 왕사탕 한 알 칭얼거리다

어김없는 지청구에 주둥이 내밀며 자랐던 계집아이

민화가 걸린 뒤안을 열고 사부작사부작 백발로 걸어 나오며

딸깍딸깍 부아돋은 나막신 소리 배시시 듣는

 

어느새 초로의 섣달

 

 

***동우***

2015.03.19 06:42

월간 문예지에 '전민선'(필명 '어리')의 시가 실렸다.

내게는 뵈주기 인색해 하는 그녀의 시'섣달의 노래'

할비할미 되어.

세월의 복합적 느꺼움을 이처럼 노래할 줄 아니 시인이로댜

어느새 늙어그녀는 외할미 되어 외할머님을 사무쳐하는구나.

 

중로(中老)의 할비 되어 회억(回憶)하는 내 할아버지.

공부(公簿)에서 '白木種奭'이라는 이름으로 문득 뵙는데 내 사무침은 어드메 잠겨있으런가

 

***eunbee***

2015.03.27 12:39

여긴 갤러리아 백화점 Beans &Berries.

기다리는 그녀가 올때까지

좋은 시와시인 어리 님을 음미함.

어디선가 뵌,노란드레스 자락과 꽃잎 속에서 웃던매력적인 시인.

참 좋은 시를 쓰시는...

 

***동우***

2015.03.29 04:20

전에 그녀의 시는 참 찐(? ㅎㅎ)했는데, 나이드니 많이 순해졌어요.

'어리'는 요즘의 필명이고, 전에는 '외딴집나무'였지요.

꽃잎 속에서 웃는 시인, 은비님은 어디서 보셨을까.

 

***어리***

2015.03.29 10:34

어이쿠^^두 분 담소에 낑가들면서...갸우둥 해보나 그녀가 누구일까...은비, 당신은 뉘?

그라고 오래비 나, 아직 진하고^^ 뜨겁습니다 펄펄^^

우리 눈깔만한 왕사탕이 아니고 우럭이어여 우럭^^

이거 영판 글을 남사스레 만드어 놓으신 내 경외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