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2011년 11월 단상 (1,4,3,3)

카지모도 2019. 10. 4. 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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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2011년 11월 29일 단상>

 

 

***동우***

2011.11.29

 

1.

 

비속화(卑俗化)된 정치판에는 SNS 마당에 깃발 나부끼며 개나소나 들락거린다.

진영으로 갈라 저도 모를 몽롱한 논리를 목청껏 씨부려댄다.

거리에는 붉은 함성 떠들썩한데, 속물성(俗物性) 밑천 드러난 이아무개 대통령은 공권(公權)의 물대포나 쏘아댄다.

중구난방.

예서발끈 제서발끈 예서제서발끈.

한미 FTA의 당위와 논리, 어디에도 권위(權威)가 없다.

권위가 없으니 신뢰가 따르기 만무하다.

박식근엄(博識謹嚴)한 표정으로 정치 경제 법률에 대하여 권위주의 똥폼들은 잡는데 그들 언어에 대하여 나는 당최 권위를 느낄수가 없다.

계집아이 같은 심성(心性)의 발끈함만 보이고 호리(毫釐)도 권위는 보이지 않는다.

‘No!'라고 외치는 이놈 말 들으면 저게 틀린 것 같고 ’Yes!'라고 소리치는 저놈 말 들으면 이게 틀린 것도 같고.

나처럼 직수굿하게 선량한 백성으로서는 도무지 가리사니를 잡을수가 없구나.

한미 FTA.

정말로 나라를 말아 먹자는 것인지.

정녕 이 나라가 융성해지는 것인지.

광야에서 초인(超人)의 외치는 권위(權威) 있어 나를 애국(愛國)케 하라.

 

2.

 

젊은 부부.

혹여 기질의 부딪침(성격차이)이라거나, 쓰임새의 결핍(경제)이라거나, 오르가즘의 미흡(속궁합)이라거나, 그리하여 법으로 묶어준 억지력(결혼)의 탈출가능성(이혼)이라거나,....

늙은이들 넌즈시 염려하는, 왠지 위태위태해 보이는 것들 있을지라도.

그런 늙다리 염려따위는 조족지혈, 우리 잚은이 그들은 스스로 늠름하다.

늙은 것들은 어림없다.

젊은 ‘가시버시’는 이리도 견고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뭐시라고라?

세상에서 가장 편하게 서로와 서로, 동앗줄로 엮인 저 가시버시에 대하여 입 다물라, 늙은이들.

아래 글, 인터넷에서 주어왔는데 누가 쓴건지는 모르지만 감동적인 글이다.

 

++++

<자그마한 소리로 시작해서 대문 앞에 멈추는 오토바이 소리.

그의 늦은 귀가다.

읽던 책을 덮고 분주히 밥상을 차리고 샤워를 하게 옷을 꺼내주는 동안 그는 말이 없다.

한참 무더운 낮엔 일을 할 수가 없어서 요즘 들어 귀가가 자주 늦다.

서른 여덟의 너무나 젊은 그는 워낙 건장한 몸인데도 핼쓱해짐이 드러나게 보인다.

자동차 만지는 일만 죽어라고 한 그가 자기 말로도 직업치고는 거지같은 직업이라고 했듯이 아주 추운 겨울과 이렇게 찌는 듯한 여름에는 바라보는 일 자체가 고역이다.

세차나 정비를 하면서 가만히 있어도 더울 날에 그가 얼마의 땀을 흘리는지 보지 않아도 알아진다.

일 많았냐는 말에 그냥 그렇다고 무뚝뚝하게 한 마디 하고는 내던지듯 침대로 넘어간다.

냉장고에 차게 해놓았던 수박을 잘라다 주고 선풍기를 한껏 회전으로 돌려주고는 가만히 바라보니 언뜻 그의 옆 얼굴에 보이는 삶의 무게...

"자기야.. 까짓꺼 확 때려쳐라! 내가 팍팍 먹여 살릴께!"

괜한 너스레라도 떨어야 할 것 같이 어딘가 쓰리다.

그가 작년 여름에 더위를 먹어 한동안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서 기어이 살그머니 나가 냉장고의 소주를 몇 모금 마셨다.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일텐데 어쩐지 그의 지친 얼굴과 벌겋게 익은 얼굴을 보면 그 위에 나와 두 아이가 올라 앉은 기분이 든다.

소주를 마신 덕에 얼떨떨 해지며 기분이 붕 뜬다.

"카센타 때려 치구 당신 뭐 다른 거 할래?"

멀끄러미 티비를 보던 그가 피식 웃는다.

"자기 좋아하는 당구 신나게 치게 당구장 할까? 에어컨 팡팡 틀믄서?"

"아니면 좋아하는 무협 만화 실컷 보게 만화방 할래요? 것두 에어컨 틀고 일하는 거니까 시원하자너?"

그가 손을 잡아끈다.

내 조잘댐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옷 속으로 손이 파고 들면서 더운 입김이 귓가에 머문다.

"너무 오래 됐지? 미안해... 힘들어서 그래.”

"휴.. 언제 했는지 기억두 안나네"

이건 아닌데... 하는 생각을 채 마무리하기도 전에 어느새 뜨거워진 그의 몸은 내게 또 힘겹게 땀을 빼낼 준비를 한다.

"나중에 하고 쉬어...응?"

오래 되면 왜 미안한지 난 모른다.

의무 방어전이란 말도 부부 사이에 있어서는 안될 말이라 생각한다.

몇 십년 나란히 살아갈 사람들이 몸이 지쳐 한달 쯤 서로 안고만 잔다고 무엇이 크게 달라지겠는가.

말릴 새도 없이 내 속에 들어온 그를 그저 꼭 안았다.

할 수만 있다면 숨도 못 쉬게 꼭 안아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한동안 움직이던 그가 잠시 조용하다.

갑자기 사방이 조용해지고 모든 움직임이 정지 됐다.

꺼질 듯한 탄식의 소리 하나도 없이 잘 움직이던 기계가 스르르 멎는 것처럼 그렇게 멎었다.

가슴 위에 올려진 그의 커다란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따갑고 쓰린 행복감으로 뜨거운 눈물을 흘려버렸다.

내 속에 들어와 깜빡 졸고 있는 어쩐지 미안하고 안쓰러운 그의 전부.

섹스를 하다가 하던 것 조차 잊고 잠들어 버린.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내게 전부를 연결 해 놓고 잠들 수 있는 한 남자.

그 남자를 알고 있는 것 만으로도 난 충분히 울 수 있게 행복하다.

한 권의 시집 보다 더 감동적으로 곤히 잠든 전라의 남자를 보며 남은 소주를 삼킨다.

이렇게 진지한 밤은 쉽게 보내야 함으로.>

++++

 

3.

 

달포전이었구나.

시인 전민선과 한복디자이너 강희와 어울려 통음한 것이.

흐드러진 감성 낭자한 시인은 술을 그다지 못하였고, 단정한 두루마기 차림이 참으로 우아하한 디자이너는 가히 나와 대적할만한 면모의 술꾼...

그 밤에 비가 내렸던가.

두 여인의 발칙한 언어는 늦가을 비와 함께 나를 적셨다.

전민선의 시 하나를 주어왔다.

내게는 인색한 시인의 시.

 

++++

<그 바다를 잊었는가

-전민선-

 

그대와 내가 바람처럼 엉켜 혼 불을 놓던 상념을 거닐 적에 남녘에서는 헛 소문이 분분하고 늦은 아침을 먹는다 고등어 한 마리를 노릇하게 구워 첫 술을 뜨다 바다가 목에 걸렸다 불분명의 바다가 그렇게도 걸리는구나

왜 짐작하지 못했을까 이미 늦은 아침이었음을. 혼으로 어루만져 매듭 하나 없을 줄 알았건만 그리 단단한 가시를 숨기고 있었다니 아직도 놀라워라 바다여 바다가 癌으로 박힌 곳 살아서는 가장 깊고 아픈 곳 필경 그곳이다

그게 어찌나 단단한지 두 번째의 수저를 결국 들지 못하고 허공에 수저를 놓는다 더는 배가 고픈 줄도 모르겠다 왜 이다지 든든하냐 늦은 아침을 포기했어도 왜 이다지 든든하냐 바다의 등뼈 그 억센 뼈가 가뭇없이 내게 다시 걸렸다

고통이여 아픔이여 다시 한번 아직 겅중거리는 심정을 사정없이 최후로 찔러다오 그리하여 그림자로 모질게 신음하다 어쩌면 한 치 혀의 농간인 처음과 시절을 기억하며 꼭 한 번 적멸로 견뎌 환하게 죽으리니

++++

 

 

***진맘***

2011.12.01 13:53

 

동우님.

 

1) 너도나도 정치적 입장이 없으면 우리나라 사람 아닌 듯.

비속화된 정치판, 속물성 밑천 드러난 지도자, 귀기울일 권위가 없다는 동우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이런 말씀 드리기 조심스럽지만 저는 한미 FTA를 찬성합니다, 아이들 아버지 하는 일이 그 방면하고 좀 관련있어 쬐끔 들은 풍월 있어서리.

반대하시는 분들은 미국에 대하여 극도의 몰상식한 경우만을 상정하여 말씀하시는듯 해요.

미국 그토록 몰상식적이고 나쁜 나라 아닌데... 물론 제국주의의 못된 측면도 있지만요.

오늘부터 방영된다는 종편방송이 큰 문제 아닐까요?

보수언론들이 방송까지 장악하면.

동우님의 블로그에 어울리지 않는 이런 답글, 셧 더 마우스! ㅎㅎㅎㅎ

 

2) 저도 감동으로 읽었어요.

저게 바로 부부지요.

섹스도 아니고 돈도아닌 저 무한한 책임감과 신뢰감과 연민의 사랑.

단 둘만의,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부부만의 사랑이겠지요.

동우님과 사모님도 그럴거라고 상상해요. 호호

그리고 저도 곰곰 생각해 봅니다.

저희 부부..그리고 장차 맺어질 아이들 부부..

 

3) 시인의 생각은 무언가 달라요, 그쵸? 동우님.

고등어가시, 목에 걸린 바다의 등뼈라니.

삶에 대한 신선한 인식.

몇번 읽을수록 좋은 시인거 같아요.

전민선시인, 전에 올리셨던 그 분 맞지요?

동우님께서 답글 어딘가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언어가 참 붉다는 느낌....

소개받고 싶은... 제가 오지랍이 좀 넓었더라면. ㅎㅎㅎㅎ

 

 

***┗동우***

2011.12.05 05:06

 

1.

한미 FTA.

교역시장 확대에 따른 국가적이익을 꿈꾸는 보수와 나라간 교역까지 자유방임에 맡기는데 때른 위험을 느끼는 진보.

한나라당으로서는 신자유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날수 없을 터이고. 민노당의 입장에서는 부르디외의 목소리를 내어야 하고,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 시장을 하냥 넓혀야 한다거나, 윗쪽에 자리한 미국적 가치(경제 문화 공공등), 이를테면 실패한 미국적 신자유주의가 아무런 제어장치없이 흘러 내려와 이 나라를 오염시킬거라는 불안감, 양극화의 문제, 식량주권의 문제라거나.

원론적인 것이야 이념의 영역이라 어떤 입장이 있을수 있겠지만, 조항의 디테일에 따른 사안들은 전문가적 권위가 작용하여 손익에 대한 분명한 방향제시가 있을법 한데, 극과 극으로 쫘악 갈려있으니.

나와 같은 무지렁이는 그저 안개 속을 헤매는 느낌이어서 당최 ...

 

2.

흐음, 나이 들어가니까, 인생에 있어서 그 '사랑'이라는건 축복의 ‘덤’일뿐 삶의 알맹이는 아닌듯합니다그려. 해묵은 정이라는 거 연민이라는거 대강 그런거로 살아지는 듯 하더이다.

저 젊은 부부는 너무 이쁩니다.

 

3.

전민선시인. 내게 시 내보여주는건 무척 인색하답니다. 저 시도 동인지에서 훔쳐 온거랍니다. 진맘님 함께 회동할 날 기대할까요? ㅎ

 

 

***큰서방***

2011.12.02 20:09

 

묵직한 중량감을 느끼며 마당에 나가 캄캄한 밤하늘을 보아야겠습니다.

멀리 시가지가 있는 밤 하늘은 먼동이 트듯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동우***

2011.12.05 05:09

 

하하, 큰서방님.

그림이 그려집니다.

이미 캄캄한 밤하늘.

멀리 보이는 시가지의 먼동 트듯 달아오르는 밤하늘.

회색 도회지에서는 맞지 못할 저녁 8시경의 풍경화....

 

 

***반수꼴***

2011.12.05 03:44

 

님과 같이 양비론의 어정쩡한 입장. 답답합니다.

양식있는 각계각층의 인사들도 반FTA 한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광화문. 여의도의 저 함성이 들리지 않습니까?

 

***┗동우***

2011.12.05 05:18

 

허참!

의견없음, 부정의(不定意)가 회색분자로 매도되는 .

요순(堯舜)의 백성으로 살지 못하는 이 시대 이 나라의 비극입니다.

지워버리려다 가엾어서 답글 답니다. 반수꼴님.

내게는 댁과 같은 사람들의 집단함성, 한낱 소음이올시다.

그만 짖으세요.

내 집 문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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