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것/잡설들

<<<격렬한 삶>>> (3.3.1)

카지모도 2021. 2. 19. 2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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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렬한 삶>>>

-최수철-

 

***동우***

2018.09.11 23:14

 

'최수철(1958~ )'의 '격렬한 삶'

 

작가 최수철의 소설은 처음 올리는 것 같습니다.

서울대 불문학과, 박사, 교수...

그의 필모그라피는 자못 화려하고 그의 소설은 무척 난해하고 관념적입니다.

 

이 소설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지금 나는 다분히 관념적인 말을 늘어놓고 있다는 걸 알고 있어. 하지만 내게 있어서 관념적인 것은 이를테면 지극히 격렬한 것이야. 관념이 추상적인 말놀음이라고 하는 건 잘못된 생각이야. 왜냐하면 관념은 우리 정신 속의 어떤 움직임을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니까.>

 

관념은 정신 속의 어떤 움직임을 노골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이라...

가만히 생각해보니 과연 그렇습니다.

정신 속의 움직임, 그걸 벌거벗은 그대로 표현하는 방식이 관념적이지 않을수 있을까요?

 

어쨌거나.

한 인간의 <격렬한 삶>의 정신적 역정을 함께 들여다봅시다그려.

 

세번으로 나누어 올립니다.

 

***동우***

2018.09.14 07:50

 

최수철의 '격렬한 삶'

'격렬'이라는 의미, 알듯 모를듯 모호합니다.

 

<아이들은 부모를 통해 그 시대를 읽게 되어 있다.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이 시대에서 아버지로 대표되는 모습과 더불어 어머니로 대표되는 모습을 읽을 수 있었다... 비명횡사한 아버지는 내 속에 격렬함으로 자리 잡았다... 조용하고 냉정한 겉모습과는 달리 어머니는 한창 신명이 오른 무당이었던 거야.>

 

어머니의 로고스와 아버지의 파토스.

그 반대이기도 한.

 

시대를 살아내는 시시때때로 한 인간의 퍼스낼리티는 가변적이지 않으면 아니됩니다.

동일한 격렬함으로.

 

저 분열적 의식.

주인공이 지니고있는 '내면아이'의 발호(跋扈).

 

거대한 물고기는 그러니까 그 내면아이의 분노가 형상화된 것인지요.

 

<행여 타인과의 관계에서 섣불리 상처를 입게 되면, 그 상처의 충격이 내 깊은 속에 가라앉아 있는 그 심해 물고기를 깨우거나 잊혀져가고 있는 하반신 마비 증세를 되살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일단 어쩔 수 없이 남들로부터 사소하게라도 상처를 입게 되면 나는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할 정도로 격렬한 반응을 보이곤 하였는데, 그 또한 같은 이유에서였다.>

 

세상과의 소통문제, 타인들을 대할때의 저 과도한 스트레스는?

 

<이를테면 앞으로 나는 현실에서도 그런 조정 행위를 부단히 이루어나가게 되리라는 것, 타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조심스레 맛을 보고는 슬쩍 뒤로 물러나면서 입맛을 다시는 행위를 반복하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그렇듯 미세하고 섬세한 조정 행위와 더불어, 밀물 속에서 그러했듯이 격렬한 감각을 필요로 하며 살아가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격렬함은 카오스이면서 디오니서스의 힘, 그런 얘기인지....

 

<이 시대에는 새로운 디자인의 시도가 행복한 세상에 대한 낙관론으로 이어진다. 그 낙관론이 광기를 몰아낸다.

우리가 이 시대의 문제에 저항하는 것이 광기다. 그들은 또한 내게 나를 둘러싼 이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르쳤다. 나는 두려움 속에서 분노한다. 언젠가 그 심해 물고기의 등판이, 그 하체 마비 증세가 다시 나타나리라는 두려움 속에서 분노하고, 그 두려움에 분노한다.>

 

그럼 이 소소한 감각에서 비롯된 감정의 파토스는?

 

<그때 조금 열린 창을 통해 쓰레기 같은 것이 타는 매캐한 냄새가 흘러들었고, 순간 나는 재채기를 터뜨렸다. 얼마나 크게 재채기를 했는지 허리가 끊어질 듯한 통증이 한동안 몸을 떠나지 않았다. 이윽고 안정을 되찾기는 했지만, 그 재채기 한 번으로 방 안의 풍경이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러자 방금 전에 맡았던 그 불쾌한 냄새가 평소에 그녀에게서 나던 향수 냄새를 떠올리게 했고, 그 순간 그 향수는 싸구려가 되어버렸다.방금 전에 말했듯이, 평소에 나는 상처를 입게 되면 어떤 식으로든 나를 공격하는 자들에게 즉각적으로 역습을 가했다....내 마음속은 번민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렇다 하게 화가 날 이유가 없는데 화를 내고 있었고, 슬퍼할 이유가 없는데 슬퍼하고 있었으니, 필요 없이 고통받고 있었다...때문에 나는 격렬한 것을, 격렬함 그 자체를 찾고 있었다.>

 

과잉된 자의식...

소설이 난삽하여 그 의식을 적확하게 가리사니 잡기가 어렵습니다만.

 

문득 '기분'이라는 것에 대하여 생각해 봅니다.

'기분에 속지 말자'고 다짐을 하지만 그 '기분'이란 놈에 종속된 의식을 어쩌지 못합니다.

내 기분이 나쁘면 세상이 우울하고 내 기분이 좋으면 세상이 밝습니다.

내가 아프면 세상이 아픕니다.

 

'인간은 만물의 척도이다', (프로타고스의 말이던가요, 절대적 진리란 없고 인간에 따라 진리는 상대적인 것이다라는 뜻으로 알고있습니다만)

 

'만물의 척도는 기분'이다라고 해서 지독한 망언은 아닐테지요.

그러니까 내게 기분은 의식입니다그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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