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초승달. 왜 음악이 없는걸까. 화웨이 선생]] (1,4,3,3,1)

카지모도 2020. 10. 13.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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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초승달> <왜음악이없는걸까> <화웨이선생>

 

 

<초승달>

-라오서(老舍) 作-

 

***동우***

2013.06.26 05:05

라오서(老舍, 1899~1966)는 1968년도 노벨문학상의 유력한 수상대상이었지만 이미 사망했기 때문에 그해 노벨상은 가와바타 야스나리에게 돌아갔다고 합니다.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행운..)

1966년 문화혁명때 홍위병에게 당한 수모와 모욕(반당분자로) 때문에 자결하였던 것입니다.

 

초승달.

담담하게 들려주는 중국 개화기 한 시대를 살아내는 한 여성의 인생역정.

 

그러나 내게는, 여성성(女性性)이 지니고 있는 그 수동성이라는게 애잔하고 가여워 연민으로 마음이 아립니다.

생물학적 심리학적 사회학적 경제학적 이데올로기적 등등의 것으루다 고착된, 수동적으로 당하는 그런... 여성성말입니다..

 

그 부분, 여성성이 지닌 그 보편함에 있어서, 작금의 대한민국이라고 하여 썩 다를바 있을까요?

 

다음은 이문열의 해설입니다. (이 소설 역시 '이문열의 세계문학산책'에서 업어 온 것입니다)

 

++++

<근대화 과정 속에 뒤틀린 여성의 삶>

-이문열-

 

'초승달은 근대화 과정에 있는 중국의 한 서민층 결손가정의 여자 아이가 매춘부로 자라가고 종당에는 감옥에서 끝을 보게 되는 어두운 이야기이다. 어떻게 보면 한 여성의 애처로운 전락의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각도를 달리하면 처절한 생존투쟁의 이력이 될 수도 있다.

여성이 아직 독립된 생산주체로서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사회에서 여성이 살아가는 방식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곧 결혼으로 남자의 생산력에 의지하면서 가사노동을 분담하거나 성을 상품화해 생존에 필요한 물자들을 얻는 것뿐이다.

그러나 결혼도 남자에게 성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또 은폐되어 있기는 하지만 남편이 아내에게 자신의 생산을 나눠주는 동기에는 상당 부분 제공된 성의 대가라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결혼과 매음은 유사성을 지닌다.

'초승달'의 주인공이 사는 근대화 과정중의 중국사회는 겉으로는 제도적인 여성교육이 있고 일거리도 주어진다. 하지만 교육은 여성이 독립된 생산주체가 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못하고 일자리도 불완전 취업의 한 형태로 그 급여로는 홀로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거기다가 부모의 보조도 바랄 길이 없는 주인공은 처음부터 예정된 길을 가듯 매음으로 떨어진다.

그러나 작가의 의도는 그런 여성의 삶에 짐지워진 불리한 조건들을 사회적 정치적으로 분석하고 비판하는데 있는 것 같지 않다. 사실적이면서도 담담한 필치는 주인공에 대한 연민도 비난도 싣고 있지 않으면 주인공이 그렇게 밀려갈 수 밖에 없는 사회구조를 분석하거나 비판하는 데도 별로 열의가 없다. 저 광란의 문화혁명 와중에서 홍위병들에게 끌려나갔던 작가가 며칠만에 시체로 발견된 배경에는 그런 문화적 태도도 한몫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이 내게 깊은 인상을 남긴 까닭은 무엇보다도 간명하면서도 유려한 문체에 있었다. 아마도 주관적 묘사에서의 절제된 감정과 객관적 묘사에서의 성실한 관찰이 어울려 만들어진 문체인 듯했다. 그게 초승달의 이미지와 묘하게 연결되어 중국문학에서는 흔치 않는 섬세함과 애조를 드러낸다.

구체적으로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작품을 관통하는 작가의 우리 삶에 대한 느낌도 감동을 키워준다. 작가는 정명론과도 흡사한 속절없음으로 주인공의 인생 유전을 그려 나간다. 낯선 공간과 시간속에서 이루어지는 주인공의 삶을 위한 안간힘을 우리 가여운 누이의 그것처럼 가슴저린 연민으로 보게 하는 것은 어쩌면 그 속절없음에 대한 공감인지도 모른다.

노사는 현대 중국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세 살 때 부친을 여읜 그가 베이징 사범학교를 거쳐 고등사범을 졸업하고 교사로 성장하는 데는 타고난 재능과 근면이 무기가 됐다. 한때 중하교 교사로 생활하뎐 그는 1924년 런던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문학을 전공한 라오서는 귀국 후 칭다오의 산둥대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 37년 '낙타상자'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이 작품은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며 그를 일약 국제적인 작가로 인정받게 했다. 그는 중일전쟁이 일어나자 문예계 항적협회를 결성하는 데 앞장서고 중국문예계의 핵심 관직을 두루 거치면서 인민예술가의 영예를 하사받았다. 그러나 66년 반당분자로 몰려 사망했다가 78년 명예가 회복되기도 했다.

++++

 

***달리는말***

2013.06.26 21:03

계속된 마른장마 끝에

어제 저녁에는 천둥 번개를

동반한 소나기가 내리더니

오늘 아침은 소강상태인 것

같습니다.

 

오늘하루도 소중하고 행복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동우***

2013.06.27 06:19

달리는 말님.

북녘에는 소나기라도 내렸으니 시원하기라도 하겠지요.

여기 부산에는 습기 찬 무더위, 강우는 인색하기만 합니다그려.

달리는 말님께서도 좋은 하루 되시기를.

 

 

<왜 음악이 없는걸까>

-위화 作-

 

***동우***

2013.11.07 04:52

중국의 젊은(?) 작가 '위화'(余華 1960년생).

작년인가, 책부족 추장님의 찬사 요란하여 '허삼관 매혈기'를 읽고서 처음 '위화'를 접하였습니다. (남들보다 한참 늦된 명색 독서애호가입니다.)

참 좋게 보았던 영화, 장예모 감독의 '인생'의 원작자도 위화인줄 알게 되었구요.

 

혹 알고 있습니까?

포르노에는 왜 배경음악이 없는지. (있는 것도 있을텐데..)

 

수식도 은유도 없이 소박하게 그려내는, 어찌보면 한심한듯 우스꽝스러운 군상들.

그의 서사에 깃든 해학과 유모어에 웃음이 터져나오지만 어느 한편 짙은 페이소스도 없지 않습니다.

그가 그려내는 비루한 삶의 모습에서 ‘어떤 나'를 들여다 보는 뻐근함과 시큰함도 있습니다.

 

포르노에는 '왜 음악이 없는걸까'

배경음악으로 장식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영상...

하하, 섹스의 동작에 수식이나 장식이 무에 있어야 하나... 일까요.

그런가요?

나는 포르노를 볼 적 마다 그게 불만인데 말입니다.

무슨 동물의 교접을 보듯...

좀 민망한 이야기지만 나이 좀 든 이들에게는 예사롭지요. (남녀 불문코. ㅎ)

 

<그제야 그는 머리를 들어 놀란 우리들을 침착하게 바라보았다. 입술을 다문 그의 양쪽 볼이 부풀어올랐다. 그의 입이 십이지장처럼 꿈틀꿈틀 연동운동을 시작했고, 목덜미의 목울대도 빠르게 상하로 움직였다. 5분쯤 지나자 빵빵한 두 뺨이 별안간 푹 꺼졌다. 이와 동시에 목울대도 한 번 올라갔다가 그 자리에서 멈추었다. 바로 지금, 새우를 삼키고 있었는 것이다. 대단히 품위 있고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 이윽고, 그의 목울대가 미끄러져 내려가고 입이 벌어졌다. 우리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벌려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가 입에서 조금도 부서지지 않은 완전무결한 새우 한 마리를 끄집어내는 것이 너무도 또렷하게 보였다. 더욱 놀라운 건 살을 모두 삼킨 다음이란 사실이었다. 그는 어디 한 군데 다친 데 없이 살이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새우를 식탁 위에 내려놓았다. 이미 먹어치운 다섯 마리의 새우와 가지런하게. 그 모습을 보며 세 명의 여자가 연신 소리를 질렀다.>

 

알맹이만 홀랑 빼먹고 고스란히 그 형태대로 남겨진 새우 껍데기.

껍데기 남편.

 

무언가 은유하는바 있을듯 없을듯 하지만, 그깟 무어 어떻습니까?

막연한 느낌으로 내버려두고서, 소설읽는 재미있으면 족하지요.

 

‘마얼’이라는 사나이.

쥐스킨트의 '좀머씨'가 생각나고 고골리 외투의 '아까끼 아까끼에비치'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구체적으로 무슨 연관있는지는 모르겠으나.. ㅎㅎ

 

***홍애(虹厓)***

2013.11.07 06:49

읽었을 거라 하셔서 읽어보았습니다

읽은 거네요. ㅎㅎㅎ

그러나 매번 읽을 때마다 다릅니다

 

위화의 이 단편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제게 이 사람의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중국어 원문으로 읽을 때는 우리가 결코 알 수 없을 리듬이 생길 것 같아요

한국어로 번역된 글에서도 단문이 주는 간결함과 그 속에 함축한 이미지의 연결이 묘하게 맛을 내고 있는데

외국의 시들이 그렇지만 다른 나라로 가서 원어민이 읽는 것들을 다 내 줄 수가 없는 것은 번역의 한계이겠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된 글 같지 않게 읽히는 수준이니 원문에 들인 공이 상당하다는, 아미 위화의 능력이겠죠.

공을 크게 들이지 않았을 거에요. 줄줄 흘러 나왔을 것.

 

뭔 사건이 나긴 했는데 그걸 처리하는 방법이 꿀꺽 삼킴, 그런데 꿀꺽 삼키는 건 이 소설에서 범상한 한 인간을 보게 합니다

겉으로는 우스꽝스럽고 묘사도 그렇게 했지만요.

 

***동우***

2013.11.08 05:03

그럴거에요.

위화의 중국어 소설에는 내재적 리듬감이 있습니다.

허삼관 매혈기의 일락이 이락이 삼락이....

 

원어의 리듬감.

우리말로 번역한 문장에서 그것을 느낀다는 건 거의 불가능할겁니다.

근데 홍애님, 일본어라면 그게 좀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완벽할수야 없지만, 음절이나 어순(語順)에 있어서의 유사성 때문에...

아, 그런데 아니로군요.

가와바타 야스나리(뿐 아니라...)의 일본적 정취와 서정은 오리지널 일본어가 아니라면 표현하기 요원할 듯..ㅎㅎ

저 '이문구'의 문장을 일본어로 옮긴다는걸 생각해보면..

 

홍애님 요즘 번역하시는 '소나기'라면 어떨까.

'소나기'의 속살 일본인도 충분 느낄수 있을겁니다.

일본어 그렇게 연구하고 천착하시면 우리것 일본어로 일본것 우리말로, 무언가 이루실 겁니다.

목표를 잡고 매진하시기를 거듭 권합니다.

 

우리 책부족, 전에 민음사 세계문학중 몇몇의 수준이하의 번역, 얼마나 많이 어필하여 투덜거렸습니까?

외국어에 능통하다고 문학작품의 번역이 가능한 것 절대로 아니지요.

무엇보다 우리말에 능통하여야 할뿐더러 우리 말의 문학적 정서에도 깊이가 없이는 아니 될겝니다.

일단 홍애님은 남보다 빼어나게 그걸 갖추고 있으니, 일본어를 체득하고 일본문화와 일본문화를 심득하시면..

 

유행어, 단축어, 상투어, 관용어 같은 건 만화가 좋을듯 싶습니다만.

나는 옛날 일본 도색만화로 재미 좀 봤답니다. ㅎ

 

***홍애(虹厓)***

2013.11.08 11:32

소나기 번역은 속살까지 읽고 이해되는 건 아직은 아닌 것 같아요.

그저 직역을 하는 것이고

가끔은 제가 그 상황을 연기해 보여 주면서 번역한 걸 고치기도 한답니다

홱 돌아서며... 이런 건, 사전에 나온 일본어는 여러가지인데 어느 걸로 선택해야 하는 건지는 외국인으로서는 잘 모르겠거든요.

그래서 그런 건 제가 행동으로 보여주고 일본인들이 단어를 고르게 합니다.

ㅎㅎㅎ. 이 번역 시간은 좀 드라마틱합니다.

교단은 없지만 행동하는 교사 역할을 하니까 ㅎㅎㅎ

 

번역을 조금 해 보면서 느끼는 건데 현대의 소설이나 현대 문제를 쓴 게 훨씬 쉽습니다.

알고 있는 것이니까 그런가봐요

소나기도 일단은 무대 배경이 지금보다는 훨씬 전의 일이고 소녀와 소년이 현대의 아이들과도 사뭇 달라서 일본인들에게는 어떤지... 이미 아이들 다 키워버린 중년여성들에게 그 감각이 어떨지..

잘 모르겠습니다

또, 서로 함꼐 하면서 문제라면 문제인게 제가 느끼는 한국어맛을 전달할 수 없고 일본인들이 느끼는 그걸 제가 잘 모르는 것이지요.

 

유행어 단축어 상투어... 그래서 저 아직도 만화 읽기 어렵고 방송도 버라어티 같은 건 들리다말다 하고 왜 재밌는지 모를 때가 허다해요.

우리나라 만담, 같은 거 여기선 쭉 젊은이들까지 그렇게들 둘이서 나와 이야기 하는 게 많은데

그건 또 전혀....

우리나라 개그콘서트를 이해하는 외국인이라야 한국말 한다고 할 수 있는 것처럼...

저도 아직 초벌 번역도 가까스로 사전찾아가면서 하는 실력이라..

 

그런데 뭐, 우리세대는 오래오해 산다지 않습니까..

그러니 이제부터라도 새학년 신입생 처럼 배워야하지 않겠습니까 ㅎㅎ

 

***홍애(虹厓)***

2013.11.08 11:27

어젯밤 산책길에는 위화의 이 소설이 길동무가 되었습니다

길 가다가 한참 웃긴 했지만, 제가 옮겨 간 말 보다는 원글로 읽으라고 해서 남편이 어제 와서 이거 읽고 갔어요 ㅎㅎㅎ

 

 

<화웨이 선생>

-짱텐이(張天翼) 作-

 

***동우***

2018.07.13 04:40

근세 죽국작가 '짱텐이(張天翼,1906~1985)'의 '화웨이 선생(華威先生)'

 

1938년 발표되었다니까 소설 속 '항전시기'니 '구국활동'이니 하는 것은 항일전쟁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난국에 처했을적 흔히 만드는 게 이른바 '위원회'라고 합니다.

사명감 충일하여 내실있게 운영되는 위원회도 있을테지만 명분주의 감투놀이 책임회피 두리뭉술의 형식적인 위원회도 태반일겁니다.

 

저 화웨이 라는 인사.

염불은 아랑곳없이 젯밥에만 관심있네요.

남이 떠받들어주는 요인행세에만 정신이 팔려 있습니다.

참석하는 회의에서는 천편일률적으로 상투적인 말만 떠벌이고.

 

비열하고 몰염치하고 천박합니다그려.

요즘처럼 투명한 세상에사 저런 헛폼만 가득한 인사 발붙이지 못하겠지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