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규염객전> <천녀유혼> <개>
<규염객전 (虬髥客傳)>
-두광정(杜光庭) 作-
***동우***
2013.07.22 06:24
당나라 두광정의 ‘규염객전’
‘규염객’은 연개소문이라는 설(說)도 있다고 한다.
대장부의 삶.
사나이의 의기.
역발산기개세(力拔山 氣蓋世).
남이장군의 북정가.
白頭山石磨刀盡/ 豆滿江水飮馬無/ 男兒二十未平國/ 後世受稱大丈夫.
백두산 돌은 칼을 갈아 없애고/두만강 물은 말을 먹여 없애리/남자가 스무 살에 나라를 평정하지 못하면/후세에 누가 대장부라 칭하겠는가)
白凡 김구의 좌우명
得樹攀枝不足奇/懸崖撤手丈夫兒.
나무에 올라, 가지 끝에 서는 것은 별로 기특할 것이 없도다. 낭떠러지에서 손을 놓는 것이 참으로 대장부이기 때문에
요깟 더위에 헥헥거리고 고작 사적(私的)영역에서 징징대는 나같은 쫌팽이 따위에 대장부 의기(意氣)란 어림없다.
지엽을 붙들고 쟁쟁거리는 정치꾼 매미들에게도 이무기로의 변신은 어림없다.
낮은 하늘 폭서(暴暑) 뚫고 창공으로 치솟는 시원함.
꿈이야 못꾸랴.
다음은 이문열의 해설.
++++
<천하를 양보하는 의기>
-이문열-
당대(唐代)의 전기소설을 현대 단편소설의 개념으로 이해하는데는 틀림없이 무리가 있다. 무엇보다도 우연성이나 신비적인 계기의 남용과 세부묘사의 소홀은 단편소설의 현대성에 치명적으로 배치된다.
그러나 유사한 서사구조로서, 특히 남성적인 미학의 형상화로서는 현대의 단편소설에도 한 참고가 될 수 있다고 보아 <규염객전>을 말미에 싣는다.
규염객은 아마도 천하쟁패의 야망을 품고 힘을 길러가던 일방의 호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천명이 그에게 없음을 알자 선선히 그 야망을 버린다.
뿐만 아니라 애써 쌓은 기반을 이정에게 물려주어 잠재적인 경쟁자였던 당태종을 돕게 한다.
현대인에게 관상이나 천명은 자칫 미신과 동의어로 들릴 테지만 그것이 확고한 믿음의 대상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 해도 규염객이 일생에 걸친 야망을 그렇게 선선히 양보하는 것은 동양적인 남아의 의기가 아니고서는 설명하기 어렵다.
뻔히 안되는 줄 알면서도 실낱 같은 가능성에 아등바등 매달리는 이 시대의 좀된 정치가들에 견주면 얼마나 시원스러운가.
그밖에 이 <규염객전>과 아울러 살펴보고 싶은 것은 우리 <홍길동전>의 결말과 연관된 논의이다. 일반적으로 홍길동이 율도국에서 이상의 나라를 여는 것은 그 원형을 <수호지>에서 찾는다.
그러나 살아남은 <수호지>의 영웅들이 섬라국에서 이상의 나라를 여는 것은 명대의 <수호지>에는 없고 청대에 쓰여진 <후수호>에나 보여 광해조 시절의 허균이 모방하기에는 연대가 맞지 않는다.
아마도 규염객이 남만에 세웠다는 부여국이 원형이 되었을 것이다.
두광정(850-933)은 당말 5대의 저명한 도사로 문학에도 조예가 깊었다.
저서로는 도교의례를 집대성한 책 <도문과범>이 있다.
++++
***저녁산책***
2013.07.23 00:36
권력을 차지하기 위해 아득바득 싸우는것이 남자들의 본능인줄 알았는데, 양보의 미덕을 발휘하는 대인배...또 다른 인간유형인가요?ㅎ
나랏일하시는 분들도 한번쯤 읽으면 좋을 글인것 같아요.
고풍스러운 문체의 글이 아주 정겨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동우님^^
***동우***
2013.07.23 05:46
그러게요, 저녁산책님.
나랏일 하시는 분들, 자신의 분수를 깨달아 나라까지 양도하는 저 호연지기 배웠으면.
첫눈에 위인을 간파하고 원수의 간을 술안주로 씹으면서 천하를 논하는 호걸들.
배포와 직관과 과장....
그 또한 수호지, 삼국지등 중국 옛소설 읽는 맛입지요.ㅎ
***teapot***
2013.07.28 04:48
'요깟 더위에 헥헥거리고 고작 사적(私的)영역에서 징징대는 나같은 쫌팽이 따위에 대장부 의기(意氣)란 어림없다'
이글을 보고 한참을 웃었답니다!!ㅎㅎㅎㅎㅎ
이런 중국 소설도 단편이 있군요?
***동우***
2013.07.28 05:08
티팟님은 여성분이신지라, 10代 적에 삼국지 수호지 같은데 빠지지는 않으셨을거라..ㅎ
그 방대한 드라마, 한번 잡으면 놓지 못하였지요.
그 시절 어디 도서관이나 흔했나요, 동네 대본소의 너덜너덜한 책들...
규염객전에서 옛 중국소설의 그 맛, 조금 느낄수 있었답니다. ㅎ
<천녀유혼(倩女幽魂)>
-포송령(蒲松齡) 作-
***동우***
2014.05.09 01:07
신경숙은 다음으로 미룹니다.
좀 식상하셨음직도 하여...ㅎ
산 것들의 절대법칙, 회자정리(會者定離)
생각건대 그 영결(永訣)이 있기 때문에 관계란 치열하고 지독한척 해야 되는가 봅니다.
눈보라치는 히스 광야에다 대고 히스크리프는 울부짓습니다.
캐시! 캐시! 죽음으로라도 돌아오라! 고.
신경숙.
이승과 저승 따위, 천녀유혼에 이르면 무슨 문제리까.
귀신과도 짝짜꿍. 금슬좋게 오손도손 부귀영화 누리면서 알콩달콩 살면 되지요..
장국영과 왕조현이 출연한 이 영화 기억하시나요..
또는 화양연화를 기억하십니까.
양조위와 장만옥...
앙코르와트.. 어루만지는 천년 묵은 돌무더기..
새벽 한시.
굿나잇, 벗이여.
천녀유혼.
이 영화를 턱없이 과장되고 윤색된 홍콩영화라고 하는 이문열의 해설, 있으니 올립니다.
++++
<인의와 괴기가 어우러진 동양적 전범>
-이문열-
이 작품은 청대 작가 포송령의 요재지이(聊齋志異)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요재지이는 당대 전기소설의 전통 위에 작가의 문학적 재능이 더하여 이루어낸 소설집으로 중국문학에서도 이채를 띤다.
여기에 뽑은 [천녀유혼]은 그 책 제2권에 실려있다.
모두 합쳐 이백 편이 넘는 작품 중에서 가장 빼어났다고는 감히 말할 수 없으나 인의와 괴기를 재미있게 얽어 처음과 끝이 가지런한 작품이다.
거기다가 연전에는 턱없이 과장되고 윤색된 같은 제목의 홍콩영화가 인기를 끈 일도 있어 특히 이 책 말미에 싣는다.
무릇 소설을 할 사람이면 기회 닿는 대로 [요재지이] 전편을 한 번쯤 읽어보도록 권한다.
작가 포송령은 명말에 태어나서 청 강희 54년에 죽은 인물이다.
그도 당시 중국의 보편적인 지식인들처럼 학문을 닦어 관리가 되려고 했으나 여러 차례 과거에 낙방한 뒤 뜻을 소설 쪽으로 돌렸다고 한다.
[요재지이]는 포송령의 대표적인 저술로 그는 자서에서 전문과 길거리에 떠도는 얘기들을 바탕으로 썼다고 말하고 있다.
(여기에 수록된 [천녀유혼]은 도서출판 진원에서 펴낸 [요재지이]-전3권-에서 발췌했다.)
++++
***eunbee***
2014.05.09 19:07
어제밤에 읽고 잤어요. 꿈에 귀신이라도 보일까 기대?했는데... 아니던걸요.ㅋ
우리 할머니가 어린 내게 들려 주면 딱 좋을만한 이야기예요.
영화를 보지않았더니, 이문열님의 '턱없이 과장되고 윤색된' 것이 보고 싶어져요.ㅎ
착한 남자는 선물같은 귀신처녀 얻어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전설...ㅎㅎㅎㅎㅎ
영화는 어떻게 만들어졌기에.
***동우***
2014.05.10 05:32
천녀유혼.
기억은 희미한데 이 영화 괜찮았다는 느낌으로 남아있어요.
섬세한 선, 선병질적으로 여리여리한 장국영.
여자들, 괜히 안아주고 싶다는.
은비님의 토요일은 오페라 가르니에.
행복한 주말.
<개(拘)>
-바진(巴金) 作-
***동우***
2014.11.03 03:37
아래는 위키백과에서
++++
바진(파금 巴金, 1923~2005).
중국의 무정부주의 작가.
본명은 리페이간(李?甘). 그의 장편소설과 단편소설은 1930~40년대에 광범위한 인기를 누렸다. 바진이라는 필명은 그가 존경하던 러시아의 무정부주의자 바쿠닌과 크로포트킨의 한자음에서 각각 첫음절과 마지막음절을 따온 것이다.
그는 부유한 상류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근대적인 외국어훈련과 문학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유교 교육을 받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사회주의 신념을 발전시켰고 문필활동에 관심을 가졌다.
2년간의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중국에 돌아온 1929년에 첫번째소설 '멸망'이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다. 그뒤 4년 동안 7편의 소설을 발표했는데, 대부분 사회적인 관심사를 다루고 전통적 가족체계를 공격한 것이었다.
그가운데 가장 유명한 소설은 그의 자서전적 3부작 '격류 激流'의 제1권'가'(家)이다. '격류'는 1940년 제2권'봄'(春)과 제3권 '가을'(秋)이 발간된 후 완성되었다.
바진의 소설은 외국작가, 특히 투르게네프와 졸라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보인다.
바진은 많은 잡지 기고와 좌익을 돕는 정치활동을 통해 지식계층이 공산혁명을 받아들이도록 감정적인 분위기 조성에 공헌했으나, 그의 작품은 그 내용과 형식 때문에 공산주의자의 공격을 자주 받았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후 정치적인 신뢰를 받아 주요 문학예술기구에 임용되었다.
1950년대말 자신의 무정부주의적 사고를 공식적으로 포기했지만 새로운 사회에 완전히 동화되지 못했기 때문에 문화대혁명(1966~76) 기간에 반혁명분자라는 낙인이 찍혀 심한 비판을 받았다.
1977년까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나 1978년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으로 선출되었고 곧 상임위원회 위원이 되었다. 문학예술동맹 부의장으로 일했으며, 1981년 중국작가협회 집행의장으로 선출되었다. 1984년에는 중국작가협회 주석(主席)이 되었다.
++++
'개'
제국주의자 눈에 사람처럼 비치지 않았던, 1930년대의 중국 기층민(基層民)을 풍자한 소설이라는데.
개가 되어, 개만도 못한..
쓰러져 가는 사당(祠堂)에 기거하는, 한마리의 개로서의 자기인식을 간구하는 사람.
자기비하와 자기모멸, 극단의 피학성(被虐性)으로 어떤 구원에 이르려는 몸부림인가.
으흠, 도덕적 매저키즘.. 일종의 방어기제일런지.
기필코 살아내고야 말겠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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