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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1,4,3,3)

카지모도 2019. 9. 25. 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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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윌러 作-

 

***동우***

2013년 2월 10일 포스팅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The Bridges of Madison County)

저자 : 로버트 제임스 윌러 (Robert James Waller, 1939~2017)

발표년도 : 1992년

 

영화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제작년도 : 1995년

감독 : 클린트 이스트우드

출연 : 메릴 스트립, 클린트 이스트우드

 

입면시간(入眠時間)이 길듯 내 독수리 잡는 시간 또한 길다.

왠만한 두께의 책은 그 일을 보는 동안 해치워버리기 일쑤다.

오늘 새벽 화장실 가면서 집어든 책은 오래전 읽었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단숨에 읽어버렸다.

 

이 매혹적인 로맨티시즘에 늙은 가슴 저미는 것은, 지독하게 아릿한 통속성때문일까.

그러나 노인 속에 해맑게 웃고 있는 어떤 소년은 꿈꾸고 있다.

한 소절의 시와 같은 사랑, 죽는 순간의 기억을.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프란체스카? 여행하기 위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 혹성에서 살고 있는 거요. 이제 그걸 알았소. 나는 머나먼 시간 동안, 어딘가 높고 위대한 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떨어져 왔소. 내가 이 생을 산 것보다도 훨신 더 오랜기간 동안. 그리하여 그 많은 세월을 거쳐 마침내 당신을 만나게 된 거요.>

 

있었던가, 첫사랑의 설레임.

저 우주적 신비함, 그 느낌.

결코 다시는 오지 않을 중세적 인간성.

진화의 가지의 종착역에 선 남자.

최후의 카우보이, 로버트 킨케이드.

오, 모든 첫사랑의 남자가 그러하리.

 

우연히 남자는 여자를 만났다.

사흘간 사랑을 나누었다.

그리고 영원히 헤어졌다.

 

<맙소사, 그에게 그런 점이 있었다니! 킨케이드는 유성 고리에 매달려 떠다니다가 그녀의 집 앞길 끝에 떨어진 별과 같았다.>

 

<당신이 내 안에 있는지, 또한 내가 당신 안에 있는지, 내가 당신을 과연 소유했는지, 확신하지 못하겠어. 적어도 난 당신을 소유하고 싶지는 않아. 우리 둘은 우리가 우리 라고 새로 만들어낸 다른 존재의 안에 있다고 생각해. 물론 우리는 그 존재 안에 있는 것도 아니지. 우리가 바로 그 존재니까. 우리 둘 다 스스로를 잃고 다른 존재를, 우리 두 사람이 서로 얽혀들어 하나로만 존재하는 그 무엇인가를 창조해낸 거요. 맙소사, 우린 사랑에 빠졌소. 더이상 어찌할 수 없이 가장 깊고, 가장 심오하게.>

 

<할 이야기가 있소, 한 가지만. 다시는 이야기하지 않을거요. 누구에게도. 그리고 당신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소. 애매함으로 둘러싸인 이 우주에서, 이런 확실한 감정은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몇 번을 다시 살더라도, 다시는 오지 않을 거요.>

 

남자가 여자의 귓전에다 속삭이는 말.

사랑...

김세환 노래였던가, 억만번 더 들어도 기분 좋은 말.

 

<내가 지금 이 혹성에 살고 있는 이유가 뭔 줄 아시오. 프란체스카? 여행하기 위해서도, 사진을 찍기 위해서도 아니오. 당신을 사랑하기 위해서 이 혹성에서 살고 있는 거요. 이제 그걸 알았소. 나는 머나먼 시간 동안, 어딘가 높고 위대한 곳에서부터 이곳으로 떨어져 왔소. 내가 이 생을 산 것보다도 훨신 더 오랜기간 동안. 그리하여 그 많은 세월을 거쳐 마참내 당신을 만나게 된 거요.>

 

<나와 함께 여행해요, 프란체스카. 그건 문제가 안 돼. 우린 사막의 모래 위에서 사랑을 나누고, 몸바사의 발코니에서 브랜디를 마시는 거요. 아라비아의 범선이 돛을 달고 아침의 첫바람을 타고 들어오는 광경을 보게 될 거요. 나는 당신에게 사자의 나라와 벵갈 만에 있는 옛 프랑스 도시를 보여줄 거요. 그곳에는 멋진 옥상 레스토랑이 있소. 산길을 오르는 기차도 타고, 높은 피레네 산맥에서 바스크족이 운영하는 작은 여인숙에도 들릅시다. 호랑이 원산지인 남인도에는 커다란 호수 한가운데에 섬이 있소. 그 섬에는 아주 특별한 장소가 있지. 당신이 길따라 바람따라 떠도는 여행을 싫어한다면, 어딘가에 개업을 하겠소. 그 지방의 풍물사진을 찍거나 인물 사진을 찍거나 무슨 일이든 해서 우리가 생활할 수 있도록 하겠소.>

 

그러나 이 우주적 힘을 그녀는 거부할수 밖에는 없다.

 

<로버트, 우리가 어젯밤 사랑을 나눌 때 당신이 한 말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내가 당신의 힘에 대해 속삭였죠. 맙소사, 당신은 정말이지 대단한 힘의 소유자예요. 당신이 말했죠. 나는 고속도로고, 방랑자고, 또 바다로 나갔던 모든 돛단배야. 라고 당신이 옳았어요. 당신이 느끼는 건 바로 그거예요. 당신 안에는 길이 있어요. 아니, 그 이상이죠. 뭐라고 설명할 수 가 없지만, 당신은 어쨋든 길 자체예요. 환상과 현실이 만나면서 미처 이어지지 못한 틈, 바로 당신은 거기에 있어요. 거기 길 위에. 그 길은 바로 당신 자신이에요. 당신은 낡은 배낭이고, 해리라는 이름의 트럭이고, 아시아까지 날아가는 제트 여객기예요. 내가 당신에게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구요. 당신 말처럼, 당신의 진화 가지가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다면, 나는 당신이 빠른 속도로 그 골목을 치고 나가길 바래요. 당신이 나를 데리고서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확신할 수가 없어요. 모르겠어요? 나는 당신을 너무나 사랑하기 때문에, 잠시라도 당신을 얽어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어요. 그렇게 하는 것은, 당신이라는 멋진 야생 동물을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그러면 그 힘도 함게 죽어갈 거구요.>

 

킨케이드가 입을 열었지만 프란체스카가 말을 막았다.

 

<로버트, 난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에요. 만일 당신이 나를 품에 안고 당신의 트럭으로 데려가서 꼭 당신과 함께 가야 한다고 고집한다면, 나는 불평 한 마디 늘어놓지 않을 거예요.

당신 말 한 마디에 그렇게 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당신은 그러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요., 당신은 그러기에는 너무나 감각적이고, 내 감정을 너무나 잘 아니까요. 그리고 나는 이곳에서 책임감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요, 이렇게 사는 것은 지겨워요,. 내 인생 말이에요. 낭만도, 에로티시즘도, 촛불 밝힌 부엌에서 춤을 추는 것도, 여자를 사랑하는 방법을 아는 남자의 멋진 감정도 여기에는 존재하지 않아요. 무엇보다도 이 생활에는 당신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내게는 지독한 책임감이 있어요. 리처드에게, 아이들에게. 내가 그냥 떠나버리면, 내 육체적인 존재가 사라지는 것만으로도 리처드에겐 너무나 힘들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그를 파멸시킬지도 몰라요.>

 

그래, 그들의 사랑은 지구별에서 완성된 것으로 하자.

프란체스카가 킨케이드를 따라 나섰더라면.

서로 죽도록 사랑하다가 죽었다... 한문장의 후일담만 남겼을테지만, 둘의 사랑은 얼마나 황홀하였을까.

 

이 영화는 미스 캐릭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찌푸린 표정은 너무 로맨틱하지 않았고, 메릴 스트립은 한참 이쁘지 않았다.

소설은 작가의 지독한 싯적(詩的) 통속성 때문에 독자의 상상을 자못 화려하게하였지만.

 

설날.

사랑 가득한 명절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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