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춘타오> <아버지의 뒷모습> <살인자> <광란의 파도> <간판에 얽힌 이야기>
<춘타오(春桃)>
-쉬띠산(許地山) 作-
***동우***
2016.10.13 04:17
내 빈약한 독서력(讀書歷).
중국문학하면 언뜻 떠오르는 작가가 루쉰(魯迅), 위화(余華), 바진(巴金), 라오서(老舍)정도일 뿐입니다.
당근, 쉬띠산(許地山, 1893~1941)은 처음 접하는 작가지요.
검색하여보니 쉬띠산은 1919년 5.4운동 (반일, 반제국, 반봉건 혁명운동)에 적극 참여하고 미국과 영국에서 종교학을 공부한 학자이기도 하였군요.
리마오와 샹까오, 두 남자를 압도하는 여성 춘타오(春桃)
소설에서 묘사된 그녀의 모습은 외면적인 것이지만, 의리와 더불어 억척스러움과 현실감을 지닌 매력적인 여성입니다.
<일반 사람들이 아직 원시적 부권과 부권 사상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이 풍속습관과 도덕관념을 이루었다. 사실대로 말해서 사회에서 남에게 의뢰하거나 남을 약탈하는 사람들만이 이른바 풍속습관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능력에 의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이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춘타오와 같은 사람은 부인도 아니요, 아가씨도 아니다.>
두 남자가 공유하는 아내.
과거의 마른 뼈.. 인문(人文)이 세월의 두께로서 사람들의 집단무의식에 강고하게 고착시킨 관습과 제도.
그런 인습 따위에 얽매이지 않는 춘타오의 자유로운 정신.
강인하고 진취적이고 아름답습니다.
성적 은밀성의 문제, 노이로제등 심리적 문제같은건 차치하고...ㅎ
<아버지의 뒷모습(背影)>
-주쯔칭(朱自淸) 作-
***동우***
2017.03.23 06:22
간밤 꿈을 꾸었다.
술마셔 어지러운 꿈이었다.
아버지를 뵈었다.
'주쯔칭(朱自淸,1898~1948)'의 '아버지의 뒷모습(背影)'
中高시절 교과서에선가(?) 명수필의 하나로 읽은 기억이 있다.
너른 중국땅, 아버지는 남경에 남고 아들은 북경으로 이별하는 기차역.
검은색 마고자에 남색 두루마기를 입은 아버지의 뒷모습...
아, 그 아버지를 언제 다시 뵐 수 있을지.
아버지를 그리는, 애틋하고 아름다운 글이다.
내 아버지.
젊은 아내와 어린 세 자식 뒤에 두고, 휘적휘적 북으로 떠났을 아버지의 뒷모습을 세살적 나는 기억하지 못한다.
아버지의 뒷모습을 기억하는 슬픔이 내게는 없는 것이다.
간밤의 꿈.
평양의 변두리 골목안 단칸주택, 중년의 후줄근한 사내와 젊은 아내.
북에서 새 살림 차린 아버지였다.
지금 모습의 비니미니 양손에 잡고 아버지를 뵈었는데, 당신의 증손주 아기들을 눈부셔 하셨다.
중인환시리(衆人環視)에 똥도 누고 푸세식 더러운 변소도 나오는 어지러운 꿈에 섞인 내용이었는데, 좁다란 툇마루에 앉아 나와 아기들을 맞는 아버지의 그 모습은 선명하게 뇌리에 남아있다.
필경 내 나이는 아버지의 그 때보다 훨씬 더 먹었을 것인데, 내 아버지 북녘 어느 산야에서 숨을 거두셨을까.
그 순간 아버지는 어떤 생각이 드셨을까.
꿈 속에서 비니미니를 눈 부셔 하셨던 아버지.
흘러 간 미래, 되돌아 온 과거...
살아있는 것들에 남아 있는... 갈매빛 그늘.
꿈의 시간은 그래서 애틋하고 그래서 아름다운 것.
때로 꿈 속에서 여러모로 데포르마숑된 모습을 뵙지만.
오늘따라 오신 건 당신이 태어난 날이라 오셨나보다.
아버지의 생신 1917년 3월 23일, 딱 100년 전이로구나.
<살인자>
-사딩(沙汀) 作-
***동우***
2017.08.11 04:07
중국 근세사.
1912년 신해혁명으로 공화제가 출범하였지만, 그 후 장제스의 국민당 정권이 들어서기까지의 혼돈기.
각지에 할거한 군벌들의 발호.
사딩(沙汀,1904~1992)의 '살인자'는 그 와중의 비극을 그리고 있습니다.
미련하지만 우직한 형과 총명한 동생.
형의 아내가 죽어 그 장례 때문에 똑똑한 동생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가 군대로 함께 끌려갑니다.
탈영하다가 붙잡혀 끌려온 동생.
<그러나 조준까지 하고 났을 때, 총이 갑자기 어깨 위에서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는 내 동생이야!" 그는 몇 차례나 연거푸 조준에 실패했다. 그러자 마지막에는 두 군관이 뛰어오더니 그의 팔을 잡고는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병신이 되어 고향에 돌아 온 형.
가족으로부터도 버림받고 버려진 사당에서 거럭질하며 연명, 비루먹은 개처럼 다만 자신의 마지막을 기다릴 뿐입니다.
이 비극적 명제.
비극의 근원.
집단입니까, 개별입니까.
<광란의 파도>
-샤오쉰(蕭軍) 作-
***동우***
2017.08.22 04:18
'샤오쥔(蕭軍,1907~1988)'의 '광란의 파도' (원제는 大波)
샤오쥔은 중국의 천재여성작가라 일컬어지는 샤오홍(蕭紅,1911~1942)의 남편이기도 하였답니다. (나는 아직 못 보았는데 샤오홍의 일대기를 그린, 탕웨이가 주연한 ‘황금시대’라는 영화도 있답니다.)
만주사변 무렵 어떤 현장을 그리고 있는 소설, 광란의 파도.
평범한 병사가 짐승이 되어가는, 전장(戰場)..
저 몇년후 일본군의 난징대학살....
집단 광기 속의 인간, 잔인하고 참혹합니다.
<"전진하지 않으면 죽음뿐이다. 투쟁하지 않으면 파멸뿐이다." 홍기를 따라 대원들은 광란의 파도처럼 적을 향해 돌진했다.>
저 무렵 홍군이 일본군과 적극 교전을 벌였었는지...
혁명군의 의기(義氣)를 고취하는 작가의 어조가 자못 붉습니다.
그러나.
긴 세월 흘러 동지는 간데없다지만, 그 깃발은 지금도 나부끼는지...
아래는 인터넷에서 주어 온 샤오즨의 프로필입니다.
++++
본명 류싼랑[劉三郞], 필명 샤오쥔 ·톈쥔[田軍]. 랴오닝성[遼寧省] 진저우[錦州] 출생. 만주사변 뒤 한때 항일의용군에 참가하였으나, 여류작가 샤오훙[蕭紅]과 결혼하여(뒤에 이혼하였음) 하얼빈[哈爾濱]에서 작가활동을 시작하였다.
아내와 함께 상하이[上海]로 나가 루쉰[魯迅]에게 사사하고, 만주사변 후의 동북지방 농민들의 빨치산 활동을 묘사한 장편 《8월의 마을》(1934)로 인정을 받았다. 이어서 《동행자》 《강상(江上)》(1935) 등을 발표하였고, 관리와 군대를 배경으로 한 대지주인 촌장과 농민들의 대립을 묘사한 그의 대표작 《제3대》(1936)를 펴냈다.
중일전쟁 중에는 옌안[延安]에서 활약하였고, 중공정권 수립 후 하얼빈에 돌아와 둥베이[東北]대학 문학부장이 되어 《문화보(文化報)》를 창간하는 등 문화활동을 계속하였다. 그러나 반소(反蘇) ·반공적 언동을 하였기 때문에 중국공산당 지도부의 비판을 받고 오랫동안 광산 등에서 사상개조학습을 받았다. 뒤에 베이징에서 작가생활을 다시 시작하여 장편 《5월의 광산》(1954)과 《제3대》를 개제한 《과거의 시대》(1957)를 발표하였으나, 모두 가혹한 비판을 받았다. 웅대한 구상과 섬세하고 인간미 넘치는 필치의 작풍을 보여 주었으나, 현재는 문단에서 찾아볼 수 없다.
++++
<간판에 얽힌 이야기>
-라오서(老舍) 作-
***동우***
2017.09.21 08:12
홍위병에게 당한 수모를 견디지 못하여 자살하지 않았더라면 1968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았을 중국작가 '라오서(老舍,1899~1966)
그의 소설은 리딩북에 몇번 올렸을겁니다.
라오서의 '간판 이야기'
그렇습니다. 노포(老鋪)는 시류(時流)에 아부하지 않습니다.
오랜 연조의 점포에는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기풍이 깃들어 있습니다.
일본의 품격은 수많은 고풍스런 시니세(老鋪, しにせ)가 받쳐주지요.
천년 세월의 료칸(旅館, りょかん)이 있을 정도니까요.
파리에 사는 내 친구의 따님은 백년이나 된 아파트에 거주한답니다.
우리나라 아파트, 백년이라니요.
20년만 지나면 재건축 바람이 들어 안달이 납니다.
내 사는 아파트는 20년 훨씬 넘었지만 아랑곳없는데, 그 까닭은 후진 아파트인지라 허물고 올려봤자 돈이 되지 않는 까닭이지요.
묵은 가치야 어떻든 싹 허물어 깨끗이 밀어버리고 새끈하게 새로 지어야 직성이 풀리는 우리나라.
맘모니즘도 그렇거니와, 어떤 사회적 안정성의 문제로 운위할 명제도 없지 않을겁니다.
'원조 어쩌구' 'since 19xx년도'라고 자랑스레 씌여진 음식점 간판.
그러나 20년 넘은 것도 드물더군요.
그러하더라도 오래된 음식점의 먹거리가 맛은 있습디다.
아무래도 세월이 담긴 묵직하고 깊은 맛...
라오서의 간판이야기.
그러나 어쩌겠어요..,
유서깊은 포목점 싼허시앙은 날라리 점포 티얜청에게 넘어가고 말았습니다그려.
새로운 것에 밀려나 가뭇 사라져 버리는 옛것들.
라오서의 씁쓸함이 짙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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