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리뷰-
<쉬지 않는 법>
-강병석 作-
***동우***
2014.01.02 05:15
처음 접하는 강병석.
내 또래쯤 되는 작가일까.
스키장에서의 사유를 보아하니 젊은 작가는 아닌 듯 합니다.
자본주의 연조가 일천한 우리나라.
며칠전 외과의 민욱아빠님과도 우리나라 '삶의 품질'에 관하여 이야기 나눈바 있습니다만.
스스로 무언가를 준비해놓지 않는다면 힘들어질 것이 분명한 노후가 걱정이 되는 나라.
워커홀릭이라는 단어가 남한이라는 국가를 표현하는 세계적 인식으로 자리잡은 나라.
청소년 대학생 중고등학생 전반에서 자살률이 세계 최고를 구가하는 나라.
출산률은 세계 최저의 수준을 유지하는 나라...
<대만 대북 사람인 수팡홍이 생후 2개월 된 흰토끼를 개와 같이 개장에 넣어 함께 키운 결과 토끼가 완전히 개를 닮아가고 있다고 현지 일간신문 연합보가 18일 보도. 이 토끼는 양배추는 마다하고 개밥그릇만을 찾으며 개가 즐겨 먹는 돼지고기와 닭고기,오리고기 등을 같이 먹고 행동거지도 개와 같아 뛰지 않고 걷고 주인이 오면 앞발을 들고 혀를 내민다는 것. ―동아일보 96년 12월 20일자 해외토픽->
작금 우리나라 사람들은 선진자본주의 나라보다 자본주의 제도적 시스템에 더욱 순치(順治)된 의식으로서 살아가는 듯 합니다.
신자유주의가 그악스럽다지만, 구미(歐美)나 일본 사람들의 의식 속에는 적어도 '인간적 삶에 기반한 원리주의'가 근본적으로 남아있는 것으로 나는 생각됩니다.
<그랬다. 같은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줌도 안되는 그 이론들을 몸이 스스로 알아서 체득할 터였다. 그 때까지만 쓰러지고 구르면 고행도 끝이 날 터였다. 김정효씨는 묵묵히 줄의 꽁무니에 따라붙어 리프트를 탔고, 같은 자리에서 쓰러져 뒹굴었으며, 처박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것은, 김정효씨가 20년 저쪽의 아득한 젊은 시절에 가졌던 삶법이기도 했다. 자신에게 닥쳐오는 모든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몸으로 겪어 내는 것. 오로지 후각과 촉각에 의지해 산비탈을 내달리는 산짐승과도 같은, 촌놈다운 촌놈의 삶법. 그런 깨달음이 문득 뇌리를 스친 것은, 그 무모하기까지 한 추락을 다섯 번쯤 되풀이하고 난 다음, 다시금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는 도중이었다.>
<같은 자리에서 쓰러지도록 만든 것은 분명히 그 한줌도 안되는 이론들이었다. 같은 장소를 미끄러지게끔 만든 것 역시 분명히 그 한줌도 안되는 이론에 바탕을 둔 조심성이었다. 같은 위치에 처박히도록 유도한 것의 정체 또한 그 한줌도 안되는 이론에 바탕을 둔 비겁함이었다.>
<따지고 보면, 바로 엊그제 날치기 통과됐다고 애면글면하는 정리해고제가 포함된 노동관계법 또한 한줌밖에 안되는 이론에 불과한 것인지도 몰랐다. 소슬바람 부는 초가을에 그룹 차원의 명예퇴직 회오리바람이 한차례 휩쓸고 지나갔을 때, 그룹 홍보실에 남아 있다가 비탈에 선 떡갈나무 잎사귀처럼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고 생각한 동료들의 거취 역시 그 한줌도 안되는 이론에 바탕을 둔 조심성에서 비롯된 발상인지도 몰랐다. 그때 그 회오리바람이 창립한지 6개월도 채 안되는 신생 회사를 비켜간 탓에 자신만 응달에 선 상수리나무 가랑잎처럼 용케 붙어 있다는 생각조차 그 한줌도 안되는 이론에 바탕을 둔 비겁한 발상인지도 몰랐다.>
<대저 이론이란 무엇이던가. 세상의 이치라는 게 물 흐르듯 저절로 이뤄지게끔 돼 있는 것을, 혹여라도 지름길이 없을까 궁리하여 뒤늦게 짜 맞춘 그럴듯한 억지가 아니겠는가. 노동자와 사용자의 관계란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정해진 법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이지 않았던가. 그러므로 노사관계를 규정짓는 노동관계법이란 것도 항시 시장원리에 의해 움직여 간 현상을 뒤따라가 추인 해주는 역할만 해오지 않았던가.>
<새삼스럽게, 참으로 헛살았다는 생각이 다시금 김정효씨의 뇌리를 스쳤다. 그랬다. 나이 50에 이르러서야 세상의 모든 이론에 대한 허망함을 깨우쳤다면, 그 거푸집뿐인 이론을 지고지선인 듯 탐닉하고 추구해 온 지난 20여 년간은 분명 헛살아 온 것인지도 몰랐다.>
<그렇다면 두려워할 까닭이란 없었다. 이론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꼭 어린 시절에 물푸레나무를 타고 내달리던 방식으로 단숨에 언덕아래까지 내달리면 족할 터였다.
같은 이치라면,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또한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 문명이 발달하지 못한 예전 그 시절에, 변변한 농토조차 없는 산골에서, 아버지 세대들은 팔구 남매씩 낳아 별 탈없이 잘 기르며 살아내지 않았던가. 그 시절에는 산재보험 실업보험 의료보험 같은 안전장치라고는 전혀 없지 않았던가. 오늘날에는 되레 그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으로 수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놓았기 때문에, 거기에 길들여진 인간들이 삶을 불안하게 여기고 비겁하게 주눅드는 게 아니겠는가.>
<김정효씨는 두 개의 폴을 힘껏 내려찍으며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스키를 알파벳 에이자 형으로 벌린 다음 두 무릎을 바짝 죄어 붙여 정지 자세로 섰다.
미끄러져 내려갈 스키 코스는 물론이고, 저 아래쪽 콘도미니엄 뒷마당까지 색색의 스키복들이 전후좌우로 움직이며 오색 철조망을 얽어 놓고 있었다. 행여라도 그들의 그물에 걸려들거나 충돌할는지도 모른다는 우려 따위는 잊기로 작정했다. 가속도를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 코스 옆의 철망을 뚫고 낭떠러지 쪽으로 구르게 될지는도 모른다는 불안 따위도 버리기로 했다. 달려갈 만큼 달려가다 보면 어딘가에서는 반드시 멈추게 될 터였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봤다.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창공이 그곳에 있었다. 김정효씨는 무릎에서 힘을 풀었다. 폴을 쥔 두 팔을 날개처럼 펼치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마을의 울타리 밖으로 나와 있는 병아리를 채기 위해 하강하는 한 마리 솔개처럼.>
이론이라거나 제도법이 '삶법'이 되어버리는 세상은 딱합니다.
부딪쳐 스스로 깨우쳐 익히게되는 셈법으로 살아져야지요.
내 낫살에도 진솔한 인간적 자세로 삶에 부딪쳐 깨우칠 '삶법'이 어디 한둘이겠습니까. ㅎ
2014년.
날개 펼치고 쏜살같이 날아요.
원시적 열정의 그 자유로움으로.
병아리를 채기 위해 하강하는 한 마리 솔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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