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가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유택으로 떠나는 망인의 마지막 모습을 배
웅하려는 사람들이 상여 뒤쪽에 에워 서 있는데, 굴건 제복의 이기채는 오동나
무 상장을 짚은 채 창자를 훑어 내는 아픔으로 곡을 한다.
효건을 쓴 위에 굴건을 쓰고, 거친 삼베로 재최복을 입은 그는, 삼대를 발라
낸 피삼을 왼새끼로 동아줄같이 꼰 삼노로 수질을 만들어 머리에 두르고 요질을
만들어 허리에 두른 채, 다리에는 삼베 행전을 치고, 흰 무명을 신총에 감은 짚
신을 꺼칠하게 신고 있다.
앞으로 쏟아지는 그의 몸을 받치는 것은 오직 한 자루 오동나무 지팡이 삭장
이다.
옷깃이 없고 소매가 넓은 저고리 대수장군의 긴 허리 아래로, 좌우에 달린 세
폭의 삼베 자락이 뒤에 드리운 여섯 폭 자락을 데불고 슬픔을 달래는데, 등을
덮은 부판은 바람에 뒤집히며, 업은 비애를 때린다.
발인제를 마친 뒤, 사람들은, 이승을 하직하고 저승의 머나먼 길로 영영 가는
청암부인의 마지막 모습을 보려고 마당에 웅긋중긋 서 있는데, 무정한 상두꾼들
은 어깨에 올려 멘 상여를 천천히 흔든다.
그것은 마치, 망인이 서럽게 흐느끼면서, 가기 싫다, 가기 싫다, 하는 것도 같
고, 아니면, 모여 선 일가 친척 동네 사람들과 이승에서 만났던 정다운 얼굴들을
향하여, 잘 있거라, 나는 간다, 하직 인사를 하는 것도 같았다.
흔들리는 상여의 사방에 매달린 색실 매듭 유소와 윗난간에 드리운 수실들이,
망인의 혼백이 흔드는 마지막 손처럼 나부낀다.
흔들리며 머뭇거리던 상여는 드디어 한 발을 앞으로 뗀다.
상여 앞에서 소리를 매기는 선소리꾼이 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요령을 흔들고,
상두꾼들은 목소리를 맞추어 구슬픈 후렴을 부르면서 대문쪽으로 움직였다.
곡성과 상여 소리가 서러운 물살을 이루어 마당에 차 오르고, 휘황한 비단 공
단 만장들은 바람에 물결처럼 나부끼는데, 상여는 그 물마루에 높이 뜬 채로 저
승의 강물 저 먼 곳으로 떠나고 있었다.
마지막 가는 길이어서 이다지도 곱게 치장을 하고 가는 것일까.
상여를 사방으로 에워 두른 아랫난간에는 목단꽃 무늬와 연꽃 무늬, 그리고
구름 무늬들이 단청을 입어 화사하다.
그리고 윗난간 네 귀에는 봉수가 부리에 고리를 물고 우뚝 솟아 무궁한 창천
을 쏘아보는데, 그 아래 운각판에는 오색 구름이 영롱하다.
본디 상여가 앞뒤가 있을 리 없으나, 나가는 방향이 뒤바뀌지 않도록 앞쪽에
표시하여 붙인 용두판의 황룡은 등에다 삼천갑자 동방삭을 조그맣게 태우고 있
다. 시자의 갈 길을 이끌어 앞 세우고 인도하는 신선이라 하는데, 단 백 년을 다
못 살고 허망하게 죽은 인생을 자기만큼 오래 살게 해 주고 싶은 염원이 서려,
그는 상여 머리에 신선이 된 것이리라. 그래서 상여는 동방삭의 얼굴이 바라보
는 쪽으로 나가는 것이다.
봉수에 감아서 드리운 휘장은 외흑내백 펄럭이고, 색색가지 각색의 색중대는
흰색과 초록, 노랑, 붉은 띠를 날리는데, 봉수마다 걸린 매듭 유소에는 작은 종
이 매달려 은은하고 맑은 소리로 운다.
상여 네 기둥에 청, 홍 갑사 등롱을 달아 저승의 밤길에 불을 비추라하고, 둥
그런 상여 지붕 정수리에는 연꽃 봉오리를 단 위에, 앙장이 천정처럼 펼쳐 드리
워져 있다.
망인을 생시에 대하듯 정성을 다하여 꾸미고 치장한, 그 무엇 하나라도 소홀
히 하지 않은 상여는, 운각의 구름을 타고 덩실하니 하늘 위로 떠오른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상여를 운궁이라 하는가.
그러나, 돌아올 길 다시 없는 이 걸음에 이만한 호사가 무슨 위로가 되리오.
오히려, 어서 가라, 어서 가라, 재촉하는 것이 아니랴.
어어허어노 어어허어노
못 가아겄네 못 가아겄네
차마 서러서 내 못 가겄네에
구슬픈 후렴에 가슴을 에이게 하는 선소리꾼의 상여 소리가 매안의 고샅과 지
붕과 나무 위에 넘친다.
오늘 해도 다 져간디
어서 빨리 가야겄군
어어노 어허노오
어러리 넘차 너와넘
돌아가신 망인은 서럽다고 허는디
뜻도 모르는 명정 공포는
우줄 우줄 춤을 추네
어어노 어허노오
어어노어 어하노오
매안의 도선산 아래 종산으로 떠나가는 청암부인의 상여에는, 황금 빛으로 네
누깔을 그린 가면을 쓰고 검은 윗도리에 붉은 치마를 입은 모습으로, 한 손에
방패 들고 한 손에는 창을 세운 방상시가 앞을 섰다. 초상이 난 곳에는 흉사한
것이 많기 때문에 그로 하여금 물리치며 가게 하는 것이다.
방상시 뒤에 따르는 곡비 두 사람이 서럽게 목을 놓아 하는 곡이, 얼어붙어
투명한 겨울 하늘에 사무치는데, 상두꾼들의 상여 소리는 명정, 공포를 흥건하게
적시며 솟을대문을 빠져 나가 물결을 이루면서 고샅으로 내려간다.
청암부인의 죽음을 슬퍼하여, 살아 생전의 덕을 기리고 추모하는 만사, 만시를
적은 만장들은 그 수를 헤아릴 수가 없었다. 그것은 참으로 휘황하고 긴 강물처
럼 출렁이며 넘실거리며 대문을 벗어나 중뜸을 지나 아랫몰로 흘러내려 갔다.
붉은 비단, 노랑 공단, 흰 베폭들은 불고 있는 바람에 날리어 길게 나부끼면서
하늘을 뒤엎었다.
상두꾼들의 상여 소리는, 뒤에 남아 베웅하는 산 사람들이나, 마을의 지붕들과
나뭇가지까지도 한 물결에 띄워서 멀리멀리 데리고 갔다.
땡그라앙 땡그랑 땡그라아앙
어어노 어허노오
어어노어 어하노오
어이가리 넘차 너와너엄
가네 가네 나는 가네 멀고 먼 길 황천 길로
일락 서산 해 저문다 어서 가자 재촉하네
엊저녁에는 우리집서 잤드니
오늘 저녁으은 어디서 자고 갈꼬
산토로 집을 짓고 송죽으로 울을 삼아
두견이 접동새로 벗을 삼네
어쩔그나 어쩌를 헐끄나
이 노릇을 어쩔끄나
참으로 갔네 그려 보고 싶어 어찌 살꼬오
놀다 가세 놀다를 가세 이 해 지드락만 놀다를 가세
갈 거짜야 설워를 마라 보낼 송짜 나도 있네
오늘 해도 다 되ㅇ는디 골골마닥 연기 나네
하적이야 하적이야 오늘날로 하적이로세
가자 가자 어서 가자 황천 길로 어서 가자
인제 가면 언제나 올끄나 오실 날도 창망없네
황천이 멀고 멀다드니 앞 냇물이 황천이로구나
북망산이 머다드니 비개 밑이 북망이로세
잠이 와야 꿈을 꾸고서 꿈을 꾸어야 임을 보제
꿈에 와서 보인 님은 신이 없다고 일렀건만
아애 무정하고 야속헌 사람아 어디를 가고서 못 오신가
둘이 비자고 만든 비개를 나 혼자 비는 이 신세야
가세 가세 어서 가세 영장지지로 어서 가세
못 가겄네 못 가거었네 눈물 지워서 못 가겄네에
내 집 두고 못 가겄네 친구 두고는 못 가겄네
명사 십리 해당화야 꽃 진다고 설워 마라
명년에 춘삼월 봄날이 돌아오면
그 꽃은 다시 환생을 하고
해도 졌다 다시 드고 달도 졌다 다시 뜨는디
우리네 인생은 한 번을 가며언
다시는 못 오네 환생을 못 허네에
내가 살던 이 땅을 밟기를 몇 십 년이나 밟었던 길
발자죽이 남었을 것이니 날 생각고 밟어도라아
어어노 어허노오
어어노오 어하아노오
땡그라앙 땡그랑 땡그라앙
가네 가네에 어데로 갈까
이 땅을 벗어지면은 어데로 갈까
하적이로고나 하적이로고나 오늘날로 하적이로고나
어이를 갈거나 어이를 갈거나 심산 험로를 어이를 갈거나
날짐생도 쉬어 넘고 구름도 쉬어 넘는 북망 산천을 어이 갈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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