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산이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기다렸다가, 아무 기척이 없는 것을 알고는 상대편이 방법을
바꾸었음을 알았다. 길산은 칼을 위로 곧추세운채 하늘을 향하고 누워 있었다. 땅에 가까우
니 인기척을 느끼기에는 가장 좋은 자세였고 몸을 솟구칠 때에도 다리만 한번 펄쩍이면 곧
방어와 공격을 겸할 수가 있었다. 갑송이네들은 무사히 여울목을 건넜으니 지금쯤은 석장승
고개를 넘고 있을지도 몰랐다. 감영이 발칵 뒤집혔는데 재인말은 어찌될 것인가. 그는 어느
결엔가 묘옥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의 가슴에 새겨 넣어준 연비 자국이 떠올랐다. 당분간
재인말의 어느 누구도 만날 수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해주로 들어오기 전에
봉고개 마루턱에 있다는 어머님의 돌무덤에 가보지 못한 것이 못내 후회스러웠다. 그는 만
일에 자기가 이 살여울엣 무사히 몸을 빼쳐 달아나게 된다면 동쪽으로 길을 잡아 북관을 향
할 작정이었다. 아니면 낮에는 숨고 밤에만 산길을 타고 재인말에 은밀히 들렀다가 구월산
의 감동이에게 몸을 의탁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길산은 아직 세상도 모르고, 사내
가 해야 할 일에 대한 깨달음도 전혀 없이 고작 세상을 등지고 도적질이나 하면서 살아가기
는 싫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박대근이의 넓은 포부와 도량을 존경하였고, 심지어 노릇을 하
던 아잇적에는 머릿광대가 그의 원이더니, 박대근이를 알고 나서는 자신의 신분을 뛰어넘도
록 하는 어떤 신념이 생겨났던 것이었다.. 그는 동쪽을 염두에 두었고, 지금쯤은 살여울의
물살이 거세어져 남하할 길이 완전히 막혔음을 알았다. 잡혀서는 안된다. 그는 칼을 곧추세
운 채로 위로 달려들지도 모르는 상대편의 움직임을 기다렸다.
왼쪽으로 인기척이 들렸다. 길산은 꼼짝도 않고 누워서 적이 다가오는 데로 칼을 향했다.
그의 팔을 뻗으면 닿을 수 있는 곳에서 갈대가 흔들렸다. 그가 몸을 굴릴 적에 상대편도 알
아채고는 상반신을 훌쩍 일으키려는 찰나에, 나무를 뛰어오르는 살쾡이처럼 아래에서 위로
칼을 쑤시면서 상대편의 무릎 아래에 찰싹 달라붙었다. 칼날이 꽂혀진 상대가 길게 부르짖
으며 길산의 어깨 위로 늘어지는데, 그는 벌떡 일어나면서 칼을 뽑고는 잽싸게 갈대숲을 뛰
었다. 부르짖음과 갈대 흩어지는 소리를 들은 막개가 방향을 잡고 그를 쫓았다. 길산이 움직
이면 막개도 움직였고 그가 잠잠하면 막개는 절대로 먼저 움직이지 않고 끈기있게 기다렸
다. 날이 새어 불리한 것은 길산이 쪽이었기 때문이었다.
길산은 갈대 사이에서 일어났다. 댓 발짝 앞에서 우뚝 일어서는 상대편의 몸이 보였다. 길
산은 적의 환도를 대적하기 위해서 단검을 역으로 쥐었다. 막개는 산시우 자세의 첫 동작으
로 칼을 제 가슴 앞에 수평으로 겨누었다가 천천히 돌았다.
"이야......!"
진전살적의 자세로 칼을 아래로 후펴치면서 삼진을 거듭 두 곱으로 뛰면서 즉시로 멈추고
돌아서서 곧장 찔러 들어왔다.
후려쳐 벨 때 흩어진 갈대잎들이 허공에서 날아 내려왔다. 길산은 칼날을 받아치지 않고
서 몸을 비틀어 피했고, 상대가 돌아서며 찌른 역습에는 양각으로 무릎을 꿇으면서 머리 위
로 칼날이 자나가도록 하였다.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막개가 호흡을 고르면서 다리 아래 갈대들 사이로 칼을 내려뜨려
감추고 몇각인가 기다렸다.
길산은 단검 쥔 손을 머리 위로 쳐들고 다른 한 손은 수도로 써 제 시선 정면에 펼쳐 적
을 가늠했다. 바람소리와 숨 고르는 소리만이 들렸다.
둘이 한꺼번에 동시에 달려들었다. 갈대가 좌우로 어지럽게 갈라진다. 막개의 칼이 길산의
허리를 향해 날아드는데 길산은 단검으로 비스듬히 받아내면서 떨어져 물러나지 않으니 그
대로 둘의 몸이 밀착되었다. 칼날이 엇갈리는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렸다. 베어진 갈대잎이
그들의 흩어진 머리 위에 수북이 내려앉는다.
길산이 도봉으로 권을 바꾸면서 막개의 목을 쳐내자, 막개는 팔굽으로 맞받았고 다시 길
산이 쇄골 처넣기로 재차 공격하자, 막개는 수도를 쳐들어 머리 위로 막으면서 발을 차올려
길산의 사타구니를 공격했다. 길산이 무릎을 꺾어 상대의 발을 맞받는다. 길산의 주먹이 막
개의 비장급소를 노리고 옆구리에 처박히자 막개는 숨을 헉 들이마시면서 넘어졌다. 길산은
틈을 주지 않고 단검으로 찌르고 들어갔고 막개도 넘어진 채로 두 발을 들어 돌려차기로 길
산의 하체를 퉁겨냈다.
막개와 길산이 나가떨어졌다가 동시에 일어서는데, 길산의 배후로 돌아온 꺽돌이가 쇠뭉
치로 길산의 머리통을 후려갈기며 뛰쳐나왔다. 길산이 상체를 휘청 숙여 뒷걸음치면서 거꾸
로 쥐고 있던 단검을 수직으로 휙 돌리면서 내리그었다. 배에서 가슴으로 베어진 꺽돌이가
제 공격하던 힘에 못 이겨 앞으로 내쳐 기우뚱하는 것을, 길산의 중지일지권이 창끝같이 날
카롭게 꺽돌의 뒤통수 대구를 강타했다. 넘어지는 꺽돌이에 이어서 막개가 검을 호미로 뒷
전에 꼬리처럼 끌고서 달려들어 제 몸으로부터 바깥쪽으로 회전시키며 할퀴듯 싹 그어내렸
다. 바람 가르는 소리만 들렸을 뿐 칼날이 부딪치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헤어졌을 때, 길산은 왼쪽 겨드랑이가 따가워서 손을 대어보는데 축축한 피가 옷을 적시고
있었다. 막개는 가슴에서 배로 일직선으로 베어져 옷이 좌우로 찢어져 있었으며 바지는 처
음 칼날이 닿았던 가슴의 깊은 상처에서 흐른 피로 젖어갔다. 동녘에는 부옇게 새벽의 전조
가 번져오고 있었다. 강변에서 물새들이 지절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들은 칼날을 늘어뜨리
고 헐떡이며 서 있었다. 막개가 먼저 재빨리 허리를 굽혀 갈대 사이로 몸을 감췄고 숲을 헤
치는 소리가 들렸다. 길산이도 갈대 속에 몸을 숨기면서 위치를 바꾸고 허리를 낮춘 자세로
기다렸다. 막개의 남은 부하들과 포졸들이 그들이 싸우던 장소를 포착하여 양쪽으로 그물처
럼 숲을 싸고 있었다. 길산은 덫에 걸린 맹수처럼 배를 벌떡이며 숲 사이에 몸을 감추고 있
었다. 정면에서 풀 끝이 갈라지고 있는 게 보였다. 길산이 무릎을 숙였는가 했다가 퉁겨 일
어나며 몸을 날려 갈대의 키를 넘어 뛰쳐올랐다.
길산의 솟구쳐오른 몸은 이미 상체가 앞으로 나가 있었고, 곧추세운 단검은 백사농풍으로
마치 독사의 딱 벌린 아가리 위로 솟아나온 이빨처럼 곤두서 있었다.
막개가 몸을 피하려고 발을 뗐으나 이미 먼저 움직인 자의 공격인지라 등을 깊숙이 찔리
면서 길산과 함께 나뒹굴었다. 길산이 단검을 뽑아내어 다시 공격하려 들자 막개는 환도를
간신히 쳐들고 앉은걸음으로 바삐 뭉개어 몸을 빼쳤다. 길산은 적을 버리고 갈대숲을 뛰었
다.
그가 갈대를 헤치고 움직이는 곳을 따라서 총 놓은 소리와 함께 탄환이 몇방 날아왔다.
감영 군사들은 곧잘 호랑이사냥에 동원되었었고 지친 맹수를 몰아나가는 법을 잘 알고 있었
다. 즉 포위를 든든히 하고서 맹수가 나오면 물러서고 들어가면 다시 다가들며 둘러싼 거리
를 유지하는 것이었다. 주위가 희끄무레하게 밝아졌으나 사방은 아직도 짙은 안개 속이었다.
길산은 그제사 자기가 갈대숲 속에서 싸우는 동안에 위치가 발각되고 완전히 포위되어 있음
을 알았다. 그는 목이 바싹 탔고 입술을 꺼칠하게 말라붙었으며, 어느 쪽을 향해야 될지 분
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때에 연기 냄새가 나는 듯하더니 바자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더운 불길이 주위에 솟았
다. 포졸들이 맞불을 놓아버린 것이다. 줄기차게 불어대는 서북풍을 타고 불길이 재빠르게
번져왔다. 연기가 가득 찼다. 마른 갈대 타들어오는 소리는 마치 거대한 짐승의 침착한 발자
국처럼 다가왔다. 길산이는 입을 틀어막고 기침을 터뜨렸다.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열기 때
문에 온몸이 쓰라렸다.
그는 남쪽을 얼핏 생각해냈다. 살여울을 향하여 뛰자. 물에 뛰어들어 급류를 타면 혹시 잡
히지 않고 살아남을지도 몰랐다. 그는 남쪽을 알아내려고 애썼다. 그러나 사방은 벌써 키가
넘는 불의 혀가 벽처럼 일어나 너울거리고 있었다.
길산은 아랫배에 힘을 주어 호흡을 끊고 불을 향해 뛰었다. 불속을 지날 때에, 그는 전신
에 큰 몽둥이의 타격을 맞은 것처럼 아뜩하면서 의식을 잃었다.
그가 불탄 자리에 떨어져 뒹굴자마자 벌떼처럼 달려든 포졸들의 병장기가 온몸에 겨누어
졌다. 머리는 누렇게 그슬렸고 온몸은 칼자국과 갈대에 긁힌 상처투성이였으며, 타버린 재
위에 뒹굴어 검은 그을음에 더러워진 길산의 가슴 위로는 창검의 끝이 내이누르고 있었다.
길산은 차차 정신이 들어 눈을 떴다. 그는 땅에 편안히 누워서 써늘한 바람을 몇번이나 깊
숙이 들이마셨다.
"묶어라......"
들여다보고 섰던 별장이 지시했다. 길산은 손을 뒤로 묶이고, 팔꿈치 안으로 긴 막대기를
끼워서 두 다리 사이에 겨우 간격을 떼어 매어진 줄에 겹겹이 묶였다. 줄 끝을 쥔 자가 조
금만 힘을 써서 당겨도 나뒹굴 형편이었다. 포졸들은 죽을 꺽돌이의 그을린 시체와 거의 반
주검이 된 막개를 끌어냈고, 부상자들을 수습하였다.
"물 좀 주오."
끌려 일어난 길산이가 말했고 별장은 그를 마주 바라보더니,
"나루에 가서 술 한잔 사주마." 라고 대꾸하였다. 자고이래로 상대가 대적일 때에는 예우
하여주는 것이 관의 습관인즉, 별장은 길산이 밤새껏 갈대숲 속에서 치러낸 싸움에 은근히
놀라고 있었다. 그들은 지쳐버린 길산이를 앞뒤로 둘러싸고 대오를 정비하여 우름내나루로
내려갔다.
날이 훤하여 길산을 체포한 감영 군졸의 무리가 나루에 당도하여보니, 이미 형방 비장이
몸소 나와서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장은 험상한 몰골로 끌려오는 길산의 숙인 턱을 채
찍 끝으로 쳐들어보고 나서 말했다.
"네가 화저패의 일당이냐?"
"아니오."
길산은 뚜릿뚜릿한 눈알을 부라리고 대답하였다.
"흠, 그놈 목자 한번 불량하고나. 네 이놈, 대살을 면치 못할 죄를 지은 놈이 눈을 부라리
면 어찌하겠는가. 네놈의 일당들은 모두 어디로 달아났느냐?"
"모르오, 나는 본래 연희나 팔구 다니는 광대이지 화적패가 아니우. 저자의 소악 패거리들
이 침학하는고로 분김에 싸움을 벌인 것이 커졌을 뿐이외다."
비장이 별장에게 물었다.
"장교, 상한 군졸이 없는가?"
"예, 군졸 두엇이 부상했고, 신생원 댁 장정이 셋이나 죽고 다쳤습니다."
"보아라, 네 모가지 하나로는 아예 큰 죄를 감당하기 어렵겠다. 여봐라. 즉시 감영으루 압
송하여라."
길산이 다리를 뻣뻣하게 버티면서 말했다.
"당장에 장살을 당하여도 여한이 없사오나, 왈짜의 협기를 빌어 한 말씀 여쭙시다."
"허 그놈 맹랑한 놈이로다! 왈짜의 협기라니...... 까짓 짜른 칼이나 쓴다고 네놈두 협기를
찾느냐. 허나 곧 효수당할 몸이니 가긍히 여겨서 듣겠다. 말해보아라."
길산이 껄껄 웃어젖혔다.
"과연 명관이시오. 하옥으로 내쳐져 죽기 전에 기회는 지금 단 한번이니......술이나 양껏
먹구 싶소이다."
"좋다. 내게 그러한 궁량이 전혀 없는 바는 아니지만, 세상이 아다시피 소리의 녹이 작아
네게 술을 살 형편이 못 된다. 돈이 있다면 사먹는 것은 허락하겠다."
비장쯤이라면 제법 한량을 자처하던 자들이고 왈짜의 예를 모른 양 할 수는 없고 보매 형
방 비장은 길산의 청탁을 받아들였다. 그는 곧 길산의 행전을 내어 우름내의 주막에서 돼지
고기와 술 한 동이를 내오게 하였다. 길산이 아랫도리는 차꼬에 묶이고 두 손만이 놓여나
땅에 주저앉아서 술을 마시는데, 그 짓거리가 대적 살인한 자답지 않게 기탄이 없었다.
"커어, 술맛 한번 좋구나. 사나이 평생에 고작 저자 무뢰배들 몇을 베이고 죽는 일이 부끄
럽다만, 이렇게 물 좋은 경개를 두고 술을 들게 되어 비장 나으리께 치하하겠수."
"발칙한 놈, 네 놈의 치할 받자니? 어서 서둘러 처먹어라. 감영에서는 형틀에 동헌 좌기하
고 네놈의 고기를 기다리는 중이다."
"글쎄, 어육이 될 때는 되더라도 먹는 일에 죄 따루 있답디까? 이 술은 내가 주인장이니
비장 나으리가 손이 되어 대작 좀 하십시다."
길산이 하도 맛나게 고기를 씹고 술을 마시므로 비장도 민망하여 돌아서버렸다. 길산이
술 한 동이를 거의 비울 적에 소리 한 가락을 풍류있게 후려넘긴다.
"적막강산에 술잔을 들고 나서 취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니 대장부 가는 길이 광풍 위에
낙엽이라, 미친 세월 거친 날에 배 주리고 잠 못 이뤄 하마 떠났으니 내일은 어디메냐, 슬픈
노래 긴 한숨을 동무삼아 떠돌다가, 어찌타 깨어보니 묶여 있는 몸이로다."
"술을 다 비웠느냐?"
"그리됐나 보우."
"자, 인제 일어서라."
길산이 형방 비장의 독촉으로 일어났는데 말술을 좋이 비우고도 걸음새가 흩어지질 않았
다.
"그놈 술 한번 세구나." 하며 비장이 감탄하였고, 곁에 섰던 별장이 초를 쳤다.
"날래기가 범 같습디다. 저놈 하날 잡느라루 삼십여 명이 갯가를 둘러싸구 온 밤을 세웠
소."
"내 보기에두 광대라기엔 인물이 잘났네. 죄만 없다면 내 수하 장교루 거두어 포교를 시
켰으면 맞춤이겠네."
"허기사 해주서 신생원이 상인들께 포학이 심하였고."
"좌우지간에 우리네야 사또 수족이니 그런 말 함부루 입 밖에 내지 말게."
그들이 길산을 이인교에 태워 엄히 묶어서 압송하여 성내로 들어올 때, 길가에서 구경하
는 백성들이 마치 대갓집 담장 둘러치듯 양쪽에 늘어서 있었다. 신평 사거리에서 벌거벗고
묶여 있던 신복동이가 행인들에 발견되었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그를 벌한 것이 바로 문화의
젊은 광대라는 사실도 알려져 있었다.
동헌 길청에는 감사가 친히 나와 앉았으며, 좌우편으로 형장 갖춘 집장사령들이 추상같이
벌려 서서 길산이 형틀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문이 시작되었는데 말귀가 어긋날
적마다 사정없는 매가 무릎 위에 떨어졌다.
"네 관향이 어딘고?"
"본시 천한 광대로 태어났으니 관향이 따루 있을 리 없고, 문화 재인말에서 태어나 거기
살구 있습니다."
"광대마을이라면 관에서 허락하여준 너희들 부락이냐?"
"예, 저희 선조 때에 재인청에서 윤허하여준 고장이올시다."
"호적에는 들어 있느냐?"
"유기장이 역을 지구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찌하여 너희 마음대로 제 고장을 떠나 각처를 돌아다니는고."
"윤허하여준 곳이 땅을 부칠 데가 없어 고작 조갈이나 하는 터에, 양식이 달려 부득불 걸
립을 해서 먹구 살아갑니다."
"음 그런가. 광대들의 마을 이야기는 처음 들었는데 사후 조사할 수 있도록 기록하여두라.
네가 감히 감영 관내의 양가에 침입하여 양반과 부녀를 능멸하고 가산을 탈취하였다지. 보
아하니 그놈이 화적이로구나!"
"아니올시다. 실은 신생원을 혼이나 좀 내주려고 하였소이다."
"이놈, 어찌 천민이 양반을 능멸한단 말이냐."
"양반이 그 구실을 못하고, 사람 같지 않을 때에는 관에서 다스려야 하온데 관이 방임하
니 무지한 백성이라도 어찌 참겠습니까. 신생원은 저자에서 완력으로 모리를 취하는 간상배
올시다."
"그놈 아가리를 못 놀리게 매우 치라."
"예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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