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경과 정학이 주고받았다. 설유징이 술잔을 학이에게 건네주면서 말하였다.
"내 분김에 욕은 주었으나, 자네네를 해코지하려 들지 않을까 그게 걱정일세." "아닙니다.
고성서는 저희 어계를 그리 깔보지 못하지요." "아따 큰소리치기는...그야 우리끼리나 그렇
지."
최헌경이가 장담하는 정학에게 말하였고, 신이가 되받았다.
"우리 언니하구 나하구 둘이서...벌써 정수리에 쇠똥두 떨어지지 않았을 제, 진의 수군 장
교놈들을 두드려 잡았습니다. 우리가 심하게 말썽만 피우지 않으면 대개 관원이란 왈짜에게
는 너그러운 법이유."
설유징이 웃음을 머금었다.
"허긴 그럴 법하이. 그게 너그러운 것이 아니라 화근이 될까 귀찮아서일세. 내가 강릉 있
을 제도 감영진의 군문을 도끼루 뽀갠 자가 있었는데 취중이라 하여 곤장 십 도루 방면되었
네. 관이 백성들게 떳떳하면 그렇지두 않지. 오히려 어둡고 허술한 관장일수록 그런 사람들
에겐 별로히 까다롭게 하지 않네. 자네처럼 생업에 힘쓰며 양순하면 모르되 공연히 마을 사
람들게 행패나 하러 다니는 놈들도 대개는 나졸배나 비장 무리들과 한통속이지. 그러니 완
력이라두 있어야지."
최헌경이가 말하였다.
"유학 어른 이제 저희 집으로 가셔서 저녁 들고 밤새 술 먹으며 세상 이야기나 해주시지요."
"뭐 기왕에 주저앉았는데...우리 집서 푹들 주무시구 가시우." 정학은 손님들을 놓칠까 조
바심하는 것이었다. 그때에 잠잠히 앉아서 술만 마시던 길산이 불쑥 말하였다.
"나는 산에 오를랍니다."
"아니 게가 어디라구 이맘때에 오른단 말이우?"
"아무래두 걱정이네. 대사님께서 워낙 정처가 없는 분이고 보니 지금쯤 암자를 비우고 어
디론가 떠나셧을지두 모르지. 내 광동 같은 꼬락서니를 보셨으니 용서를 해줄 리가 없지."
길산이 운부암을 뛰쳐내려오던 전말을 꽃재말에서 함께 밤새우며 들었던 설유징은 말하였
다.
"그분은 자네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구 계시네. 아마 속으로는 장서방보다두 애를 태우실지
모르지."
"우리두 찾아가 뵈울라네."
최헌경이 그렇게 말하자, 설유징은 고개를 저었다.
"대사님께 여쭙고 허락하시면 가 뵙도록 하게나. 이번엔는 나하구 장서방만 올라가 뵙지.
장서방은 게서 뫼시구 몇 년을 지날지 모르지만 내게두 기연이 있어서 예전 스승님의 일도
있고 하여 꼭 뵈어야겠네."
길산이 말하였다.
"그러지요. 유학 어른과 함께 가십시다. 나두 혼자 올라가서 대죄하기두 그렇구...곁에 계
시면 좀 낫겠지요."
그들은 정학의 집에 술이 떨어지자 정신을 보내어 읍내까지 나아가 탁주를 받아오게 하였
다. 최헌경은 술이 거나해지자 계속 우스갯소리를 하여 사람들을 웃겼다. 설유징은 그들과
동석하여 차차 기탄없는 말들이 오가게 되자 몇 년 동안의 외로움이 씻은 듯이 가셔지는 것
만 같았다. 설유징은 패설에도 한몫을 거들었다. 드디어 최헌경이가, "유학 어른이 이제 보
니 학문은 안하시구 저자의 음담만 귀동냥한 모양일세."하게끔 되었는데 설유징은 그 말이
더욱 기분에 맞았던지 껄걸 웃었다.
"고린내나는 한서를 읽어 뭘 해. 나는 이제부터 이따위 유건은 쓰지 않겠네." 설유징이
흥이 났는지, 유건을 벗어서 마당으로 던져버리는 것이었다.
길산과 설유징은 함께 금강산 만폭동으로 올라갔다. 유점사 계곡의 물빛과 산색은 길산이
내려올 때와 다름이 없었건만, 길산의 발걸음은 만폭동 어귀가 가까워올수록 점점 무거워지
기만 하였다. 무슨 낯으로 운부대사를 다시 대하랴 싶었다. 운부암의 가파른 절벽 가녘을 돌
아 올라가니 토방에는 아무도 보이질 않았다. 이번에는 뒷봉 귀틀집에 가셨나 하여 암자 뒤
편의 조도를 돌아 나가니 길산이 처음에 헤쳐 일구었던 밭에는 고랑이 정연하게 패어 있었
고 뭔가 자라나고 있었다. 운부가 그 밭의 나머지를 개간했던 것이었다. 길산은 귀틀집에 들
어가보니 곡식 자루가 많이 없어져 있음을 발견하였다.
"대사님께서 출타하셨나?"
힘없는 법당으로 돌아오는 길산에게 설유징이 물었다. 길산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한번 획 나가시면 언제 돌아오실지 모르는 분이니...아무래도 나는 대사를 뫼실 놈이 아
닌가 보우."
설유징은 고개를 갸우뚱하며 손가락질을 하였다.
"헌데...저것 보게."
토방 구석에 구겨져 놓여 있는 바랑과 탁발이 눈에 띄었다. 설유징이 말하였다.
"운부의 성미를 모르긴 하여도, 승려가 먼길을 떠날 젠 저 바랑과 탁발을 지니는 법일세.
아마 인근에 출타하셨는지두 모르겠네. 너무 낙심 말어 이 사람아. 자네가 암자에 하루 이틀
기거하려구 금강산에 온 사람두 아니잖나."
"그러우...설사 운부께서 암자를 버리구 떠나셨을 리는 없겠지요." 그들은 귀틀집에서 저
녁을 지어 먹고 법당으로 되돌아와 그날 밤을 함게 지냇다. 설유징이 여러 가지 얘기 끝에,
"뒷봉을 둘러보니 매우 은밀하구 맞춤한 곳일세. 만약에 저쪽의 땅을 모두 개간해놓는다면
한 부락이 충분히 웅거할 만하더군."
길산이도 대사 말이 생각났다.
"운부대사께서 올해 안으루 저 풀밭을 모두 개간하시겠다 하셨수. 내년부터는 사람이 많
아질지두 모른다구 그러십디다."
"음, 내가 보기에두 이곳은 사람을 기를 만한 곳일세." 설유징은 운부의 궁량을 헤아려볼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밭을 개간하여 식량을 구하고, 그를 찾는 인재들을 가르쳐서 무엇인가
큰 일을 도모하려는 것이 분명하였다. 아마 병을 기르려는 뜻이 아닐까?" 백성들의 참상을
도와주는 것에서 더욱 한걸음 나아가, 이런 세상을 혁파해보려는 뜻은 아닌지. 결국 운부의
숨어 사는 연유가 이러하다면, 세상을 등지고 홀로 앉아 글이나 읽으며 세월을 보내는 자기
와는 다를 것이 분명하였다.
"어쨌든 하루가 되든 열흘이 되든 운부를 만나구 내려가겠다."라고 설유징은 중얼거렸다.
며칠 동안 그들은 함께 기거하며 뒷봉밭의 풀밭을 개간해나갔다.
일손이 서툴던 설유징도 차차 익숙해져서 보름이 지나자 두 사람의 일손은 척척 맞아 돌아
갔다. 밥을 먹으면 꿀맛이요, 밤에 토방에 와서 쓰러지면 수심걱정 없이 대번에 잠이 들어
평화로운 밤을 보내곤 하였다. 설유징의 창백하던 얼굴은 볕에 그을었고 단정하던 상투도
봉두난발이 되었다. 하루는 그들이 저녁을 늦게 지어 먹고 어둑어둑해져서야 법당으로 돌아
오니, 토방에는 희미하게 관솔불이 켜져 있었다. 길산의 가슴은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법
당에 누군가의 기척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희미한 불빛 아래 반백의 머리를 늘어뜨린 운부
의 자태가 보였다. 길산은 그대로 땅바닥에 엎드리면서 문안 인사를 올렸다.
"대사님 기간 평안하셨습니까?"
"그래 저녁 먹구 오는 길이냐?"
운부의 첫마디는 마치 엊저녁에 헤어졌다가 만난 동네 사람끼리의 말투처럼 범상하였다.
길산의 뒤에서 머뭇거리던 설유징도 함게 엎드려서 인사를 드렸다.
"인사 올립니다. 안창 사는 설유징이올시다."
운부는 그저 무심하게 끄덕일 뿐이었고, 길산에게 손짓을 하였다.
"이리루들 올라오너라. 어디 네 얘기나 좀 들어보자." 길산은 토방 위로 올라가 단정하게
무릎을 꿇고 앉았으며 설유징도 섬돌에 올라 방 덕에 비스듬히 걸터앉았다.
"그래...산을 내려간 뒤 한 달이 되어 돌아왔으니 그동안 어디서 뭘 했느냐?" 운부는 미
소를 띄우고 길산에게 다정히 물었고, 길산은 뒤통수를 긁으며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하였다.
"예...저, 고성에 나갔었습니다."
운부는 길산의 겸연쩍어하는 표정을 찬찬히 들여다보다가, "고성 나가서 좋은 일이 있었
던 모양이로다. 네 얼굴에 길기가 떠 있는 것이..."라고 중얼거렸다. 운부는 잠시 눈을 감고
묵주를 헤아리고 있더니, 설유징을 향하여 불쑥 물었다.
"그래, 고성서 이 아이와 사귄 동무냐?"
"예...저..."
하면서 설유징이 머뭇거리는데, 길산은 말하였다.
"아닙니다. 이분은 선비님이십니다. 대사님을 뵙겠다구 해서 소인과 동행했지요." 운부는
설유징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유징이 길산의 도움을 얻어 말을 넣을 틈을 잡으니, 다소
성급하여졌다.
"예전에 정선에서 대사님을 뵈온 적이 있습니다."
"정선에서?"
"예, 먼발치루 뵈었습니다."
운부가 눈을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월초선생 문하인가?"
"그렇습니다. 스승님은 저희들에게 늘 반계 선생과 대사님과 말씀을 하셨지요. 그때엔 소
백산에 계시다구 들었습니다."
"반계...그이두 이미 작고했지. 그래 월초 선생은 혹시 아직 살아 계시는 것은 아니겠지?"
"벌써 오래되었습니다. 아무도 들이려 하시질 않아서 식구들까지 그 임종을 지키지 못하였
지요."
운부는 다시 아무것도 물으려 하지 않았다. 염주를 헤아리고 앉은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미동조차 엿보이질 않았고, 손가락만이 규칙적으로 염주알을 넘기고 있었다. 길산과 설유징
은 그렇게 앉았기가 몹시 무료하였다.
"대사님...저희들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하면서 길산이 드디어 일어나려 하는데, 운부가 눈을 감은 채로 말하였다.
"그냥 앉았거라. 길산아 너는 고성에서 뭘 했느냐?
길산이는 다시 제 뒤통수를 긁었다.
"예...저...고성 꽃재말이란 데에 역병이 돌아서, 어계 사람들과 활인하는 사업을 도와주었
습니다."
"그래, 지금은 역질이 돌기를 멈추었느냐?"
"다행히 여름철이 아니라서 많이 번지지는 않았습니다." 설유징이 대신 대답하였다.
"길산이는 어찌 생각하느냐?"
운부가 물었으나, 길산은 어리둥절해서 멀뚱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꽃재말에 가서 활인을 해본즉, 무슨 생각이 나더냐?"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없는 일이 있다구 여겨졌습니다." 길산은 제가 느낀 대로 말하였건만 운부는 그때에 눈을
번쩍 뜨고 재우쳐 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느냐?"
"소인이 여기 유학 어른과 함께 밤을 새우며 간호를 했건만, 기력이 남은 자들은 병고와
싸워서 희생되었고, 쇠잔한 자는 죽었습니다. 애를 써서 살려보려고 하여도 죽는 이는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운부가 빙그레 웃음을 머금었다.
"몇 사람이나 죽었는고?"
"한 여남은 명이 치유 도중에 절명했지요."
설유징의 대답에는 아랑곳없이 운부는 계속해서 길산에게만 말을 던졌다.
"길산아, 네 일찍이 광대의 업으로 살아왔다 하니 잘 알겠구나. 빈촌에서 굶어 부황이 들
어서 죽는 자들이 어떻드냐?"
길산이 잠깐 자신이 어릴 적부터 각처를 흘러다니며, 굶주림에 시달렸던 일과 산골 곳곳
에서 목격한 기민들의 참경을 떠올려보았다.
흉년은 물론이어니와, 대풍이 들었다는 해에도 봄부터 여름까지에 노인과 아이들이 많이
죽습니다. 산에서 풀뿌리를 캐다가 그대로 절명하기도 하며, 냇가에서 붕어를 잡다가 혼절하
는 것두 보았는데, 어찌 다 말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운부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봐라, 굶주림이란 가장 혹심한 역질이니라. 지난 계묘년의 역질에 겹친 기근 때에는 수만
명이 죽었다 한다. 이것이 어찌 하늘이 내리는 재해라구 하겠느냐, 오히려 사람이 내린 재해
이다. 가렴주구의 폐해는 고쳐지지 않고서 다만 환난 때에 죽을 끓여서 구호한다며 나누어
먹이니 이것은 독약과 같은 것이니라. 오히려 죽을 얻어먹기를 바라는 백성들은 거의가 목
숨을 잃고 만다. 애초부터 주린 창자라 텅비었는데 묽은 죽이 무슨 활인을 해내겠느냐. 심사
원려라는 것은 바른 정사와 뚜렷한 제도가 쌓여야만 이루어지는 것이고, 그 근본이 엄중히
서 있지 않으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잉어가 자라는 연못에서 가물치가 함께 자라면 잉어는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 연못 모두가 가물치의 연못이 되는 것이다. 그럴 적에 한두 마리를
잡아 없앴다 하여 달라지겠느냐. 모두 남김없이 잡아내야 하느니라. 더러운 옹기를 씻지 않
고 샘물을 길어다 부으면 그 물은 더러운 물이니라. 물이 깨끗해지려면 먼저 그 담는 곳을
깨끗이 하여야만 한다. 그처럼 죽이나 끓여 먹이는 활인은 아무것두 바꾸지 못하는 법이다.
죽을 얻어 먹느라고 분주하여 밭고랑을 갈 겨를이 없게 되면, 금년에 비록 살아 남을지라도
명년의 기근을 넘길 수가 없음과 같다. 꽃재말의 재난만을 보고 흔해빠진 빈촌의 굶주림을
잊어서는 안되느니라. 그러나 역시 활인은 좋은 일이다. 제 식구를 도운 듯이 여겨야 할 것
이다. 절대루 뽐내는 마음이 있어선 안된다."
길산이 고지식하지만 순박하게 말하였다.
"헌데 담부터는 그런 일 안할랍니다."
운부는 껄걸 웃었다.
"허허, 그 녀석...농투성이가 되러 금강산에 오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루, 의원이 되려 고성
에 내려간 것은 아닐 텐데...게서두 성깔을 부렸느냐?" "진휼미가 안 나올 적에는 마음 맞
는 동무들만 있었다면 관아를 들이치구 싶었습니다. 까짓 불을 싸질러버리지요."
운부는 법당 밖의 어둠속을 내다보았다.
"이제 세상은 너무 낡아서 못쓰게 되어버렸다. 사람이 만든 것은 무엇이나 못쓰게 되고
부서지도록 인과가 정해져 있느니라."
운부는 설유징에게 말하였다.
"월초 이수는 청정한 선비였으나, 조정에 대하여 삐쳤던 분이다. 받아들여지지 못하므로
원망하는 기색이 있었다. 그러나 반계 유형원은 내가 만났던 어떤 선비보다도 높은 뜻을 가
졌던 사람이다. 대저 글 읽는 자들의 양심이란 한편으로는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이 그 원천
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허심탄회할 수가 없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자기가 내놓은 안을 통
하여 제도만을 바꾸어보자는 데에 있다. 그들이 기대는 것은 끝까지 백성이 아니라 임금이
다. 그러니 애처롭게 꺾어져 숨어서 사는 일로 그치느니라. 그대가 날 찾아온 것은 숨어서
사는 도리를 물으러 찾아온 것인가?"
설유징은 한참이나 머뭇거리다가 대답하였다.
"아니올시다. 그저...이 사람에게서 대사님의 말씀을 듣고 전에 스승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
도 생각났고, 요즈음 제 살림살이가 매우 적막합니다. 스승님 뵈옵듯이 간절하게 뵙고 싶었
을 뿐입니다."
"음, 정선에서 월초 선생을 찾아갔던 것은 부안 소식을 들어볼까 해서였지. 그때에 자네는
홍안 소년이었겠군. 물론 과거는 오래 전에 폐하였겠군." "예...강릉 살 제 이미 치웠습니
다. 스승님의 영향두 많았습니다만 그 뒤로는 집에서 농사잡록이나 한책 꾸며볼까 하여 종
묘판을 꾸미고 그런 것에 소일하구 지냅니다. 실은 이번에 고성 나와서 활인을 해보게 된
것도 틈틈이 약재를 모아두고 의서를 보아두었기 때문이올시다. 이제 남은 세월은 헛되이
보내다 죽고 싶지는 않습니다." 운부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선 상놈이 되어야 하지, 유생의 버릇이 추호라도 남아 있어선 안되어. 자네 같은 이는
상인 동무를 많이 사귀어야 하네. 백성들의 순박한 뜻을 배우지 않으면, 농사잡록이든 의술
이든 활인이든 아무 쓸모가 없네."
"대사님은 어찌 불가에 드셨습니까?"
운부는 대답을 않다가 다시 길산에게로 말을 돌렸다.
"그래...올라와서 밭은 좀 둘러보았느냐?"
"예, 유학 어른과 둘이서 한 두락을 개간해놓았습니다." "내일부터는 내가 몇가지 일러
줄 테니 그대루 시행하도록 하여라." 운부는 더 이상 입을 떼지 않고 고요히 앉아만 있었
다. 운부가 다시 입을 떼지 않으니, 두 사람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설유징도 욕심 같
아서는 밤새껏 운부대사의 말씀을 듣고 싶었으나 얘기를 할 기색이 엿보이질 않았다. 드디
어 길산과 유징은 서로 눈을 맞추고 나서 길산이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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