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87. 11

카지모도 2016. 6. 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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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77 1987. 11. 1 (일)


음산한 구름이 꾸역꾸역 몰려들고 바람 수런거리는 아침.

오늘 생산부 야유회.

양산 영취산.

틀림없이 술이 취하겠지.


14878 1987. 11. 2 (월)


만산홍엽, 산은 깊은 아름다움.

이 가을 단조로움을 산은 용서치 않는다.

50명이 넘는 인원, 회사 버스로 이동.

산에서고 버스깐에서고 술들 마시고, 노래를 부른다.

물론 내가 제일은 아니더라도 적극적인 편.

틀림없이 취하여 돌아왔다.

작취미성의 아침. 겨우 일어나...

물론 기도는 없다.


14879 1987. 11. 3 (화)


지금 새벽2시.

현장 또 터진다.

어용노조 물러가라는 이슈.

그 세력의 두목은 선각반 JH수 . 바로 내 부서의 녀석이다.

모아놓고 달변으로 연설하는 JH수 는 대단한 논리가이자 대단한 통솔력의 지도자이다.

여태 JH수 를 술집으로 불러내어 함께 고기먹고 술마시며 대화하였는데 제 과장과의 대화로 설득되었다고 보는 시각은 나만의 과신일까?

내일 나타나는 결과가 말할 것이다.

근 네댓시간의 대화중 나는 그의 우위에 있었는가. 아니다. 공원인 그가 무장한 논리가 회사로 무장한 나보다 훨씬 웃길일 것이다.

그리고 회사로 무장한 내 쪽이 소인일 것이다.


14879 1987. 11. 4 (수)


근 800명의 흥분한 사람들 앞에서 JH수 는 초반에 나와의 약속대로 무리를 이끄는 것 같더니, 일별한 군중의 분위기가 그게 아님을 간파하자 곧 나와의 약속은 파기해 버린다.

그 노련함이라니!

파국으로 치닫는다.

곧 회사는 휴업 결정하고 노동청 신고, 휴업공고를 붙인다.

대단한 선동가 JH수 . 오전중 회사앞 도로를 점거하여 조직적인 농성. 전경들이 진을 쳤으나 어찌하겠는가.

휴업공고만 내 붙여논 속수무책의 회사.


연 사흘째 밤늦도록 마시는 음주.

뒷꽁무니 하혈 통증... 피곤함.

가만히 불러보는 주님.


14881 1987. 11. 5 (목)


급작스레 기온이 떨어진다.


휴업 이틀째.

호전의 기미는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이 단순한 노노갈등의 문제로서 위원장건이 해결된다면, 그 다음 단계는?

JH수 는 분명한 노선과 조직을 갖고 있는듯하고, 어찌보면 의외로 단순한 군중심리에 편승한 집단인듯도 하고. 전자라면 엇그제 나와의 마라톤 대화에서 나는 그에게 가지고 놀린 것이다.

휴업 철폐에 선행되어야 할 명분찾기- 불법 파업 행위의 주모자 처벌. JH수 와 HS곤 .

그가 나를 갖고 놀았다면, 그는 음모가이다. 영웅이 되게 해서는 안된다.

집단의 일사불란한 아름다움 속에 숨어있는 Detail은 추악한 음모와 술수인가.

나는 이 분쟁의 전면에 섰다가 급격히 방관자적 관객으로 전락하였구나.


아, 내일 새벽 경건을 찾아 나의 그 분께 기도하자.


14882 1987. 11. 6 (금)


현장은 문을 닫고, 그래서 오히려 나는 여유롭구나.

새벽 일어나 마태복음 읽다가 퍼붓는 새벽 졸음은 웬걸까?

다시 한시간여 눈붙였다가 일어난다.

기도도 드리지 않는다.

요즈음 내 정신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어떤 사회적 현상을 대하는 내 심리적 반응 또는 어떤 종류의 자의식에 열중해 있는 것은 아닐는지.

아니다. 이것은 내가 무슨 사회현상을 고민하는 듯이 너무나 미화된 표현이다.

단지 현장의 도가니에서 잠시 벗어났다는 그 여유의 일락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그 현상에 대해서는 단지 방관자, 관극을 즐기는 관객의 입장으로.


<밤>

연극은 오늘도 계속된다.

중구난방, 무리는 이제 오합지졸이 되었는지.

이미 명분론은 고개를 숙이고, 고발당하고 해고당할 대가리들의 거취문제에 대한 이해타산이 번득이지만 그마저도 통일이 되어 있지 않다.

그에 대한 회사의 중역진은 좀 의연하지 못하다.

확고한 원칙없는 임기응변의 작전이 있을뿐.

주로 H차장 이란모사꾼의 머리에서 나온.

P이사는 온몸으로 이 사태를 향하여 밀어부치고 있다.

그만이 일꾼이다.

그런 내게는 과연 확고한 원칙과 신념을 갖고 있는가?

없다. 용기도 신념도.

나는 그저 소속된 생활인일 뿐이다.


14883 1987. 11. 7 (토)


모처럼 새벽의 경건을 찾는다.

기도, 정말 오랜만에 흐르는 눈물.

그리고. 윗몸 일으키기 60번, 발톱깎고, 구두닦고 목욕.

어제밤 FM에서 녹음한 짤즈부르그 페스티발의 소프라노 캐더린 베터.

슈베르트와 슈만의 가곡들.

아침. 영혼을 흔드는 또는 쓰다듬는 아름다운 노래소리.

은방울, 지저귀는 종다리.

나는 그저 이 정도의 여유가 좋을 뿐이다.

요만한 정도의 아름다움만 있으면 그저 행복한 것이다.


"열어 주시오. 열어 주시오. 울면서 두들기는 이 문을 열어 주시오." -아폴리네에르-

"먼 땅의 아버지. 먼 땅의 名工이여. 나에게 영원토록 힘을 빌려 주소서." -제임스 조이스-

"마담, 알프스에 피아노를 차려 놓다." -랭보-


음악이여. 흘러라. 흘러 넘쳐라.

모든 완악한 사람들의 영혼 속에. 모든 독선에. 모든 어리석음에. 모든 추악함에.

온 세상이 음악으로 넘쳐 흘러라.

이 곳 내 방에 울리는 소프라노여.

흘러 넘쳐 퍼져라.

바로 옆방 오늘 다소 우울한 아내의 영혼에. 俊이의 마음에. 英이의 아침에도.

넘치고 넘쳐 더욱 퍼져라.


14884 1987. 11. 8 (일)


일요일 회사.

중역들은 임기응변으로 대응하여도 경영주는 나름대로 원칙에 입각한 고독한 결정이 있어야 하리라.

안사장의 듬직한 체구가 외로워 보인다.

현장 사람에게 드리는 호소문 기안하여 타이핑한다.

내 역할은 고작 이런 정도이다.


오후 돌아 와 파마. J는 쑥스런 남편을 위하여 3시간여 미장원 함께 있어 준다.

밤중. 俊이와 제 엄마 나란히 어두운 방에 누워 부르는 이중창-

얼마나 듣기 좋은지 콧등이 시큰하기까지 하다.


14885 1987. 11. 9 (월)


협상 결렬.

단호한 사장, 원칙이 있는듯한 사장이 믿음직 스럽다.

저들을 굴복시키는 첩경은 원칙을 고수하는 길 뿐이다.

아침에 저들은 정문을 봉쇄하였으나 곧 풀다.


슬며시 틈입한 감기몸살 기운.

요즘 부쩍 심한 음주와 담배.


돌아 와 읽는 팡세.

인간의 자아의 정체는 이기주의라는.

"신앙이 없는 인간은 진정한 선도 정의도 알수 없다."

"인간은 그의 존재를 형성하고 있는 이성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인간은 날때부터 서로 미워한다."

"인간은 타인에게 해를 입히지 않고 사욕을 만족시키는 방법을 발견할수 없었다."

"자아는 증오스러운 것이다. 그대가 그것을 숨기고 있다고 해서 그것을 제거한 것은 아니다. 그대는 여전히 증오스러운 존재이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전부이다. 자신의 죽음은 모든 것의 죽음이기 때문이다. 자연은 우리의 입장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자체에 의해서 판단해야 한다."


14886 1987. 11. 10 (화)


밤새 앓은거 같다.

뒷골이 쑤시고 온 몸에 아픈 기운 가득.

꼭두새벽 몸을 일으킨다.

시편 51편 암기하다.

이 시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오의 가 느껴지며, 오열과 같은 감동이 솟구친다.

아, 다윗은 얼마나 진지하고 핵심적으로 죄를 통회하였는지.

오소서. 아버지 나의 하나님.

이 땅에, 완악한 영혼들 속에,

관계 속에.

회복시키소서.

만드신 그 뜻대로 회복시키소서.

하늘에서 이룬 아버지의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관계를, 아내와 나의 부부의 관계를. 어머니와 나의 모자의 관계를. 아이들과 나의 부자의 관계를. 형과 나의 형제의 관계를.

온전한 아름다움으로 회복시키소서.

흐르는 눈물.

<시편 51>


14887 1987. 11. 11 (수)


회사는 파국으로 치닫는가.

사장의 결심은 확고하다.

이런 상태의 근로자들을 믿고 앞으로 어떻게 회사를 꾸려가겠는가하는 것이다.

오늘 저들은 본관 사무실로 처들어 오다.

충돌 일보전. 줄지어 구호를 외치며 휘돌아 시위하고 빠져 나간다.

완강한 사장. 강경일변도의 근로자들.

그 사이에서 P이사, 결국 관리자들 뫃인 자리에서 어린애처럼 엎드려 통곡하다.

사장과 근로자들간의 생각 차이는 좁혀질수 잆을까?

앞으로 노동집약적인 산업은 지탱하기 어려워 질 것이다.

앨빈 토플러의 미래관은 정확할 것같다.


내일 새벽 경건을 회복하리라.


14889 1987. 11. 12 (목)


회사 갈수록 요원.

기본공작반 공원들 앉혀놓고 열변을 뱉어 설득하였으나 요지부동.

대놓고 내 면전에다 증오의 언변을 내뿜는 몇몇 젊은치들에게는 인간적인 배신감과 어떤 증오감까지도 느끼게 된다.


어제 낮, 일본 다녀 온 형 회사로 찾아와 재크 나이프처럼 생긴 문구 아이디어 제품 선물하다.

아이들 신기해 하며 좋아한다.


아침.

맑지 못한 머리속, 무거운 눈거풀.

검은 구름떼가 마치 서부의 바팔로 떼들처럼 서쪽으로 몰려가고 있다.

저 구름은 얼마나 신기한가.


<밤>

오늘 사장은 근로자들 뫃아놓고 한시간여 자신의 소신을 피력하였다.

"노노문제인 여러분 자신들끼리의 문제로 내가 이토록 모욕받을 이유도, 또는 내가 여러분 손실의 어떤 부분을 감당아여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여러분들이 조업을 끝까지 거부한다면 조선이라는 이 기업을 경영할 뜻이 조급도 없다.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여러분들이 일을 할 의사가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뿐이다. 그 결과에 따라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 된 조선소인 우리 회사의 진로를 결정코자 한다."

멋진 연설이었지만 사장이 그토록 조선업을 포기할리는 없다. 계약된 국내외의 선박들은 어떻거고?

그러나 멋진 공갈이 아닐수 없다.


그리하여 내일 파업 철회 찬반 투표키로.

혁명의 흉내에 도취된 그들.

참모들에 둘러쌓인 사주의 머리는 저들보다는 비상한 것이다.


14890 1987. 11. 14 (토)


투표.

결과는 선타결 후조업, 400여표 대 300여표로 파국으로 결정되는 순간.

P이사 연단에 올라선다. 눈물의 연설, 이어 H차장 의 눈물은 일종의 악어의 눈물인지.

극적인 반전.

조업 재개키로.

식당에 막걸 리가 들어오고. 돼지고기가 삶아지고.

사장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불렀다.


2주일 동안의 드라마는 이것으로 막을 내렸는가?


14891 1987. 11. 15 (일)


모처럼 쉬는 일요일.

내일부터 현장은 돌아갈 것이다.

종일 관훈토론 시청.

김대중- 중심이 뚜렷하고 신념이 있으며 명석하다.

김종필- 인간적인 폭같은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노회하게 비켜가는 발언.

김영삼- 위태위태 꼭 실수할것만 같은데 우직스런 저돌성. 매우 논리적이지 못한 발언.


14892 1987. 11. 16 (월)


새벽 기도.

아내, 어머니, 아이들, 형네, 媛네, 처가네, 친척네, 친구네....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가난한 영혼을 갖고 살아가는 사람들-

나는 그들에게 있어 무엇인가?

무엇인가?

단지 풍경일 뿐이다.

이기주의로 똘똘 뭉친 한 개의 돌맹이.

그들에 대한 적극적인 어프로치를 완강히 거부하는 바위같은 놈.

자신의 상자 속에서 안온한 낮잠이나 즐기는 칩거주의자.

참으로 사랑의 의미를 모르는 사나이.


14893 1987. 11. 17 (화)


싸늘한 새벽.

스탠드 불끄고 책상위에 두 손 깍지끼어 이마에 대고 엎드린다.


어제부터 크레인은 움직이고 현장 소음은 울리기 시작한다.

여태까지 무슨 일이 있었냐는듯한 멀뚱한 얼굴들.

그들은 그런 표정과 포즈로 일하면 되지만 관리자는 그렇지 않다.

슬슬 볶아대는 시스템.

공정만회의 강박과 더불어 현장분위기 감시라는 또하나의 강박.


주님의 기도에 대한 공부.


14895 1987. 11. 19 (목)


어제 역시 취하다.

자포와 같은 심정으로 마시는 술.

해롭기 그지없는 술.

아, 끊임없이 순치되기를 거부하는 내부의 짐승 한 마리.

그러나 이 짐승을 자꾸만 느끼면서 반추하는 죄의식 역시 내게는 해롭다.

내일 새벽 경건을 찾자.


14896 1987. 11. 20 (금)


파김치가 되는 하루의 현장 일과.

그 하루를 견딜수 있도록 도와주는 힘의 하나는 퇴근후 술마시기에 대한 기대감이다.

그런데 오늘과 같은 경우, 연일 음주로 인하여 쉬어야하는 하루에 해당하는 날.

그저 무척이나 피로할 뿐이다.


작년 초기의 신앙은, 그 경이로움은 왜 이제는 없는 것일까?

호흡하는 것조차 신비하고 감동스러웠던 기억은 이토록 생생한데,

보이는 모든 풍경에서 창조주의 숨결을 느꼈던 그 감미로웠던 기억은 이토록 생생한데.

이제 그것들은 한낱 꿈으로서만 기억할 뿐이란 말가.

그렇지 않다. 결잔코 그럴수는 없다.

이제 또다시 절망 속으로 들어갈수는 없다.

그 무의미의 지옥으로 굴러 떨어질수는 없다.


14897 1987. 11. 21 (토)


잡다한 꿈. 꿈. 꿈.

꿈은 Story 인지, Image 인지.

어제 밤 꿈은 Image라면 신비한 색감이었고, Stoty라면 건조한 현실이었다.

은빛 수면과 은빛 머리속.

이를 다스려 기도하는 새벽.

소리내어 잠언 읽고.

적극적으로 경건을 보듬어 안자.


14898 1987. 11. 22 (일)


어제 대취.

JH수 에게 권고사직 시도하였으나 어림없다.

영웅심에 붕 떠있는걸까?

자신의 행위로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왓는데도 그에 대한 책임의식은 전혀 없다.

시간과 금전만 낭비한 꼴.


안녕.

밤은 결코 안식이 아니다.


안녕.

모든 여자는 지나치게 아름답다.


안녕.

영도 건널목 신호등의 빨간 불은 너무도 길다.


안녕.

영원히 여성적인 것이 인간을 구원한다는 괴테의 말은 옳다.


안녕.

안녕.


이문열 말투...

무엇이 한 영혼을 들쑤셔....


안녕. 안녕.

새벽이 올때까지 안녕.


14899 1987. 11. 23 (월)


귓속도 말썽.

엇그제 JH수 와의 음주, 녀석은 그 사실을 이상한 방향으로 소문을 퍼뜨려 현장에 파다하게 퍼져있다.

악역을 맡은 꼴.

신중하지 못한 녀석과의 술마시기 였다.

나의 충동적인 성격이 말썽이다.


14903 1987. 11. 27 (금)


습관적인 음주.

영혼이 병든다.

부정론자, 회의론자가 된다.

의지가 갈수록 약해진다. 용기도 없어진다. 도피주의가 된다. 의심이 많아진다. 허풍선이가 된다. 살아나는 건 관능, 불경건...

회색의 모든 것을 임상한 결과 그 원인은 지나친 음주에 있다.


하나님. 나를 붙드소서.

나를 서게 만드는 소망.


14904 1987. 11. 28 (토)


늦은 밤.

역시 취해버린 토요일.

나는 안일하지 않다는걸 증명하려고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떠 쓰고 있는 글.

무엇입니까? 나의 하나님.

나의 참을성없음은 과연 무엇입니까?

오늘 나의 술취함은 아버지의 무엇입니까?

아버지의 질서는 그 금기와 자유로움은 어디에 표시되어 있습니까.

아버지.

이것은 일기이지 기도가 아닙니다.

내적인 이것은 실존이라는 단어로 아버지께 표현한답니다.

내적인 인식이랍니다.인식이라는 단어도 명확한 것입니까.

아버지께 아뢸 때.

우리는 언어의 불완전성을 느껴야 합니다.

그것은 존재의 언어랍니다.

그것은 혀로서 표현할수 없는 신호랍니다.

아버지 나의 하나님

어느 곳에선가 나를 보시고 나를 택하시고 나의 머리카락을 세시고 나를 이끌어가는 나의 하나님.

나는 그리스도 예수의 십자가, 갈보리 언덕을 피땀 흘리시며 올라가신 당신의 의미를, 그 교리를 너무나 모르는 것이 아닙니까?


14905 1987. 11. 29 (일)


늦잠.

또 회사로 달려가야 하는 일요일 아침.


벗어나고 싶다.

유치한 교제의 범위로부터.

진부하게 나열되는 언어들, 방탕한 감정의 낭비.

내 환경 어느 구석에 고상과 우아가 있단 말이냐?

정말 벗어나고 싶다.

내 꿈꾸어 오던 세계. 찬란한 사람들.

그들은 어디 있느냐?


폼을 잡지 말자.

떠들지 말자.

나타내지 말자.

은밀한 가운데 계시는 내 하나님을 욕되게 하지 말자.


14906 1987. 11. 30 (월)


피로하고 곤혹스런 하루 일과.

사뭇 겨울이다.

현장의 바람은 드세고, 그 바람 속에 영혼의 평형을 유지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JH수 , HS곤 전격 해고.

내 책상 옆에 서서 해고 통보를 묵묵히 듣고 있는 JH수 .

나를 바라보는 눈길은 증오에 찬 눈빛이었을까?


현장 잔업 끝난 늦은 퇴근길.

정문 앞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무리를 뫃아놓고 목청 높여 그들을 선동하고 있는 두 녀석. JH수 와 HS곤 .

미상불 또 일이 벌어지는 것이나 아닐까?


하나님

나를 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주십시오.

회사가 너무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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