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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꺽정 4권 (2)

카지모도 2022. 12. 7.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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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손 어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마루 끝에 와서 가로 걸터앉았다. 애기 어머니가

그의 걸터앉는 것을 미타히 생각하여 잠깐 눈살을 찡그리고 "어서 이리 올라와서

인사하게. " 하고 이르니 고지식한 백손 어머니는 어떻게 인사할 것을 배워

가지고 올라가려고 걸터앉은 채 "형님, 나도 절하리까? ” 하고 물었다. "누가

자네더러 절하라나" "글쎄, 절을 할지 안 할지 몰라 묻지 않소? “ "요전 이봉학이 왔을 때

인사를 어떻게 했나. 그대로만 하게그려. " "그 아재 왔을 때 무슨 인사했소.

저 아랫방 앞마당에서 그 아재가 허리를 굽신하며 저는 이봉학이올시다,

하기에 나도 허리를 굽신하고 저는 운총이올시다 하니까 형님이 웃

기까지 하지 않았소. " 애기 어머니가 "참말 그랬든가. " 하고 웃으니 백손 어머

니는 "그랬든가가 무어요. " 하고 웃었다. 백손 어머니 올라오기를 일어서서 기

다리던 유복이가 역시 웃으면서 "인사가 무슨 별것입니까. 어서 올라오시지요. "

하고 말하여 백손 어머니가 ”녜. “ 대답하고 돌라왔다. 유복이는 "아주머니 절

받으시오. " 말하고 절하는 것을 백손 어머니는 서서 받으려고 하니 애기 어머니

가 보다가 딱하여서 "이 사람아, 절을 먼저 하지는 않더라도 맞기는 해야지. "

하고 면박을 주듯 일러주었다. 싹싹한 백손 어머니가 얼른 절을 하였으나 유복

이는 벌써 몸을 펴고 일어선 뒤라 유복이가 한번 더 절을 하여 언뜻 보면 백손

어머니의 절을 유복이가 맞는 것 같았다. 백손 어머니가 장관의 인사를 마치고

자리에 앉은 뒤에 애기 어머니는 면무료해 주기 겸하여 백손 어머니의 내력을

이야기하였다. "이 사람의 아버지는 갑산 관노고 이 사람의 어머니는 갑산 관

빈데 서로 눈이 맞아서 관가 모르게 도망해서 처음 갑산에 있는 운총내라는 냇

가에 가서 숨어 살았더래. 그때 이 사람이 난 까닭에 이 사람의 아명이 운총이

야. 그런데 관가에 염탐이 들어가서 잡으려고 하니까 인간처를 피하느라고 백두

산 속으로 들어갔더래. 백두산을 들어가자면 허항령인가 허강령인가 하는

데가 있다는구먼. 그곳서 화전 일어서 서속을 심궈 먹고 사냥해서 고기 먹고

그러고 살았대, 이 사람 여덟 살 적에 사내동생이 하나 생겨서 남매가 부모

외에는 사람을 구경 못하고 자라난 까닭에 시아버지가 우리 동생을 데리고

백두산에 가셨을 때 이 사람이 나이 스물셋이나 된 처녀지만 동생하고 같이

자자고 메를 쓰고 별일이 다 많았더라구먼. 지금은 사람이 다 되었지.

남매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꼴이라니 어디가 사람이야. 꼭 들짐생들 같았지.

동생이 거기서 혼인을 하구 나와서 아버지에게 야단을 몇 번 만났다구.

이 사람 아버지는 우리 동생이 가기 전에 돌아갔고 이 사람 어머니는

이 사람이 우리 집에 오던 해에 남편 무덤 앞에서 자결해 돌아가고.

그래 이 사람 남매가 어린 백손이를 번갈아 업고 나왔어. " 유복이가 재미가 나

서 연해 '그래서요' '그래서요' 하며 이야기를 듣는 중에 별안간 어디서 능구렁

이 우는 소리 같은 소리가 들리었다. "누나 저게 무슨 소리요? “ 하고 애기 어

머니에게 물으니 애기 어머니는 ”아버지가 또 화나셨군. 가보아야지. " 하고 자

리에서 일어났다. 애기 어머니가 건넌방 되창문으로 마루에 있는 유복이를 내다

보면서 "아버지가 보자시니 이리 와요. " 하고 말하여 유복이가 병자 방으로 들

어왔다. 병자가 한 다리를 뻗고 벽에 기대어 앉았는데 넓적넓적한 검버섯 박힌

얼굴이 누렇게 떠서 보기가 흉하였다. 게다가 말이 반벙어리라 처음 듣는 유복

이는 알아듣기 어려워서 대답을 썩썩 하지 못하니 잘 알아듣는 애기 어머니가

병인의 말을 받아 옮기기도 하고 유복이 대답할 말을 뚱기어 주기도 하였다. 병

인이 자기 병이 할길 없는 것을 하소연하고 나서 유복이의 경력을 캐어묻기 시

작하였다. "처음에 서울서 이사갈 때 황해도 어디루 갔었지? “ ”배천으루 갔었

습니다. " "옳아, 그래서 백손 애비가 자네를 찾으러 배천을 갔었거니. " "백손이

어른이 그때 어디 배천만 갔었나요. 이 사람의 본고향 강령까지 갔었지요. 이 사

람의 종적을 모르고 와서 괴탄도 하더니 오늘날까지도 이 사람의 말만 나면 그

자식 죽었어, 그 자식 죽었어 하면서 언짢아하지요. 아이 적 동무는 정이 특별한

거예요. " 애기 어머니가 옆에서 이야기에 쐐기를 쳤다. "그래 배천서 어디루

갔었나? “ "어머니가 저를 데리구 배천으루 내려가기는 이모를 의지하구 살 생

각이었는데 내려간 뒤 일 년 배 못 되어서 이모가 돌아가구, 이모 장사지내구 며

칠 안 되어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어머니가 저를 유복자루 낳아가지구 갖

은 고생을 다해 가며 키워서 간신히 열두어 살 먹여놓구 돌아갈 때 눈이 잘 감

겼겠습니까. 돌아가던 날 식전까지두 정신이 남아서 저의 손을 만지면서 내가

죽어두 눈을 감지 못하겠다. 네가 커서 너의 아버지... " 하고 유복이의 목이 메

이어서 말을 못하다가 병인이 "그래서? ” 하고 이야기 끝을 재촉한 뒤에 유복

이가 이야기를 이어 하였다. "제가 어머니 하나 믿구 살다가 그 어머니를 여의구

보니 자연 천지가 아득할 것 아닙니까. 이모부와 동네 사람 덕으루 장사라구 지

내구 나서 저는 동소문 안 선생님께 와서 지낼 소견으루 이모부 더러 서울루 가

겠다구 말하니까 이모부가 자기 집에 와서 이종매와 같이 있으라구 만류합디다.

그래서 이모부의 집에 가서 얹혀 있게 되었었습니다. " "그때 고만 서울루 오지.

그랬더면 이번에 전장에도 같이 갔지. " 하고 애기 어머니가 말하니 "글쎄 말이

오. 생각하면 모두가 다 내 팔자가 험한 탓이오. " 유복이가 대답하고 "사람이

너무 빈실해서. " 하고 애기 어머니가 말하니 "내가 나를 모르는 줄 아시오? 내

가 미련하지. " 유복이가 대답하여 이야기가 가닥이 지게 되니 병인이 이것을 좋

아하지 아니하여 원 끝을 놓지 않고 "그래 이모부에게루 가서... " 하고 채쳐서

유복이가 이야기를 또다시 이어 하였다. “저의 이모부가 사람은 대단 좋은데

지금 생각하니 기집을 너무 좋아한 모양이에요. 사단은 잘 모르나 하여튼 기집

관계루 동네서 회가출동을 시킨다구 야단이 나서 이모부가 모야무지에 이사를

가는데 저두 같이 갔었습니다. 그 뒤에두 이사를 몇 번 다녔는지 모릅니다. 처음

에 황주 땅, 그 다음에 자산 땅, 또 그 다음에 순천 땅, 나중에 맹산 두메 속으

루 들어가서 살게 되었습니다. 제가 열 일곱 살 되떤 해 봄에 맹산으루 이사를

갔었는데 그해 가을부터 제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서 한일 년 지내니까 뼈에

가죽만 남았지요. 의약두 없는데구 꼭 죽는 줄 알았었습니다. 이모부와 이종매

의 성심으루 살아난 셈입니다. 이십 가까이 된 뒤 완구히 병줄이 놓여서 사람이

될 만하니까 원수의 앉을뱅이 병이 생겼었습니다. 두 다리의 무릎 아래가 힘이

없어서 걸음을 걷지 못합니다 그려. 사냥을 하러 갈 수가 있습니까,

나무를 하러 갈 수가 있습니까. 꼭 앉아 먹구 지내게 되었지요. 아무

리 이모부는 내색을 하지 않더래두 제가 무안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몇 번 자처

해 죽으려구까지 했었습니다. 그러나 죽을 맘이 날 때마다 죽은 부모 한풀이를

어떻게 하나 생각하구 고만두구 고만두구 했었습니다. 그래 십 년 동안을 앉을

뱅이루 지냈습니다. " 이때 애기가 방에 들어와서 "할아버지, 저녁 밥상 가져와

요? ” 하고 물으니 이야기에 재미 붙인 병인이 배고파 죽는다고 야단칠 때와는

딴판으로 "좀 있다 먹지. " 하고 유복이더러 "자네 시장하지 않은가. 과히 시장

치 않거든 이야기 마저 하게. " 하고 말하는 것을 애기 어머니가 "먼길 온 사람

이 어째 시장하지 않겠소. 이야기는 식후에 다시 들으시오. " 하고 말리었다. 백

손 어머니가 애기 어머니를 와서 보고 "손님 아재 상을 어떻게 하리까? " 하고

물으니 애기 어머니는 "백손 아저씨하고 겸상하게나. " 대답하고 곧 백손이를 불

러서 "너의 아저씨 부르러 가거라. " 하고 일렀다. "왜 밤낮 나더러만 부르러 가

라우? “ ”너의 외삼촌이니까 너더러 부르라지 " "외삼촌은 다른 사람이 부르

러 가선 못 쓰우? 삼촌더러두 좀 가라구 하시우. " "다리 병신더러 가라는 게 네

맘엔 좋겠느냐? " "그러면 애기를 보내구려. " “네가 가야 얼른 오지야. " "잘두

얼른 와요. " "얼른 안 오거든 요전처럼 장기판을 쓸려무나. " "요전에 공연히 볼

치를 얻어맞구 분해 죽겠는데 또 얻어 맞으라구? ” "그래도 네가 가야 대번에

불러오지, 만일 다른 사람이 가면 두세 번 헛걸음시킬 게다. " "아따, 내가 가리

다. " 하고 백손이가 고모의 말을 순종하면서도 "제기, 성가시어 죽겠네. " 하고

투덜거리며 밖으로 나갔다. 유복이가 백손이 말하는 것을 유심히 보고 있더니

애기 어머니더러 "백손이 말할 때 아랫입살 빼무는 것이 천연 저의 아버지로구

려. " 하고 말하니 "씨야 속일 수 없지. " 하고 애기 어머니는 웃었다. "백손이

외삼촌이 대체 어디를 갔기에 부르러 가는데 그렇게 야단이오? “ "집에서 밤낮

뻔등뻔등 놀던 사람이 요 근래 장기에 반해서 집에 잠시를 붙어 있지 아니한다

네. ” "장기를 가르쳐 주는 글방두 있소? “ 유복이의 묻는 말이 우스우나 애기

어머니는 시침 떼고 "그래 글방이 있고말고. 그 글방이 낮에는 정자나무 밑이고

밤에는 머슴방이래. 그리고 읽는 글은 장이야 군이야. " 하고 말끝도 없이 깔깔

거리고 웃었다. 한식경이 지나서 키가 호리호리한 노총각이 들어왔다. 이 총각이

백손이의 외삼촌 황천왕동이다. 마루 위에 손님이 있는 것을 보고 마루 아래 와

서 멈칫멈칫하는 것을 애기 어머니가 어서 올라오라고 재촉하여 올라오며 곧 유

복이와 인사를 붙이었다. 유복이가 천왕동이의 얼굴을 보니 살빛이 희고 이목구

비가 단정하고 모르고 보더라도 백손 어머니의 동생인 것을 알아낼 만큼 전형이

남매 비슷하였다. 나이가 들어보이지 아니하여 유복이가 "올에 스물 몇인가? ”

하고 물으니 천왕동이는 "스물? “ 하고 뇌고 따서 "서른하나요. " 하고 대답하

였다. "서른이 넘었어? ” 하고 유복이가 놀라면서 "이 사람이 내게 삼 년 아래

라면 누가 곧이듣겠소. " 하고 애기 어머니를 돌아보니 애기 어머니가 새삼스럽

게 두 사람의 얼굴을 반반씩 갈라 보다가 "글쎄, 외양으론 한 십 년 틀려 보이는

군. 대체 백손이 외삼촌이 젊어도 보이지만 동생이 너무 겉늙었어. 고생을 많이

해서 그런가? " 하고 말하였다. 나이 비교가 끝이 나자, 백손 어머니가 저녁상을

가지고 올라왔다. 유복이와 천왕동이가 겸상하여 마주 앉아 먹는데 애기 어머니

는 유복이 가까이 앉아서 "찬이 없어 어떻게 자시나. " 하고 상을 들여다보고 백

손 어머니는 천왕동이 옆에 앉아서 "이 생선이 아까 백손이가 잡아온 것이야. "

하고 지짐이 그릇을 가리켰다. 외삼촌보다 뒤떨어져 들어와서 마루 끝에 섰던

백손이가 "우리는 밥 안 줄라우? " 하고 퉁명을 부리니 "점심을 두 그릇씩 먹고

도 어느 새 배가 고프냐? “ 백손 어머니는 나무라고 "할아버지 상이 나거든 먹

으려무나. ”애기 어머니는 달래는데 "할아버지 턱찌끼 먹기 싫소. 그대로 주우.

" 하고 백손이가 고집을 세웠다. "그러면 삼촌 불러가지고 같이 먹어라. "

하고 애기 어머니가 허락하여 백손이와 팔삭동이는 마루 끝에 앉아서 상이 없이

밥그릇들을 들고 먹었다. 외조부의 밥상을 가지고 건넌방에 들어갔던 애기가 나

와서 저의 어머니를 보고 "할아버지가 어머니 얼른 밥 먹고 손님 아저씨하고

같이 들어오라시오. " 하고 말하니 애기 어머니는 "이야기 듣기가 급해서 재촉이

시군. " 하고 웃고 백손 어머니를 보며 "또 벼락령 내리기 전에 우리도 얼른 먹

어치우세. " 하고 말하였다.

저녁밥이 끝난 뒤에 천왕동이는 장기 동무를 찾아가고 유복이는 애기 어머니와

같이 건넌방으로 들어왔다. 병인이 앉았다가 누울 때는 쓰러지듯 흔자 눕지마

는 누웠다가 일어나 앉을 때는 부축 없이는 옴짝하지 못하는 터이라, 누워 있던

병인이 애기 어머니를 보고 "좀 일으켜 다오. " 하고 말하여 애기 어머니가 부축

하여 주려고 병인 앞으로 바짝 들어 앉아서 옆구리 밑에 손을 들이밀었다. 손이

닿으면 병인이 아프다고 질색하는 곳이 있는 까닭에 애기 어머니는 극히 조심하

였건만 손이 잘못 들어갔던지 "이 망한 년이 또 손을 그리 넣네. “ 하고 병인이

화를 내니 "유착한 몸을 끼어안아 일으키자니 옆구리 밑에 손을 넣지 않으면 어

떻게 해요. 인제는 고개만 쳐들어 드리리다. " 하고 애기 어머니도 증을 냈다.

이때 백손 어머니가 유복이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설겆이를 건정건정 마치고 열

어놓은 되창 앞에 와서 앉았다. 병인이 일어나 앉으며 후유 하고 길게 한숨을

쥐고 애기 어머니와 백손 어머니를 갈라 보면서 "백손 아비가 어서 와야 내가

살지 너희년들하구 있다간 병버덤두 지레 말라죽겠다. " 하고 책망하니 백손 어

머니는 눈을 흘기며 고개를 돌이키고 애기 어머니는 백손 어머니 가까이 와서

앉으면서 "백손이 어른이 얼른 와야 제일로 내가 살겠소. 아버지에게 부대껴 살

수가 있어야지. " 하고 말대답하였다. "백손 아비가 안아 일으킬 때 내가 언제

아프다구 말하드냐. 보았거든 보았다구 말해라. 우악스러운 사내 손으루두 그렇

게 곰살 궂게 다루는데 너희년은 여편네 명색에 좀더 곰살궂어야지. " "백손이

어른은 아버지가 마구 욱대기기 어려우니까 아파도 참는지 누가 아오? “ "이년

아, 잘못했다구 나무라거든 주등이나 닥치구 있어. " "아버지, 제 나이 몇 살인지

아시오? ” "왜 나이는. " "나이 마흔여섯이오. 오십줄이에요. 아무리 딸이래도

나이 대접이나 좀 하시오. 누가 있든 없든 밤낮 이년 저년 망한 년 그게 다 무

슨 말투요? 아버지 말투가 안됐어요. " 애기 어머니가 유복이 보는 데 창피한 맘

이 나서 푸념을 내놓으니 병인이 "에라 고만 지껄여라. 저 사람 이야니나 듣자.

" 하고 유복이를 보며 "대체 십 년 앉을뱅이가 어떻게 해서 저렇게 성한 사람이

되었나? “ 하고 말을 물었다. "하느님 덕택으로 이인 하나를 만나서 약을 얻어

먹었습니다. " 하고 유복이가 말하니 "어떻게 이인을 만나구 어떠한 약을 얻어먹

었나 이야기 좀 자세히 하게. " 하고 병인이 벽에 기대었던 몸을 앞으로 일으키었

다. "아까두 말씀하였지만 저의 병이 두 무릎 아래가 힘이 빠져서 걸음을 걷지

못하는 병이라 앉았다가 일어서려면 남이 붙들어 주거나 그렇지 않으면 무엇이

든지 붙들어야 간신히 일어나구 두 손으루 벽을 짚구 게걸음을 쳐서 한두 발쯤

걸으면 벌써 다리가 벌벌 떨려서 펄썩 주저앉게 되구 하니까 할 수 없이 토막

둘을 양손에 갈라 쥐구 궁둥이루 다니게 되었었습니다. " "그러면 바루 앉을뱅이

는 아니었었군. " "무릎이 붙어서 꼼짝 못하는 것만 앉을뱅이가 아니구 저처럼

무릎 아래 힘이 없어 걷지 못하는 것두 앉을짱이라구 합디다. 걸음을 걷지 못하

니 앉을뱅이지 무엇입니까. " "그렇지. " "궁둥이루 다니는 것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습니까. 조팝으루 주린 배를 채우면 뜰 앞에 앉아서 해를 보냈었습니다. " "해

가 길지, 질감스럽게 갈지. " "오뉴월에두 해 긴 줄은 모르구 지냈습니다. " "밖

에 나가 앉아서 이것저것 구경하니까 나와는 달르단 겔세. 나는 해가 길어서 고

생일세. " "저는 종일 앉아 손장난을 한 까닭에 해 긴 줄을 몰랐습니다. " "무슨

손장난? ” “나무때기루 짜름한 꼬챙이를 깎아서 던지는 장난을 했습니다. 처

음에는 심심풀이 장난으루 시작한 것인데 물건을 노리구 던지면 맞는 데 재미가

날뿐더러 그것두 혹시 재주루 쓸 데가 있을까 하구일심 정력을 들여서 익혔습

니다. 그래서 긴긴 해두 가는 줄을 모르구 보냈습니다. " 유복이가 말을 마치고

나서 애기 어머니를 돌아보며 "누나 입으루 콩알을 잘 부시더니 지금두 부시우?

” 하고 물으니 애기 어머니는 웃기만 하고 대답을 아니하는데 "콩알을 불어서

새를 다 잡으신다오. " 하고 백손 어머니가 대신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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