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ding Books/Reading Books

장길산 1권 (35, 完)

카지모도 2026. 3. 8. 06:12
728x90

 

나졸들이 득달같이 매를 들어 길산의 차꼬에 묶인 무릎을 때렸다. 길산은 매를 맞으며 입

술을 굳게 다물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네 일당들이 모두 몇이었더냐?"

"소인 혼자였소."

"저놈...... 거짓 소리를 하는구나. 신가의 말에 의하면 여러 놈이라는데 어느 안전이라고

그따위로 속이려느냐. 그놈이 이실직고할 때까지 태형을 멈추지 마라."

다시 뭇매가 퍼부어졌다. 국문이 계속되는 중에 앓아 누운 신복동이가 올린 자술서가 길

청에 들어왔고 길산이 더이상 발명할 길은 없게 되었다.

"네놈과 함께 신가네 규방을 침입한 자가 누구냐?"

"저자에서 사귄 사람이니 얼굴을 보면 알겠으되 이름은 모르오."

"신가네 장정 하나이 증언하기를 너희가 송화 무더리 장터에서도 행악을 저질렀을 때 함

께 있었다 한다. 이름을 대지 못하겠는가?"

"모릅니다."

"좋다. 그렇다면 너희 광대 패거리가 산다는 문화군수에 통기하여 너희 가속을 모두 잡아

들이고, 마을을 폐하여버리라 이를 터이다."

잠시 잠잠하던 길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죄를 지은 소인이 잡혔으니, 죄없는 사람이 피침되어 무얼 하겠습니까. 죽여줍시오."

"살인한 사람이 자그마치 셋이나 되는데, 육시의 형도 면키 어려우리라. 형국이 극심하여

지기 전에 어서 동범인을 이실직고하라."

감사가 손짓하니 인두를 꽂아넣은 오동 화로가 나왔다. 형리가 길산의 저고리를 등뒤로부

터 부욱 찢어내렸다.

"공연히 신고하지 말고, 샅샅이 아뢰어라."

옆에서 집장사령이 인두를 뽑아들며 말했고, 형방 비장이 외쳤다.

"네 동무를 잡노라고 너희 가속과 마을 사람들이 닥달을 받을 것이다. 광대마을은 지금

당장이라도 영을 내려 관지로 몰수할 수가 있다. 어서 아뢰지 못할까?"

길산이 고개를 떨구고 한동안 생각하다가,

"이갑송이라구 소인과 같은 광대요."

"이갑송...... 광대란 말이지? 그래 이갑송이와 양반가를 내전 돌입하여 무엇을 강탈하였는

가?"

"아무것두 훔치지 않았소. 다만 신가를 홑청을 씌워 떠메구 나왔을 뿐이며 곤장 삼십 도

를 때렸소이다."

"무엇 때문에 곤장을 때렸는가?"

"간상 무뢰배를 많은 저자 사람들을 대신하여 벌하려 하였소이다."

"억울한 일이 있으면 관가에 와서 고할 것이지, 어찌 흉악한 무리를 지어 사람을 치는

가?"

"신생원이 감영에서 비호를 받는다는 사실을 온 세상이 다 알구 있소이다."

"저...... 저런 무도한 도적놈이! 뭣들 하느냐."

감사의 노성이 터지자마자 붉게 달구어진 인두가 길산의 등을 지져댄다. 살 타는 냄새가

고약했고 이 사이로 새어나오는 길산의 음울한 신음소리가 터졌다. 다시 국문이 계속되었다.

"너희 광대 패거리들은 신평골 너머서 모두 잡혔다. 너와 이갑송이가 일을 저질렀고, 어울

린 장사치들이 있었다는데, 송상 차인패가 아니냐."

"연희 내려올 제 도중에서 사귄 사람들이오."

"그들은 너희와 공모하지 않았단 말이지."

"다만 길동무로 같이 왔을 뿐이외다."

감사가 지시했다.

"이갑송이의 얼굴을 기억하는 자를 화공에게 붙여 화상을 꼼꼼히 그리게 하여 각 고을로

돌리도록 하라. 또한 송도유수에 통기하여 송상 차인배들 중에 어느 임방 놈들인가를 탐문

하게 하여라."

길산을 사형수로 하여 삼문 밖으로 내쳤다가 한양에 올리는 장계가 떨어진 다음에 주내방

사거리 저자에서 목을 쳐서 죽인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길산의 목숨은 이제 겨우 달포 남짓

남아 있는 셈이었다. 의식이 까무룩해진 길산의 늘어진 다리와 목에 차꼬와 나무칼이 씌워

져 하옥되었다.

 

-1권 끝-

'Reading Books > Reading Books'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길산 2권 (2)  (1) 2026.03.11
장길산 2권 (1)  (0) 2026.03.10
장길산 1권 (34)  (0) 2026.03.07
장길산 1권 (33)  (0) 2026.03.06
장길산 1권 (32)  (0) 2026.03.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