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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산 1권 (21)

카지모도 2026. 2. 21.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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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들은 되돌아갔고 그들은 용댕잇개의 어계방을 향해 돌아섰다.

“거기 가면 더욱 남의 눈에 뛰기가 쉽지 않나.”

“그럼, 이런 판국에 송장을 떠메고 우환이 난 집으루 들이닥친단 말야? 더구나 그 집서

송장이 나와봐. 신복동이놈만 기승이 나는 게지.”

“어이, 무거워.”

우대용이가 덕이의 송장을 다른쪽으로 바꿔 메면서 투덜대자, 총대 선인이 말했다.

“이 사람아, 기운깨나 쓴다면서 사람 한 몸이 무겁단 말야?”

“내 손에 죽은 놈이니 기분이 나빠 그렇지.”

그들은 갯가를 따라 걸어갔다. 뱃사람 일행이 포구로 나가는데, 주막 앞에서 서성대던 노

파와 마주쳤다. 주모가 겁도 없이 냉큼 나섰다.

“어찌들 됐수, 그놈을 잡은 게유?”

“떠들지 말어. 나중에 관에서 조사 나와두 모른 체하란 말이야. 입 잘못 놀렸다간 용댕이

서 장사 다 해먹는 줄 알라구.”

“아니 이이들이 내가 뭐랬다구 이렇게 살기각 등등해서 겁을 주구 야단인감.”

주모는 뒤처져 가는 우대용이가 메고 있는 송장을 보자,

“에그머니나!”

하며 주저앉았다. 우대용이 걸음을 멈추고 번들거리는 눈으로 돌아다보자 주모는 턱을 떨

며 주막 쪽으로 달아났다. 노파가 사립문을 열고 들어서자 마당 한쪽에 칼을 빼어들고 숨어

있던 막개가 마주 나오며 물었다.

“잡혔습디까?”

주모는 숨을 한참이나 몰아쉬고 나서,

“아이그...... 말두 마우, 오줌 쌀 뻔했네. 잡힌 게 뭐야. 그 우서방이 둘러멘 게 틀림없이

송장이더라니까.”

“지금 어디루 갔수?”

“몰라요. 아마 저희 어계방으루 갔거나, 배루 갔겠지.”

막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이 척척 맞아떨어지는군. 할멈, 여게 포도군관이 나와 있는 데가 어디유?”

“이 용댕잇개에서 한참 올라가면 관선이 대이는 선창이 있지요. 게서 털벙거지 몇사람

본 듯하우.”

막개는 주막을 나서려다 말고, 돌아서서 허리에 감았던 나머지 돈꿰미를 풀었다. 막개는

뒷일을 위해 주모에게 입막음을 해놓고서 밖으로 뛰어나갔다. 멀리 계방 쪽의 불빛이 반짝

이고 있었다. 그는 멀찌감치 돌아서 관선이 대이는 해창 쪽으로 뛰었다. 해창거리 초입에서

막개는 역시 순라꾼을 만날 수가 있었다.

“누구야?”

“예, 여기 포교나리가 어디 계십니까?”

“무슨 일이오?”

“살인이 났소.”

“살인이라구......?”

하더니 순라가 앞장서서 뛰어갔다. 길 밖으루 툇마루가 달린 수군청 앞에서 그가 어느 방

문을 벌컥 열고 소리쳤다.

“나리, 일어나우.”

“뭐야......”

“살인 났답니다.”

안에서 부시럭대는 소리가 들리더니, 포졸 세 사람과 포교가 뛰쳐나왔다. 포교는 어둠에

익지 않았는지 두리번대며 물었다.

“누군가...... 그자가.”

“예, 소인입니다.”

“어디야?”

“용댕잇개 계방이랍니다. 저두 지나가다 얼핏 봤는데, 뱃사람들이 시체를 떠매구 그리루

갔습니다.”

곁에 섰던 포졸이 말했다.

“임유학네 패거리 아닐까요?”

“그렇겠군.”

“나리 저 좀 봅시다.”

포졸이 포교를 끌고 비켜가서 얘기를 했다.

“임대인 댁 사람들이라면, 나중에 우리 입장이 곤란합니다. 사실 우리네가 그 댁이 없으

면 어찌 밥술이나 먹겠습니까요. 허고...... 우리도 이런 때 슬쩍 눈감았다가 나중에 은근히

비쳐보시면 돈냥깨나 쏟아져 나올 듯합니다.”

“글쎄 나두 그런 생각이지만, 저기 목도한 놈이 있으니 뒤가 께름하구나.”

“분명 여기 놈이 아닐 거올시다. 미적미적하다가 나중에 조사해보고 나서 오히려 허위로

고했다면 으름장을 놓으면, 잠잠히 예서 떠나겠지요.”

그들이 이렇게 수군거리며 청을 떠나지 않으니, 현장 포착을 원하는 막개는 자연 애가 달

았다. 그가 참지 못해 포교의 소매를 부여잡았다.

“아니 어쩌시려오. 살인한 당들이 물중을 없애는 걸 기다리는 게요?”

“이거 놓아라. 너는 어디서 온 놈이냐?”

“허 보자 보자 했더니...... 내는 주내방, 신생원 어른의 수하 사람이오. 부장두 잘 알고,

형리 어른두 잘 아우. 감사께 이 관내 일을 소상히 여쭐 수도 있소이다.”

“에...... 그러시우?”

“빨리가서, 현장을 덮치지 못할 때엔, 내 가만있지는 않으리다.”

당황한 포교가 그제서야 동작이 빨라지면서 뛰기 시작한 막개의 곁을 따랐다.

“실은 허위 고자가 많아서요. 또한 우리두 여기서는 진장나리께 일일이 고해야 하니 어

려운 점이 많습니다.”

“좌우간 빨리 가십시다.”

그들은 계방 쪽을 향해서 뛰어갔다. 계방 주위에는 이미 횃불이 모두 꺼졌고 그들의 등뒤

에 새벽빛이 부옇게 밝아와 바다가 훨씬 선명해져 있었다.

“저쪽입니다.”

포졸이 배가 닿는 선창 쪽을 가리켰다. 검은 그림자들이 부산을 떨며 돛을 올리려는 중이

었다. 막개가 포교를 잡아 세웠다.

“잠깐, 내 말 좀 들으시우. 저놈들이 내 얼굴을 알고 있으니, 혹시 번거로울까 해서 그러

우. 가서 살인자 한 놈만 잡아 감영에서 압송 나올 때까지 잡아두시오. 내 지금 돌아갈 테니

까......”

포교가 처음보다는 훨씬 고분고분한 태도로 물었다.

“염려 마시오. 헌데, 죽은 자가 누구요?”

“우리 신씨 여각의 차인 행수로 있는 사람이외다. 빨리 가서 잡으시우.”

막개는 그들이 선창 쪽으로 달려 내려가는 모양을 확인하고서 돌아섰다. 일이 이렇게 척

척 맞아떨어졌으니, 이제는 용댕이에서 어물거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포졸들은 선창으로 우르르 몰려갔는데, 뱃사람들은 벌써 닻을 감아 올리는 중이었다. 포졸

하나가 달려가서 닻줄을 마주 잡았고, 포교는 환도를 썩 빼어들고 소리쳤다.

“모두 배에서 내려라.”

뱃전에 섰던 자가 할 바를 모르고 섰을 때, 포졸 두엇이 날렵하게 뛰어올라가 육모방망이

를 흔들면서 그들을 내몰았다. 막 떠나려던 배가 대어졌고, 내려진 널판자로 포교가 올라갔

다. 선인 행수와 우대용이는 선미 쪽에 선 채로 배에 남아 있었다. 포교가 뭍에 남은 포졸에

게,

“한 놈도 달아나지 못하게 묶어놓아라.”

이르고 나서 배에 오른 포졸에게 명했다.

“배 안을 샅샅이 뒤져봐.”

“대체 뭣 땜에 이러시오?”

행수 선인이 별로 자신없이 물었다. 우대용이는 여차직하면 바닷물에 뛰어들 자세로 고물

께에 바짝 붙어 서 있었는데, 포교가 다가서더니 다짜고짜로 환도의 끝을 등뒤에 대면서 앞

으로 내몰았다.

"배에서 내려"

"왜 그러냐니까요?"

"몰라서 묻는가?"

"그 양반, 참 야속하게 구는구려. 우리가 평소에 섭섭히 해드린 적이 없는데 이게 웬 난

리요."

포졸들이 이물에서부터 차례로 뒤지다가 선복 아래로 내려가 화물이 쌓인 창고를 뒤지고

나서 올라왔다.

"아무것두 없습니다."

"뭐요. 혹시 당화라두 있는가 해서 그러시우. 우리가 실은 건 미곡과 객주에서 거둬들인

잡화밖엔 없수."

포교는 대꾸하지 않고, 발끝으로 멍에 아래 덮은 판자를 들었다. 무엇인가 삐죽이 솟아나

와 있는데, 마대 자루였다. 포교가 칼을 두 사람의 등판에 겨누고 자기는 한눈팔지 않고 포

졸들에게 지시했다.

"멍에 널판을 들쳐봐라."

포졸 하나가 엎드리며 판자를 들치는데, 우대용이가 그를 발길로 차내면서 뱃전을 건너뛰

었다. 앞으로 쫓으려는 포교를 행수 선인이 밀치면서 함께 넘어졌다. 포교는 넘어지면서 외

쳤다.

"투승 던졋!"

대용은 널판자를 후닥닥 뛰어내려갈 때, 이물 쪽에서 내달은 포졸이 오라를 펼쳐 던졌다.

원을 그리며 날아간 붉은 줄이 대용의 상체를 둘러씌웠고, 포졸이 익숙한 솜씨로 잡아챘다.

조여든 오랏줄은 대용의 목을 졸라맸고, 그는 널판자 위에서 보기 좋게 나가떨어지며 물속

에 텀벙 빠졌다. 포졸이 이를 악물고 줄을 당겼다. 포교가 행수 선인을 밀어젖히며 일어났

다. 넘어졌던 포졸은 달려가 줄 잡은 동료와 합세했고 다른 포졸은 육모방망이로 행수 선인

에게 실컷 홍두깨 모시기를 해주었다. 포교가 뱃전으로 상체를 기울여 물 밑을 내려보았다,

"놈이 배 밑바닥에 붙어 있다. 사정 주지 말고 당겨라."

대용이는 줄 끊을 시간을 벌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버둥거렸으나, 물속이니 힘을 쓸 수가

없었다. 더구나 목에 꽉 죄어든 명주 밧줄은 거의 그의 숨통을 끊어놓을 정도였다. 그가 물

위로 펄쩍 솟았고, 포졸들은 개 잡듯이 그를 끌어올렸다. 이미 뻣뻣해진 우대용이를 끌어내

어 목에서 줄을 끄르고, 대신 팔을 뒤로 돌리고 팔꿈치 사이에 나무를 끼우고 상투와 두 팔

과 나무를 한데 묶는 곱사배기로 모셨다. 그런 뒤에야 대용은 숨통이 뚫렸는지 긴 숨을 토

해냈다. 포교가 그를 정면에서 바라보며 조용하고 위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이실직고하여라, 네놈이 주내방 신씨 여각의 차인을 죽였지?"

대용은 상투가 뒤로 젖혀 매어져 있으므로 고개를 들어 위를 향한채 눈알만 간신히 아래

로 치뜨고 대답했다.

"언놈인지는 모르나, 우리 주인 어른을 반죽음시켜놓고 도망가는 자를 몇차례 패주었소."

"얘들아, 그 판자에서 마대를 끌어올려라."

포졸들이 멍에 판자를 들추고 마대 자루를 끄집어냈다. 자루를 찢고 들여다본 포졸이 말

했다.

"송장입니다."

그는 시체에서 피가 묻은 자기 손을 흔들어 보였다.

"네가 죽였지?"

"그리된 모양이우."

우대용이를 뭍으로 끌어내자 행수 선인이 맞은 어깨며 다리를 주무르는 시늉으로 다가와

포교에게 호소했다.

"에이 여보 나리, 이럴 수가 있습니까? 철마다 어욕이며 쌀섬에 술까지 내리시는 우리 대

인의 은덕이 기신데...... 우릴 이리도 괄시하기요?"

포교는 뭍에 올랐던 사람들을 풀어주라 이르고 나서 처음과는 딴판인 얼굴로 오히려 행수

선인에게 사정했다.

"나두 어쩔 수가 없네그려. 살인이란 조정에까지 장계가 오르는 중죄인데, 어찌 적경을 받

고 나서 모른 체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게 누구요? 적경을 고한 자가....."

"발설하기 난처하네."

"주막집 할멈입디까?"

"아닐세, 좌우간 모조리 살인죄로 얽지 않는 것을 평시의 의리루 생각해주게나, 우린 대용

이만 넘길 테니까, 그러구..... 시체는 갯가에서 건졌다 하겠으니 어서 배를 몰구 행상이나 다

녀오지. 돌아올 때쯤엔 아마 잠잠해져 있을 거야."

포교의 자세한 말이 일리는 있으되, 그냥 배를 몰고 떠나기엔 하도 억울한 것 같아서 행

수는 자연 노기를 띠었다.

"놈들이 고육지책을 쓴 게 분명합니다. 이 죽은 녀석이 주인 나리를 쇠몽치로 깨구 달아

나는 걸 우리가 잡았지요. 주막 노파가 와서 대인을 죽였다구 하길래, 모두들 살기가 등등했

었수. 죽은 놈이 입을 열리 없으나.... 모두 신복동놈이 시킨 짓일 게요. 먼저 상해한 자를 쳐

죽인 것이 그리 중죄란 말요?"

"자네들이 불리하지. 죽은 자는 임대인께 채권자가 아닌가?"

"억지 채무지요."

"어찌됐든, 소문에는 임유학 어른이 양민의 재물을 피침하였다고 짜아하데그려."

포교의 말에 의해서 모든 것이 분명해졌고, 행수 선인이 우대용이의 묶인 몸을 잡아 흔들

며 탄식했다.

"이 사람아..... 자네가 성미만 조금 느긋했던들, 이젠 꼼짝없게 되었네."

"내 걱정일랑 말고, 어서 뱃길이나 떠나."

"까짓 놈에, 이런 형편에 장사는 다 무에야."

한탄하고 섰는 행수 선인을 밀쳐내면서 포교가 은근히 속삭였다.

"기왕 망해가는 집안 장사는 뭣할라구 해.... 어서 배나 몰구 가지."

그들은 갯가에 남았고, 포졸들은 앞뒤로 대용이를 둘러싸고 해창 쪽으로 올라갔다. 포교는

포졸 하나를 감영에 통기하도록 띄웠고, 자신은 직접 대용이를 감시하며 청에 남아 있었다.

혹시나 뱃사람들이 몰려와 그를 탈취해가기라도 한다면 신생원의 현재 영향력으로 보아 자

기 목이 열 개라도 남아나지 않을 것이겠기 때문이었다. 우대용이는 이젠 곱사배기 엮음이

아니라 상좌 무반의 장군 모심으로 대접받고 있었다. 목에 나무칼을 쓰고 발에는 족쇄까지

찼는데다, 호위장도 따라붙었기 때문이었다. 민가에서 포교의 밥을 날라왔다. 겸상이었는데,

그것은 물론 안면이 있다는 포교의 호의에서였다. 포교가 수저를 들며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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