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明 僞裝 呻吟 혹은 眞實/部分

1999. 3

카지모도 2016. 6. 26.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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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5  1999. 3. 1 (월)


타성으로 우울하기, 타성으로 술마시기.

타성은 제어할수 없는 일종의 자기암시.

그 암시의 덫에 걸리면 어쩔 수 없는 허수아비가 되고만다.


어제 일요일은 그 타성의 암시를 용케 피하였지만 그것은 의지가 아니었다.

일요일, 예배의 힘이었다.

의지박약이나 도피주의의 당위성으로만 미룰 것이 아니라 외부의 힘, 곧 그 분의 능력의 힘을 빌어야 한다.


담보물권 마치고 계약총론 진행하다 오후들어 도서관으로부터 돌아온다.


TV, 북한의 늙은 꽃제비.

북한에 살던 쉰넘은 아들.

굶주림과 가난으로 가정은 풍비박산되어 홀로 꽃제비가 되어 중국땅을 헤매이다 까마득한 옛날에 헤어졌던 남쪽의 아버지를 만난다.

그 아버지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

그 망팔의 아버지는 몇 푼의 돈을 쥐어주며 아들을 다시 북한으로 돌려 보낸다.

죽음보다 짙은 피눈물.


나의 고통은 그와 같은 피눈물을 수반하고 있는 고통이 아니다.

나의 고통은 어쩌면 관념의 사치이다.

줄줄 눈물을 흘리면서 그 프로에 넋을 맡긴다.


19016  1999. 3. 2 (화)


31절, TV프로.

북해도에 남은 한인들의 흔적.

3.1운동에 관한 역사적 의미에 대한 토론회.

나는 마루에서, J와 아이들은 안방에서 하루를 뭉갠다.


오후가되자 나는 이틀동안이나 굶주린 소주를 홀짝인다.

달콤하기 그지없는.


珍이 에게서 전화왔었다고.

미국 들어가면서 거는 인사 전화.

뉴욕의 어느 회사.


19017  1999. 3.3 (수)


두뇌의 명징함을 뚜렷이 느끼는 때가 있다.

그런데 여기에는 어떤 주기가 있는 듯하다.

머릿속이 투명하게 맑아 학습효과가 뛰어날 때가 있는가 하면, 어떤 날은 흐리멍텅하여 부진하기 짝이 없다.

어제가 바로 전형적인 전자의 경우.

두 과목의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PI서 씨와 통화.

문제풀이반 등록하러 가는데 함께 등록하자고.

나로서는 문제집을 사서 풀어보면 족할듯 하여 사양한다.

등록비도 만만치 않은듯.


모처럼 긴 수면.

내가 깨워주지 않는 새벽, 덕분에 J는 새벽기도 시간에 늦어 허둥지둥 쫓아 나간다.


19018  1999. 3. 4 (목)


겨울은 이제 뒷모습을 보이는가.

따스한 날씨.


서쪽 바다도 동쪽 바다도 그러나 봄기운은 아직 없다.

퍼렇게 시린 모습으로 누워있는 영도의 바다.

이곳에서 몇십년 살아오면서 매양 느끼는 삼월의 봄바다.

그렇지만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봄바다는 내 마음을 봄답게 적시지 못하고 있구나.


19019  1999. 3. 5 (금)


공부를 하면서.

작년 KS동 에게 당했던 그 법률적인 문제의 요건들이 차츰차츰 확연하게 눈에 들어온다.

가압류, 가처분, 담보물권, 임대차. 계약의 성격, 신의성실의 원칙, 권리남용금지...


부동산을 하고 안하고를 떠나서 이만한 살이의 지식들을 심득한다는 것은 얼마나 큰 소득이냐.


19020  1999. 3. 6 (토)


바이오리듬의 저주기.

아니, 내 리듬의 저주기.

혹은 조울증의 울기.


미혹된 내 파토스....


부동산등기법을 다시 일독하는데 전에 훑어보았던 기억이 거짓말처럼 하나도 남아있지 아니하다.

아직 나의 지식이 되지 못하였다는 증좌이다.


자료실에서 월간잡지 꺼내 읽는다.

황장엽, 신상옥, 조갑제등의 대담기사, 월간조선.

이를테면 보수반동의 인사들....


19021  1999. 3. 7 (일)


지적법, 하루만에 완파.

가장 단순하고 쉬운 과목이다.


오후에는 시청각실의 영화 '로스트 오브 스톰'

탈옥수와 얼킨 산불 끄는 사람들 얘기.


S규와 통화, S곤이는 아직 부부동반 여행으로부터 돌아오지 않고 있다.


19023  1999. 3. 9 (화)


월요일은 휴일.

O.C.R을 이용하여 옛글들을 스캔하여 정리한다.

인식율이 낮아 오인식된 글자들을 새로 고처서 처 넣느라 오른 쪽 손목을 무리하게 혹사시켰더니 근육통 악화.


俊이는 아비가 집에 있으니 행여 잔소리 들을세라 제 방 컴퓨터 앞에 틀어막혀있다.

오후, 삼겹살 썰어서 김치 넣어 볶아 俊이에게 볶음밥 만들어 먹이고 나는 그것을 안주삼아 안방 TV 앞에 퍼질러 앉는다.


꿈 속에서는 해운대에다 차려 놓은 가희, 그렇게 장사가 잘 될 수가 없었다.


19024  19999. 3. 10 (수)


까다로운 세법.

지방세까지 마치다.


기억법을 나름대로 정리하여 레이저프린터로 출력하여 俊이의 자는 머리맡에 살짝 놓아두고 나왔는데, 녀석은 좀 흥미를 일으켜 들여다 보았는지 모르겠다.


어제 俊이는 고장난 의자를 英이의 차에 싣고 용접을 맡기고 밧데리 사고 하는등 아비의 숙제를 성실히 이행하였다.

공인중개사 응시원서도 사다 놓고.


19027  1999. 3. 13 (토)


책 반납하고 새책 대출.

조영남이 쓴 껄렁한 신변잡담의 수필집, 이경규가 쓴 연예인 얘기 잡담집, 그리고 한비야의 여행기 한권.


정오 조금 못미친 시각.

58번 열람실 앉아있으려니 누군가 어깨를 두드린다.

돌아보니 PI서 씨.

다니는 학원에서 얻은 바뀐 부동산 공법의 자료, 한아름 들고서 일부러 도서관까지 찾아 준 것이다.

도서관 식당에서 비빔밥 먹으며 여러가지 정보를 얻는다.

곧 개정될 예정이어서 학습할 필요가 없는 항목등 많은 정보를 얻는다.

고마운 마음씀이 아닐수 없다.


19029  1999. 3. 15 (월)


S곤 전화 와서 산에 가자는걸, 애써 사양하고 갈까 말까 망설이던 도서관으로.

중개업법 마친다.


기출문제를 들여다보니,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해석 가능한 애매한 문제들 투성이.

매우 신경질이 난다.

토씨 하나로 문제의 성격이 달라지는 문제들.

출제하는 치들의 한글에 대한 소양의 문제다.


오후 바람불고 비 흩뿌리다.

홀리필드의 헤비급 복싱.

비기다.


J는 이제 열성교인이다.

고마운 현상.

교회인이 되지 말고 신앙인이 되자, 마누라여.

태림아파트 팔렸다고.


"또 여호와를 기뻐하라.

저가 네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리로다.

너의 길을 여호와께 맡기라.

저를 의지하면 저가 이루시고 네 의를 빛같이 나타내시며 네 공의를 정오의 빛같이 하시리로다.

여호와 앞에서 잠잠하고 참아 기다리라.

자기 길이 형통하며 악한 꾀를 이루는 자를 인하여 불평하지 말지어다.

분을 그치고 노를 버리라.

불평하여 말라.

행악에 치우칠 뿐이라"

-시편 37장-


꿈속에서 벼라별 분장한 댄서들이 춤을 추고 지랄을 하느데, 뿔달린 거인의 일갈로 혼비백산 산산히 흩어진다.

그 뿔달린 거인은 누구였을까.


19030  1999. 3. 16 (화)


몹시 바람 불고 빗방울은 모래알 튕기듯 유리창을 때린다.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는 날씨.

원서에 붙일 사진을 디지털 카메라로 찍다가 메모리 카드가 나가 버린다.

메모리에 저장하는 램프가 들어와 있는데도 메모리카드를 빼 버린 까닭.

코닥에 전화하여 보니 REFOTMAT 해야한다고 택배로 보내달라고 한다.


19033  1999. 3. 19 (금)


등기소에 들러 KS동 의 건물 등기부등본 떼어 본다.

이제 다소 지식이 있으니 등기부를 해석할수 있거니와 그동안 무슨 변동이라도 있을거나 하여서.

그대로다. 그의 아내가 걸어놓은 가처분도 말소되지 아니하고.


지하철타고 시청.

드넓은 2층 홀은 중개사 시험 접수하려는 사람들로 득시글하다.

실업이 사태를 이루니 복덕방은 넘쳐날 참인가.


부산진 경찰서 앞의 KI용 의 사무실 들른다.

반가운 얼굴, I용이.

퇴근 기다렸다가 술한잔 하자는 녀석을 겨우 떼어 놓고 돌아온다.


19034  1999. 3. 20 (토)


몹씨 바람 불고 구름은 낮게 내려 앉았다.

저녁무렵에는 그예 빗방울 듣더니, 도서관에서 돌아와 버스에서 내린 중리길에서 얼굴에 빗물이 기관총 탄환처럼 따따따따 때려 박힌다.


토요일 새벽.

아우성치는 바람소리, 창문을 덜컹거리고.

주전자 물 끓었다는 하모니카 소리.


19035  1999. 3. 21 (일)


손이 곱을 만큼 찬 날씨.

바람불어 더욱.


후딱후딱 도시재개발법, 농림법 훑어 마치고 2시경 돌아온다.

빈 英이 방 책상앞 앉아 소주.


19036  1999. 3. 22 (월)


일요일.

교회도 빼먹은채 종일 도서관.

책3권 반납, 3권 대출.

'너희가 군대를 아느냐' '왈왈이들의 합창' '북한기행'

요즘 내 빌려 읽는 책들은 죄다 가볍고 말초적 흥미를 자극할듯한 넌픽션들.


19039  1999. 3. 25 (목)


비흩뿌리고 흐린 날.


부동산학개론

도서관 창문 아래로 펼처진 회색 풍경화.

그 풍경화가 또 나의 어떤 감수성을 자극한다.

어인 감상인가.

주섬주섬 책들을 챙긴다.


맑은 막걸리 두병, 메추리알 삶아 안주하여 빌려온 시시껄렁한 책들 읽으며 마루의 책상앞에 앉는다.


요즘 J는 온유하다.


부산일보의 기사, 부산에서만 공인중개사 응시자가 8천7백54명이 몰려 예년의 두배라나.


19042  1999. 3. 28 (일)


俊이는 아비가 생각하고 있는것보다 명석하다.

사고방식이나 일반상식 수준에 있어서도.

어떤 대상을 향한 접근방식에 있어서도.

아비의 기쁨이다, 이것은.

군대가서 변하였다기보다 애초 나의 선입견이 잘못되어 있었던가.

아비의 기쁨이다, 이것은....


토요일 오후.

俊이는 컴퓨터에서 스피커 떼어내 제 방에다 멋진 음악실을 차려 놓았다.

뮤지컬 오크라호마가 울린다.

컴퓨터 앞에서 히히덕거리는 부자.

나는 진정 아들 놈과의 이런 시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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