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구효서]]
<카프카를읽는밤.> <깡통따개가..> <확성기가...> <아래문건을..>
<카프카를 읽는 밤>
-구효서 作-
***옥황상제***
2012.12.25 12:41
동우 친구야.
잘 읽고 간다.
그런데 이 소설이 독자에게 주고자 하는 메시지가 뭐지.
여자, 옷색깔...
처음에는 에로티시즘의 냄새가 풍기는 듯 하더니,
소설의 내면을 탐색할 능력이 부족한 탓인지..
남자가 죽은 거야?
왜 죽었어야 하지.
***┗동우***
2012.12.26 05:29
영재.
한 편의 소설을 읽고서.
그 내면을 탐색하고 분석적으로 접근하여 작가의 메시지라는걸 확연히 알아야 할까.
자네가 도입부의 디테일에서 에로티시즘을 느꼈듯, 사물에 대한 세세한 사실적 묘사로 소설을 이끌어 나가다가 종장에는 어떤 황당한 상황을 상상케 하는 이 소설은 좀 당황스럽기도 하지.
이 소설에 대한 내 느낌을 굳이 말한다면.
우리를 둘러 싼 외부 세계 대한 ‘낯섬’ 같은걸 얘기하는게 아닐까.
여자가 지배자의 언어로, 고통받는 재일한국인의 이야기를 소설로 쓸 때 그 일본어의 언술체계가 무너지는 느낌을 갖듯, 작가인 주인공은 모국어로 소설을 쓰고 있는데도 줄곧 언술체계의 붕괴를 겪고 있지.
그 익숙하던 글들이 홀연 너무나 생경한 느낌.
나는 경험하지 못하였지만, 중이염을 앓는 귀에 들리는 외부의 소리들은 아주 이상하게 들리는 모양이지?
그 낯선 소리들.... 자기를 둘러 싼 외부세계가 너무나 낯선.
외부의 것들을 낯설게 느끼는 자신의 정체성, 자아의 내면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녹색 커서가 맛있게 느껴진다는 것은 비로소 자아의 언술체계가 바르게 되었다는, 진정한 자아가 진짜배기 자신의 글을 쓸수 있겠다는 자각에 이르른 하나의 은유가 아닐까.
그 순간 주인공은 다른 이의 눈에는 어떤 모습으로 비춰졌을까.
프란츠 카프카.
생각건대, 이 소설에서 줄곧 언급하고 있는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리지 않을수 없지 싶으이.
주인공 ‘글레고르 잠자’가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자신의 몸이 벌레로 변하여 있다는...
“나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아내는 헉, 소리와 함께 눈과 입을 크게 벌리고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토록 공포스러운 아내의 얼굴을 나는 본 적이 없다. 잠시 후 컵과 쟁반이 방바닥에 떨어지며 요란한 소리를 냈다.”
하하, 주인공이 어떤 모습이었길래.
이 대목은 독자 각각의 상상과 사유의 영역으로 남겨두기로 한 것은 작가적 교활이로세. ㅎㅎ
영재, 나 역시 '카프카를 읽는 밤'이 썩 잘 만들어진 소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네..
***옥황상제***
2012.12.26 19:29
늙마에 문학을 지향하고자 하는 내부의 열망.
그러나 이런 소설 접할 적에는... 어렵다 어려워,...
너야 고교시절 몇 번이나 교지에 소설이 실렸던 실력이고...
***┗동우***
2012.12.27 06:17
어려울것 없어.
네가 느끼는 그것이 바로 제대로 된 책읽기라고 생각하네.
에로티시즘, 실망스럽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는 그런 것들.
예전에 올렸던 이상의 '날개'와 김승옥의 '서울 1964년 겨울'은 자네 보았으면 하여 업데이트하여 올린 것이라네.
이상의 날개, 뉘라서 그 소설을 완벽하게 이해할수 있겠나?
난해하기 짝이 없는 한 인간의 자의식이 뇌까리는 기호들을.
그저 느낄수 있을만큼만 느끼면 되는 것이지.
하아, 이런 인간도 있구나. 마누라가 몸 팔아 돈벌고 한 사내는 벌레처럼 자신의 자의식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이상의 시를 한번 접해보게. 그 따위가 시라니.
세상 어떤 평론가가 그 시를 해독할수 있을까.
자네는 피카소의 그림이 이해되던가.
도상기호인 추상화의 그림이 그러하듯 문학에도 기호학의 난해함이 있을수 있을터...
자네나 나나 오십보백보. 문학이라는걸 그냥 느끼는 만큼씩 즐기기로 하세그랴.
<깡통따개가 없는 마을>
-구효서 作-
***동우***
2014.10.14 05:10
구효서(1958~ )
'깡통따개 없는 마을'은 전에 한국일보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지.
구효서, 엊그제 신문을 보니 단편집 '별명의 달인'으로 동인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더군.
당연히 있을 것으로 여기는 깡통따개.
원타치로 오픈할수 있는 꼭다리가 달려 있는 요즘의 깡통에는 필요없는...
깡통따개 본지 오래 됐다.
깡통따개는 용도폐기되어 퇴락한 소설을 의미하는지.
깡통따개 없이도 ‘탈출사’는 잘도 깡통 뚜껑을 도려낸다.
소설쓰기란 하찮은 것을 진지하게 생각하기거나 진지한 것을 하찮게 생각하기 둘 중 하나'라는 말에는 좀 공감이 가는데, 깡통따개는 무얼 은유하는겐가..
우리의 일상은 하찮은가.
하찮지만 삶은 하찮게 중요하다.
소설이 하찮던지 산다는게 하찮던지.
시대의 담론이 하찮던지 개별의 문제꺼리가 하찮던지.
하찮은 순문학이던지 하찮은 대중소설이던지.
방구석에 틀어박혀 디립다 소설만 써가지고 먹고살던지, 곁눈도 팔아가며 노닥거리면서 탱자탱자 끌적이던지.
그래봤자 중뿔나게 무에 차이가 있을까.
소설가는 시방 소설에 관한 무슨 사적 고통을 얘기를 하는겐지, 나로서는 가리사니 잡을수 없다.
내러티브가 홍상수 영화같다.
시대와 삶의 어수선함에 매인 씁쓸함.
속박이여... 라훌라,
새벽에 마시는 차, 마리아주 프레르,
가볍게 무거운 향그로움.
탈출사.
그 향취로 벗어나라.
<확성기가 있었고 저격병이 있었다>
-구효서 作-
***동우***
2014.11.02 05:05
구효서의 이 소설.
미셀 푸코의 '감시와 처벌'이 떠오릅니다. (대충 읽은 개략적 수준으로)
군대막사는 공간의 정치학, 스피커 전달은 소리의 독점, 측정시험은 내면화전략, 제식훈련은 기호의 정치학...
집단(권력)이 개별에게 행사하는 통제(표준과 감시와 처벌)를 위한 양식화(樣式化)의 모습인가요.
<"시선이 미치지 않은 곳에 황홀과 자유가 싹튼다! 감시의 생활화">
성의 자유는 일종의 사상의 자유입니다.
현대 에로티시즘의 메타포가 거기에도 있습니다.
화장실의 은밀성을 허용치 않는 않는 것은 '딸딸이'를 못치도록 자유를 억압하고자 하는 의도라네요.
똑같은 군복을 입고 똑같은 행동규범을 만들고 똑같은 언어의미를 체득케하는 것.
개별성의 왜소화, 개별성을 말살...
집단표준에 결핍되거나 초과하는 것들.
고문관, 문제사병,
모두 통제와 복종, 감시와 처벌을 위한 심리적 장치들이지요.
초병근무는 적을 향한 전방감시 뿐 아니라 탁 트인 후방(막사)감시도 포함되어 있는 개념이라는군요.
<"초소에 표시된 사격방향은 시계가 꽉 막혔잖아. 대신 막사방향은 감시하기 용이하게 탁 트였거든 탁, 말야" "미친 새끼, 그러니까 고문관 소리나 듣지.">
<지배질서라는 것이 단지 의식의 차원이 아니라 신체화된다. -주디 버틀러->
문득 생각합니다.
언어라는 것의 속성, 그 본질이 통제와 감시와 처벌이 아닌가 하고요..
부자간 상대를 향한 아들의 권력이거나 아버지의 권력, 모녀간, 부부간..
무릇 관계를 이루고 있는 관계에 있어서 말입니다.
구효서의 이런 류를 이른바 '문서소설'이라고 한다는군요.
예전 내 먹고사니즘으로 경매 부동산에 껍죽댔을 적.
'등기부등본'등 관련 공적문건들을 펼쳐놓고 이른바 '권리분석'이라는걸 하지요.
당해 부동산의 법적 경제적 하자를 분석하여 부동산가치의 평가를 위하여.
나는 자주 문건들에 기록된 날자와 갑구(소유권에 관련된)와 을구(소유권 이외의 권리에 관련된)의 권리변동과 인적신상(주민번호. 성씨, 항렬...)등으로 유추되는 것들을 통하여 건조한 그 문건 배후의 인간현실을 들여다보곤 하였지요.
어떤 문건에서는 오륙십년에 걸친 대하드라마가 읽히기도 합니다.
보존등기에서부터 소유권 이전 저당 가압류 가처분등등...
장수(종이수)가 30여매에 이르는 등기부도 흔하지요.
좋은 주말.
<아래 문건을 기각함>
-구효서 作-
***동우***
2014.11.04 09:00
구효서의 문서소설 ‘아래 문건을 기각함’
주검 하나가 누워 있다.
의문사.
조작과 진실.
정황과 증거.
유추와 확증.
불확실과 확실.
추측과 짐작.
선입견과 현장.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망자를 강인한 의식의 소유자, 지략가, 도덕적 순결주의자로 묘사한 경찰의 수배자 신원기록부 내용과, 포르노 잡지를 펼치고 죽음의 수음을 하다 사고로 숨졌다는 감식반의 전혀 다른 현장보존기록은 사체 앞에서 부검의에게 많은 시사를 던져주는 것이었다.>
이 문건을 기각함.
합목적적.
통제와 관리와 해석과 처분의 매커니즘.
우리가 사는 현대의 세상사.
저와 같은 매커니즘 없는가, 전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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