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88. 1

카지모도 2016. 6. 22.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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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938 1988. 1. 1 (금)


무진년 밝다.

일어나 책상에 불밝혀 로마서 소리내어 읽는다.

기도.

아내, 어머니, 아이들, 가족, 친척, 지기들...

이끌어 주소서. 이끌어 주소서.

우리 불쌍한 죄의 무리들을 빛 속에 머물도록 이끌어 주소서.

줄줄 흐르는 새벽의 눈물.


로마서 다음 성구를 읽고 또 읽고, 깊이 묵상하라.

<롬 2장 4-5><롬 5장 1><롬 5장 3-4><롬 7장 20-24><롬 8장 5-6><롬 8장 15><롬 8장 26-27>.


아이들의 외가 다녀오다.

참 신실하지도 못한 사위짜리.


아바 아버지는 이 새해.

나의 사람들에게 세상을 살수 있는 무엇을 주시리라.


14939 1988. 1. 2 (토)


연휴 이틀째.


"오, 내 영혼이 가장 사랑하는 반려자인 예수 그리스도여. 가장 순수하게 사랑을 베푸시는 이여. 만물의 창조주여. 나에게 참된 자유의 날개를 주시어 당신께 날아가 당신 안에서 안식을 취하게 해 주소서.

오, 나의 주 하나님. 언제 그 참된 자유를 내게 주시어ㅜ당신께서 얼마나 사랑을 베푸시는지를 조용한 마음으로 생각하고 깨닫게 될까요.

언제라야 나 자신을 당신 안에 완전히 모아서, 당신에 대한 나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내가 나 자신을 전혀 느끼지 않고, 모든 감각과 수단을 초월하여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방법으로 당신만을 느낄수 있을까요?" -토마스 아 캠피스-


내일은 주일, 이제 어머니와 함께 교회가리라.


14940 1988. 1. 3 (일)


교회가는 날.

새벽 깨어일어나보니 입술이 퉁퉁 부었다.

아마 교회 가야한다는 그것이 강박으로 작용한 듯.

기도.

남성교회- 그곳에 아버지 하나님이 나를 기다리심을 느끼게 하여 주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갈보리 의미를 절절히 깨달을수 있는 분위기 넘치는 교회이게 하소서.

나처럼 나약한 신앙이 굳건히 설수 있는 반석의 교회이게 하소서.

아, 무엇보다 나의 하나님. 내 교회 참석이 어머니의 작은 기쁨이게 하시고, 우리 가족들 모든 관계의 기쁨에 작은 거름이게 하소서.


로마서 읽다. 다음 성구를 묵상하라.

<롬 10장 9-10><롬 12장 1-2><롬 12장 3><롬 12장 9-21><롬 13장 8><롬 13장 12-14>


<밤>

남성교회의 첫 참례.

그곳 집사이신 어머니는 짐짓 기쁘셨는가.

박치복 목사님의 강론도 좋았다.

에베소서 5장 7절-24절.

이방인의 허망함, 옛사람을 벗어버리고 새사람을 입으라......

목사님의 신년 이 강론이 어머니께나 내게나 깊은 뜻으로 심겨지거라.


14941 1988. 1. 4 (월)


새벽.

로마서.

기도.

오늘부터 일과 개시.

아내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어프로치하여야 함을 절실히 느낀다.

아내가 '내 하나님이여!'하고 부르짖는 날, 그 날이 나의 축제의 날이다.

이른바 크리스찬이라고 하는 내게 한줌 그 능력이 없다면 말이 안된다.

대화가 필요하다. 그녀가 다소곳이 들어주는 자세를 갖춰있지 않다고하여 물러나서는 안된다. 그녀에 대한 나의 결점부터 인식하고 개선하여야 한다. 그래서 내 진심이 그녀의 영혼에 전달되어야 한다.

하나님께 기도하라.

하나님 나믜 아버지는 아내를 변케 하신다.


"사람이 얼마나 큰 덕과 힘을 지녔는가는 역경을 당할 때에 가장 잘 드러난다. 역경은 사람을 약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드러내어 보여 주는 것이다." -토마스 아 캠피스-


14942 1988. 1. 5 (화)


시무식, 그리고 퇴근후 신년회라는, 술마시기 위한 명목의 술.

그 명목을 이 아침에는 폄하고 있으나 어제 술 마실적에는 누구보다도 신나게 마셔 놓고서는.


그러나 이 아침 마음은 평화롭다.

교회를 가서 그런가?

종일 주님이 함께 계셔 준다는 의식의 균일함이 있다.


"神이 와서 '나는 있다'할 때까지 너는 기다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자신의 능력을 스스로 밝히려 하는 그러한 神이란 의미가 없는 것이다.

神은 태초로부터 그대의 내면 속에서 바람처럼 일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하여, 네 마음이 알고 비밀을 지킬 때 神은 그 속에서 창조되는 것이다."

-릴케 '神이 와서'-


내일은 SB-327, SB-328 동시 진수.

새벽에 달려가 진수준비하여야 한다.

자자.


14945 1988. 1. 8 (금)


새벽기상.

목욕한후 책상에 앉다.


'한 정신과의사의 실존적 자기분석' 읽다.

진지함, 자신의 삶과 고난의 상황 속에서 자신을 들여다 보는 진지한 태도. 진정한 자신을 찾으려는 도정.

한기수씨는 신앙에 귀의하지도, 기도를 드리지도 않는다.

고뇌하며 끊임없이 자아를 찾으려 행동하였다.

그리고, 정신분석적인 그 심층심리의 해석이라는 프로이트적인 세계를 벗어난다.

그리고 진정한 인간실존에 돌아온다, 그 여정을 기록한 책이다.

그것은 고난과 좌절의 체험 속에서 얻어진 깊은 인간에의 이해와 애정인 것이다.


이것은 신앙으로서 획득한 人間理解와는 또다른 감동이 있구나.

단지 프로이트를 벗어나 도달하였다는 그것만으로도 그 세계는 아름답게 느껴진다.

기도.


인간으로서 중심을 알게하여주신 나의 하나님.

진지하게 도전할수 있는 마음가짐을 주소서.

두렵지 아니하여 행동하게 하소서.


하나님께서 내 외부에 펼처주시는 그것은 하나의 피상이 아닐 것.

하나의 풍경화가 아닐 것.

묵상의 대상만은 아닐 것이다.

그 외부에 기여함일 것. 그 대상에 도취하는 것일 것이다.

그 대상에 행위하는 것이다.

공허한 직장이라고 자꾸 뇌까리지 말라.

동물과 같은 본능으로 배만 만드는 곳이라고,

어떤 사상도 철학도 고상함도 진지함도 없는 곳이라고 주절대기만 하지 말라.


<밤>

비교적 만족한 하루 일과.

비교적이란 접두어의 사용이 맥주 몇잔의 낙천주의 탓임을 나는 안다.

이덕찬씨와 몇잔의 맥주. 취할 듯 위험해 보이는 이덕찬씨에게서 도망친다.

그는 취하면 위험하다.

단순무구한 성품의 이덕찬씨. 그저 나를 좋아하는 그.

나 또한 그를 사랑은 하고 있건만 그가 취하면 터무니없을 정도로 피곤한 상대가 되고 만다.

그러나 캐토릭의 독실한 신자라는 박두성씨보다 불교도인 이덕찬씨가 훨씬 더 그리스도적이다.


14946 1988. 1. 9 (토)


3시쯤 작은아버지 운명하시다.

그 분의 터전인 부산을 떠나 서울서 버티시다가 그예 돌아가셨구나.

하나님께서 '영혼아'하고 부르셨다.

어떻게 가셨을까.

작은 아버지...


산사람들의 어떤 회억, 안타까움, 어떤 기억들은 작은 아버지와의 죽음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그 모든 것들은 산 자를 위한 것일 뿐이다.


작은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오래 기도드린다.

그것은 나를 위한 것. 내 회억과 그리움....


내일 아침 올라간다.


14948 1988. 1. 11 (월)


서울.

한강변의 아파트에 작은 아버지의 주검은 누워 계시다.


그리고 다음날 모란공원묘원 자락에 묻히시다.

작은 어머니, 많이들 변한 것 같지만 예전의 그 어린아이들이 아닐뿐 옛날 그대로인 J희, J영이,J경이,J임이,따꾹이,점주,S명이- 그리고 D은이, J은이. 그 배우자들.

그렇게 핏줄들의 울부짖음에 둘러쌓여 작은 아버지는 그렇게 묻히시다.

장례를 마치고 돌아오는 버스 밖 한강의 저 먼 하늘 바라보면서 눈물을 훔친다.


고등학교시절.

역기를 들고 엇샤엇샤하면서 운동하던 달밤, 얼근하여 돌아오신 그분, "상헌아 일루 온나. 내하고 팔씨름 한번 하자."

당신을 중심으로 떠들석한 분위기를 즐기시던 작은 아버지.


내가 우는 까닭은 작은 아버지의 실존의 소멸을 우는 것이아니라 아버지없는 나에게 그 분은 축소된 아버지로서의 회억에 우는 것이다.


아내, 형과 형수와 내려오는 새마을 열차.

형과 나는 媛네서부터 마시기 시작한 양주와 열차깐 맥주에 흠뻑 취하고, 어머니와 아랫방 누워있는 아이들에 들렀다 J와 동삼동으로. 그 시각은 이미 12시에 육박하다.


14950 1988. 1. 13 (수)


외주업체 공사장, 그의 인상은 좀 험상궂은데.

억지로 끄는 바람에 그의 술을 얻어 먹다.

이런 접대성 술은 부담이다. 반대급부에 대한.


14951 1988. 1. 14 (목)


술 취하지 않고 돌아 온 날의 기분은 메마르다.

큰일이다. 술만이 기분을 고양시키니!


14952 1988. 1. 15 (금)


새벽 일어난 시각은 3시.

경건을 회복해야지 하는 초조함.

에레미야.

기도.

눈물.


<밤>

동아수산의 Purse Seiner는 Delivery후까지도 애를 먹인다.

철야 작업지시하고 늦은 밤 돌아온다.

소주 한병과 함께하는 책상 앞.


KAL 폭파. 유창한 우리말을 구사하는 마유미라는 여자.

그토록 젊고 예쁜 여자가 테러리스트라니, 놀랍다.

유괴된 아이, 혜준이 죽다.

최악의 범죄는 유괴살인.

어느날 사라진 아이, 그 부모에게 가해지는 가장 끔찍한 고문일 것.

박종철 고문 사건은 끝없이 벗겨내는 양파.

요즘 범람하는 뉴스는 놀라움의 연속.

주가지수는 570을 넘고.


14954 1988. 1. 17 (일)


어제 媛네 내려오다.


일요일 새벽.

기도.

오늘 온 가족이 교회나가 예배드리게 하소서.

그것이 어머니의 기쁨이게 하소서.

우리 가족, 코이노니아를 이루소서.


<밤>

오전 교회.

어머니,형수,아내,媛이,英이,珍이.

박목사님의 설교,

오직 위의 그 무엇이 없으면 아무것도 이룰수 없다.


오후, 형이 봉고차 빌려 모두 기장 바닷가 횟집.

어머니- 형네 4식구, 媛네 4식구, 우리네 4식구, 김선생님....

이 아니 좋은 시간인가.

媛이 취하다. 엉엉 우는 주정.

기분이 좋아서였을까? 서울서 홀로 버텨 살고 있다는 어떤 설움일까? 혹은 자기도취적 자랑일까?


취하고자 하여도 취하지 않는 나.

시인의 감수성은 거미줄이겠으나 생활인의 그것은 동앗줄이다.

돌아오는 봉고차에서 나는 노래를 부르다.


이런게 핏줄들의 모임 아니런가?


14955 1988. 1. 18 (월)


다소 늦은 기상.

어제 몹시 취한 媛이는 괜찮을까?


기도.

감사와 간구.


14956 1988. 1. 19 (화)


요즘 새벽기상은 너무나 힘든다.

피곤, 피곤, 너무 피곤하다. 노가다의 피곤이다.

회사에서도 누구와 무슨 대화를 하다가도 졸음이 쏟아져 대화를 중단하고 잠을 깨려고 이리저리 몸을 움직여야 한다.


<밤>

媛이와 조카 珍이 집에 왔다 가다.

내일 올라간다고.


14957 1988. 1. 20 (수)


새벽 기상.

무거운 머리, 감기기운.

다스려 기도드리다.

의례적인 말씀드리고, 부언하여 간절히 간구하는 그것은, 직장에서의 다른 부서로의 전보와 승진.


14958 1988. 1. 21 (목)


어제 조선부 회식.

술이 깨인후의 우울.


비오다.

모처럼의 겨울비.

俊이와 아침의 목욕, 부드러운 속살. 향기로운 내 아들.


"홀로이: 오! 머나먼 나라여. 잘 가거라. (조명 흐려진다)"


머나 먼 나라. 내 이승에선 결코 가보지 못할 그 나라. 그 머나 먼 나라가 아닌 이 곳.

변하라 현실이여. 변하라 너 슬픈 상헌이여. 변하라 J 슬픈 아내여. 벼하라 나의 수렁이여. 변하라 현실이여.

머나 먼 나라. 그 나라.... 비 오는 오후.


14959 1988. 1. 22 (금)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이 가까워 올 때에는 늘 불안하다.

이 불안은 술을 마시지 않고 돌아올 때 더 하다.

문을 들어섰을 때, J의 생경한 표정이나 따뜻지 못한 한마디의 말이 있을가봐 정말 오줌마렵도록 불안한 것이다.

가끔은 내 엉덩이를 툭툭 두드려 주면서 수고했어, 라고 하는 그 농밀한 제스추어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적어도 부드러운 농담, 또는 눈가에 깃든 웃음이 있으면 금새 내 기분은 고양되고 마는 것인데...


이런 일상의 작은 행복만들기에 J는 너무 서툴고 인색하다.


며칠째 경건이 없다.

내일 새벽 경건을 찾자.


14960 1988. 1. 23 (토)


새벽기상.

몸살기 가득하지만 필사적으로 몸을 일으킨다.

꿈- 어머니,아내, 보생의원의 입원실, 황량한 폐허의 그곳, 죽음들....

어머니와 아내를 향한 정욕.

꿈 속에서야 근친상간이 대수랴.

그런데 리얼리즘이다.

그 꿈의 생생함은 현실에서의 경험과 진배없는 충격이다.

아직까지 그 액츄어리티는 생생하게 살아있다.

좀 있다 J가 일어나면 웃는 낯과 정다운 말을 보내자.

오늘 어머니께 전화드리자.


<밤>

토요일의 밤.

술의 유혹을 뿌리치고.

英이와 俊이는 할머니 곁에 잠자러 할머니께 갔다.

어머니가 J에게 전화 압력.

그러나 J 역시 마음 속으로는 흐뭇하리라.

조손끼리의 정다움이 며느리로서 왜 즐겁지 않으랴.


오랜만에 J와 단둘이 남은 집안.

고즈넉하기도 하려니와 어딘가 어색하기도 한데.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는데 서투르고 인색한 한심한 가시버시.

하나님 얘기 하기가 얼마나 좋은 분위기인가 말이다.

어제의 꿈은 무슨 지랄인지..


14964 1988. 1. 24 (일)


새벽.

매우 춥다.

내 꿈을 분석해 보았으면.

그러기 위해서는 잠에서 깨는 즉시 꿈을 기록해야 할 것.


프로이트에 의하면, 꿈에 나타나는 인물, 소도구등이 숨어있던 심층심리의 욕망이 현실의 상황과 결부되어 어떤 상징으로 나타난다고 하였는데,

나는 생각컨데 꿈은 꿈만이 갖고있는 독특한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

그 꿈을 이루는 핵심은 영화와 같은 영상적, 연극과 같은 문학적 분위기가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내 꿈의 일차적 유형은 프로이트적 해석이 옳으리라.

배변에 관한 것과, 해야 할 것을 하지않고 상황에 임했을때의 오줌보의 짜릿함같은 것은 프로이트가 옳지 싶다.

그러나 간밤의 꿈은 내 욕망이나 강박과는 아무런 상관없는 상상이 만들어 낸 스토리와 영상인듯 싶은데, 어쩌면 이 상상도 심층심리의 욕망,갈등,강박등과 연관이 있을 것 같기도 하다.

꿈을 기록 하자.


사도행전.

기도.

어머니,아내,아이들...

내가 표현하는바 사랑이 있다면 그것이 진실한 동기에서 나온 것이기를. 위선이나 꾸밈의 것이 아니기를.

그 사랑이 행동이기를.

평일의 음주는 용납하여 주시고, 주일날 음주가 하나님께 죄가 되는 것이 아니기를. 그것이 죄가 된다면 알려주시기를.


화장실에서 읽는 우찌무라 간죠.

다락방 교회, 몇사람의 크리스찬이 둘러앉은 교회.

그곳에 예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다고 누가 감히 말할수 있으랴.

거대한 건물,수많은 신도,열정적인 설교,오케스트라의 찬송이 울려 퍼지는 맘몬화된 교회보다 그 소박하고 절실한 회중에 예수께서는 더 정답게 닥아 오실지도 모르지 않는가?


오늘 어머니와 교회가는 날.

남성교회.


"머나먼 북쪽, 원시림과 곰, 늑대가 서식하는 오지에서 찾아오기는 했으나 우리는 기독교인중에서도 가장 지적인 존재라는 것을 알았다. 우리가 밀가루통 연단에서 듣고 푸른 담요위에서 주고 받은 이야기들이 수도의 여러 교회의 가르침에 비해서 결코 뒤지는 사상은 아니었다. 어떤 점에서는 정녕 전문 신학자들의 배려하에서 자란 우리의 친구들보다 우리가 보다 깊고 건전한 견해를 가졌다고 우리는 생각했다." -우찌무라 간죠 '나는 어떻게 크리스찬이 되었는가'-


<밤>

현장 들렀다가 어머니,형수,英이와 남성교회-

박치복 목사님의 강론은 무척 좋았다.

고린도후서 12장 7절-10절.

바울사도가 세 번 기도하여 없애주시기를 간구하였던 가시. '육체의 가시'

이 구절은 내가 전에 감동받았던 성구였다.

내 은혜가 네게 족하다는 의미,

그것은 자고케 하지 않으려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는, 예수 그리스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시려는 뜻.

상헌아.

그러므로 모자람을 감사하라.

네게 있는 그 가시를 감사하라.

네게 있는 가시를 긍정하고 포옹하고 애정을 다해 사랑하라.

'내가 약할때에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

어머니도, 형수도, 어린 英이도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였기를.


할머니 곁에서 네명의 손주들은 즐겁다.

나도 정녕 흐뭇하고, 이것이 어머니의 기쁨이어라.


14962 1988. 1. 25 (월)


오늘 내 딸. 英 생일.

날씨도 많이 풀리고.

무릎꿇고 기도.


14963 1988. 1. 26 (화)


다소 늦은 새벽.

기도는 없다.


어제 밤 세 번째 파마. 미장원에서 여전히 쑥스러운 남편 곁에는 J가 지켜주고.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볼따구,

몇 개월 사이에 6Kg 가량 몸이 불었는데 아마 볼따구와 뱃살의 무게인 듯.


<밤>

퇴근 길.

음주욕과의 싸움은 치열한바 있다.

그 욕망을 이겨내고 돌아 온 집안은 어딘가 어둡다.

英이와 俊이의 작은 다툼.

아비짜리는 우선 화부터 내고 본다.

매끄러움- 유연한 조크 한토막, 우리 가족은 참 유우머감각이란 없기도 하다.

유우머감각이란 얼마나 커다란 삶의 활력소인데.

그런데 근본적으로 우스개의 재주와 감각도 없거니와 개발에도 참 게으르기만 하다.


내일 새벽 경건을 회복하자.


14964 1988. 1. 27 (수)


하루의 현장일과.

현장을 돌아보다가 아무데나 드러눞고 싶은 극심한 피로감.

오전에는 그럭저럭 버틸만하다가 오후 들어서면 곧 쓰러질것같고 저녁 6시가 가까워오면 극에 달한다.

간장이 나쁜 탓일까.

술을 꿈꾸며 그 피곤을 견뎌내는 것인데. 참.


내일은 또 술 마셔야하는 날.


14965 1988. 1. 28 (목)


역시 4시 기상은 실패, 겨우 다스려 일어난 시각은 이미 5시.

혓바늘, 몸뚱이는 납덩이다.

소리내어 빌립보서 읽는다.


<빌 2장 13-15>


흠이 없고 순전한 하나님의 아들- 감히 내가.. 서택받았다는 확신이 이토록 약한데.

어그러지고 거스리는 세대 가운데서- 어그러지고 거스리는 세대, 실로 그렇다. 사회도 직장도 가정도... 안타까움.

하나님의 흠없는 자녀- 흠이 없음, 도덕인가 신앙인가 분명한 것은 스스로 이룬 의로움은 아닌데.

그들 가운데 빛들로 나타내며- 빛들로 나타내며.. 산상수훈..


14966 1988. 1. 29 (금)


어제 사조산업 허부장등 접대역.

3차까지의 술,

돈은 좀 많이 썼는가.

지출품의의 결재가 미상불 걱정이다.

겨우겨우 일어난 아침.

서두르는 출근준비.

아, 경건은 없다. 경건이 없다.


쓰러져, 쓰러져 잡초가되어.

그런데 하나님은 똥구덩이의 잡초에게도 의미를 주셨는데.

인간의 똥구덩이지, 하나님의 똥구덩이는 아니다.

인간의 시각이 아니다. 하나님의 시각.


인간의 시각에서 하나님의 시각으로 가는 도정이 신앙의 과정인가.

가열차게 아픈 그 도정.


오늘 어디 가서 잠시 잠을 잘까?

어디에 가서 이 불경건한 해골을 눞일까?

아, 어디 가면 그 분을 은밀하게 면회할수 있을까?


14967 1988. 1. 30 (토)


어제 극도로 불쾌하고 곤비한 하루.

정말로 현업업무가 싫어, 싫어.

육체적으로 노동을 하는 것이면 얼마나 좋을까?

진부하고 유치하고 조야한 인격들과의 부딪침.

하루를 전쟁치르듯 치뤄내다.


늦은 새벽의 기상.

잠시 기도.


<밤>

화신기업 김사장으로부터 접대.

부장과 과원들.

나는 순연했으면 좋겠는데 빠질수는 없고 몇차까지의 술자리를 다니면서도 맥주 서너잔으로 마감하다.

내게도 이만한 의지는 있는 모양이다.

실은 뒷꽁무니의 형편이 좋지 아니하였기 때문이지만.

술집마다 만원 만원, 흥청망청이다.

현란한 조명, 강렬한 리듬에 맞춘 디스코 걸의 눈부시게 육감적인 꿈틀거림을 바라보는 것은 즐겁다. 물론 그 즐거움의 감정모체는 욕정의 꿈틀거림이다.


12시 넘어 앉아 있는 내 책상 앞.

내일 또 달려가야하는 현장.


내 나라. 아, 멀고 먼 나라.

이 적요의 어딘가에 그 나라는 잠들어 있을까?

이 적요. 충일한 이 적요.


14968 1988. 1. 31 (일)


조금 늦어 휴일의 회사 나가다.

다소 추운 날씨.

샌드 블라스팅 먼지와 소음, 그 열악한 현장에서 일꾼들은 충실하다.


교회- 어머니, 형수, 英이, 간호원.

박치복 목사님 설교.

'요한복음 14장 25절'

그리스도 인의 평안.

내가 가장 즐겨 읽는 성구다.

"신앙이라는 것. 그것은 사랑함을 사랑받음을 믿는 것이다. 아브라함이 이삭에게 묻는다. '내가 너를 사랑함을 믿느냐?' 이삭은 대답한다. '네 아버지. 아버지의 생명보다 더욱 나를 사랑함을 믿나이다.' 아브라함이 말한다. '그래, 그럼 여기 누워 내 칼에 죽어라.' 이삭. '예 아버지.' 죽기까지 믿는 것. 그것이 신앙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통, 아버지 하나님이 예수님을 사랑하심을 믿는 십자가의 고난, 묵묵히 그 길을 걸어 가는 것. 바로 이것이 신앙이다."

설교도중 꾸벅꾸벅 졸다가 옆좌석의 英이에게 몇번이나 깨움을 받아가면서 들은 은혜로운 말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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