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경이 재촉하자, 아까 그 노인이 나서더니 말하였다.
"따르겠습니다. 그러나 환자들에게는 간호할 식구나 남도록 해주시오."
"안되오. 성한 사람들은 모두 마을을 나와서 꽃재 위에 모이고 환자들은 우리가 집 하나를 정하여 따로 모아두겠소. 그리고 버린 시체는 당신네들 중에 몇이 나서서 화장하고, 집들은 그런 일이 모두 끝난 다음에 우리가 태워버릴 테요. 구호곡은 우리두 낼 터이오만, 관가에 진정하여 구휼토록 하겠소."
하고 나서 최헌경이 정학 형제를 불러 마을의 성한 사람들을 모아 꽃재로 데려가도록 지시
하였다. 그들은 한밤중이 되서야 간단한 짐을 꾸려가지고 나왔는데, 반수 정도만이 마을의
공의의 겨우 따른 눈치였다. 그러니 나머지는 제 집에 눌러 있거나, 환자와 더불어 떠나지
않을 뜻을 고수하는 모양이었다. 따라 나선 사람들 중에도 아낙네들은 서로의 딱한 사정을
호소하였다. 그들이 정학 형제와 몇사람을 따라서 꽃재로 오른 뒤에 어계 사람들은 집뒤짐
을 시작하였다. 두셋씩 짝이 되어 집을 뒤지는데 길산이도 최헌경과 더불어 한 집에 들어가
게 되었다. 입에는 수건을 두르고 횃불을 들고서 싸리문을 밀치고 들어가니 주인 되는 남자
가 마루에 큰대자로 넘어져 있었고, 계집아이 둘과 사내아이가 토방에 나란히 누웠는데, 아
낙네는 앓는 아이를 안고서 소리를 죽여 울고 있었다.
"모두 끌어내세!"
최헌경이 말하였으나 그들은 서로 선뜻 나서지를 못하였다. 주인 사내는 목을 간신히 쳐
들고 그들을 바라보았다.
"여보 너무 그러지들 마우. 아무리 꽃재말이지만 같은 백성들 아니우."
"병이 퍼지면 온 고성 마을이 결딴날 판인데 우리 원망 말게." 주인 사내는 일어나 앉아 울먹이면서 항의하였다.
"당신들이 관원이요? 나졸이라두 이리 심하진 않을 게요."
"관에서 방치하니 할 수 없이 우리가 나선 게야. 우리 어계가 고성에서는 유일하니 이건
향법이여!"
아이들이 말다툼 소리에 놀라 깨어서 울고 그 어미까지 통곡을 하였다.
"아이고오, 이 어린 것이 무슨 죄가 있다구 버리구 가란 말유. 난 내 집에서 병들어 죽을
테요. 내 집에서 내가 죽는단데 웬 참견들이어요."
최헌경과 다른 사람이 아이를 빼앗아 밀어놓고 아낙네를 끌어내는데 아이들이 울면서 기
어 붙으니 좀체로 손을 쓸 수가 없었고, 길산이는 비틀거리는 주인 사내의 허리를 깍지 껴
서 쳐들어 집 밖으로 몰아냈다.
"에잇 빨리 불을 붙여버리게."
최헌경이 아낙네를 끌어내며 소리치자 장정이 횃불을 초가에 당겨버렸다. 연기를 올리며
지붕은 타들어가기 시작하였고, 제 집이 타는 꼴을 본 주인이 쇠잔한 기력을 다하여 돌을
싸쥐고 덤벼드는 것을 길산은 하는 수 없이 한 주먹에 때려 뉘었다. 실신한 가장 옆에 모인
식구들이 악머구리 끓듯 울어대는 사이로 그들은 앓는 아이를 안고 빠져나갔다. 사방에서
화염이 오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 가운데 격리되기를 원하였던 자들을 동원하여 환자들을
한 집에다 운반하여 모아두게 하고서는 그들은 계속하여 집뒤짐을 하고 불을 질러나갔다.
한두 집에서는 그래도 인정이 발동하였으나 서너 집을 거치게 되니 자연히 정이 마르게 되
어, 우선 불을 질러놓고 가족들이 다급하여 뛰쳐나오게끔 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병
자의 식구들과 충돌도 일게 되어 어계 사람 하나가 돌에 맞아 상하자, 상대를 몽둥이로 타
살하게 되는 불상사까지 일어났다. 길산과 헌경이 어느 집엘 들어가니 다른 가족은 모두 피
하였건만, 노파가 죽은 노인의 시신을 지키고 앉아 있었다. 방금 숨을 거둔 모양이었다. 온
얼굴에 반점이 돋아나 있었고 열에 떴던 안색은 옹기처럼 탔는데 백태가 잔뜩 낀 입이 흉칙
하게 벌려져 있었다. 헌경이 노파를 떼어내려니 노파는 막무가내로 시신의 뻣뻣한 두 손을
잡고 놓지를 않았다.
"주인을 혼자 두고 나는 못 간다. 곁에서 같이 죽을 테야. 놓아라, 이놈들아."
"살구 싶으면 어서 나오시오."
길산이 보다 못하여 노파를 번쩍 들어 마당을 지나는데, 장정은 집에 불을 질렀다. 불길은
금방 대들보와 벽을 태우더니 시체가 있던 방안에 곧 불길이 가득 찼다. 길산이 한눈을 파
는 사이에 어디서 그런 힘이 솟았는가 싶도록 재빠르게 노파는 곧장 집을 향하여 뛰더니 불
길 속에 몸을 던져버리고 만다. 길산은 불길 속으로 뛰어들 듯이 서두르는데 최헌경이 그의
소매를 잡았다.
"그만두오. 거기가 바루 극락이우."
길산은 험상궂은 시선으로 최헌경을 흘겨보다가 소매를 탁 뿌리쳤다.
"이거 놓아! 단매에 대갈통을 부숴버릴 테여."
현경이 소매를 놓으며 혀를 끌끌 차는 것이었다.
"이제 보니 마음보가 참새보다두 작구먼."
길산은 더 대꾸하기도 피로하여져서 터덜터덜 골목을 걸어나오는데, 길 양쪽에서 집들이
타느라고 열기가 후끈후끈하였다. 드디어 매운 연기로 눈을 뜰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러 그
는 발을 돌려 되돌아왔다. 사람의 나고 죽음이 어찌하여 이다지도 참혹한가. 굶주림은 고사
하고 또한 병고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혹독한 것일까?
"여보 장서방, 장서방, 나 좀 보우."
최헌경이 뒤따라오다가 멈춰 서서 길산을 부르고 있었다. 길산은 천천히 그에게로 걸어갔다.
"활인에는 인도두 있구, 권도두 있는 법이랍니다."
길산은 말없이 서 있었고, 이어서 최헌경이 그의 어깨를 짚으며 말하였다.
"남은 식구들이 몹시 험악해진 모양인데, 데리구 꽃재로 올라갈 테요? 우리는 뒷산에 버
려진 시체를 모아 화장하고 그리구 가겠소."
길산은 역시 최헌경에게 아무 대답 없이 동구 밖으로 나갔다. 먼저 와 있던 장정들이 마
을 사람들을 모아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군중 가운데서는 나직한 오열과 호곡소리가 잔잔하
게 일어나고 있었다. 길산과 댓 명의 장정들은 그들을 억지로 일으켜 세워 꽃재로 올라갔다.
꽃재 위에서는 밤새껏 마을이 타는 불빛과 연기가 내려다보였다.
날이 밝자, 폐허가 된 마을에서는 불터에서 끊임없이 흰 연기가 올랐고, 나뭇가지마다 송
장 타는 냄새로 모여든 까마귀들이 음산하게 앉아 있었다. 하늘에는 뒤이어 모여드는 까마
귀들의 무리가 점점이 떠 있었다. 최헌경은 마을 장로를 데리고 고성군수에게로 진정을 하
러 갔고, 몇몇 사람은 어계에서 당분간의 끼니를 때울 양곡을 거두러 갔으며, 나머지는 마을
사람들과 더불어 괴질이 물러갈 때까지 기거할 움을 파는 일을 도왔다. 오후가 되어 군수가
아전을 데리고 와서 먼 곳에서 마을과 이재민을 둘러보고 간 뒤에 구휼미가 몇섬 나왔는데,
무엇보다도 환자를 돌볼 의원이 문제였다. 어계 사람들은 밤새 시달리고 이제는 병에 대한
공포가 되살아나서 모두들 포구로 돌아가기를 원하였다.
"사또는 구휼미 내는 것이 아까워 더 이상 관심을 쓰려 하지 않을 게요." 최헌경은 간밤
의 일도 있고 하여 그냥 손을 털어내고 돌아가기도 개운찮은 모양이었다.
정학은 말하기를, "그러니...이런 보릿고개에 우리 같은 사람들도 간신히 농량이나마 축내
구 있는 판에 남 줄 것이 있을 리가 없지."
"어찌어찌 연명을 한다지만, 의원이 오려 하질 않으니 걱정이네. 역병을 막는다구 일을 저
질러놓았으나, 책임이 없달 수야 있겠는가."
이때에 어계 총대가 나섰다.
"내가 적당한 이를 아네. 안창 고을에 설선비라구 계신데, 의술을 깊이 아신다네."
"설선비? 그런 이가 안창에 있었던가?"
토박이인 정학이 고개를 흔들었고, 어계 총대는 다시 말하였다.
"그이는 원래 강릉분이신데, 안창이 처가라고 하데. 내 어찌 아는고허니, 우리가 송도서
상한 고기를 먹고 모두 복통이 일어나 죽을 판에, 그이가 약초를 달여 주어 마시고는 토하
고 씻은 듯이 나은 적이 있지."
"헛, 그 참 잘되었군. 자네가 가셔 모셔오게나."
모두들 걱정거리 하나가 줄어든 것 같았다. 꽃재에서는 해금강의 기암괴석들이 아침 햇빛
을 받아 바닷물에 기다란 그림자를 던지고 있는 훤히 내다보였다. 금강산의 뻗친 줄기가 붓
끝의 마지막 획처럼 동편으로 그어져서 그 끝이 고성의 금성산으로 이어졌다가 꽃재에 가서
끊기면서, 남은 힘이 바다에 돌출하였으니, 바로 해금강이었다. 죽음과 병고만이 뒤덮인 폐
허의 마을과 아침 햇볕에 찬란하게 드러난 해금강의 경치는 참으로 묘한 조화를 이루어 길
산의 피로한 심신에 이상스런 감동을 주었던 것이었다. 길산은 간밤에 동네에서 빠져나온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그들은 삭정이와 솔방울들을 그러모아 불을 지피고 아침밥을 짓고 있
었다. 죽은 사람은 불에 타고 병마가 깃든 집도 타버렸건만, 살아 있는 사람들의 생명력은
끈질긴 것이기도 하였다.
다시 어제와 같은 구휼이 시작되는 중이었다. 환자를 돌보러 내려가기를 원하는 가족들이
많이 있었으나, 최헌경은 그들 중에 서너 명을 뽑고 다시 어계 사람 둘을 보태어 하루씩 일
을 보게 하였다. 무엇보다도 의원을 부르는 일이 시급한 일이었다. 최헌경은 어계 사람들의
반수를 돌려보내면서 옷을 벗어서 빨고 개천에서 깨끗이 목욕하도록 당부하였다. 최헌경이
길산에게로 다가와서 말을 걸었다.
"어떠우...암자로 돌아가실라우?"
길산은 그때에 운부대사의 노한 얼굴을 떠올려보았다. 민생을 모르는 자가 한갓 칼재주나
손재주를 익혀서 무엇에 쓰랴. 다시 운부를 뵐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활인하는 사업이나 구경해볼라우."
퉁명스러운 길산의 대답에 최헌경은 그 엇구수한 얼굴을 온통 일그러뜨리며 껄걸 웃어대
는 것이었다.
"말로는 그럴 듯이 활인이라 하지만, 우리가 무슨 성인이우? 해를 버려두면 그 독이 우리
에게까지 미치는 일을 막아내잔 것이지."
"이런 일은 세상 공부두 되우."
"암, 그렇구말구...허나 어제 내가 일렀듯이 권도를 잊으면 송양지인이 되고 마는 법이우."
길산은 무슨 소린가 하여 의아한 눈빛으로 최헌경을 올려다보았다.
"대적이 강을 건너올 제 한번 쳐서 이길 수 있음을 간했는데도, 그것은 어진 일이 아니라
하여 적이 대오를 정비할 때까지 기다려서 싸웠다가 패망했다는 옛말이 있소이다. 인정에
맺고 끊음이 없으면 바른 인정이 아니오, 세상 사람 모두 그렇지요."
길산은 묵묵히 앉아 있었다. 그릇된 정에 치우치는 것도 실수요, 정이 고갈되어서도 안된다는 것은 참으로 큰 덕을 갖추어 행하는 자만이 알 수 있는 뜻일 것이었다. 최헌경이 비록 도방 저자의 얘기꾼으로 떠돌던 자라 하나 필시는 매우 지혜있는 자일시 분명하였다.
일찍이 운부가 아무런 내색 없이 농지 개간을 지시하였을 때는 몸으로 그 고와 충을 알라
는 말없는 가르침이었을 것이었다. 이런 환난 앞에서 자신은 침착하지 못한 광동이 되어서
공연한 칠정의 노리개가 되었다. 길산은 스스로를 깊이 반성하였다. 그러나 어찌 사람이 제
자신을 속속들이 알아채랴. 길산이 세상사에 총명한 것은 사실이어서 잘못을 뉘우침이 그리
도 빠르건만, 우직한 기가 없고 그만큼 경활하다는 것은 역시 저자에서 자라난 광대 근본의
성품이랄까. 운부가 첫눈에 길산을 몰라보았을 리가 없었을 것이다. 어계 총대는 설선비를
찾으러 떠나려는 참이었다. 어계 총대가 꽃재를 내려갈 때 길산이도 따라서 뒤쫓아갔다.
"의원 부르러 가시우?"
"예, 갯가에서 배를 내어 송도가지면 삽시간에 이르지요."
"나두 갑시다."
"그러지요. 마침 혼자 가기가 객쩍은 판인데."
길산과 총대는 그대로 꽃재의 동편으로 내려가 꽃재말의 고깃배들이 늘어서 있는 갯가로
내려갔다. 과연 우환중이던 마을이라 배들을 오랫동안 손보지 못하여 널판이나 돛대가 성한
것이 없었다. 돛을 올리고 용총줄을 고물에 친 다음에 총대가 익슥한 솜씨로 아딧줄을 틀어
쥐어 방향을 정하니, 아침 바람을 받은 배가 해금강 기슭을 헤치며 내닫기 시작하였다. 길산
은 선수의 덕판 위에 앉아서 옆으로 스쳐가는 뾰족뾰족한 바위 봉우리들을 바라보았다. 백
구가 해송 끝머리에서 바위 사이로 어지럽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해가 높직이 뜬 오정 채 못미친 시각쯤에 그들은 울모래에 닿아서 안창 고을의 설유징 유
학의 집을 찾았다. 그들이 집 앞에 이르러 삽짝 안을 들여다보니, 바깥사랑 비슷이 꺾어진
초가 마당에서 유건을 쓴 사내가 말린 갈대를 흐트러놓고 자리를 엮고 있었다. 그의 등뒤에
는 꽃무늬를 넣은 돗자리 두어 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선비치고는 얼굴이 검게 그을었고 몰
골이 구차해 보였으나, 다만 몸매가 가냘프고 눈빛에 총기가 있어 먹물이 든 것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의 아내인 듯한 아녀자가 젖먹이를 등에 업고서 나무절구에 공이질을 하고 있
었다. 처가살이가 신통치 않음을 한눈으로 알아볼 수가 있었다. 총대 사내가 머뭇거리다가
삽짝 안으로 들어서며 허리를 굽혔다.
"유학 어른 평안하십니까?"
설유학은 문득 일손을 멈추더니 바지에 묻은 검불을 털어내며 일어서서, "자네가 뉘시더
라?"
"고성포 어계 총대 되는 원가올습니다."
"오오, 자넨가? 그래 계원들 모두 무고한고?"
"예예, 염려 덕분에 모두 건강합지요. 그때 송도에서 복통 구완을 해주지 않으셨다면 모두
저승객이 될 뻔하였습죠."
설유학은 총대와 인사말을 나누면서도 그 뒷전에 섰는 키가 크고 눈이 뚜릿뚜릿한 길산을
쏘아보곤 하였다.
"그래 무슨 일인가?"
"급히 유학 어른을 뫼셨으면 합니다. 저희 고성포 꽃재말에서 괴질이 발생하여 수십 인이
병사하였습니다. 헌데 관에서는 접근을 꺼려하여 인근 동민들이 모두들 걱정하던 차에, 의논
이 정해져서 환자와 식구들을 격리시키고 마을에는 방화하여 예방을 대략 해놓았습니다. 일
을 저질러놓았는데 군내 의원은 아무도 오려 하질 않으니 속수무책이올시다. 남은 환자를
버려두었다가 역질이 창궐할까 근심거리지요."
설유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거참, 큰 우환이군. 허나 내 따위가 무슨 의술을 알아야지. 처방이나 좀 아는 걸 가지구
무슨 도움이 되겠나?"
"아유 겸양의 말씀이 지나치시오. 일찍이 저희들을 활인해내지 않으셨습니까."
"글쎄...좌우간 내게 온 손님들이니 점심에 박주나 한잔 하구 기다려보우. 나두 무턱대구 떨치구 갈 수야 있겠는가. 무슨 방처를 하구 가야지. 어디 그럼 그 괴질의 내력이나 한번 들어볼까?"
설유학은 두 사람에게 토방으로 들어갈 것을 권유하였다. 설유징의 방에는 건재 약초들이
정성껏 포장되어 그 품목이 씌어져서 천장마다 가득히 매달려 있었고, 윗목에는 침쌈지며
작두며 탕기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아랫목에는 거적을 깐 이런 방에는 어울리지도 않을 오
동나무 자줏빛 문갑이 놓였고, 구서랍 책상 위에는 지필묵과 호남간지가 펼쳐져 있었다. 그
을음이 가득 찬 등잔의 화선을 보아하니 그가 밤늦게까지 무엇인가 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
었다.
"온, 방을 아직 치우지 못해서 앉을 자리가 없구려. 거기 잠깐 섰지."
"예, 저희는 아무데나 관계없습니다요. 마당이면 어떻겠습니까." 설유징은 방바닥에 널린 한서와 종이들을 차곡차곡 챙겨서 문갑 안에 넣었다.
"과거 준비를 하십니까?"
어계 총대가 그런 방안 모습을 둘러보면서 아는 체를 하자, 설유징은 빙그레 웃었다.
"글쎄...그것보다 더욱 긴한 일이 있지. 까짓 썩어빠진 조정에 나가면 무얼 할 건가. 강릉
서 이리루 떠나올 제 그런 생각두 모두 털어버렸네."
"그럼 이 무슨...글공부를 허시우."
"음...내가 도모하는 일이 있어서 그러지. 어디 거기 씌어진 글들이 진서인가 보게나. 나는
성인의 도를 읽구 있는 게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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