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봉이는 대꾸할 기운도 없어서 한참이나 사타구니를 잡고 헐떡이고 있었다. 지분덕거릴
때 몰려왔던 정기가 마치 가물 만난 보릿대처럼 새까맣게 죽어버린 것은 물론이요, 자라 모
가지가 좀처럼 빠져나오지 않듯이 사타구니 깊숙한 곳으로 잦아들어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
다. 첫봉이가 마냥 그러고 앉았기도 쑥스러워서 일어나는데, 역시 걸음이 벌려져서 여덟팔자
모양이었다. 보기 딱해진 변가가 그를 곁에서 부축하고, "여럿을 불러 모은 뒤에 그년을 치
죄하실라면 하시우."하며 위로하니 첫봉이는 더욱 맥살이 빠지는 것이었다. 어찌 남들의 앞
에 드러내어 자기의 부끄러운 봉변을 광설하랴 싶었다.
"내버려두우. 조금 있다 술이나 한잔 들어가면 낫겠지. 그보다는 고만이란 년이 아무래두
일을 잘해낼 듯싶소."
"아무렴입쇼. 그러게 내가 뭐랬소. 저 애만 잘해주면 수돌이를 수중에 잡아넣는 것은 그저
누워서 떡 먹기라니까요. 어쨌든...저년두 허 서방께 마음이 있어놓으니 이런 장난질을 했을
테지요. 오늘밤쯤에 흐드러진 일이 있을 것이니 봉변당한 것은 그때 가서 때우시우." 변가
는 연신 웃음을 실실 흘리면서 첫봉이를 달래었다.
날이 어두워지자 토굴 앞마당에 멍석이 깔리고, 산사람들에게는 과분하리만큼 떡벌어진
상이 차려졌다. 선흥이와 변가가 함께 마주보고 앉았으며, 첫봉이, 둘봉이와 변가의 졸개들,
칠성이와 개바우를 비롯한 나머지 세 명의 졸개들도 차례로 끼여 앉았다. 변가의 아내가 돼
지고기를 삶아 내왔고 떡에 산나물에 화주가 한 동이나 나왔다. 변가가 화주를 연거푸 들이
켜서 불콰해진 얼굴로 큰 소리를 질렀다.
"어이, 이제는 모두 한식구가 되었으니, 이만한 형세라면 우리두 수돌이놈께 학령을 빼앗
기지 않겠네."
칠성이와 개바우도 옆에서 장담을 하였다.
"학령이 다 뭐유. 아예 달마산이며 어루리벌을 우리 구역에 넣어야지."
"강장사님만 계시면 항우나 장비가 쳐들어와두 겁날 게 없지요."
"이 사람들아, 강장사가 아니여. 이제부터는 우리 두령님이시다." 변가가 먼저 나서서 술잔을 치켜들며 강선흥이를 추켜댔다. 선흥이는 첫봉이를 돌아다보며 말하였다.
"제기...집 떠난 지 사날 만에 적괴가 되다니."
"우리가 집이 어디 있나. 인제는 산 높고 물 좋은 데가 모두 우리 집이지." 그들이 얘기
를 나누는 중에 화주가 가득 담긴 술항아리를 이고 왔던 고만이에게 변가가 일렀다.
"고만아, 여기 강두령부텀 차례루 술 한잔씩 따르어라." 고만이는 방글거리며 술상머리에
앉더니, 일당들의 사발잔에다 화주를 떠서 차례로 부었다.
"사내 식구가 늘어서 고만이가 제일 좋겠구나."
개바우가 킬킬거렸고, 칠성이는 제 누이인지라 떱떠름하게 앉았는데, 변가가 비워진 첫봉
이의 잔을 턱짓해 보이며 한마디 던졌다.
"얘, 저 허서방 잔은 왜 채우지 않느냐?"
고만이는 손을 탈탈 털고 일어나며 종알거렸다.
"이따 야참을 드실 텐데 초반에 만취하시면 나는 어찌해요." 첫봉이는 공연히 콧잔등을
쓸며 앉았는데, 좌중에 웃음이 터지는 것이었다. 선흥이가 첫봉이를 놀려대었다.
"이 자식아, 신근을 뽑힌 고자가 대장부들 술자리엔 어찌 어울렸니? 달마산 수돌이는 아
무리 고자라지만 덜렁 달구 있다는데, 너는 이제 두 다리뿐이니 오줌 눌 때는 꼭 앉아서 싸
질르렴."
"내 온 참! 재수 옴붙었어."
하며 입맛을 쩝쩝 다시는 첫봉이를 그의 아우 둘봉이도 내버려두지 않았다.
"언니, 장손이 조상 뵈일 면목이 없게 되었으니...후사는 내나 바라구 사시우." 변가가 첫
봉이에게 잔을 권하면서, "이 잔 마저 드시구 어서 쫓아가보슈. 저애가 아마 안달이 나서
허서방을 기다릴 게요."하자 핑곗김에 잘되었다 싶었는지 첫봉이는 침을 탁 뱉으며 일어섰다.
"엥이, 술맛 떨어져 못 앉아 있겠다. 가서 일찌감치 잠이나 자야지." 첫봉이가 술상머리
를 떠나 어둠속으로 사라지자, 화제는 다시 강선흥이가 부역 나가 일 치르던 얘기로 돌아
갔고 해서지방의 부역이 역시 혹심하던 판이라 모두들 입을 모아 땅 빼앗기던 얘기들을 나
누었다. 첫봉이는 슬그머니 일어나 고만이의 자태를 찾으면서 움집 쪽으로 내려갔다. 첫봉이
가 움집이 있는 아래쪽으로 어슬렁어슬렁 내려갈 때, 아낙네와 아이들은 이미 집집으로 들
어가 초저녁잠을 청하는지 가끔 어린애 달래는 소리만이 들렸다. 그가 두리번거리는데 뒷
전에서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뭘 찾어?"
첫봉이가 돌아다보니 고만이는 움집에 드리운 거적을 들치고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첫봉
이가 우물쭈물하자, 고만이가 손은 내밀어 첫봉이의 저고리를 잡아당겼다.
"밤참 생각이 났으면 어서 들어올 것이지...포도청에 송사 구경왔나, 어째서 주뼛거리는 게
야."
첫봉이가 움집에 들어가니 거적이 깔린 방안은 말끔히 치워져 있고, 구석에 관솔불이 까
무룩하니 타오르고 있었다. 고만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올리고 넌지시 첫봉이를 끌면서 뒤로
반듯이 자빠져버렸다. 첫봉이가 서슴지 않고 고만이의 치마를 걷어올리려니 고만이도 가쁜
숨을 몰아쉬며 살짝 밀어냈다.
"아이 참...내가 벗을게."
첫봉이가 저고리를 훌훌 벗어 내던지고, 중의를 끌러 덥석덥석 뭉쳐서 저쪽 구석으로 던
져버렸고, 고만이도 홑것뿐인 저고리와 몽당치마를 훌훌 벗어버렸다. 워낙에 첫봉이가 색주
가 출입은 장삿길에 가끔 해보았으되 아직 내로라 하는 외입쟁이는 아닌지라, 벌써부터 마
음이 급하여 숨이 턱에 닿아 덜덜덜 떠는 것이었다. 그러나 고만이는 침착하게 손을 놀려
첫봉이의 양물을 잡으며 우스갯소리를 하였다.
"아이구...네나 있으니 내가 살지, 우리 주장군이 없었드면 어이 살았을꼬." 첫봉이가 고
만이와 어울려 대사를 치르는데 아래 깔린 고만이가 그래도 제 성에는 흡족한 사내인지라
좋은 김에 마음놓고 요분질과 감창이 대단하여 그런 법석이 없었다.
첫봉이와 고만이가 연거푸 두 차례를 뛰고 나니 둘 다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렸다. 첫봉이
는 갈증을 이기지 못하여 소반을 끌어다가 술을 병째로 들어 꿀꺽이며 마셨고, 고만이는 눈
자위와 볼이 발갛게 상기되어 서서히 밀려나가는 색정을 간수하는 모양이었다. 첫봉이가 안
주를 집는데, 고만이는 다시 뒤에서 치근덕거렸다.
"어찌 그리 장사야? 까무라칠 뻔하였네."
"야야, 이러지 마라. 이제 탕정이 되었으니 숨 좀 돌려야겠다."
"아이 한창때의 총각이 무슨 고따위 두 번으루 탕정이 되어. 내가 오늘밤에 잠을 재울 줄 알아."
첫봉이가 다시 곁에 드러눕자, 고만이의 팔과 다리가 뱀처럼 휘감기며 아랫배를 찰싹 붙
여오니 첫봉이는 어쩌지 못하여 다시 손으로 가슴을 만져주고 궁둥이를 쓰다듬었다. 첫봉이
가 아무리 한창때라고 하나, 아직 정기가 오를 때까지는 생각이 없었다. 고만이의 손이 슬슬
자신의 사타구니로 파고들자, 첫봉이는 고만이의 손을 우악스레 쥐었다.
"저리 치워라. 그 손버릇 고치지 않았다간 아예 부러뜨릴 게여."
"술도 많이 남았고, 밤도 깊지 않았는데, 벌써 식었수."
"네 궁둥이가 촛궁둥이가 아니라, 네 손찌검 탓에 지레 겁먹은 탓이여, 끄떡하면 양물을 잡아 뽑으니 색정은 고사하고 지레 풀이 죽는단 말야."
"살살 부추겨주려구 그러는데..."
하고는 고만이가 한숨 푹 몰아쉬며 다시 발랑 자빠져버렸다. 불도 끄지 않은 방에서 두 남
녀의 음탕한 장난이 그칠 줄을 모르는데, 고만이가 다시 한숨을 쉬며 이불자락을 발 끝에
걸어 주욱 밀어내버리니 알몸이 훤히 드러난다.
"고뿔 들겠다."
"몸으루 덮어주어."
"온 제기랄..."
고만이의 가무잡잡하고 팽팽한 몸이 좌우로 뒤틀리는데, 가랑이를 벌렸다가 오므리기를
몇차례 하였다. 저도 모르게 발동해버린 첫봉이가 다시 이번에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고
만이를 올라탔다. 고만이가 다리를 활짝 벌려 첫봉이의 허리께를 휘감고 삭신을 부숴버릴
듯이 억세게 조이면서 장딴지 아래로 훑어내렸다. 둘의 두덩이 서로 부딪쳐 뜨거워졌고 숨
결이 턱에 닿았다.
"아이구 나 죽는구나!"
고만이가 땀범벅이 된 첫봉이의 등판을 손톱으로 찍어누르면서 열에 뜬 소리를 냈다. 첫
봉이의 머리통은 곧 터져버릴 듯이 팽창되었고, 발끝에서부터 뿌리 끝까지 신기운이 퍼지기
시작했다. 첫봉이는 궁둥이를 조여 힘줄에 정기를 모으며 더욱 거세게 두드려댔다.
그날 밤이 거의 새도록까지 두 연놈은 밀린 색정을 모조리 탕진하는데, 첫봉이는 사추리
가 뻐근하고 눈이 가물가물하여 오랜만에 죽은 듯한 깊은 잠이 들었고, 고만이도 의외로 흡
족한 상대를 만나 십여 차례 가까이 풀고 나니 더는 생각이 없으되 첫봉이의 살에 정이 붙
어 가슴에 기대어 잠이 들었다. 선흥이 일행이 백운산에 머문 동안에 첫봉이와 고만이는 드
러내놓고 움집을 함께 썼으니, 자기들도 모르는 결에 부부지간처럼 되고 말았던 것이었다.
칠성이는 원래 제 누이의 음탕함을 아는지라, 오히려 첫봉이를 제 식구같이 대하였다.
-3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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