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낙엽을 태우면서. 낙엽.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1,4,3,3)

카지모도 2020. 10. 1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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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설-

 

[[낙엽을 태우면서. 낙엽.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낙엽을 태우면서>

-이효석-

 

***동우***

2013.10.07 06:02

 

어제 부산은 하늘 잔득 흐리고 몹시 바람이 불었습니다.

가끔 성글게 빗방울도 듣구요.

아들놈과 태종대 숲길을 걷고 바다를 보고 낙지볶음 안주하여 소주를 마셨지요.

 

남녘, 단풍은 아직 기미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숲속 낙엽은 가득 쌓였는데.

콧가에 가뭇 남아있는 옛냄새.

요즘에사 어디가서 낙엽 태우는 냄새를 맡을수 있을까요.

 

이효석은 낙엽태우는 냄새에서 생활의 자세를 추스리게 되는 모양입니다만.

글쎄요, 지금 그 냄새를 맡는다면 나는 오히려 생활로 부터 멀리 떠나고 싶은 상념에 젖을것 같습니다.

 

아궁이 앞에 무슨 배화교도처럼 경건하게 쪼그리고 앉아 장작으로 불을 지펴 목욕물을 덮힌다....

이건 근사합니다.

누구처럼(다자이 오사무) 받은 연애편지들을 태워 목욕물을 덮히는 것만큼 호사롭지는 않지만. ㅎ

 

***eunbee***

2013.10.10 08:15

 

교과서에 나왔던 글.

에세이나 기행문을 좋아하던 나는 교과서에 나온 산문들도 좋아했지요.

백설부(작가가 누구더라..) 노천명의 '겨울밤' 나도향의 '그믐달' 그리고 영어교과서에서 읽은 오헨리의 단편'20년 후'

누군가의 '청춘예찬'

 

아, 노천명의 시에 등장하는 이름없는 여인되어, 어깨 넉넉한 남정네 곁에서 놋양푼에 엿녹여먹으며, 여우나는 산골에서, 이효석의 낙엽을 태우며...그렇게 살고 싶었는데, 싶은데...

내 팔자가 참으로.... 하하핫 (신세타령 여기다 부려놓고 갑니다. 해량하옵소서. 친구좋다는 게 무어겠어요.ㅎㅎㅎ)

 

***동우***

2013.10.11 05:18

 

옳아요, 은비님.

친구 좋다는게 무언데..

타령이고 푸념이고 다 받아줄터이니. ㅎ

그러나 내 보건대 은비님 팔자 정도면 상지상 아니올런지. ㅎ

 

***몽이***

2013.10.11 07:16

 

옛시절 함께 웃고 정나누던 친구들

지금은 어디서 다 무얼하는지

더러는 이세상 소풍 끝내기도.ㅠ

 

옛날 한자락 살뜰히 모아다가 다정스리도 선물하는 동우님 계시니 고맙고 흐믓합니다

어느날엔가의 30여분의 타이핑도 늘 맘에 맴돌지요. 이만하면 블방팔자는 상지상 ㅎ ㅎ

 

잠에서 깨어나 침상에서 좋은 다양한 글 맘껏 읽는 즐거움 역시 최고!^^♡

 

폰타의 어눌함 살펴주세요^*^

오늘 포스팅은 한큐에 몽땅 하핫

근데 이답글은 등록되려는지...

가끔 실패하거든요 ㅠㅠ

 

***맹순이***

2013.10.11 07:23

 

아니나 다를까 금일 포스팅 댓글이

어이하여 여기에...ㅠㅠ

나는 그래서 맹순이 ㅋ ㅋ

 

***홍애(虹厓)***

2013.10.12 18:16

 

동우님

부탁 하나 더 있어요

황순원 소나기 도 구할 수 있어요?

 

***동우***

2013.10.13 05:57

 

황순원 소나기.

벌써 포스팅하였어요.

태그로 찾아 보시면..

 

홍애님 읽고 싶은 것들 있으면 언제라도 하명해 주시면 대령하겠음. (여기저기 텍스트 파일 업어올 소스를 좀 알거든요.)

 

***저녁산책***

2013.10.23 11:49

 

멋진 산문을 다시 읽어볼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교과서에서 읽었을때의 기억은 다 사라지고..새삼스레 맛깔스레 잘 읽었습니다.

 

지은이는 낙엽을 태우면서 센치해 지지 않고

생활의 의욕을 불태우시니..본받고 싶습니다.ㅎㅎ

 

어제 오래만에 창덕궁에 다녀왔는데..아직 낙엽이 쌓이진 않았어요.

단풍이 아직은 멀었더라구요.

 

***동우***

2013.10.24 07:04

 

그러게 말이에요.

이효석은 생각처럼 그다지 나이브하지는 않았던가 보아요.ㅎ

 

허지만. 저녁산책님.

풍족하지 않았던 시절, 센티란 사치한 감정으로 치부되기도 하였을테지요.

낙엽을 밟으면서 '시몽' 어쩌구하기에는 월동(越冬)의 시름이 사뭇 깊었을 것.

연탄걱정, 장작걱정, 김장걱정, 입성걱정, 새학년 월사금걱정...

 

여기도 단풍은 아직 볼 붉히지 않았어요.

은비님 이른 단풍 보고 그러시던대 올 단풍 때깔은 예년만 못하시다고.. ㅎ

 

***저녁산책***

2013.10.25 09:43

 

딸아이에게 보내주려고 메일로 스크랩해갑니다.

감사합니다. 동우님^^

 

오늘 김약국의 딸들이 올라와 있네요.

기대됩니다. ㅎ

지난번에 통영을 다녀오면서 이 소설을 떠올렸거든요..

 

***동우***

2013.10.26 06:01

 

저녁산책님.

'김약국의 딸들' 다시 읽으면서 나도 작년 다녀 온 통영의 풍광이 짙게 떠올랐습니다.

이 소설. 재독하실 저녁산책님 기대하셔도 좋아요.

젊은 날 읽으셨던 느낌과 사뭇 다를거에요.

 

***홍애(虹厓)***

2013.11.03 15:40

 

낙엽을 태우며를 읽고 싶구나 생각하고, 동우님 방에 있을 거라고 왔는데

ㅎㅎ 있네요.

어찌해서 동우님 글이 오지 않는가, 궁리궁리 하다가 동우님 친구목록에 빨강 불이 들어와 있는 거 아니겠어요?

동우님 뭔가 정리하시다가 저도 낙엽들속에 쓸어 넣어 버린듯...

 

 

<낙엽>

-R. 구르몽-

 

++++

시몬, 나뭇잎 져버린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은은하고 그 소리는

참으로 나직하구나

 

낙엽은 땅 위에 버림받은 나그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 질 녘의 낙엽 모습은 쓸쓸하구나

 

바람에 불어칠 때마다 낙엽은

상냥하게 외치거니.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힐 때면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끼고.

 

날개 소리 여자의 옷자락

스치는 소리를 내누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낙엽이리니

 

가까이 오라,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감싸고 있구나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 아래, 나는 까막눈이지만 원문이 있길래..

 

<Les feuilles mortes>

-Remy de Gourmont- (1858∼1916)

 

Simone, allons au bois : les feuilles sont tombees ;

Elles recouvrent la mousse, les pierres et les sentiers.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des couleurs si douces, des tons si graves,

Elles sont sur la terre de si freles epaves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Elles ont l'air si dolent a l'heure du crepuscule,

Elles crient si tendrement, quand le vent les bouscul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Quand le pied les ecrase, elles pleurent comme des ames,

Elles font un bruit d'ailes ou de robes de femme :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Viens : nous serons un jour de pauvres feuilles mortes.

Viens : deja la nuit tombe et le vent nous emporte.

 

Simone, aimes-tu le bruit des pas sur les feuilles mortes ?

++++

 

***동우***

2015.10.21 23:21

 

그 옛날 교과서에서 이 시를 읽었을 적, 소년의 가을은 퍽이나 슬펐을까.

사춘기를 적시는 몽롱한 비애, 그리고 미지의 시몬.

슬픔의 속살은 아름다움일지니, 필경 미경험의 인생과 미지의 소녀를 향한..

애련(哀憐)으로 느끼는 아름다움이었을 것이다.

 

이제 늙어 걷는 태종대 숲길에도 낙엽이 뒹군다.

발밑에서 부스럭거리는 낙엽은 영혼처럼 흐느낀다.

 

가까이 오라, 언젠가는 우리도 낙엽이리니.

이미 날은 저물고 바람은 우리를 감싸고 있는데...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이제 늙어, 구르몽의 낙엽.

다만 쓸쓸함으로 가슴이 에이누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안톤 슈낙-

 

***동우***

2017.02.03 04:31

 

'안톤 슈낙 (Anton Schinack,1892~1973)'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울고 있는 아이의 모습, 작은 새의 시체, 가을비, 아무도 살지 않는 고궁(古宮), 돌아가신 아버지의 편지, 동물원에 갇힌 한마리의 범, 휠 데를린의 시, 아이헨도르프의 가곡, 출세한 옛친구를 만났을때, 사슴의 눈초리, 재스민의 향기, 아름다운 여름밤, 달리는 기차. 가면무도회에서 돌아왔을 때, 공동묘지를 지나갈 때, 수학 교과서, 어느 낯선 촌 주막에서의 하룻밤, 헌 시계가 새벽 한 시를 둔탁하게 칠 때, 날아가는 한 마리 해오라기, 추수가 지난 후의 텅 빈 논과 밭, 술에 취한 여인, 오뉴월의 장의 행렬. 노파의 눈물, 바이올렛색과 검정색과 회색의 빛깔들, 종소리와 징소리, 바이올린의 G현, 가을밭에서 보이는 연기, 비둘기의 깃, 출세한 부녀자의 좁은 어깨, 유랑가극단의 여배우들, 빗소리, 만월의 밤에 개 짖는 소리, 죄수의 얼굴, 나뭇가지 위로 내려앉는 하얀 눈송이....

 

예전 고등학교 교과서, 덜 여문 사춘기의 감성을 자극하여 달콤한 우수에 젖게 하였던 안톤 슈낙의 산문.

요즘 교과서에도 실려있는지 모르겠는데 요즘 아이들, 우리 또래의 그 때 감수성과는 많이 다를듯 합니다.

슬프다는 느낌이야 보편적인 인간성, 그러나 슬픔을 자아내는 그 대상은 사뭇 다를테지요.

허긴, 세대간 차이 뿐 아니라 사람마다 느끼는 슬픔의 편린들은 모두 다를 테지요.

 

진중권의 책에서 '롤랑 바르트'의 '푼크툼(punctum)'이라는 개념을 읽은적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사진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이성이나 논리로서는 도저히 설명할수 없는, 무의식적으로 확 끌리는 어떤 강렬한 자극같은 거...

그러니까 어떤 오브젝트에서 느끼게 되는 감동은 지극히 개별적이고 주관적이라는 의미일테지요.

 

안톤 슈낙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그러니까 사람마다 '우리를 프게 하는 것들'에서 가감(加減)이 있을수 있을겁니다.

 

나는 이런걸 포함시키고 싶군요.

슈베르트의 리트라던가 태풍 지나가고 난 후의 하늘빛이라던가 소독약 냄새라던가 입술 사이로 언뜻 보이는 추레한 할머니의 금잇빨....

 

슬픈 감정은 가장 선하고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대상이라도 그에 대한 연민이 깃들어있지 않다면 그건 악한 관계입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습니다.

대상에게서 소멸을 볼줄 아는 눈길, 그것이 사람을 아름답게 하는게 아닐까요.

 

<옛날 축성의 대가는 성을 설계하면서, 그 성이 폐허가 되었을 때의 모습을 제일 고려하여 도면을 그렸다.폐허가 되고나서 모습이 훨씬 아름답도록 설계하는 것이다. -다자이 오사무->

 

어제 저녁, 저자로 부터 책 한권이 우송되어 왔습니다.

내 오랜 친구 김미정님이 쓴 책, '숨은 우체통'

금세 1/3쯤 읽었는데, 내 눈꼬리에서는 눈물이 비어져 나왔습니다.

지극히 사적인 내용을 담담하게 편집한 그녀의 글. 그 슬픔이 내게는 참 아름다웠습니다.

책 속에는 어쭙잖은 내 글도 여럿 실려있어 기뻤습니다

일독을 권합니다.

‘숨은 우체통’ -김미정 著- 당산서원 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