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행복의 메타포 -안병욱- (1,4,3,3,1)

카지모도 2020. 10. 21.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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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리뷰-

 

<행복의 메타포>

-안병욱 作-

 

***동우***

2016.02.10 03:34

 

설날.

사랑하는 사람들 오손도손, 모두 설 명절 행복하게들 쇠셨으리이다.

 

우리 또래, 학창시절에 철학자 안병욱(安秉煜 1920~2013)과 김형석(金亨錫 1920~ )의 수필집 한권 읽지 않은 사람 드물겁니다.

두 사람의 수필집들, 한 시절을 풍미한 책들이었지요.

 

두 분 다 1920 년生, 안병욱은 아흔넷까지 장수하셨고 얼마전(작년인가) 신문의 인터뷰 기사로 아직 정정하신 김형석을 보았습니다.

두 사람의 지족(知足)한 삶, 철학으로 터득한 것일까요 신앙으로 도달한 경지일까요. (두 분 모두 독실한 크리스찬)

 

안병욱의 수필, '행복의 메타포'

행복은 사랑과 감사와 자족과 보람과 신앙...

그런데 있는 것이라고 하는군요.

 

'항산(恒産) 없이 항심(恒心) 없다'는 명제. (이를테면 등 따숩고 배가 불러야 도덕이나 윤리같은게 우러나는 법이라는...)

맘모니즘에 모든걸 투사하는, 물(物)과 산(産)으로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현대 자본사회 속 아이들.

오로지한 선비의 항심(恒心), 과연 어디에서 찾고 배워 저 깨끗한 영혼들에 심어줄수 있을까요.

 

연휴동안 어미 할미 비비대고 치대며 까르르 까르르 까불며 뛰노는 비니미니.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려니 사랑과 보람이 다른 색갈이 아니며 근로와 믿음과 기타등등 무릇 살이가 근거하는 바도 사랑이라는 생각이 자연스레 솟아납디다.

 

늬들이라는 존재가 있으므로 행복하네라, 행복하므로 그저 사랑하자.

그래, 사랑.

사랑이 밥먹여 준다.. 사랑이 최고의 선이다.. 그래, 사랑이 최선의 방법론이다..

흐음, 사랑 하나만이 인간이 지닌 유일한 항심(恒心)이라고 뇌어보는....

 

단순하고 소박하고, 그래서 순진한가요?

하하, 나이 들어보슈.

자꾸 세상 별거 아니라는 오기(ㅎㅎ체념이랄까)가 생길터이니.

그래서 '단순함은 궁극의 정교함'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말이 마음에 와 닿으리니. ㅎ

 

사랑만을 얘기하는 글은 아니지만, 안병욱의 '행복의 메타포'

가지가지 행복을 위한 처세론이 판치는 세태이지만, 구닥다리 생각이라고 여기지 마시고 한번 읽어보시기를.

 

본문에 나오는 괴테의 시 “앉은뱅이꽃의 노래” 덧붙입니다.

 

++++

아 처녀는 다가오네.

그러나 앉은뱅이꽃은 보지도 않네.

무심히 처녀는 밟아 버렸네, 가련한 앉은뱅이꽃을.

숨이 끊어져 죽었건만 앉은뱅이꽃은 기뻐했네.

‘이대로 죽더라도

그이의 그이의

그이의 발길 아래 죽는 거예요.‘

 

드넓은 벌판에 피어 잊혀진

사랑스런 한 떨기 앉은뱅이꽃

인정을 아는 앉은뱅이꽃이여

젊은 처녀는

걸음도 가벼이 마음도 설레어

들떠 정녕 들떠서

목장으로 다가오네, 노래부르며.

 

가련타, 앉은뱅이꽃.

‘아 하다못해

아름다운 꽃이 되었더라면

아 하다못해 잠시나마

그대 나를 꺾어

수심 어린 그대 품에 안길 때까지

아 하다못해 아 하다못해

잠시 동안이나마.‘

++++

 

모쪼록 행복들 하시라.

오로지 사랑 하나 보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