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이튿날 새벽에 돌이가 서울 들어오는 길로 주팔이의 집을 찾아왔다. 돌이가
주팔을 보고 밤길을 걸어온 급한 사연을 말하고 이승지의 편지를 얻어 달라고
청하니 주팔이가 "자네가 이승지를 모르는 터이면 내라도 말하겠네만 자네도 친
한 터에 내가 중간에 들어 말한다는 것이 우습지 아니한가? 그러고 자네가 이승
지가 되어 생각해 보게. 자네 친한 사람이 나제를 와보지는 아니하고 다른 사람
을 중간에 놓고 무슨 청을 한다면 자네가 그 청을 들어 주겠나? 두말 말고 자네
가 이승지를 가보게." 하고 사리를 타서 말하므로 돌이는 다시 입을 벌리지 못하
였으나 속으로 생각하기를 '서울 온 뒤로 한번도 만나지 아니한 이승지를 갑자
기 찾아보고 청하기가 맘에 창피하고 또 무슨 토심을 받게 될지도 모르니까 김
서방이나 가서 보고 말하겠다.' 하고 주팔이를 보며 "그러면 나는 대안동으로 가
겠소." 하고 바로 일어서려고 하니 주팔이가 "아직 이르네. 내게서 아침 먹고 그
러고 가게." 하고 돌이를 붙들었다.
아침밥을 먹은 뒤에도 주팔이가 "이때쯤 아침 먹느라고 수선할 터이니 좀 있
다 가게." "지금쯤은 손님을 볼 때니 더 있다 가게." 하고 몇 번 가려고 일어서
는 돌이를 붙들었다. 돌이가 앉았다가 조급증이 나서 "인제는 가보겠소." 하고
일어서는 것을 주팔이가 "아따 이 사람, 지금 가야 만날 수가 없어. 조급하더라
도 조금만 더 참아." 하고 또 붙드니 돌이는 "김서방은 만나겠지요." 하고 더 앉
았지 아니하려다가 "김서방은 요새 청지기 노릇하느라고 주인보다 더 바쁘다네.
지금 가야 만나지 못하네." 하는 주팔이의 말에 다시 붙들려 앉았다.
해가 거의 이른 점심때나 된 뒤에 주팔이가 "지금쯤 가보게." 말하여 돌이는
대안동을 오게 되었다. 솟을대문 앞에서 주저주저 하다가 문안에 들어서서 구종
하나가 잡잇간 앞에 서 있는 것을 보고 그 구종에게로 가까이 가서 "삭불이 김
서방을 만날 수 있소?" 하고 물으니 그 구종이 "김서방이 아까 어디 나갑디다."
하고 대답하는데 그 말씨가 돌이의 묻는 말씨보다 더 고분고분하였다. 돌이는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다. 조금만 더 일찍 왔다면 삭불이를 만날 것을 공연히
주팔이게게 붙들려서 낭패 보았다고 생각하였다. 삭불이를 기다릴까 이승지를
만나볼까 어찌할까 망설이다가 "주인영감은 계시우?" 하고 물었다. 그 구종이 "
계시지요." 하고 "어디서 오셨소?" 묻는데 돌이가 "양주서 왔소." 대답하였더니
그 구종이 "양주요?" 하고 무엇을 생각하는 것같이 고개를 기울이고 있다가 "
네." 하고 고개를 끄떡이고 나서 "잠깐만 가만히 계시오." 하고 어디로 가는데
바로 보이는 큰중문 아래 모로 붙어 있는 일각중문으로 들어갔다. 돌이는 '거기
가 사랑이구나' 하고 생각하였다.
얼마 있다가 그 구종이 아이 하나와 같이 나오더니 돌이를 보고 "이 상노를
따라가시오." 하고 친절하게 말하였다. 돌이가 상노의 뒤를 따라 들어가는데 상
노가 나오던 중문으로 들어가지 아니하고 그 건너편에 있는 일각문으로 들어와
서 따로 떨어져 있는 집 한 채를 안고 돌아서 어느 방문 앞에 와서 "방에 잠깐
들어앉으세요." 하고 방문을 열어 주고 갔다. 돌이는 상노의 말대로 사람 없는
방에 들어앉았다. 이승지가 지기 집에 왔다가 욕본 것이 가엾다 말하고, 자기가
여러 차례 만나자는데 한번도 오지 아니한 것이 괘씸하다고 말한 뒤에 "안해가
이쁘다지? 이쁜 색시 이쁜 색기 하더니 소원 성취했구나. 너의 장모는 너의 고
모같이 거실거실하지 않으냐?" 하고 허허 웃고 나서 "홀저에 무슨 맘이 나서 이
렇게 찾아왔니? 무슨 일이 있어?" 하고 묻는데 그 말보다도 돌이를 보는 눈이
더 정다워 보이었다. 돌이는 주저주저하다가 청할 일이 있어 왔다고 말하고 선
이의 소조를 이야기하였다.
7
이승지가 돌이의 청하는 말을 들은 뒤에 "편지해 주기는 어렵지 않은 일이나
내가 양주목사와는 친분이 없으니까 내 편지가 효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하고
한동안 고개를 기울이고 앉았더니 "어떻게든지 할 수 있겠지. 걱정 마라. 내가
출입했다 올 것이니 그 동안 여기 있거라." 하고 일어서 나가고 돌이는 혼자 앉
았었다. 얼마 뒤에 계집아이 하나가 나와서 갸웃이 방을 들여다보고 가고, 또 얼
마 뒤에 늙은 할머니 하나가 방 앞을 지나서 돌아가더니 일각문을 닫아 거는 소
리가 나고, 그 할머니가 도로 들어가는 길에 빠끔히 방을 들여다보고 가고 또다
시 한참 동안이 지난 뒤에 그 할머니가 두번째 나오더니 돌이를 바라보고 마님
이 나오신다고 선통하고, 그 뒤에 이승지 부인이 나오는데 뒤에는 계집아이가
따라섰다.
돌이가 방안에 일어서서 마당에 걸어오는 부인을 바라보니 몸치장은 고사하고
몸을 놀리는 것까지도 처음 보는 양반의 부인이나, 그 얼굴만은 같이 자라던 봉
단이가 틀림없었다. 돌이는 그 얼굴이 반가웠다. 이승지 부인은 툇마루에 걸터앉
으며 "여보, 오빠?" 하고 뒷말을 잇지 못하는데 돌이는 섰던 자리에 다시 앉으며
"오래간만이오. 그렇지만 얼굴은 몰라보지 않겠고. ” 하고 부인의 얼굴을 다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부인이 한동안 말이 없다가 "오빠가 장가를 들었다지?" 하
고 입을 열기 시작하여 애기의 말을 묻고 또 선이 내외의 인품을 물었다. 돌이
가 그 묻는 말을 대강대강 대답하고 "이번에 빙부님의 일 때문에..." 하고 서울
오게 된 사유를 이야기하려 한즉 분인이 "아까 영감께 다 들었세요." 하고 이야
기를 가로막고 "이번 일이 끝난 뒤에 내외분이 한번 같이 오시구려." 하고 돌이
를 바라보았다. 돌이가 "와도 좋지만 그렇게 올 수가 있소. 그러고 이번 일이 무
사하게만 되면 내가 한번 고향에를 다녀올 터이오." 하고 말한즉 부인이 "고향에
도 갔다오셔야지요. 요사이 집에서는 어떻게 지내시는지? 퍽 고적들 하실 터이
지. 딸자식이란 소용없어요." 하고 손으로 턱을 고이는데 그 손이 분결 같았다.
손의 살이 통통하여 전날 울퉁불퉁하던 손마디가 묻혀 보이지 아니하였다. 얼마
있다가 부인이 "할멈." 하고 기둥 옆에 서 있는 할머니를 부른더니 무어라고 두
서너 마디 속살거리었다.
그 할머니가 안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오며 그 뒤에 계집 하인이 장국상을
들고 따라나왔다. 또 다른 계집 하인 하나가 우는 아이를 안고 나와서 "애기가
배가 고픈가 봐요."
하고 그 아이를 부인에게 주니 부인은 "젖 먹은 지가 얼마나 되어서." 하고 아
이를 받아서 젖을 물리었다. 돌이가 젖 먹는 아이의 얼굴을 내다보며 "잘 생겼
소." 하고 칭찬하니 부인도 아이를 들여다보며 "이까짓놈이 잘생기긴 무얼 잘생
겨?" 하고 웃고서 돌이를 보며 "인제 돌 지난 지 두어 달밖에 안 되는 것이 어
떻게 서낙한지 몰라요." 하고 다시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귀여워하는 빛이
눈에 가득하게 보이었다. 돌이는 부러운 맘이 없지 아니하였다.
저녁때가 다 된 뒤에 이승지가 집으로 돌아와서 돌이를 보고 "긴한 청편지 한
장을 맡았다. 양주목사와 정약형제한 사람의 편지다. 이 편지만 갖다 드리면 무
사타첩될 것이다." 하고 현지 한 장을 내주었다. 돌이가 편지를 받아가지고 곧
떠나겠다고 말하니 이승지가 "해가 다 졌는데 어디를 간단 말이냐. 내일 가거
라." 하고 말리다가 돌이가 밤길을 걸어가겠다고 고집하는 것을 보고 "너의 맘대
로 해라. 밤길을 걸어갈 터이면 내가 삭불이와 같이 가도록 해주마. 삭불이가 가
면 양주목사에게 편지 드리기도 편할 것이다." 하고 곧 삭불이를 불러다가 오늘
밤에 돌이와 같이 양주를 가라 일렀다. 삭불이는 밤길을 걷는 것이 맘에 달지
않지마는, 주인 영감의 말을 거역하기 어려워서 "네." 하고 대답하였다.
돌이가 삭불이와 같이 이승지에게 하직하고 떠나서 동소문 밖으로 나가는 길
에 잠깐 주팔에게 들이었다. 주팔이가 "일이 잘 되었나?" 하고 묻는데 돌이가 다
른 말이 없이 "이승지가 고마운 사람입니다." 하고 대답하니 주팔이는 "그거 보
게." 하고 허허 웃었다.
8
돌이가 삭불이가 이튿날 새벽에 양주를 도착하였다. 선이의 안해와 애기는 돌
이의 이야기를 듣고 여간 기뻐하지 아니하였다. 그 편지만 들어가면 선이가 곧
나오려니 생각하고 삭불이에게 식전 일찍이 편지를 가지고 들어가 달라고 신신
당부하였다. 삭불이는 아직은 이르니 눈 좀 붙이고 일어난다고 바에 들어가서
목침을 베고 눕더니 곧 잠이 들었다. 곤하게 자는 양이 한밤중만 여기는 것 같
았다. 선이의 안해가 "이때쯤은 안전이 기침하셨을 터인데." 하고 삭불이를 불러
깨우고 또 얼마 뒤에는 "지금쯤은 식전 조사가 시작될 터인데." 하고 삭불이를
흔들어 깨웠다. 삭불이는 부르면 '흥, 흥' 대답하며 도로 자고 흔들면 '왜 이래,
왜 이래' 말하며 도로 자고 일어나지 아니하였다.
애기 모녀는 밖에서 조바심을 하는데 삭불이는 방에서 코를 골았다. 나중에
선이의 안해가 돌이를 보고 "김선배가 일어나지 아니하니 어찌하면 좋은가? 자
네가 편지를 가지고 가보지." 하고 말하니 돌이가 "잠깐만 가만히 계시우." 하고
방을 들어와서 다짜고짜로 삭불이를 잡아 일으켰다. 삭불이가 일어 앉아 눈을
비비면서 "아이고 곤해." 하고 다시 몇 번 하품을 하고 나서 "늦었나?" 하고 물
으니 돌이가 "늦고말고. 여보 해 좀 보오." 하고 방문을 열어놓았다.. 선이의 안
해가 삭불이를 들여다보며 "일변 당부한 보람도 없이 무슨 개잠이오?" 하고 나
무라듯이 말하는데 삭불이는 무안해하는 빛도 없이 "어젯밤에 잠을 못 잤으니까
첫잠이지 개잠인가?" 하고 재담하며 웃었다. 삭불이가 세수하고 옷을 고쳐 입고
하느라고 다시 한동안 지체하고 그제야 편지를 가지고 관가로 들어갔다.
선이의 집에서는 삭불이 나올 때 선이가 같이 나올까 하고 기다리었는데 얼마
뒤에 삭불이가 혼자 나와서 목사가 편지 보고 그대로 나가라고 말하고, 그러면
점심때나 나올까 하고 기다리었더니 아무 소식이 없이 점심때가 지나고, 설마
저녁은 나오겠지 하고 기다리는 중에 저녁때가 다 되었다. 선이의 안해가 "나오
지도 않는 것을 헛 기다리고 있다가 저녁 굶기겠다." 하고 심부름꾼에게 저녁밥
을 들려 가지고 옥에를 가니 옥사장이가 내달아서
"선이는 오늘 저녁 굶긴다. 안전 분부다." 하고 말을 물어볼 사이도 없이 어서
가라고 쫓아서 그대로 돌아왔다. "밥을 받아 주지 않는 것이 무슨 까닭인가?" 그
까닭을 알아내려고 이 사람이 이 말하고 저 사람이 저 말하다가 "아마 곧 내보
내려는 것이다." 하고 공론이 일치하여 선이의 집에서는 선이 나오기를 또다시
기다리기 시작하였다. 때는 벌써 어두컴컴하였었는데 여전히 아무 소식이 없었
다. 관가에서 폐문하는 삼현육각 소리가 풍편에 들리었다. 선이의 안해가 기다리
다 지쳐서 애기를 보고“인제 오늘은 고만이다. 저녁이나 한술 떠먹어 치우자.”
말하여 애기 모녀는 마루에서 밥을 먹고 저녁을 먼저 먹은 삭불이와 돌이는 마
당에 멍석을 깔고 앉아서 청편지 이야기를 하였다. 이승지가 자기 편지로는 효
력이 없겠다고 어디 가서 일부러 맡아다 주더니 그 편지 역시 효력이 나지 않는
모양이오그려.” “글쎄, 청편지 잘못 부치면 볼기 한 개 더 맞는 수도 없지 아
니하니...” “밤길 걸어서 서울 왕래한 보람으로 매 한 개 더 맞힌다면 탈인데
요.” “탈은 무슨 탈, 보람이 뒤쪽으로 날 뿐이지.” “여보, 뒤쪽 보람이란...”
문간에서 “다들 집에 있나?” 하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며 큰 키를 구부정
하고 들어오는 사람이 있다. 선이다. 이야기하던 돌이와 삭불이는 벌떡 일어서고
밥 먹던 애기 모녀는 진둥한둥 뛰어내려왔다. 애기 모녀가 눈물을 이리저리 씻
고 하고 삭불이가 밤길 걸은 공치사를 끝낸 뒤에 선이가 멍석 위에 앉으면서 “
안전 말이 죄는 귀양 보내 마땅하나 처음이라 십분 용서하니 나가라고, 서울에
반연 있는 것을 믿고 분수 밖에 짓을 하면 두번은 용서 않는다고 하기에 돌이가
이승지 편지를 맡아온줄 짐작했어.” 하고 말하니 돌이가 “제기, 개새끼에게라
도 두들겨맞기만 하는 것이 경칠 분수란 말인가.” 하고 혀를 찼다.
9
선이가 갇이었다 놓여나온 뒤 이삼 일 동안 선이의 집에는 어지간한 경사가
난 것과 같았다. 음식도 흔하고 오는 사람도 적지 아니하였다. 선이의 세력이 좋
다는 소문이 나서 전에 오지 않던 사람들까지 찾아왔었다. 삭불이는 대접 잘하
는 맛에 또 붙드는 맛에 일없이 묵었는데, 애기 모녀에게 너무 실없게 구는 것
이 돌이 눈에 거칠어서 “여보, 이승지 궁금하겠소. 고만 올라가 보시우.” 하고
쫓다시피 말하여 사흘 만에 올라갔다. 십여 일이 지난 뒤에 돌이가 선이 내외를
보고 고향에 다녀올 말을 내니 선이의 안해는 “부모님도 아니 계신데 다녀올
것 무어 있어.” 하고 가는 것을 긴치 않게 말하나 선이가 “산소에라도 한번
다녀와야지, 이 담날 살림에 얽매게 되면 가기가 쉬운가? 맘 내킨 김에 갔다오
너라.” 하고 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선이의 안해가 남편의 말을 좇아서 사위를
떠나보내기로 작정하고 행장으로 괴나리봇짐을 만들어 주는데, 땀이 배거든 갈
아 입으라고 빨아 다린 고의 적삼을 두어 벌 개켜 넣고 발감개를 끄를 때에 신
으라고 볼 받은 버선과 새 버선을 섞어서 서너 켤레 집어넣고 또 길에 가다 시
장할 때 먹으라고 흰무리 몇 덩이를 피딱지에 싸서 넣고 봇짐을 동인 뒤에 위에
매어단 표주박 한 개는 목마를 때 물 떠먹으라는 것이었다. 돌이가 떠나던 전날
밤에 애기가 돌이와 마주 앉아서 긴 사설로 짧은 작별을 하는 중에 “아무쪼록
하루라도 속히 오시오.” “아무리 속히 온대도 한 달은 걸릴걸.” “한 달씩이
나? 한 보름 동안에 다녀오시구려.” “오고 가고 하는 데만도 이실 일이 걸려,
이 사람아.” “그러면 한 달 안에는 꼭 오시오.” “그리하지.” “한 달에 하
루만 넘어도 다시 안 볼 테야.” “안 보면 어쩔 텐가?” “내쫓지.” “내쫓는
다? 제기 아니꼬워 데릴사위 노릇 못하겠군.” 이와 같은 같잖은 말로 말이 길
어져서 한동안 애기는 포달을 부리고 돌이는 이죽거리게 되었다. “나 죽는 걸
보고 싶소?” “어떻게 죽어?” “죽으려면 어떻게든지 못 죽을까? 우물에라도
빠져 죽지.” “우물 버릴라구?” “그러면 비상도 못 먹을까?” “누가 갖다
주나 말이지.” “우물 버리는 것을 무서워서 못 죽을까? 풍덩 빠지면 고만이지.
” “풍덩 빠지게 두나? 내가 이렇게 꼭 붙잡지.” 하고 돌이가 붙잡는 시늉한
다고 애기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시답지 않은 닭싸움 같은 내외의 말다툼이 끝
이 났다. 애기가 다시 “한 달 안에는 꼭 오시지요?” 하고 기한을 다지니 돌이
는 “오고말고. 꼭 오지.” 하고 대답하다시피 말하였다. “오실 때 함흥 소산이
나 많이 가지고 오시오.” “함흥 소산이 무엇 있어야지. 어물이나 가지고 올까?
” “무엇이든지.” “그래.” “잊었다만 보아.” 하고 애기가 밉지 않게 눈을
흘기니 돌이는 “또 내쫓나?” 하고 너털웃음을 웃었다.
이튿날 식전에 돌이가 괴나리봇짐을 지고 길을 떠났다. 주팔이와 이승지 부인
에게 간단 말이나 하고 가려고 서울을 들렀더니 주팔이는 “동행 좋은 김에 나
도 고향에나 다녀오겠다.” 하고 갑자기 길 떠날 차림을 차리고 이승지 부인은
돌이와 주팔이가 고향에 간다는 말을 듣고 자기의 가지 못하는 것을 슬퍼하여
눈물방울이나 좋이 지었다. 이승지가 그 부인의 맘을 위로하기 겸하여 주삼이
내외의 사철 의복차를 보내는데, 한 짐을 만들어서 짐꾼 하나를 따라가게 하였
다. 돌이와 주팔이가 짐꾼 하나와 셋 동행으로 길을 떠나서 십여 일 만에 고향
에를 득달하니 주삼이 내외의 반가워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동네 사람들까지
도 정답게 맞아 주었다. 서울 짐꾼을 이삼 일 묵혀서 떠나 보낸 뒤에 돌이가 노
독과 몸살로 누워 앓게 되었다. 평소에 병 없던 사람이 않으면 몹시 앓는 법이
라 돌이는 죽도록 앓았다. 주팔의 약효험으로 십여일 만에 간신이 머리를 들고
일어났는데 병으로 지친 끝에 학질이 들어서 또 여러 날을 앓게 되었다. 돌이가
학질도 앓는 중에 애기에게 다짐두다시피한 한 달 기한이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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